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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11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11

 

 

설자(楔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구내아는 뭔가 불편함을 느끼며 침상에서 일어났다. 아직 날이 밝지 않았지만 1시진 안에 해가 뜰 것 같았다. 시간을 알 방법은 딱히 없었지만, 구내아는 자신이 틀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문제는 이유 없이 느껴지는 불편함이었다


몸이 아니라 지금 잠에서 깨자마자 떠오른 요즈음의 그리고 특별히 어제의 기억이 그의 뇌리에 자꾸 머무르려 했다.

백건재라는 새 친구를 만나 그와 친해진 지도 스무날 정도 지났다. 그 사이에 또래의 남녀들이 계속 들어왔고, 열흘 정도 전에는 글 

선생 하나와 무공을 가르치는 두 사람이 추가되어 소개를 마쳤다.

강호의 흔한 무공이라고는 하지만 기초에 도움이 된다며 비급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으나 무공을 수록한 책들도 서가에 다수 추가되었고, 훈련용의 병기도 연습장에 배치되었다.


글 선생이 글을 가르칠 때는 남녀가 같이 모여서 배웠고, 무공은 남자는 남자가 교습하고 여자는 여자가 교습하였다.

이렇게 문무를 배우자 구내아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이곳에 모인 몇몇은 그야말로 천재였다.


이곳에 모인 또래 남녀는 하나도 부잣집 출신이 없어서 아무도 천자문도 읽어본 적이 없었다. 구내아도 이곳에 와서야 심심해서 책을 읽었고, 그것이 처음으로 글을 배운 일이었고, 그 점은 다른 또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열흘이 지난 지금은 천자문을 읽히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천자문을 열흘에 읽히는 일은 대단한 일이지만, 유사한 사례가 없는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렇게 사방 촌구석에서 데려온 아이들이 모두 그런 것은 틀림없이 이상한 일이었다.


특히 유귀붕이라는 청년이 이 점에서 대단하였는데 다른 청년들이 대부분이 천자문을 떼고 소학을 익히고 있는 데 비해, 이 청년은 13경을 익히는데 한 권당 하루면 충분해서 소위 동문이라고 할 수 있는 주위 청년들을 최소한 학문에서는 멀찌감치 앞서고 있었다.


첫날에 논어를 둘째 날에는 대학을 완벽히 읽고 외우더니 어떤 날은 하루에 두 권을 떼는 날도 있었다. 앞으로 하루 이틀이면 13경을 완전히 떼고 다른 책을 배워야 할 판이였다. 글 선생으로 온 이는 다른 친구들의 재주에도 놀랐지만, 유귀붕의 자질에는 그저 탄복하였고, 이미 공공연히 자신의 학생들 앞에서 유귀붕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학생들도 조금만 지나면 자신의 학식으로는 더는 가르치기 어려우니 새 스승을 모셔야 하겠다는 하곤 했다.


하기는 이 추세로라면 구내아처럼 이 무리에서 가장 학문 공부가 뒤떨어지는 축에 드는 사람도 2년 정도면 과거장에라도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구내아가 그런 자신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것이 전적으로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는 점도 냉정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유귀붕(劉貴朋)은 글 선생과 하는 수업이 끝나고 나면 배운 것을 간단히 정리하여 동무들에게 말해 주곤 했다. 그런데 이것이 짧고 간단하면서도 핵심을 잘 요약하고 있어서 공부가 매우 쉬워졌다. 유귀붕이 정리한 내용을 듣고 다시 책을 보면 내용이 

더 명확하게 와 닿아서 확실한 복습이 되었고, 그만큼 잊어버리기가 어려웠다.


이상하게도 여긴 모인 친구들이 다들 그렇게 머리가 좋은 편에 속했고, 가장 간명하게 학업의 핵심을 전달하는 동료가 있으니 학문의 정진에 후퇴가 없었다. 따라서 처음으로 글을 배우는 학생이 열흘 만에 천자문을 떼는 것을 넘어 제일 느린 사람이 소학의 끝에 도달하고 대부분은 그 이상을 나갔으며 가장 앞선 학생인 유귀붕은 13경 전체를 완파하기 직전이란 믿을 수 없는 사실이 그들에게는 평범한 일처럼 여겨졌다.


물론 그것은 다분히 그들이 전에는 글공부해본 적이 없고,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에 학문의 일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므로 자신들의 성취를 비교할 대상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어떤 학생은 글 선생이 제자를 칭찬하기 위해 예의상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청년도 있었다.


무공에서 가장 대단한 자질을 보여준 청년은 남자에서는 보연로(保延輅)라는 청년이고 여자에서는 보연한(保延翰)이라는 처녀였는데 이름으로 알 수 있듯이 남매였다. 다른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시골 벽지에서 온 것은 같았지만, 오기 전부터 두 사람이 아는 사이인 경우는 이들의 사례가 유일하였다.


여자들은 따로 배우니 보연한의 성취는 직접 본 적이 없지만, 보연로는 같이 배우니 확실히 알 수 있었는데 교관이 한 번 시범을 보이면 그 자리에서 그것을 바로 해내었는데 그 품새가 교관보다 멋들어졌다. 키가 크고 신체의 체형이 좋아서 평범하게 생긴 사람보다 멋져 보이는 점도 분명히 있었지만, 그 점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한 번 일러주고 시범을 보이면 그것을 그대로 해내는 심지어 더 잘 해내는 사람이라는 것은 아무리 세상 이치에 어두워도 두 명 존재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곳에 두 사람이나 있었고, 심지어 그들이 남매이기도 했다. 직접 보지 못한 보연한의 능력도 들리는 바에 따르면 그 못지않다고 하니 장차 이들 남매를 막을 사람이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어제 있던 무공 수련 시간에는 3일 전에 배운 무공을 시험받았다. 내공을 배제하고 초식만을 겨루었는데 교관이 일부러 보연로가 배우지 않은 무공을 사용하였다. 그런데 보연로는 같이 배우는 청년들이 한 번도 보거나 배우지 않은 초식으로 교관의 공세를 무력화시켰다.


교관은 그 공세를 수습하고서는 탄복하기를 그 같은 변화는 그 무공에 잠재해 있는 것인데 그 같은 변초의 이치를 스스로 깨우친 사용한 사람은 일찍이 없었다고 말하며 탄복하였다. 가르쳐 주지 않았음에도 배운 무공에 내재하여 있는 원리에서 저절로 발현하는 해법을 찾아내고 그것이 그 무공의 상급 과정에서 배우는 것과 완전히 동일한 초식이었다는 사실은 실로 경악스러운 일이었다.

원래 이런 일이란 새롭게 찾아낸 변초를 오랜 시간 대부분은 몇 대에 걸쳐서 다듬어야 제법 쓸 만한 초식이 되기 마련인데 보연로는 며칠 만에 그것을 해내었고, 해당 문파가 누대에 걸쳐 가다듬어 도달한 결론에 바로 수렴하는 정답을 보여주었으니 이 같은 무재는 듣도 보도 못한 것이라고 듣는 사람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이상한 일이 존재하는데 그리 놀라지 않는 사람도 있었고, 그 사람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바로 학문 천재 유귀붕이었다.


조금 전에 설명한 시범이 보연로와 교관에 의해 이루어졌을 때 구내아는 바로 옆에 있는 유귀붕이 그 같은 이치를 파악하고도 놀라지 않았다는 사실을 어쩐지 알 수 있었고, 그 사실을 의아하게 여겼다.


그러자 유귀붕도 구내아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고 고개를 돌려 말했다. 그런데 유귀붕이 한 말은 약간 의외였는데 그가 한 말은 자기가 왜 놀라지 않는지를 설명하는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귀붕이 구내아의 기색을 파악하고 하는 말이었다는 점에서 그런 태도 역시 이상한 일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아무튼, 유귀붕이 한 말은 이랬다.


이상한 일이지 않나?”


뭐가? 연로가 무공에 천재인 것이?”


아니. 무공에 천재인 사람이 모두 같은 마을에서 온 것이 말이야.”


그게 왜 이상하지?”


우리는 모두 이곳 촉지방의 궁벽한 마을에서 왔어. 하나도 예외가 없고, 모두 어떤 분야든 대단한 재능을 지녔어. 그런데 같은 마을에서 온 사람은 내가 생각한 것이 맞다면 없어야 하는 데 있는단 말이지. 나는 그 점이 이상해.”


그게 왜 이상한지 모르겠군. 그리고 네가 생각한 것이 맞다면? 네가 생각한 것이 뭔데?”


그건 나중에 말하도록 하지.”


그게 어제의 일이었다. 구내아는 침상에서 일어나서 자신이 왜 불편한지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일이 어제의 그 대화였다. 구내아가 불편한 것은 몸이 아니었다. 몸은 어디도 아픈 곳이 없었고,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마치 악몽을 꾸고 난 것처럼 새벽에 잠을 깬 지금 어제의 그 대화가 생각나고 뭔가 심리적으로 불편하였다.


마치 지난 밤에 꾼 악몽을 억지로 되살리려는 기분이라 자신이 그런다는 사실에 점점 더 불편해졌다. 그래서 일단 구내아는 자신의 편치 않은 기분을 치워두고 밝은 날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이곳은 밥걱정할 필요도 없고, 문무를 익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같이 모인 또래들도 구내아와는 모두 잘 지내고 있다.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다. 오늘도 어제처럼 잘 먹고 충실히 배우고 연습하다가 잠들면 될 것이다.


그렇게 일단 생각하고 침상에서 완전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오늘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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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연재를 지키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어렵네요. 죄송합니다.


바이러스 온 세상이 떠들석합니다. 건강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허안 배상


[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10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10

 

 

설자(楔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권평서는 비록 몸을 일으키지는 않았지만, 크게 두 소저에게 감사의 말을 하였다. 그리고 아내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랫사람으로서 주공이 맡긴 일을 해내고, 부모로서 병옥이의 미래를 염려한다면, 이 두 가지 대의(大義)만으로도 다른 협의(俠義)는 생각지 않아도 되지 않는다고 전에 부인이 한 말도 이 부족한 사람을 깨우쳐주려는 말씀이셨구려. 세 분 여인에게서 좋은 말을 들어서야 내 인식을 바꿀 수 있었다니 한편 고맙고 한편 부끄럽소이다.”

 

옥소홍이 물었다.

그럼 이제 마음을 정하신 것 같으니 그 일을 하려 하시겠네요?”


그래야겠지요.”

옥소홍과 등영림이 서로 시선을 한 번 마주치더니 이렇게 말했다.

저희도 같이하겠어요.”


사람을 죽이는 일입니다.”


등영림이 그 말에 약간 고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첫째로 다른 길이 없지 않나요? 우리가 이런 큰일에 얽히지 않고 남은 평생을 지내는 일은 이미 틀렸다고 생각해요. 그렇죠?”

권평서는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 이 두 소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무림이, 세상이 그렇게 놓아두지 않을 것이다.


덧붙여 달아나거나 숨는 것도 만만하지 않아요. 물론 굳이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고 싶지도 않아요.”

첫째라 하셨으니 둘째도 있습니까?”


둘째로 이왕 그렇게 되었다면 좋은 사람들과 같이하고 싶어요. 가능하면 옳은 일을 하고 싶고, 그런 일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권평서는 나름대로 선천적인 재주는 있지만, 무공을 모르는 두 젊은 소저가 이런 일에 끼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였으나, 그런데도 이미 두 소저가 스스로 알고 있듯이 피할 길이 없다는 점도 분명했다.


마교를 찾아가 너희랑 손잡을 테니 재물을 내놓으라고 하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었지만, 그것도 반드시 두 소저에게 나은 길이라고 할 수 없었고, 권평서와 안혜빈에게는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다.


바로 반각 전의 권평서라면 자기 편의 이익을 위해서 두 소저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판단을 내릴 때 세 번은 더 고민했을 것이나 조금 전에 얻은 교훈이 있기에 그러한 검토는 한 번으로 끝냈다.


더구나 이 두 소저는 선천적으로 총명을 타고나 앞으로 다가올 위험을 반복하여 말할 필요가 없었다. 다만 두 소저가 두 사람을 숙부와 숙모로 부르기를 원하여 호칭만 그렇게 정리하였다.


앞으로 할 일은 정했으나 그 할 일의 구체적인 내용은 정하지 않았으나 이제 그것을 정해야 할 차례였다. 그리고 그 점에 관해서는 일단 마음을 정한 권평서에게는 어느 정도 복안이 심중에 자리 잡아 가고 있었다.


그래서 안혜빈이 물었을 때 아주 상세한 계획은 없었지만, 다음 단계로 해야 할 일 정도는 정리해 말해 줄 수 있었다.

 

현재 이 땅에서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세력은 없다고 봐도 무방한데 두 분 소저 덕분에 기대볼 가능성이라도 있는 세력이 생겼소. 바로 두 분 소저와 같은 선천적인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오. 이 사람들은 어차피 이 일에 무관할 수 없다면, 우리 편으로 끌어들여야 하겠소.”


마교가 그냥 있지 않을 텐데요?” 아내의 질문에 권평서가 말했다.


그나마 마교가 가장 움직여볼 만한 세력이오. 다른 명문정파는 지금도 먹은 것이 있는 탓에 중도 관망해야 할 처지고 그것을 움직이는 일은 어렵소. 그들에게 줄 것도 빼앗을 것도 없기 때문이오. 하지만 마교는 내부의 양종의 알력도 있고, 아직 구천십지의 인재들이 그들과 완전히 동화되지 않았을 테니 그들 젊은이와 양종 가운데 하나를 움직일 수 있다면 최선이고, 최소한 청년들은 얻도록 노력해야 하오. 그리고.....”


그리고요...”


무하독문은 한 번 시도할 가치는 있다고 생각하오. 무하독문이 우리가 함께 들어갔던 와선별부엣 얻은 것은 수혼수였소. 무척 귀한 물건이지만 무하독문 처지에서는 직접적인 효용이 닿는 물건이 아니오. 그들은 독문이니까 말이오. 비록 그 문파가 권장에 약하니 그 점을 보완해줄 수 있다고는 하지만, 무하독문의 문주인 녹포노조의 공력이면 본인 자신에게는 있으면 좋고 정도의 수준에 불과하오. 그렇다면 산민 아우의 재주를 팔아볼 가능성이 있소.”


그것은 먼 데 있는 물로 가까운 불을 끄자는 말씀인데...”


물론 알고 있소. 산민 아우는 지금이면 북방 어딘가에 있겠지만,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소식을 전달할 방법도 없다는 점은 나도 아오. 그리고 아우는 분명히 그곳에서 타아우와 더불어 자기 몫을 할 텐데 형이 되어서 이곳에 있지도 않은 사람에게 손 벌릴 생각부터 하다니 이렇게 불민한 일이 어디 있겠소. 그러나 그런 점은 이미 고려사항이 아닙니다. 부인. 나는 할 수 있는 일이면 저급한 술수든 뭐든 하루 생각이니까 말이오.”


알겠습니다.”


물론 나도 무하독문 정도를 움직이기에 우리가 지닌 것이 크지 않다는 사실은 알지만, 어쩔 수 없소.”


권평서의 말이 이어졌다.

대상맹에서 반대파를 제거했다지만 아직 반감을 품은 상인들이 있을 것이오. 대상맹 간사들의 역량이 높고, 그들이 끌어들인 10대 검객의 몇몇이 대단하니 겉으로는 못 하더라도 내심으로는 아닌 사람들이 있을 테니 그들을 통해서 현재 실세 간사들을 누를 수 있다면, 그도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소.”


마치 이미 진 바둑에서 묘책은 없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두어보는 기분이지만, 상공의 말씀이 옳습니다.”


고맙소. 그리고 두 분 소저도 미안한 말이지만, 이왕 이 일에 발을 들이기로 했으니 내 철저히 부릴 생각이니 마음 단단히 잡수시는 편이 좋겠소.”


두 사람이 그 말에 강한 어조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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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집안에 행사나 일이 생겨서 연재가 늦어져 죄송합니다. 그리고 분량도 적어서 더욱 죄송합니다.


허안 배상


[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009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9

 

 

설자(楔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권평서의 안타깝다는 말에 옥소홍이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저희가 달아날 수 없거나 적어도 어렵다는 사실은 알았어요. 그런데 두 분은 저희를 만나지 않았으면 어디로 가시려 했나요? 아니 무엇을 할 생각이셨나요?”


권평서는 자신들의 사정을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하는지 잠시 더 고민했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이제부터 하는 말의 높은 비밀가치와 그로 인해서 이 아가씨들의 인생에 미칠 영향을 다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권평서는 모든 이야기를 다 털어놓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가 두 소저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보통 사람이라면 그런 이야기를 알고 있다는 점만으로 죽을 수도 있는 이야기였다.



 

등영림이 거의 한 식경을 말없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그 소지막이란 사람이 거병을 할 생각이고, 그런 낌새를 알만하고 또 외부에 전할만한 세력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막기 때문에 우리도 움직일 수 없다는 말씀이시네요. 아까 하신 설명이 조금 더 이해되었어요. 그런데 두 분은 그 일을 막으려 하시고요. 뭐 사실 저같이 학문을 안 한 계집애도 반역이 나쁜 것이라는 점은 잘 아니 그건 막아야 하겠네요. 그리고 저희의 일은 최근에 아신 것이지만, 누군가 우리를 세상에 이렇게 태어나도록 만든 사람, 아마도 화무제라는 분이라고 추측하신다고 했죠. 증거는 없지만, 그분도 나름대로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 있고, 일을 꾸민 김에 겸사겸사 우리를 바라마지 않던 마교에게 넘겨주거나 알려주고, 한편으로 소지막이란 분의 거병도 돕겠다. 그리고 역시 추측이지만, 소지막이란 그분 스스로 황제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도 화무제라는 분의 부하로서 그런 일을 꾸미는 것 같다?”


권평서가 답했다.


제대로 알아들으신 듯싶소.”


하나 더 제가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확인해주세요.”


그러리다.”


그런데 두 분은 겨우 두 분이 이런 일을 막거나 해결할 방법이 없어서 고민하시는 거고요?”


그런 셈이오.”


그때 옥소홍이 끼어들었다.

아닌 것 같아요.”


권평서와 안혜빈이 약간 당황한 빛을 담아 거의 동시에 말했다.

아닌 것 같다니 그 무슨 말씀이시오?”


 

옥소홍이 약간 가라앉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제가 자주 귀신이 되어서 그런지 은근히 사람의 마음이나 분위기를 눈치채는 일에 감이 조금 있거든요. 제가 보기에 두 분은 그중에서도 특히 아저씨는 방법이 없어서 고민하시는 것 같지 않아요. 방법을 아는데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고민하시는 것 같아요.”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알고 있으면서 고민하고 있다? 황당한 말씀으로 들리오만? 옥소저...”


이번에는 등영림이 나섰다.

저도 소홍이 말을 듣고 나니까 어쩐지 알 거 같아요. 그리고 저도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인데 두 분처럼 척 봐도 총명하신 분이 모를 리 없는데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과 우리에게 보여주시는 태도를 보고 저도 뭔가 깨달았어요.”


권평서는 평생에 남이 아는 일을 자기가 모르는 일이 드문 사람으로 살아왔다. 그 드문 일도 대개는 상대가 아는 정보를 자신이 아직 모르는 경우였고, 권평서가 사람인 이상 세상의 모든 정보를 알 수는 없는 일이니 어느 정도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모든 단서가 노출된 상황에서 가장 먼저 그것을 그러모아 답을 내는 사람은 권평서였는데 이 두 아가씨는 자기도 모르는 것을 먼저 안다고 하는데 권평서가 아직 모르는 상황이라는 것은 대단히 특이한 경우였다.


할 수 없이 권평서가 물었다.

그럼 내가 알면서 피한다는 그 해법이라는 것이 뭐라 생각하는지 듣고 싶소만...”


간단하잖아요. 소지막이란 그 높은 벼슬아치를 죽이면 되지요.”

이건 옥소홍의 말이었다.


제치사 소지막의 암살이요.”

이건 등영림의 말이었고, 곧이어 한마디를 더 보탰다.

그리고 아마 아저씨는 암살 같은 어쩌면 치졸하다고 생각하기 싫어하시기에 한 쪽에 치워두고 계신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소지막이란 사람이 죽으면, 굳이 이 땅에서 거병할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요...”


 

권평서는 충격이 뇌리를 스치는 기분이었다. 문리가 트인 이래 이렇게 충격을 받은 적이 있나 싶었다. 그리고 두 소저의 말대로 자신이 원래 이 방법을 알고 있었으나 무의식적으로 피하고 다른 길을 찾으려 애썼다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 얼굴에 쓴웃음을 감추지 못했지만, 다행히 생각은 창피하지 않게 속으로만 할 수 있었다.



내 입으로 뱉은 말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었구나. 권평서야... 그런 주제에 잘도 동이불화 화이부동이니 유림이니 무림이니 군명이니 협명이니 떠들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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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연재가 하루 늦어져 죄송합니다. 더불어 이번 화는 끊을 곳을 찾지 못해 분량이 짧아서 죄송합니다.


허안 배상 



[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008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8

 

 

설자(楔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옥소홍이 말했다.

다른 사람의 계획이나 원하는 바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두 분은 좋은 사람 같고 두 분의 설명이 아마도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덕분에 이제까지 가장 궁금하게 여겼던 일에 관해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감사드려요. 하지만 그 사람들이 풍수니 성좌니 하는 것에 손을 썼다고 우리가 그 사람들을 위해서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등영림도 말했다.

제 꿈에 두 분을 만나는 일이 좋은 일로 나온 까닭을 알 것 같아요. 짐작이지만 두 분이 아닌 다른 사람 그러니까 그 마교의 사람들이 우리를 찾았으면, 그들 뜻대로 우리를 부렸을 것 같아요. 그런데 두 분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보다는 우리의 뜻을 먼저 생각해주실 분들 같아요.”


이렇게 말하고는 등영림은 권평서와 안혜빈을 보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게 생각하여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우리는 두 분 소저의 뜻에 반하여 어떤 일도 강요하고 싶지 않소.”


위와 같은 두 부부의 말에 등영림과 옥소홍 모두 기쁘게 답했다.

그럴 것 같았어요.”


"다행이에요. 역시 꿈대로 해서 잘됐어요.”

 


안혜빈이 그들의 기쁜 마음이 약간 진정되기를 기다려 현실적인 문제를 꺼냈다.

그런데 두 분은 앞으로 어떻게 할 건가요?”


저희도 사실 그 일을 염려하고 있었어요.”


등소저에게 꿈이 뭔가를 보여준 것은 없소?”


앞으로 도움이 될만한 내용은 없어요. 있어도 지금의 저로선 잘 모르겠고요. 그리고 이제까지 경험을 보면 중대한 만남이나 결정을 겪기 전에는 그 이후의 일은 꿈에 나타나지 않았어요. 제 생각에는 제가 확정하지 않았으니 꿈도 보여줄 수 없는 것 아닌가 해요. 지금 생각으로는 아마도 오늘 두 분을 만났으니 오늘 밤부터는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확신은 없어요.”


현실을 고려하면 소저들이 본래 마을로 돌아간다면 마교의 사람들에게 가지 않을 수 없소. 그리고 어쩌면 마교에서 두 분에게 좋

지 않은 일이나 부당한 일을 시킬 수도 있지만, 대접은 좋을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소. 호의호식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고, 아마도 나는 물질적인 면만 따지면 산촌에서 지내던 삶보다는 형편이 나을지도 모르오. 마을에 남은 가족도 그 덕에 더 나은 처지가 될 수도 있소.”


등영림이 말했다.

저는 싫어요. 반대로 말하면 그 사람들에게 협조하지 않으면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는 말씀이시죠? 그리고 그 사람들이 시키는 일이 도리에 맞지 않는 일일 가능성도 크고요. 그리고 우리 집이 가난하기는 하지만, 제가 없다고 굶어 죽지는 않을 거예요.”


옥소홍도 자기 의견을 말했다.

저는 이 사건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들 뜻대로 해주면 최선이 방금 말씀하신 그 정도 대우를 기대할 수 있다는 말씀이시잖아요? 그러면 최악은 뭘까요? 이것저것 다 떠나서 저는 남이 내 인생을 좌우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 혹시 어차피 같은 길을 가게 되더라도 제가 결정하고 선택해서 그 길을 가고 어떤 일이든 하고 싶어요.”


안혜빈이 감탄하며 말했다.

정말 총명을 타고난 아가씨들이네요. 그 나이에 더구나 뚜렷한 학문을 접할 기회도 없는 마을에서 살았을 텐데 이 정도까지 생각이 깊다니 두 분이 타고난 총명을 지녔다는 사실만으로도 두 분이 4대장로들이 찾는 사람이 확실하네요.”

권평서도 그 말에 맞장구를 치고 다음 말을 이었다.


마을로 돌아가지도 않고 그들과 접촉하기도 싫다면 달아나는 수가 있소. 그러나 촉 땅이 넓다고 하여도 젊은 처자 둘은 어디로 가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거요. 시골로 갈수록 더욱 그렇지. 그렇다면 도회로 숨어야 하는데 그것도 그렇게 오래 버틸 수는 없을 거요. 물론 등소저에게는 미래를 내다보는 꿈이 있으니 영원히 안 마주칠 수도 있소. 하지만 자주 거처를 옮기며 쫓기는 삶이 계속되는 일도 곤란하오. 그러니 달아난다면 촉 땅을 아예 벗어나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데요?”


그런데 현재 촉 땅은 봉쇄된 상태요.”


봉쇄요?”


촉에서 밖으로 나가는 길은 산길이든 대로든 수로든 강이든 모두 감시를 받고 있소.”


오고 가는 행인이며 상인이며 한 둘이 아닐 텐데요. 거기다가 직접 가본 일은 없지만, 장강의 물길을 따라 하류로 내려가는 배가 하루에만 수백 척이라고 하던데 그걸 다 감시하나요?”

그들이 감시하는 것은 장소가 아니라 사람이오. 그러니까 그들이 하는 일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큰 방회나 문파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것이오. 다시 말해서 무림이나 관부 등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촉 땅을 벗어날 수 있고, 그들도 그것까지 막는 것은 아니오. 아니 그런 것까지 막는 것은 황상께서 칙명을 내리셔도 가능하지 않소. 하지만 청성파에서 하인이 한 명 길을 나섰는데 늘 다니던 마을 주막도 아니고 근처 친구 집도 아닌 길을 나선다면 그건 의심이 풀릴 때까지 감시하고 그들이 정한 일정 기준을 벗어날 때는 막을 것이 틀림없소.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는 촉중의 적지 않은 군문의 병사와 무림인이 이런 식으로 이미 죽었소.”


하지만 저희는 그런 유명한 단체에서 출발하지 않잖아요?”


그건 소저 말씀이 맞소. 하지만 결국 어느 시점에서는 배를 타든 걸어가든 관부가 공식적으로 설치한 검문을 받게 될 것이오. 그런데 그걸 통과할 방법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오. 소저들이 마을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을 아는 즉시 저들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통해 검문을 할 것인데 두 분 소저는 그것을 통과해 촉땅 밖으로 나갈 방법이 없소.”


안혜빈이 그 말에 보탰다.

참 역설적인 것이 무림인이라면 그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들킨 지역에 배치된 사람보다 무공이 높다면 말이죠. 그리고 이어질 다른 고수의 추적도 뿌리쳐야 하지만요. 그런데 이미 들으셨듯이 그런 무림인은 시작부터 그에 걸맞은 감시와 미행이 따르고 준비가 이루어지죠. 여러분은 시작에는 그런 것이 없지만, 반대로 막상 마지막 관문을 넘을 방법이 없고요.”


권평서가 말을 이었다.

반대로 어려운 길이긴 하지만, 중원 방향이 아니라 토번국쪽이나 대리국쪽으로 간다면 가능성은 좀 커질 것이오. 그런데 그쪽은 설령 도착한다고 하여도 젊은 처녀 두 사람이 어딘가에 정착하기는 어려운 땅이오. 재물도 없고, 재물이 있으면 오히려 화를 불러들일 수도 있소. 또 여자에게는 남자에게는 없는 추가적인 위험도 있고, 정착할 때를 생각하면 가족까지 같이 가는 것이 그나마 조금 나은 선택이겠지만, 그 경우에는 추격자를 뿌리칠 수 없을 거요. 솔직히 외국에 정착한다는 일이 쉬운 일도 아니고...”


두 분이 저희를 도와주실 수 없나요?”


돕고 싶소. 그러나 우리 도움은 실제로 도움이 안 될 가능성이 높소. 우리가 함께 가면 아까 소저가 말한 유명한 단체에서 출발하는 일이 될 것이오. 이런 말 스스로 하면 우습지만, 우리가 지금 촉 땅에서 나름대로 유명한 사람이오. 특히 마교에게는 더욱 그렇지. 물론 지금은 저들이 우리가 여기 이런 곳에서 소저들과 있는 것을 모를 것이오. 하지만 앞으로 세 시진 안에 우리가 저들에게 발견되지 않으면, 사람을 늘려 우리를 찾을 것이오. 그래서 원래는 두 분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일단 헤어져 우리를 뒤따르는 자들에게 어느 산길이나 작은 객잔에서 우리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소. 정말 대단한 고수를 투입하지 않는 한, 우리를 항상 감시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그들도 알기에 잠시 우리 행적을 놓치는 일은 늘 있는 일이지만, 그 시간이 길어지면 저들 처지에서는 수색할 사람을 늘릴 수밖에 없소. 간단히 말해서, 우리가 어딜 가든 사방 백 리 안에는 항상 우리를 감시하는 사람이 있소. 그 백 리라는 거리는 우리 부부가 그들을 일부러 떨어뜨려 놓으려 할 때의 거리요. 그보다 먼 거리가 벌어지거나 혹은 그 정도의 시간보다 더 오래 우리 행적을 못 찾으면, 그때는 저들이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할 테니 그때부터는 백 리의 거리나 세 시진의 시간도 더는 확보할 수 없을 거요.”


요컨대 두 분이 저희와 동행하는 일은 밤에 등불을 켜고 다니는 것처럼 저희 둘의 행적을 확실하게 보여줄 것이라는 말씀이시군요.”


안타깝지만 바로 그렇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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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루 연재가 늦어 죄송합니다.  기다리신 분들에게 죄송합니다.


귀성 다녀오느라 그런 것이면 변명이 될 텐데 감기에 걸려서 다시 고생중입니다. 


늙었는지 겨울에 보통 감기는 한 번 앓았는데 이번 겨울은 벌써 두 번째입니다. 

다만 이번 감기는 저번보다는 견딜만 합니다.


독자분들은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기원합니다.



허안 배상


[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007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7

 

 

설자(楔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권평서가 등영림(鄧英琳)에게 물었다.

그러면 미래의 다른 일도 봅니까? 아버지가 사고를 당하는 일을 봤다면서요.”


아니요. 그렇지는 않아요. 제가 직접 본, 아니 직접 보게 될 것만 볼 수 있어요. 아버지 사건도 아버지 시신을 마을에 모셔오는 장면을 봤어요. 그리고 어디서 낙석에 맞았다는 말도 들었고요. 그래서 그 일을 막을 수 있었어요. 좋은 일이라고 생각되는 일도 일부러 그 자리에 가지 않고 피하면 일어나지 않더라고요.”


그럼 일부러 찾아갈 때는 항상 꿈과 똑같이 일어납니까?”


그것도 그렇지는 않아요. 간단하게 말해서 오늘 우리 만남도 꿈에서는 우리가 이런 식으로 대화하고 길게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어요.”


소저는 무척 총명하구려. 꿈에서 한 대화를 반복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우리와 더 효과적으로 대화할지 고민해봤다는 말씀이니 말이오.”


, 그렇게 되나요? 뭐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거 같아요.”


혹시 오늘 겪게 될 다른 사건은 본 것이 없소?”


없어요. 하지만 비가 곧 그치고 우리가 여기를 떠난다는 사실은 알아요. 뭐 안 떠나도 상관없지만, 꿈에서는 비가 그치면 떠났거든요. 꿈에서 떠났으니 진짜로도 떠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요. 안 떠날 때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요. 좋은 꿈을 찾아갔을 때 그대로 안 하면 보통 결과가 좋지 않더라고요. 그러니까 특별히 나빠 보이는 일이 아니라면 좋은 꿈은 꿈대로 해야 해요.”


누군가 다치거나 죽는 일을 보는 꿈이야 확실히 나쁜 꿈인지 알 수 있지만, 우리를 만난 꿈은 나쁜 꿈일 수도 있지 않소? 우리가 몹시 나쁜 사람이라든가...”


확실히 꿈의 내용만 봐서는 모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좋은 꿈과 나쁜 꿈은 느낌이 확연히 달라요. 그 점은 이제까지 틀림없었으니까 두 분은 좋은 사람이고, 최소한 두 분과 만나야 제게 좋은 일이 생긴다는 사실은 확실하다고 생각해요.”


뭐가 좋은지 나쁜지 안다는 사실은 무척 편리한 일이겠군요. 둥소저.”


한편으로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내 인생이란 시작부터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 나쁜 일을 방지한 사건들은 좋았지만, 많은 인생의 처음 겪게 되는 사건을 생생한 현실이 아니라 꿈속에서 그것도 조각 난 모습으로 미리 경험하는 일도 조금은 맥빠지는 일이기도 해요.”


비가 그치고 있소. 등소저. 아까 한 말에 따르면 우리가 떠날 때가 된 듯한데 어디로 가야 할지도 아는 바가 있소?”

아니요. 그 다음의 일은 꿈에 나오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일단은 소홍(笑紅)이를 보러 가야 할 것 같아요. , 소홍이는 아까 말한 몸 밖으로 혼만 나와서 돌아다니는 아이예요. 그 아이도 지금은 자기 마을을 벗어나서 저랑 지낸 지 사나흘 되었어요. 우리는 자주 상의를 했는데 제가 꿈 이야기를 하니까 자기는 꿈은 안 꾸지만 그래도 예감이 좋지 않다면서 집을 나왔어요. 며칠만 더 지내보고 아무 일도 없으면 집으로 다시 돌아가려 했는데 말이죠...”

 


두 처녀가 숨어지내던 곳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권평서와 안혜빈은 소홍이라는 처자도 함께 있을 때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여 핵심적인 이야기는 일부러 나누지 않았다.

 

두 처녀가 임시로 지내고 있는 것은 집이라고 하기도 이상하고 동굴이라고 하기도 이상한 곳이었다.


위가 튀어나오고 그 아래는 크게 파인 지형을 안으로 더 파고들어 가 공간을 만들고, 앞에는 나무와 석재를 이용해 집의 벽을 만든 그런 형태의 장소였다.


집의 전체 면적에 절반은 동굴이라 할 수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집이라 할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동굴 부분이 절반이라 했지만, 그 역시 사람이 수고하여 더 깊이 파 들어가서 공간을 만들어내었으니 원래 의미로는 동굴이라고 하기도 어려웠다.


권평서가 그 앞에 서서 들어가기 전에 그 형태를 보고 등소저에게 말했다.

혹시 이것도 꿈에 이런 집을 보고 등소저가 지은 것이오?”


,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꿈에 이 장소를 보았고, 그 장소에 이런 집을 지어지는 것을 보았어요. 그래서 지어야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틈날 때마다 조금씩 해서 1년 전 정도에 완성했죠. 중간에 알게 된 소홍이도 도와주었고요. 사는 마을이 멀어서 진짜로 와서 작업을 도와준 적은 적지만, 그래도 혼이 몸을 떠난 상태에서는 무척 빠르게 다닐 수 있어서 어디에 있는 돌을 가져다 쓰면 좋겠다. 어디 나무가 좋아 보이더라 그런 것을 알아다 주었지요.”


그때 안에 있던 소홍이라는 아가씨가 나왔다. 그녀의 인사와 안내를 받고,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는 작고 어두웠지만, 젊은 시골 처자 둘이 지내는 장소답게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외부를 안 보고 내부만 보았다면 밤에 여염집에 들어섰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정갈한 장소였다. 다만 크기는 작아서 네 사람이 둘러앉자 남은 공간은 두 명 정도의 성인이 비좁게 누울 자리만 남았다.


그리고 소개를 받은 바에 따르면 옥()씨 성인 소홍이라는 처녀를 포함한 네 사람은 본격적인 대화를 나누었다.

 

 



강호무림이란 말을 들어보셨소?”


두 사람이 모두 고개를 젓자 권평서의 말이 이어졌다.

안타깝게도 이제는 두 분 소저 모두 그 말과 무관할 수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소.”


등영림이 말했다.

이런 꿈을 꾸기 시작할 때부터 제가 산골에서 밭일하다가 적당한 남자랑 혼인해서 애 낳고서 우리 마을이나 시집간 근처 마을에서 늙어 죽을 것 같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한편으로 그게 두렵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했죠. 소홍이를 만난 후에는 우리 둘 다 무당이 되는 팔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


옥소홍이 그 말을 받았다.

그래도 무림이란 말은 생각하지 못했어요. 이런 산간벽지에서도 그런 세상이 있다는 말은 들어왔지만, 그것이 우리와 어떻게 연결되는 것이죠?”


권평서는 간단하게 현무림의 정세를 설명하고 두 명의 소저도 알만한 세력 즉, 촉지방의 무하독문이나 점창이나 청성파 등의 위세에 비교하여서 두 소녀가 가능하면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하였다.

네 대충 무림이 무엇인지 그곳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알 것도 같아요. 그런데 그것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나요?”


흔히 마교라 부르는 곳은 알지요?”


두 처자 모두 그 이름에는 약간 두려움을 느끼는 듯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안다고 대답하자 권평서가 말을 이었다.

마교라고도 명교라고도 하는 그곳 교단에는 오랜 전설이 하나 있소. 천하에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태어날 인재를 점지하는 구천십지가 존재하고 그 풍수의 영향 아래 태어난 아이는 장차 신마가 된다는 전설이오. 모두 열아홉 명의 인재인 셈이오.”

권평서는 표정으로 보아 두 처자가 뭔가 눈치채거나 최소한 어떤 사실을 잠재의식으로라도 예감했다는 사실을 알고 말을 이었다.


나는 두 분이 그 열 아홉 명 가운데 둘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상한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인가요?”


그것으로 확신할 수 있지만, 그 이전에 누군가 대단한 능력을 지닌 사람이 구천십지를 조율하고 조장하였소. 두 분을 포함하여 촉지방의 열 아홉 곳의 장소에 하늘의 천문도를 본떠서 성좌의 기운을 품은 지형을 만들고 그 지형의 풍수를 변형하여 그곳에서 특정한 인재가 특정한 천체의 기운을 받고 태어나도록 했다는 것이 내 추측이오. 비록 추측이라고 하지만, 아마도 확실한 사실이라고 생각하오.”


안혜빈이 말을 이었다.

내 생각에는 1명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은 남녀의 짝으로 18명이고, 한 쌍의 남녀가 같은 능력을 지니고 태어났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건 그 뭐냐 마교의 전설에 나오는 내용인가요?”


권평서가 대답했다.

아니요. 일단 여러분 고향의 인공적으로 조림된 숲을 그러한 관점으로 바라보자 비로소 파악하게 된 사실이오. 두 분 소저의 사례를 듣고 나니 아직은 확신하기는 이르지만, 다른 사람들의 능력도 어느 정도는 짐작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그 점에 관해서는 속단하지 않으려 합니다.”


우리를 이렇게 태어나도록 그런 일은 한 사람은 죽었나요? 나무를 심어서 숲을 이루려면 긴 세월이 흘렀을 테니 돌아가셨겠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확증은 없지만 거의 확실하게 나는 그 사람이 화무제라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화무제는 아직 살아계십니다. 물론 당연히 연세는 백세도 넘으셨소.”


그러니까 어르신 말씀은 아마도 화무제라는 대단한 분이 그런 일을 과거에 준비했고, 아직도 살아계시다? 그런데 그분은 왜 그런 일을 한 거죠?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는 건가요?”


그 점에 대해서는 모르는 부분이 솔직히 상당히 있습니다. 일단 명확한 점만 보자면, 당신들을 마교에 제공하려는 의도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마교가 오랜 세월 원하던 인재들을 이 땅에 나타나게 하려는 의도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그런 일에 관해 시작부터 든 지금에 와서든 그런 인재가 세상에 나타나는 점을 알려주고 거래를 했다는 점도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분이 당신들을 모두 마교에 넘기려 했는지 나타나게 하고 나타났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선에서 그쳤는지 알 수 없습니다. 또한, 아마도 화무제님에게는 그 후의 또 다른 안배나 계획이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그 점은 추측의 단서조차 부족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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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도 없이 연재를 하루 늦어서 죄송합니다.


독자분들에게 항상 감사드립니다.


 


[연재] 와선별부 퍙서전기 하편 006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6

 

 

설자(楔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마교의 4대장로는 신마의 기재들을 찾아오는 중요한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해 그들 네 명이 각자 부하를 이끌고 움직였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는 그들이나 권평서나 모르고 있던 사실은 나중에 알고 보니 네 명의 장로가 나서서 각각 1명의 신마기재를 모셔올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는 사실이었다.


권평서가 급히 움직여 백건재의 마을 다음으로 두 개의 마을을 더 방문하고 세 번째 마을로 가고 있을 때 4대장로도 두 번째 출발을 막 했었다.


그러나 말했듯이 아무도 몰랐지만, 그 시점에서는 자기 마을에 남아있는 청년은 한 사람도 없었다.


권평서는 훗날 사건의 전후를 파악하고는 4대장로들이 움직이지 않았어도 여덟이나 마교의 품으로 들어갔는데 그들이 움직이는 바람에 천기가 바뀌어 오히려 사람이 흩어지게 되었다는 가설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는 세 번째 마을에서도 이미 그 또래의 청년이 마을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마을을 벗어나고 있었다.


그렇게 귀환길에 오른 산중에서 비를 만났고, 마을로 갈 때 지나쳐 갔던 길에 낡은 산신묘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그곳에서 비를 긋기 위하여 걸음을 재촉하였다. 일반인 걸음으로도 일각이면 충분한 거리였는데 경공을 쓰니 금세 도착하여 비록 낡은 산신묘이나마 비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그곳에 선객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는 점이다. 산신묘에 와있던 사람은 십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처녀였다.

처녀는 두 사람을 보고 깊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실제로 뵙는 것은 처음이네요. 저는 등영림(鄧英琳)이라고 해요. 두 분의 존성대명은 권평서와 안혜빈이시죠.”


권평서는 낡은 산신묘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이 자신들의 이름을 알자 마땅히 품어야 할 경계심을 세웠지만, 어쩐지 이 아가씨가 

위험한 사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은 안혜빈이 먼저 하였다.


어떻게 처음 만난 우리 이름을 알죠? 처자는 어디에 속한 사람인가요?”


아주 미인은 아니지만, 그 나이의 처녀가 품은 아름다움을 품은 아가씨가 대답하였다.

저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요. 저는 그저 두 분을 만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두 분을 만나러 왔어요.”


우리를 만나러 왔다고요?”


.”


우리가 이리로 올 것을 누가 알려주었나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어요. 그래도 저는 가끔 그런 것을 알아요. 꿈이 알려주거든요.”


꿈이 알려준다고 했소? 소저?”


. 이유는 모르지만 저는 가끔 꿈을 꾸면, 그 일이 그대로 일어나거든요. 아니다. 그렇게말하면 안 되겠구나. 잠에서 깼을 때 그런 꿈하고 그냥 보통 꿈하고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렇게 나중에 일어날 일에 대해 꿈을 꾸면 그에 맞춰 행동하고요.”


그에 맞춰 행동한다고요?”


보통 둘 중 하나거든요. 좋은 일이 일어나는 꿈이거나 나쁜 일이 일어나는 꿈이거나. 나쁜 일이 일어나면 그것을 막는 거죠. 예를 들어 몇 년 전에 아버지가 산에 나무하러 갈 때 일부러 제가 갔어요. 아버지는 졸라서 다른 데에 보냈죠. 안 그랬으면 그날 낙석에 맞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거에요. 그러니까 나쁜 일이 일어날 꿈을 꾸면 최대한 그 일이 일어나지 않게 바꾸고 살았어요. 아직은 대개 운 좋게 성공한 편이고요.”


그럼 좋은 일이 일어날 꿈도 꾸고?”


, 그럼요. 좋은 일이 일어날 꿈도 꿔요. 산에서 귀한 약초를 발견한다든가 하는 꿈을 꾸면 꿈에 나온 장소를 찾아가는 거예요. 가보면 정말 그 약초가 그 자리에 항상 있어요.”


그럼 오늘 우리를 만난 것도 그런 꿈이 알려준 일이요?”


. 언제 일어날 일인지는 모르지만, 제가 마을에 있으면 어떤 사람들에게 끌려갈 것이라는 꿈을 반복해서 꾸었죠. 언제 그 일이 생길지 몰랐지만, 요새 그 꿈을 꾸는 간격이 짧아졌어요. 심지어 낮에도 그 꿈을 꾸었죠. 온종일 일을 하여도 바쁜데 낮잠을 잘 시간이 전혀 없었는데 요즘 갑자기 낮에 잠이 쏟아지면서 저도 모르게 잠이 들고 그 꿈을 꾸는 일까지 일어나자 그냥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모님에게 말하고 마을을 나왔어요. 부모님도 제가 꾸는 꿈이 신통하다는 사실은 아시기 때문에 결국 허락하셨죠.”


그건 우리를 만나는 일과는 상관없는 일 같은데...”


, 맞아요. 그렇게 마을을 나오긴 했는데 솔직히 갈 데가 없어서 전부터 알던 산속의 움집에서 있었어요. 그런데 두 분을 만나는 꿈을 꾸었죠. 그것도 역시 간격이 점점 빨라져서 두 분이 오실 때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다행히 꿈에서 비가 와서 날짜를 정확히 알 수 있었어요. 아침부터 하늘이 흐린 것을 보고 비가 오겠구나 했죠. 그래서 준비를 하고 있다가 정말 비가 오기 시작하자 이리로 왔어요. 다행히 숨어있던 움막이 여기서 멀지 않거든요. 설명할 수는 없지만, 좋은 일과 나쁜 일은 둘 다 미래에 일어나는 일이어도 꾸는 동안 기분이 달라요.”


소저의 태도를 보니 그 꿈에서 이미 우리와 통성명도 나눈 모양이구려.”


, 그래요.”


그 밖에 우리에 대해 더 아는 것이 있소?”


아니요. 없어요. 통성명하고 조금 있다가 항상 꿈을 깼거든요. 그래도 두 분이 저 같은 아이? 아니다 젊은이를 찾아다닌 사실은 알아요.”


권평서가 그 말에 약간 의아해하면서 물었다.


소저 같은 젊은이들? 그럼 소저는 소저와 유사한 젊은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말이오?”


권평서로서는 묻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었다. 이제까지 구내아와 백건재를 만나보았지만, 그들이 같은 운명 아래 태어난 19명의 청년 남녀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그것을 누구에겐가 듣지 않고서야 인지하기가 불가능한 일이었다.


, 저는 가끔 꿈에서 그들을 만나요. 아니 정확히는 그들과 만나는 미래를 보는 것이지만요. 재미있는 사람도 있고, 무서운 사람도 있고, 여러 성격의 사람을 봤죠.”


그들 중에 아직 실제로 본 사람은 없겠구려.”


, 실제로 만난 사람은 없어요. 솔직히 말하면 꿈속에서 미리 만난 사람 중에 실제로 만난 사람은 두 분이 처음이에요. 그리고 그 사람들은 저를 모르겠죠. ! 두 사람은 조금 다르네요.”


두 사람이 다르다니 그건 무슨 말이오? 소저.”


한 청년이 있는데 그 사람은 나랑 같은 꿈을 꾸거든요. 그러니까 그 청년을 만나는 꿈을 여러 번 꿨는데 한 번은 그 청년도 나랑 처음 만나는 꿈을 꾼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그러니까 우연히도 그 순간 저도 그 청년을 만나는 꿈을 꾸고, 그 청년도 저를 처음 만나는 장면을 저랑 같은 순간에 꾸었죠. 다른 때와는 달리 그날 꿈에서는 이 사람도 나랑 같구나. 나처럼 미래를 보여주는 꿈을 꾸는구나 라는 사실을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그냥 알 수 있었어요


그럼 다른 한 사람은 누구요.”


아 그 애는 저처럼 여자였어요. 한밤중에 나를 찾아왔죠. 여기서 2백 리 정도 떨어진 마을에 산다고 했어요. 저를 보러 온 것은 제가 사는 마을이 2백 리 밖에 안 떨어져서 밤중에 충분히 왔다 갈만한 거리라서 보고 싶어서 왔다고 했어요. 처음에는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어요. 영락없이 처녀 귀신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안혜빈이 물었다.

밤시간만을 이용해 이백리 밖의 산골 마을에서 다른 산골 마을까지 그 처녀 혼자 왔다 갔다 했다는 말인가요?”


? 저는 두 분이라면 믿으실 줄 알았어요.”


뭐를 믿는다는 말인가요?”


그러니까 솔직히 저도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는데요. 그 애는 아무 때나 몸 밖으로 나올 수 있다고 했어요. 그렇지만 낮에 그렇게 하면 주변 사람들이 자기가 기절하거나 죽었다고 생각할까 봐 밤에 잠자리에 들면, 몸 밖으로 나온다고 했어요. 그렇게 넋만 몸 밖으로 나오면 무척 빨리 움직일 수 있대요. 그래도 날이 밝기 전에 돌아가려면 멀리는 못 가는데 마침 제가 가까이 살아서 보러 왔다고 하더라고요. 넋만 있는 상태로 다니니까 산짐승을 만나도 위험하지 않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그 아이 넋은 저 말고 다른 사람들은 못 보고 못 들으니까 아무도 믿지 않을 것 같아서 그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어쩐지 두 분이라면 말하면 믿어줄 것 같았어요.”


권평서가 단호하게 말했다.

믿소. 덕분에 새로운 추측. 아니 어쩌면 추측이 아닌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소. 고맙게 생각하오. 소저.”


안혜빈이 남편을 보자 권평서가 그 표정을 보고 말했다.

아무래도 열아홉의 젊은이들 각자가 특별한 재주를 지니고 타고난 것 같소. 여기 등소저는 예지몽을 꾸고, 다른 처자는 영혼이 몸 밖으로 나와 돌아다닐 수 있는 재주가 있는 것 같소. 믿기지 않지만, 다른 젊은이들도 각자 그런 능력이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소.”


하지만 백건재나 구내아는 그런 기미가 없었는데요.”


그러자 등영림이 끼어들어 말했다.

아직 자기 능력이 무엇인지 모르는 애도 있어요. 누구처럼 동물하고 대화하는 능력 같으면 어렸을 때부터 금방 알게 되겠지만요.”


동물하고 대화를 한다고요?”


언제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그 애를 만날 때 그 애가 말()하고 이야기를 나눌 때 저랑 만나거든요. 우리가 인사를 나누면 그 애는 꿈속에서 자기 이름을 말하기도 전에 변명처럼 먼저 그 사실을 이야기해요. 자기는 동물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고요. 저는 그게 사실이라는 점을 확실히 알지만 바로 다음 순간에 꿈이 깨서 그 애의 얼굴은 아는데 이름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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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독자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허안 배상


[연재] 평서전기 하편 005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5

 

 

설자(楔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구내아는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미 해가 떠 있는 늦은 시간에 일어나는 일은 시간이 흘렀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구내아의 기준으로 잠에서 깨는 시간은 최소한 해가 뜨기 직전에는 일어나서 아침 햇살을 받을 즈음에는 밭에 나가 있어야 했다.


더하여 자기 방을 따로 소유하고 있는 일도 익숙하지 않았다. 비록 자기가 어젯밤에 떠 놓은 것이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방을 나가지 않고도 세수를 할 수 있는 물이 준비된 생활도 익숙하지 않았다.


서서 세수를 할 수 있도록 철로 된 간단한 받침대에 올려진 세숫대야로 가기 전에 구내아는 역시 어젯밤에 자기 전에 자기가 떠 놓은 자리끼 병을 집어서 그것을 마셨다.


날이 어두워지고 취침 시간이 되면 절대로 방을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이곳 사람들 때문에 밤에 필요할지 모르는 것들은 미리 준비해두어야 했다. 그것에는 자리끼와 요강 비우기 등등 여러 가지가 포함되었다.


구내아가 받은 요강은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어서 자기 전에 미리 비우고 씻어둘 일은 없었다. 구내아의 처지에서 일을 볼 때 요강을 쓰는 것은 다 죽기 전의 노인이나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었다.


더구나 이곳의 측간은 너무 깨끗하고 넓어서 구내아의 기준으로는 그 안에서 잠을 자라고 하여도 수긍할 수 있을 정도였다.


구내아는 자신이 배당받은 방을 둘러보았다. 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방 정리와 청소를 매일 하고 있어서 그의 방은 깨끗했다. 여기 온 지 이틀 정도 되었을 때 방 청소를 하러 온 사람에게 청소도구를 주면 자신이 직접 하겠다고 말했고, 그 말이 받아 들여져서 청소는 그가 직접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방을 각자 청소하고 있는지 어떤지는 구내아로서는 알 수 없었다.


구내아는 몰랐지만, 청소를 직접 하겠다고 말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물론 그 이유는 달랐다. 자기 공간에서 자기만의 사생활을 지키기 위해 한 사람도 있었고, 구내아처럼 단순히 부지런함과 성실이 몸에 배 그런 사람도 있었고, 청소도구라는 나름대로의 장비를 확보하고 자기 방에서 뭔가를 계획하고, 어떤 물건을 만들어 숨겨 놓아도 그것을 공식적이고 주기적으로 수색당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그 나름대로 타산이 있는 청년도 있었다.


그러나 구내아는 다만 평생을 벽촌에서 새벽부터 밤까지 부지런히 일하면 살아온 청년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밥을 먹는 일은 아직도 낯선 일이었기에 그렇게 했다.

 


세수하고 여기서 나눠준 옷을 입으면서 구내아는 옷이 아직도 쓸만하고 그가 살던 마을의 기준으로는 전혀 빨래할 때가 아니지만,

오늘은 세탁할 장소를 물어봐서 빨래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방문을 열고 나서자 함께 여기서 기거하는 다른 청년 네 명의 방이 보였다. 아직은 아무도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거나 아니면 아직 잠에 취해 일어나지 않은 모양이었다. 구내아가 생각하기에는 침상만 더 들여놓으면 그들 다섯이 다 함께 자도 괜찮을 넓이의 자신의 방 같은 것이 열 개나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 다섯 개만이 사람이 있었다. 식사 때만 마주치는 반대편 누각에는 여자들이 사는데 거기는 여자 세 명이 있는 모양이었다.


누군가 아예 나오지 않고 방에만 있다면 더 있을 수도 있지만, 눈치로 보아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10개의 방이 3면을 차지하고 다른 한 면의 한 가운데에는 출구가 있는 구조의 공간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사면 중앙에 탁자가 놓인 공간도 있고, 구내아는 알 수 없는 기구들이 놓인 공간도 있었다.


위아래 사이에 중간층이라 아래와 위가 모두 막혀 있었으나 각자의 방으로 가서 창문을 열면 외부를 내다보고 공기를 마실 수 있었다.


물론 그 창은 쇠로 된 창살로 막혀 있었지만, 도주방지 용도보다는 추락방지 용도라고 봐야 했다. 창살 사이로 내려다보는 경치는 좋았지만, 떨어지면 누구라도 죽을 높이라는 점도 분명했기 때문이다.


어디에도 가지 못하는 답답한 환경이지만, 구내아는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았다. 구내아의 성격상 그냥 논다는 것은 도저히 성정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이곳의 다른 어떤 젊은이처럼 내보내 달라고 애걸복걸하기에는 그런 행동이 아무런 의미가 없

을 것이란 사실을 알 정도는 되었다.


공유공간에는 서가가 있었고, 책이 많았다. 할 일이 없다면 학습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한자로 된 책을 읽으려면 익혀야 할 글자가 적지 않은데 대개 그 첫 과정은 천자문이었다.


구내아도 자신이 천자문부터 천천히 익히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천자문을 찾다가 못 찾아서 드나드는 사람에게 말했더니 그 사람이 천자문을 찾아주었다.


알고 보니 천자문의 별명이 백수문(白首文)인데 천자문을 지은 사람이 머리가 하얗게 셌다는 옛이야기에서 그렇게 부른다고 했다. 그런데 이곳의 천자문은 어쩐 일인지 천자문이라고 표지에 쓰지 않고 백수문이라고 써 놓아서 구내아가 어설프게 아는 일천천()자만으로는 찾지 못했다.


그렇게 남아도는 시간에 책을 읽고, 글자를 익히고 있는데 새로운 청년들이 도착했다. 새로 온 청년은 둘이었는데 그들에 말에 따르면 맞은 쪽의 여자들 누각에도 두 사람이 새로 그들과 같이 왔다고 했다.


구내아는 두 청년의 이름을 모두 들었으나 같은 파촉 지방의 사람이어도 사투리가 그가 사는 지역과 달라서 그 발음을 정확하게 듣지 못해 기억이 나지 않았으나 다른 한 사람은 백수문을 물어봤던 기억이 아직 명확해서 그 이름을 기억할 수 있었다.

역시 흴 백()자로 시작하는 백건재라는 청년이었다.

 







 

 

권평서와 안혜빈은 대상맹이 사들인 지역 가운데 아직 가보지 않은 마을을 마저 돌기로 하였다. 이 청년들이 스스로 의사를 결정하고, 그리하여 가능하면, 그들이 마교의 손에 이용당하지 않게 하는 것이 현재 촉땅에서 일어나는 일을 지연하는 일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안혜빈이 말하였다.

이들 열아홉 명을 모두 파악한다면 한 가지 사실은 알게 되는 거죠?”


별로 대단한 도움 되는 일은 아니지만, 그렇긴 합니다. 천마지체의 성별은 알 수 있습니다. 열아홉 명을 모두 모았더니 남자 10에 여자 9라면 당대의 천마지체는 남자고, 반대라면 당대의 천마는 여자가 됩니다.”


아직은 아무도 모든 젊은이를 다 모으지 못했을 테니 지금 당장은 누구도 그것조차 알지 못하겠군요.”


실은 전설대로 천마지체 한 명을 제외하면 짝을 맞춰 남녀동수로 태어나는지도 아직은 확인할 수 없는 일입니다. 부인.”


그런데 외람되오나 상공. 한 가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제 소견으로는 상공께서 해결 방안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이유가 사실은 마음의 빗장을 지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무슨 말입니까? 부인.”


공명정대하고 비교적 협의에 벗어나지 않는 계책만을 고려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흐음..”


아랫사람으로서 주공이 맡긴 일을 해내고, 부모로서 병옥이의 미래를 염려한다면, 이 두 가지 대의(大義)만으로도 다른 협의(俠義)는 생각지 않으셔도 되지 않나 싶은 마음이 아녀자의 짧은 소견입니다.”


안혜빈은 스스로 아녀자의 짧은 소견이라 했지만, 그 말은 권평서에게 뭔가 마음을 크게 움직이게 하는 바가 있었다.


부인께서는 언젠가 내가 왕학 공자와 나눈 말을 기억하기 때문에 방금 그 말을 하신 것입니까?”

어느 정도는 그렇습니다. 군자가 화이부동하고 소인은 동이불화하나....”

자신의 말을 기억하고 있던 권평서는 과거의 기억에서 그때의 구절을 꺼내 올려 입으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의 반추가 결국 그들 두 부부의 행보와 장차 촉땅의 진로를 결정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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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가 하루 늦어 죄송합니다.


허안 배상


죄송합니다 감기로 연재 하루만 미룹니다.

제가 감기로 이번 주에 회사도 하루 쉬었습니다.

원고는 제가 항상 연재량으로 생각하던 분량의 반 정도 썼는데 이미 시간이 자정을 넘어서 내일 마저 써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기다리던 분들에게 죄송합니다.

독자분들도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허안 배상

[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004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4

 

 

설자(楔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그 말을 듣자 안혜빈은 저절로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고, 그것이 입 밖으로 나왔다.

그럼 병옥이는...”


권평서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우리 아들의 운명이 정한 상대가 그들 중에 있다고 봐야 하오.”

두 사람은 모두 이 시점에서는 그들이 양자로 삼은 문병옥이 천선지체임을 알고 있었다. 또한, 이론으로는 세상에 천선지체가 있다면 어딘가에 천마지체 역시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이렇게 명확하게 그 사실과 부딪히고 나니 마음에 치밀어 오르는 느낌은 

막연히 지식으로만 알고 있을 때와는 전혀 달랐다.


그 백건재라는 청년일까요? 우리가 그가 명왕일종으로 가는 것을 막았어야 했나요?”


우리는 그 열아홉 명의 청년을 전부 만나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모두 만났다고 하여도 그중에 누가 천마지체인지 알 수 없소. 아마 본인도 모를 테고, 모르기는 명왕일종이나 명존지종, 아니 그 누구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오. 다만 마교나 누군가는 그것을 판별한 수단은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 두는 편이 좋을 것 같소. 어쩌면 그 열아홉이 모두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데 그중에 한 사람만이 당대에 그 체질을 발현하는 것일 수도 있소. 고래로 워낙 희귀한 일이었고, 명확한 추측을 할 단서는 없는 일이니 이런저런 생각은 부질없다고 생각하오. 일단은 주공께서 맡기신 일에 충실합시다.”


그 말을 듣고도 안혜빈은 한참 마음을 추스르고 시간을 들였다가 이렇게 말을 이었다.

일단 그러면 우리가 맡은 일의 실체는 확실해진 셈이네요. 처음에 이곳에 오는 일을 문서를 통해 받았을 때는 이렇게 일이 명확하지 않았으니까요.”


이곳에서 이런 일이 있으리란 추측은 있었으나 정보가 불확실하였소. 백수당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그들이 무엇을 바라고 어느 정도로 나설지 몰랐고, 반역의 움직임도 염려는 했지만, 설마 조정에서 파견된 제치사가 주체가 돼서 움직일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고, 화무제가 안배한 무언가가 있으리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구천십지십마를 키워서 마교에게 넘기는 대가로 손을 잡는 조건이라고는 생각 못 했으니까 말이오. 아 물론 그 숲은 마교가 한 것이 아닐 것이오. 이곳에 와서 들어간 와선별부의 규모와 거기 들어간 공력을 생각할 때 특히, 입구의 정확히 네모난 바위를 둘러싸고 있던 금속간을 만든 재주를 생각하면 숲을 조림하여 구천십지가 배출할 신마 열아홉의 기운을 뜻대로 다스리려 한 사람은 화무제가 아니면 생각할 수 없으니까 말이오.”


그러니까 주공께서 상공을 이곳으로 보내신 것입니다. 상공이 아닌 다른 형제분들은 상공만한 지혜가 없으니 임기응변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대형께서는 진중하시고 심기도 깊으시지만 아무래도 이런 모략이 섞인 일보다는 사철풍이란 적이 명확하고, 그것을 상대하는 정면대결이 어울리고, 북야왕의 유물을 넘겨받고, 되찾는 일은 타가(他哥: 타형제, 는 남자 형제를 칭하는 말, 여기서는 당연히 타기곡을 의미)처럼 지치지도 포기하지도 않는 성격이 적격입니다. 두 분 여씨 의제들께서는 잔수가 밝고, 그 나름대로 사려가 깊은 분들이라 각기 대형과 타가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테니 적절한 인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인 말씀이 모두 옳으나 문제는 우리요. 이제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는 명확히 알았소. 그런데 그 문제를 해결할 수단이 없구려.”


우리가 반드시 그 해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천하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 주공과 의형제들 그리고 또 가족을 위해서요.”


안혜빈이 힘을 주어 말했다.

 






 

왕학은 인의예지 4대 장로 가운데 지장로만을 곁에 두고 얼굴을 굳히고 있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우리에게까지 닿은 청년이 몇이었죠?”


지장로가 즉시 대답했다.

여덟입니다.”


명왕종의 4대 장로가 각기 구천십지의 아직 남은 곳으로 갔으니 곧 네 명을 더 데려오겠군요.”


이미 그 마을들에 없을 수도 있습니다. 명존의 섭리는 어찌 작용할지 모르는 것 이미 아시는 바대로 우리가 건드리지 않아도 이런저런 이유로 마을을 떠난 청년들이 꽤 됩니다.”


모인 젊은이들은 남녀가 어찌 됩니까?”


남자 다섯. 여자 셋입니다. 남녀별로 숙소를 마련해주었고, 식사는 같은 식당에서 하도록 하여 그동안 얼굴은 다 익혔을 겁니다.”


특별히 교육을 한 바가 있습니까?”


아직은 없습니다. 명왕종에서 우리가 뭔가 가르치는 것을 원치 않고, 우리도 그쪽이 접촉하는 것이 싫었으니까 말입니다. 그저 거기 머무르도록 젊은이들을 다독거려 왔을 뿐입니다. 다행히 다들 산간벽지의 청년들이라 위세 있는 가문의 사람은 자연히 없으니 일단 붙잡아 두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내 생각에는 명왕종이 남은 청년들을 모두 데려오지 못할 겁니다. 말씀하신 대로 섭리는 어찌 작용할지 모르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더는 청년을 소집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면 이제까지 우리와 연이 닿은 청년들만으로 명왕종에서 뭔가를 하려들 겁니다.”


, 그렇겠죠.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잘해야 그 교육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고작일 텐데 주도권은 약속대로 명왕종에게 주어야 할 겁니다.”


그보다 더 문제는 만약 그렇게 되면 뒤늦게 우리에게 닿거나 혹은 닿지 않은 채 다른 인연과 만나는 청년들이 장차 어떻게 세상에 나설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명존의 섭리가 있다면 그들은 늦든 빠르든 두각을 나타내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와는 인연이 없는 상태로 나타날 것이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는데 명왕일종의 사람들이 너무 성급했어요.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말리지 못할 정도로 유약했고요.”


자책하실 일이 아닙니다.”


아니오. 자책해야 할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어찌할지 고민해야 할 일이고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 확보한 청년 가운데 천마지체가 있겠습니까?”


명왕일종과 합의하지 않으면 시험을 시작할 수 없으니 알 수 없습니다. 트집이 잡히지 않고자 굳이 알아보려 하지 않았습니다. 또 없다면 그도 실망스러운 일일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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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량조절에 실패해 글이 짧아 죄송합니다.


허안 배상


[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3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3

 

 

설자(楔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마을에 나타난 노인은 푸른 색 비단으로 지어진 옷을 입고 있었다. 비단에 불규칙한 비늘 무늬를 넣어서 시각에 따라 반짝이는 부분이 다른 특이한 옷을 입은 이 사람이 누구인지 권평서는 짐작할 수 있었다.


마교 내부의 양대 파벌인 명왕지종(冥王之宗)4대장로 혼괴광난(混怪狂亂) 가운데 괴장로 사남우(史南宇)라는 사람이었다. 다른 파벌인 명존지종에 속하는 인의예지 4대장로는 이미 만났고, 다른 쪽의 장로 하나를 만났으니 마교도가 아닌 사람 중에 이런 인연이 있던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할 수 있었다.


아무튼, 이런 벽촌에 마교 장로 사남우가 20명 정도의 부하를 이끌고 나타났으니 권평서 내외가 품고 있던 의심이 결국 실현된 셈이었다.


물론 이 시점에서도 여전히 그들은 마교의 속셈이나 사정을 정확히 알고 있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사남우는 마을 주민 누구에게도 묻지 않고, 백건재의 집을 향해 움직였다. 권평서 내외는 마침 밖에 나와 있다가 그들이 나타나고 바로 이 집을 향해 오는 모습을 몰 수 있었다.


사남우 일행이 마을을 중간 정도 지났을 때 마을에 남아있던 사람들도 창문을 열거나 나와보거나 하여 갑자기 마을에 들어선 낯선 방문자들의 모습에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백건재와 그 부친도 밖으로 나와서 그 흐름에 동참하였다. 다만 그들은 모르지만, 이 일의 관련자가 그들 자신이라는 점은 다른 사람과 다른 점이었다.


두 부자는 권평서 내외를 전송하기 위해 일 나가는 시간을 미뤘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어쩌면 집에서 저 사람들을 마주할 일은 없었을지 몰랐다.


권평서는 어쩌면 그들 부부가 이곳에 온 일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건을 촉발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면서 사남우 장로가 부하들을 이끌고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사남우 장로는 밖으로 나온 백건재를 보자 눈빛이 달라졌지만, 속도는 그대로 유지한 채 움직였다.


사남우가 다가오자 권평서는 잠시 고민하다가 백건재와 그 아비에게 몇 마디 말을 걸어 허락을 얻었다. 그리고 사남우 장로가 적절한 거리에 이르자 정중한 인사로 그를 맞았다.


사남우는 그 인사를 받았지만 바로 이렇게 말했다.

네가 누구인지 들은 적이 있다. 아마도 권평서라는 사람이 맞을 테지.”


사남우는 권평서가 뭐라 응대하기도 전에 말을 이었다.

오늘 본좌가 여기 온 목적은 네게 있지 않고, 작은 촌락의 작은 집이라도 이 집의 주인은 저들인 것 같으니 네가 나설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남우가 지적한 일은 이미 권평서가 고려한 바였고, 그렇기에 이미 두 백씨와 짧게 의견을 나눴던 것이라 사남우의 말에도 불구하고 더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저는 이들 부자와 전혀 관련이 없지도 않으니 무슨 일인지 여쭤봐도 되겠는지요?”


사남우는 권평서를 잠시 노려보는 듯했으나 누구에게 말하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누구라도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말했다.

거기 있는 젊은 청년 이름이 뭔지 모르겠지만, 그 청년하고 볼 일이네.”


무슨 볼일입니까?”
사남우의 표정이 어그러졌으나 말은 이어졌다.

우리와 같이 본교의 교단이 있는 곳으로 가주면 좋겠소.” 사남우의 시선은 이 말을 하면서 백건재를 쳐다봤지만, 권평서는 상대가 눈길을 주든 안 주든 말을 이어나갔다.


어째서 이 젊은이가 귀교를 따라야 합니까? 이 사람은 귀교에 입문한 적도 없으니 교도도 아닙니다. 그리고 귀하는 관리도 아니니 양민을 오라 가라 할 권리도 없습니다.”


관리를 시켜 오가게 하는 일을 우리도 못 할 것도 없지만, 그전에 이미 저 청년은 우리 교의 사람이다.”


그가 귀교의 교도라고요? 언제부터 그가 귀교의 교도입니까?”


날 때부터.”


그 말에는 마침내 백건재의 아비가 나서고 말았다.

노인장께 죄송하지만, 제가 이 아이의 아비인데 제가 모르는 날 때부터 교도라는 말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너는 알 필요 없다. 그러니 그 아이가 우리교의 사람임은 하늘의 이치다.”


권평서는 그 말을 듣고 문득 짚이는 바가 있어서 이렇게 말했다.

혹시 신탁이나 천명으로 뭔가가 임하여 이 청년에게 귀교의 연이 닿아 있다고 점지라도 하였습니까?”


사남우가 의외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말도 맞다고 할 수 있겠군.”


하지만 하늘의 뜻이라도 본인이 원하지 않는 일을 강제하는 일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권평서의 그 말에 사남우가 역정을 내며 말했다.

네가 소교주와 나눈 교분을 생각해 본좌가 많이 참았으나 점점 봐주기 힘들구나. 더 이상 쓸데없이 나선다면 본좌가 계속 참으리

라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백건재를 보면서 말했다.

네가 우리를 따라나선다면, 네 아비가 평생 먹고 살 재물을 줄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가 너를 해치거나 하는 일은 절대 없다. 또 흔히 이런 일이 그렇듯이 너를 데려가 종으로 부리거나 어디에 일꾼 따위로 팔아넘기려는 것도 아니다. 너는 모르겠지만, 너는 본교에 상당히 중요한 가치가 있다. 본좌는 가능하면 네가 순순히 우리를 따라 나서주기를 바란다. 본좌도 가능하다면 강제로 누군가를 억압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가능하다면 억압하지 않겠다는 말은 필요하다면 강제로라도 하겠다는 말을 다르게 한 것에 불과하다. 권평서는 사남우가 비록 마교라 불리는 집단에서도 더욱 어두운 쪽으로 생각되는 명왕일종의 사람이지만, 한 입으로 두말을 하거나 허튼소리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권평서는 백건재가 나름대로 판단력이 있고, 다 자란 청년이기에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편이 옳다고 생각하였다. 거기에 더하여 현실적으로 사남우 장로와 그가 이끌고 온 부하들을 그들 내외 두 사람이 상대하기는 버겁다고도 생각했기에 자기가 알고 판단한 내용을 일러주고 본인이 결정을 내리도록 돕기로 하였다.


만약 백건재가 가지 않겠다고 한다면 실력과 머릿수에 밀려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마교와 명왕일종이라는 선입견만으로 판단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권평서는 사남우에게 정중한 태도로 시간을 달라고 말하고 백건재에게 설명을 했다. 백건재와 부친은 불안하기는 하여도 당장 저

들과 맞서느니 당장은 저들의 말을 따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고 사남우를 따르기로 하였다.

사남우는 상당한 시간을 의논하도록 내주고 또 부자간의 이별할 시간을 준 뒤에 백건재를 데리고 부하들과 마을을 떠났다.

권평서는 남은 부친에게 자신이 가능한 한, 아드님을 돌보겠다는 약속과 위로를 건네어 마음을 다독인 다음에 안혜빈과 단둘이 되자 의논을 하였다.


결과적으로 이 마을에서도 구내아 또래의 청년이 마을을 이유야 어쨌든 떠나게 된 상황은 발생하였다.

하지만 오늘은 가외의 소득이 있었다. 마교의 명왕지종이라고도 불리고 명왕일종이라고도 불리는 세력의 장로가 남긴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말을 단서로 하여 권평서는 그간 모은 정보를 풀어놓고 안혜빈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혼자서 사색을 하다가 문득 한 가지 발상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떠오른 생각을 가다듬을수록 그 생각이 이제까지 정황에 완전히 들어맞으며 아무리 반대쪽에서 반론을 생각하려 하여도 

그러한 반론의 여지가 없다는 점만 확실해졌다.


그리하여 마침내 자신의 생각이 아무리 생각하여 맞다는 결론에 도달한 권평서는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외치고야 말았다.


이렇게 투미하다니 그걸 몰랐다니...”


단둘이 있기에 그 말을 들은 유일한 사람인 안혜빈이 자연히 이렇게 말했다.


무슨 일이신가요? 상공.”


권평서가 아내를 보며 말했다.

구천십지신마(九泉十地神魔)!”


?”

이 땅에 열아홉 곳의 신마가 태어날 자리를 풍수를 통해 찾아낸 것이오. 그리고 그 지세에 일부러 하늘의 기운을 담은 천문도를 바탕으로 숲을 일궜소. 구천십지에서 태어나는 흉험한 신마들은 뛰어난 인재들이지만, 그대로는 통제할 수 없는 살인귀가 되거나 흉신악살이 될 운명이 짙은 사람들이오. 하지만 그 기운을 바로잡을 수 있는, 그리고 아마도 이 경우에는 그 기운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진법을 더한 숲을 만들어 다스리고 변형시켰소.”


안혜빈도 그 말을 듣자 그래서 천문도를 바탕으로 한 숲을...”


그렇소. 부인. 바로 그것이오. 그리고 이들은 마교의 오랜 전설에서 말하는 세상을 뒤덮을 암왕 즉 명왕의 후보들이기도 하오. 그래서 그들이 날 때부터 마교에 속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이오. 천성이 신마에 속한 자들이니까 그건 명존을 섬기는 명존지종의 일맥에서는 전혀 그렇게 보지 않을 테지만 명왕일종의 일맥에서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오.”


그럼 큰일 난 것 아닌가요? 아직 무공을 모르지만, 그들은 선천적으로 악인이 되기 쉬운 사람들인데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태어나니...”


사달이 나려면 벌써 나고도 남았소. 그런데 이미 말했듯이 하늘의 성좌(星座)의 기운을 품은 숲이 그들에게 태중에서부터 그리고 태어난 이후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오. 그렇지 않았다면, 마을마다 그놈 사고 칠 놈인지 알았다는 평판 정도는 다들 듣고 살았을 것이오. 그러니 당장은 문제없소. 이 일을 꾸민 사람도 세상을 피로 씻고 싶은 미친 무공기재 열아홉을 원하지는 않았으니 그렇게 한 것이고.”


그럼 그들이 마교가 얻은 것이네요. 우리는 마교가 뭘 받고 협력하는지 몰랐잖아요. 그런데 상공의 이 생각이 맞는다면, 마교가 받은 것은 열 아홉 명의 천재에요. 그들의 수백 년 염원을 이뤄줄 정도의 천재들이죠.”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을 거요. 마교 내에서 양대 교종의 생각 차이가 있으니까. 명존의 일맥에서는 명왕의 일맥을 달래기 위해 이들을 제공한다는 것에 동의했다는 점은 확실하겠지만...”


그럼 이 청년들은 모두 마교가 데리고 있다고 생각해야 하나요?”


아니오. 그건 그렇지 않을 거요. 우리가 조사한 바로는 오늘처럼 마교 장로가 직접 나선 적은 없었소. 원래 이런 일은 운명처럼 어떤 부름이 그 사람을 인도한다는 것이 그 사람들 교리니까 그러나 오늘의 일을 보면 그 인내심이 다한 것인지도 모르오.”


명왕일맥의 인내심이 다해서 명존일맥의 왕학 소교주에게 강력히 요구하여 운명에 따라 저절로 그리고 천천히 오는 것이 아니라 찾아 나서서 빨리 얻는 길로 방향을 틀었다고 생각하여도 그럴 듯하네요.”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소.”


그게 뭔가요? 상공.”


만약 내가 한 추측이 맞는다면 이 열아홉 명 중 한 명은 반드시 천마지체를 타고난 청년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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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독자분들에게 감사합니다


허안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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