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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와선별주 재연재 진척 상황

안녕하십니까

코로나가 창궐하는 상황에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는 빼놓을 수가 없군요.

본론을 말씀드리자면, 와선별부의 재연재는 문피아를 시작으로 해서 반응을 보아 다른 플랫폼과 사이트로 확대한다는

기존 계획은 동일합니다.

어제 출판사와 계약서에 사인을 했고, 이로써 작가라도 자기 저작물인 와선별부의 자유로운 배포권리는 없어졌습니다.

ISBN이 연휴로 인해 아직 나오지 않아 연재는 원래 예정일보다 늦어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번주 안에는 첫 연재가 시작되리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법적인 절차인 도서인증이 완료되는대로 첫 게재가 이루어지면, 곧 다시 공지를 올리겠습니다.

혹시라도 궁금해하실 분이 있을까 싶어 이렇게 중간 알림이라도 드립니다.

그때는 많은 홍보와 추천을 거듭 부탁드리며 줄입니다.



허안 배상 


[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59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59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문주인 무하노조외에 참여한 사람은 모두 여덟 명이었다. 무하독문의 모든 사람은 두 사람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약리당(藥理堂), 명리원(名利院), 내율원(內律院), 공례당(恭禮堂), 준공당(駿工堂), 창군단(昌軍團), 상독원(祥毒院)이라 이름하는 각 부서에 속해 있었다. 두 사람의 예외란 문주와 문파의 대사형을 의미한다.


약리당은 약재의 효능을 시험하고, 연구하는 한편 약재상과 약재시장을 관리하고 약초를 채집하고 재배하고 판매 및 유통하는 일까지 책임진다. 연구와 상업을 동시에 하는 부서이고, 사실상 무하독문의 재정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하는 곳이다.


명리원은 재물과 인원을 관리한다. 재정과 인사를 담당한다는 뜻이다. 약리당 처지에서는 버는 놈은 따로 있고 쓰는 사람은 따로 있는 꼴인데 아무튼, 문주의 뜻에 따라 벌어온 돈을 관리하고 사람을 고용하는 일을 책임진다. 제자를 들이는 일에도 어느 정도는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그밖에 행정적인 사무를 대부분 처리한다.


내율원은 문파의 살림을 맡은 동시에 다른 문파의 집법을 겸한다. 간단히 말하면 밥도 차리고, 사람 벌주는 일을 맡아 한다. 녹포노조의 성격은 유별난 곳이 있어서 다른 문파라면 문파 내의 업무를 이런 식으로 나눠놓지 않았겠지만, 그는 이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정했고, 그 나름대로는 아직은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아직은 문파의 주인은 노조가 살아있으니 그럴 수도 있지만 말이다.

공례당은 다른 문파로 치자면 지객당이다. 손님맞이와 외부 행사를 책임진다. 가장 할 일이 없을 것 같지만, 대외적인 정보수집의 업무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문파를 찾은 손님의 다과상이나 차리는 곳은 아니다. 외부 행사도 책임진다는 것은 문주가 직접 가야 할 행사가 아니면 공례당의 당주나 간부가 그곳을 찾아가야 한다는 뚯이니 무공이나 외모도 좋아야 하고, 또한 여러 격식에 능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자리다. 또한 외부행사는 다른 문파의 경조사 참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강호의 비무대회부터 상단이 개최하는 크고 작은 규모의 임시시장이 열린다면 거기에 얼마나 찬조를 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의 규모로 참석해서 어느 정도의 실질적인 혹은 무형의 이득을 얻어야 하는지를 책임지기도 한다. 청성이나 점창이라면 다르지만, 상설시장이 아닌 임시 약령시가 열린다면 그 일을 미리 탐지해야 한다. 약령시라면 약리당이 맡아 하겠지만, 가죽이나 모피 시장이 열린다면, 그것은 공례당의 일이 된다. 문파의 체면과 이익을 조정하면서 촉 땅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사를 주시해야 한다.


준공당은 암기를 제작하거나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든다. 병기뿐 아니라 문파의 건물과 일상생활에 필요한 도자기와 유기며 산공(産工)의 일은 이들이 책임진다. 또한 문파가 기르는 동물도 돌보는데 독이나 약을 실험하는 동물을 기르고 조달하거나 그냥 식량으로 사용될 가축을 기르는 일도 포함된다. 물론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동물은 말이다. 파발과 여러 일에 사용되는 준마를 잘 관리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실제로 공례당과는 별개로 준공당은 자체의 파발과 전령을 따로 운영한다.


창군단은 무하독문에 속한 보통의 무사와 병사 그리고 외부에서 초빙한 무림인을 모아 놓은 곳이다. 많은 제자를 양성하지 않는 무하독문이 넓은 지역의 약재시장을 장악하려면 어느 정도의 무력이 필요한데 인원이 부족하니 일반 무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문파의 경비와 외부의 주요 시설이나 우호 세력에 대한 무력적인 보호와 지원을 담당한다.


마지막으로 상독원은 무하독문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름이 독문이니 독을 연구하고 독공을 수련하는 일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다. 상독원은 무하독문의 직계제자들이 독공을 익히고 수련하는 부서로 하는 일은 수련밖에 없고, 그렇게 실력을 높이는 일 외에는 다른 일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실력을 인정받으면, 위에 열거한 문파의 각 부서에서 일하게 된다. 자질이나 성격에 따라서 실력이 매우 높거나 낮으면 계속 상독원에 남는 일도 있었다. 재능이 좋으면 더 높은 경지에 도달시키기 위해서, 실력이 낮으면 외부 활동을 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331단으로 이루어진 이 일곱 부서의 책임자와 당적이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이었다. 당적은 입문 순서로는 대제자가 아니었으나, 자질이 제자 중에 가장 뛰어났다. 그래서 점창이나 청성 같은 대단한 자들이 모여든다는 소문을 공례당이 입수하자 문주가 파견시킬 사람으로 그를 보냈다.


가장 뛰어나긴 하지만, 압도적으로 뛰어날 정도는 아니었기에 제자 중에 후계자의 위치를 확보했다고 할 수는 없는 처지였다. 재능과 무공 및 독공의 실력으로 다른 사형제보다 나은 것은 사실이었으나, 다른 사형제 중 가장 뛰어난 자들과 비교하면 말했듯이 약간의 우위를 보이는 정도였다.


그리고 그 정도의 차이는 문주의 의사에 따라서 그리고 문파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들의 의사에 따라서 얼마든지 무시될 수 있는 정도의 우세함이었다.


만약 무하독문의 문주인 녹포노조가 아들이 있었다면 하다못해 조카라도 있었다면, 그리고 그 사람이 정말 손을 놓을 정도로 둔재가 아니라면, 다른 제자들은 그와 경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녹포노조는 독공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불임의 몸이 되고 말았다. 여자와 관계를 맺는 일은 정상적으로 할 수 있어도 그 관계에서 아이는 낳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젊어서 아직 독공이 원숙하기 전에 다행히 딸을 하나 보았다. 정식으로 결혼한 것은 아니고 그때는 녹포노조가 무공과 독공 그리고 문파의 일에 집중하였기 때문에 자신의 씨를 가진 여인이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다는 것을 몰랐고, 자신의 후손이 귀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다른 자식을 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도 자신이 바깥에서 낳은 딸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아이를 찾았는데 그 딸은 이미 평범한 남자와 결혼해서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혼전이라면 하나밖에 없는 딸을 평범한 남자와 결혼시키지 않았겠지만, 자식까지 낳고 사는 딸의 가정을 깨뜨릴 수는 없어서 결국 마음에 들지 않는 사위와 딸을 거두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 평범함이 못마땅한 이 사위는 그나마 딸만 낳았다. 그리고 불행히도 두 번째 딸을 낳는 도중에 노조의 딸이 사망했다. 둘째 외손녀도 산후 곧 죽어서 노조의 가족은 사위와 죽은 딸이 남긴 큰 외손녀만 남았다.


이후 노조는 딸도 없어진 마당에 마음에 들지 않는 사위는 내쫓고 손녀만 남겨두었다. 손녀를 봐서 사위의 목숨을 남겨두었지. 마음 같아서는 없애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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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허안 배상


[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58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58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후대에서는 사천으로 불리고,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아직도 촉이라는 삼국지 시대의 이름도 통용되는 땅을 관에서 부르는 명칭은 하나가 아니다. 관에서 여러 이름으로 불러서 그런 것이 아니고, 행정구역을 여럿으로 나누었기 때문이다. 중심이 되는 성도를 주장 삼아 전체를 성도부로(成都府路)라고 부르면 간단했겠지만, 그 북쪽으로 이주로(利州路)가 따로 분리된 행정구역이고, 동쪽으로는 재주로(梓州路)와 기주로(夔州路)가 따로 더 있다.


관에서야 넷으로 나누든 몇으로 나누든 일반 평민의 삶에서는 하나의 촉땅이라는 개념이 통한다. 혹 그 말이 과장되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무림의 관점으로는 그렇다.


상단이나 항회 혹은 표국과 같이 돈벌이를 겸하면서 무력을 지닌 집단이 아닌, 무력을 기반으로 한, 정확히 말하자면, 문파의 성격이 이익은 버려도 무공과 무인으로서의 정체성은 버릴 수 없는 강호 세력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런 세력이 이들 사로(四路)에서 가장 강한 무림 세력이. 강호의 싸움이 무공만으로 결판나는 것은 아니니 모든 것을 총동원하여 싸우는 총력전에서는 누가 이길지 모르나, 또한 강호의 싸움이란 것은 무력이 높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사천 무림이라 부르든 뭐라 부르든 이 지역에서 가장 강하다고 여겨지는 무림 세력은 청성, 점창이 가장 먼저 손에 꼽히고, 그다음으로 무하독문이 언급된다. 그리고 보통 여기까지 언급되면, 그러나 어둠에 숨은 마교의 힘은 가공스러우며, 마교의 고수들이 나설 경우 지금 언급한 세 문파가 과연 그 앞에 설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사람도 있다.


물론 누구도 이 세 문파의 사람 앞에서 대놓고 그런 소리를 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정도로 이들 문파는 강하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언급되는 청성과 점창의 무공이 가장 강할까? 그것은 그럴 수도 있다. 그렇지만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점창이나 청성의 무인이 가장 강할 것인가 하는 물음에는 객관적으로 그렇지 않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였다.


심지어 점창이나 청성에서도 무공은 자신들이 가장 뛰어나고, 가장 뛰어난 고수도 자기네 사람이지만, 진짜로 목숨 걸고 싸운다면 누가 이기느냐는 질문이라면 답이 다르다는 사실을 속으로는 인정하고 있었다.


문파의 체면을 생각해 겉으로는 부인하지만, 속으로는 인정하는 촉한무림의 최강자는 무하독문의 현문주인 무하노조이다. 주로 녹의(綠衣)를 입어서 녹포노조라고도 불리는 무하독문의 장문인이 일대일의 승부라면 청성이든 점창이든 최고수를 내보내도 당할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내부적인 판단이고, 강호의 사정을 아는 사람들의 공통된 판단이기도 하다.


무공은 청성이나 점창의 최고 고수가 혹시 녹포노조를 누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독공의 고수인 무하노조의 특징상 생사를 걸고 싸운다면, 승패의 저울추는 녹포노조 혹은 무하노조라고도 불리는 무하독문의 지금 주인 쪽으로 기울 것이라는 판단이 대부분이다.

일정 수준 이사의 성취를 지닌 독공의 고수가 내공과 무공마저 높다면, 무공의 고하를 겨루는 비무가 아닌 생사를 다투는 전투에서는 독공고수를 이길 수 없고, 그래서 녹포노조가 이끄는 무하독문은 이 땅의 무림의 일각을 이루는 세력으로 존중과 두려움을 받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사천에서 나오는 약재를 가장 많이 유통하는 시장의 지배자로서 경제적으로도 탄탄한 기반을 지니고 있어서 사회적인 기반도 약하지 않았다.


무하독문을 적으로 돌린다면, 사천의 약재시장에서 뭔가를 구할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렇게 무공과 독공 그리고 문파로서의 세력까지 고민거리가 없을 것 같은 무하독문이지만, 지금은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문주인 무하노조의 수제자 당적이 어느 촌구석에서 가져온 수혼수보(搜魂手譜)라는 북야왕의 무공 때문이었다.


청성과 점창이 그 요상한 지하에서 각기 보물을 챙겨 돌아갔으니 그 자리에 참여한 당적이 무공비급 그것도 북야왕의 무공비급을 내버려 두고 올 수 없었던 상황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분실하지 않고, 갖고 도망가지도 않고 무사히 문파까지 

가져온 것도 큰 공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뱉을 수도 없고, 삼킬 수도 없는 물건이었다. 그래서 무하노조는 녹포노조라는 별명을 얻게 한 녹색 옷을 입고, 그래도 


모자만은 붉은색 모자를 쓰고 지난 며칠 동안 지속한 고민을 오늘도 하고 있었다. 녹색모자는 중원에서는 부인이 불륜을 저지른 무능한 남자를 의미하기 때문에 아무리 좋아하는 색이지만, 차마 머리까지 녹색 모자를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점창이나 청성이야 자기들 문파의 실전된 무공이니 나중에 누가 찾아와서 뭘 요구하든지 수락할 수밖에 없고, 약속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수혼수보는 그 대단한 북야왕의 물건이지만, 익히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그런 것은 필요 없고, 귀하가 요구하는 조건에는 받을 수 없으니 도로 가져가라고 할 수 있었다.


긍정적으로 보면 무공비급을 검토하여 그 가치를 평가한 다음에 받을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는 셈이었다. 누가 되었든 뭔가 요구 조건을 말하려면 찾아오긴 할 테니 돌려주면 그만이다. 본파의 실전된 무공이라서 그 어떤 조건에도 되찾아야만 하는 청성이나 점창과는 처지가 다르다.


그래서 녹포노조는 그 수혼수보를 검토해 보았다. 그리고 고민에 빠졌다. 비록 이 무공이 대단하지만, 만약 누군가 나타나 너희들이 쥐고 있는 약재유통권을 통째로 내놓으라고 한다면 과연 이 비급과 교환할 것인가? 무하독문이 절반 혹은 대부분이 죽거나 다칠 전투에 참여하라고 한다면? 그것도 받을 정도로 가치가 있는가?


그런 고민을 하던 무하노조는 오늘은 결론을 내리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고민을 여러 사람에게 떠넘기기 위해 혹은 좋은 말로는 고민을 함께 나누기 위해 문파의 핵심 인물들을 모두 불러서 회의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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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되세요


허안 배상


[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57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57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명왕종의 혼괴광난 사대장로 각자 의자에 앉고, 유귀붕이 그 앞에 단정히 선 채 있었다. 낮이지만 창문을 모두 닫고 촛불을 여럿 두어 조명으로 삼은 실내였다.


가장 무공의 재주가 뛰어난 보가 남매가 떠났다고 들었다. 그리고 다른 아이 둘은 아예 저쪽으로 갔다지?”


그렇습니다.”


네 덕이 부족한가 보구나.”


그렇습니다.”


그리 쉽게 말해선 안 될 것이다. 네가 미래를 본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것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사실은 너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즉 어떤 경우에는 네 재주로 네 목숨을 살릴 수 없을 것이란 말이다.”


이제는 같은 편인데 그런 살벌한 말씀은 안 하셔도 됩니다.”


네가 진정 우리와 같은 편이긴 한 것이냐?”


‘“물론입니다. 귀 교단이 먼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 한, 우리가 먼저 귀교단을 등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미 이탈자가 넷이나 나왔다.”


이제 남은 사람은 끝까지 함께 합니다. 그 점은 보장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함께 귀교단을 지원하겠습니다. 귀교단이 먼저 우리를 내치지 않는 한 말입니다.”


좋다. 믿겠다.”


믿어주신다니 감사합니다. 그런데 소지막의 가족은 구했습니까?”


네가 알 필요가 없는 일이지만, 방금까지 믿음을 이야기하고 있었으니 말해주도록 하마. 이미 구했다.”


그렇군요. 그러면 다른 질문도 있습니다.”


사대장로는 잠시 서로 전음으로 의견을 나누고 대답했다.


묻기를 허락한다.”


저희는 귀교단과 함께 갑니다. 그런데 귀교단은 정말 소지막과 함께 갑니까?”


거병이 실패할 경우 우리가 그에게 등을 돌릴 것이란 뜻이냐? 그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이미 그에게 약속하였다. 우리의 신앙을 건 약속이니 되돌릴 수 없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대비책이 있으면 좋지 않습니까?”


무슨 대비책? 만약 소지막의 거병이 실패한다면, 우리는 어둠 속으로 숨어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다음 때를 기다리면 된다. 맹세한 이, 그것이 최선이다.”


다른 길도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소지막과 손을 잡기 전이라면 모르지만, 손을 잡은 지금 다른 길은 있을 수가 없다. 그를 배신할 수 없으니, 최대한 성공하도록 돕고 만약 실패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다행히 이곳은 황도에서 멀고, 세상은 이곳의 거병이 없더라도 전란으로 빠져들어 갈 것 같으니 잘하면, 소위 역모에 가담하여 실패한 것 치고는 큰 피해가 없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점은 이미 너희하고도 합의를 본 일인데 이제 와서 다른 소리를 하는 것이냐?”


아닙니다. 다른 소리를 하는 길이 아니라 다른 길이 있다는 것입니다.”


소지막과 협력하거나 배신하거나 둘 중 하나고, 배신할 수 없으니 둘 중 하나조차 아니다. 무슨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이냐?”


소지막이 바라는 것은 역성혁명입니다. 그자의 능력과 천하의 정세를 보면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이 촉한으로 한정 지으면 새 나라가 성립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실패한다고 해서 반드시 관군에게 쫓겨 다니며 추포라는 폭풍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니란 말입니다.”


어떻게 아닐 수가 있나?”


이미 장로님들도 말씀하신 대로 이제 난세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소지막이 망해도 두 번째 거병하지 못하란 법이 없습니다.”


두 번째 거병?”


세상이 비교적 안돈 되어 있고, 중앙의 힘이 살아있다면 한번 역모가 실패한 땅에서 짧은 기간에 두 번째는 불가능합니다. 일단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군대도 자금도 그럴 여유가 이 땅에 남아있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 경우에는 다릅니다. 이곳에 중앙에서 대규모의 토벌군을 보낼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고, 지금 황실이 북방의 군대와 싸우느라 정신이 없다면, 소지막 대감이 성공하면 좋고, 실패해도 다음 기회는 여전히 남게 됩니다. 이전에는 중앙에서 보낼 군대를 막아내어야 나라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중앙이나 중원의 다른 지역에서 인정하든 말든 내가 촉한을 차지한 군주라고 주장한들 간섭할 수 없으면 성공이라는 말입니다.”


네 말대로 토벌군을 보낼 정도의 여력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 여기서 내가 천자(天子)요 하고 주장한다고 해서 황제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우리같이 어느 정도 세력이 있다고 하여도 그건 마찬가지다. 군부도 강호도 아니 우리라도 소지막이 실패한 상황에서 그런 사람이 나온다면 앞다투어 목을 베어 조정에 보낼 것이다. 그리고 여기는 다시는 그런 일 없을 테니 신경쓰지 말고 북쪽 군대와 전쟁이나 잘하십시오. 그렇게 말하는 태도를 보일 것이다. 다시 말해 외부의 인정이나 외부의 간섭이 없더라도 최소 촉한 내부의 묵인은 얻어내야 한다. 하지만 그건 가능하지 않다. 그런 게 가능하다면, 아무나 칭제할 수 있지. 더구나 소지막이 한번 실패한 상황에서 곧이어 그렇게 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말이 됩니다. 효율성이 없는 곳에서는 정통성만 있다면 가능합니다.”


정통성?”


, 정통성이 있다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소지막은 역성혁명의 부담이 있지만, 지금 황실과 같은 국성(國姓)을 지닌 예를 들어 현 황실의 종친이나 선대 황제 중 한 사람의 혈통을 이은 사람이 있다면 어떻습니까?”


사대장로들이 모두 표정이 굳어졌고, 누군가 말했다.


그게 누구냐? 그런 사람이 있느냐?”


유귀붕이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는 이상했습니다.”


뭐가 말이냐?”


여러분들이 저와 친구들을 데려온 사정을 알았을 때 말입니다. 구천십지의 풍수가 작용하는 곳이 있다. 그 지맥을 이은 19곳의 산간 벽촌에19명의 인재가 선천적인 능력을 지니고 태어난다. 거기까지는 이해했습니다. 실제로 우리 각자가 능력도 있었고요. 그런데 와서 보니 보연로랑 보연한이는 남매더라고요. 이건 전에 구내아를 만났을 때도 지나가는 말인 척 한번 말한 적이 있는데 눈치채지 못하더군요. 지금은 알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 아이들이 남매인 것이 뭐가 어떻다는 말이냐?”


이런이런 아직 눈치를 못 채시다니 상당히 총명한 분들로 알았는데 말입니다. 쉽게 말씀드리죠. 숫자가 맞지 않습니다. 아홉 곳의 열 아홉 명의 인재. 구천십지의 절맥을 이은 인재가 더 있을 리가 없다. 다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늘의 섭리인데 다른 길이 있겠는가? 그런데 와서 보니 같은 절맥에서 두 사람이 나왔습니다. 그러면 그것만으로도 열아홉이라는 숫자는 무너집니다. 그러면 정말 19명뿐인가? 왜 이런 일이 생겼지? 그걸 생각했습니다. 그 답이 간단한 곳에 있습니다. 누군가 하늘의 성좌도의 기운을 나무에 심어서 구천십지의 각 장소에 그 기운이 서로 간섭하도록 했습니다. 이것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러면 그 사람이 태어나는 구천십지의 인재들의 성정에만 그 기운이 관여하도록 그쳤을까? 그 숫자조차 조절하지 않았을까?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더 집어넣을 수 있도록 하지는 않았을까? 그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집어넣는다면, 어떤 사람을 집어넣었을까? 어떤 혈통에게 구천십지의 절맥과 천문성좌의 기운을 빌어 만든 숲의 영향력이 닿도록 했을까? 어떤 부부를 언제 그 마을로 이주시켜서 살게 했을까? 그들이 아이를 잉태하는 시기까지 조절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란 말입니다.”


그 말을 다 듣고 나자 명왕종 사대장로의 안색이 변했다. 그것을 보고 유귀붕이 말했다.


정말 까맣게 모르셨나 보군. 신을 믿고 하늘을 믿는 분들이라 감히 천지의 섭리에 누가 간섭해서 이만한 조작을 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안 하셨나 봅니다. 한편으로는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사실이 그런 것을 말입니다.”


사대장로는 마음을 진정하고 그중 한 사람이 대표로 물었다.


그래서 아직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남아있겠구나.


구내아는 우리의 수장으로 섭리가 정한 사람이었습니다. 책사라는 사람은 온 세상을 제 맘대로 주무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군주가 아닙니다. 책사에게는 군주가 필요합니다. 군주 없는 모사꾼이란 말이 안 됩니다. 그래도 저는 구내아를 보냈습니다. 왜냐하면 하늘이 안배한 혹은 어떤 사람이 안배한 또 다른 군주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게 누구냐?”


우리와 같은 구천십지의 인재입니다. 아울러 혈통으로는 지금 황실의 태조의 피를 이은 분입니다. 아시다시피 현 황실의 혈통이 도중에 바뀌어 태조의 아우 쪽으로 이어진 사실은 아실 것입니다. 그러니 조건만 맞으면 이 땅에서 다시 정통의 깃발을 높이 드는 것이지요. 어떻습니까? 이만하면 소지막이 실패했을 때 충분한 대의명분을 가지고 세울만하지 않습니까? 물론 황제가 되지 않아도 귀교단에 협력하는 우리들의 수장이 될 것입니다. 어차피 구내아가 우리 수장이었어도 구내아를 황제로 세우려는 것은 아니었으니 사람만 구내아가 아니지, 나쁜 것이 없습니다. 그저 이 사람은 구내아보다 타고난 혈통이 좋아서 다른 가능성을 지녔다는 장점이 하나 더 있는 것입니다.”


소지막이 성공하면?”


소지막 대감의 곁에 정통 황실의 피를 이은 사람이 높은 지위에서 새 황실을 지지하는 좋은 모양새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 황실에도 시씨가문인가가 그렇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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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독자님들에게 감사합니다.



허안 배상


[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56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56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보연로와 보연한 남매는 청년들과 그 후로 하루를 더 있다가 헤어졌다. 철오사자가 아쉬운 마음에 잡아보았으나, 거절당했고 더는 권하지 못하고 약간의 은자를 노자 삼아 주었다


다만 안혜빈은 원래 살던 마을로 돌아가는 일은 좋지 않을 것이라 충고하였고, 그들도 그 말에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리하기로 하고 떠났다.


당분간은 어디선가 무공을 익히며 앞으로 무엇을 할지 생각하고, 그 후에는 세상 구경도 하고 싶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그 후에는 무엇을 하며 돈을 벌고, 무엇으로 강호 혹은 세상의 한 부분이 될지 생각해야 하겠지만, 그들은 아직 젊었고, 지금은 충고보다는 자기 의지가 강한 시기라 생각하여 나중에라도 생각나면 찾아오라는 말만 정성스럽게 남겨 두었을 뿐 안혜빈도 더는 잡지 않았다.

 

그런데도 목주란과 기화동이 합류하여 명존교에 있는 청년남녀의 숫자는 더 늘어났다. 목주란은 유귀붕과 같이 있는 국요관과 같은 재주를 지니고 있었다


동물과 대화할 수 있고, 동물을 뜻대로 부릴 수 있었다. 목주란의 말에 따르면, 같이 지내면서 본 결과로는 국요관과 그녀의 능력이 약간은 다르다고 말했다.


정확히는 그녀도 설명할 수 없지만, 국요관은 동물을 지배하는 편이고, 목주란은 동물의 친구로서 부탁하면 친구들이 척척 잘 들어주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동물들이 목주란의 요청을 거절하거나 할 수 있냐하면, 그것은 또 아니라고 하니 그것이 지배와 어떻게 다른지 그녀도 설명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당사자가 두 사람이 동물과 소통하는 법이 차이가 있다니 그렇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기화동의 능력은 손을 쓰지 않고, 물건을 움직이는 능력이었다. 나타난 결과만 보면 허공섭물과 다른 점이 없었다. 하지만 내공으로 손을 대지 않고 물건을 움직이는 재주를 부릴 수 있는 고수는 매우 희귀한데 기화동은 무공이나 내력이나 그 수준에 도달한 것이 아닌데도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점이 달랐다



기화동 본인도 어떻게 그렇게 하는지 모르고, 그냥 보통 사람이 팔을 들어 올리면, 팔을 들 수 있는 것처럼 그렇게 된다고 했다. 언제부터 할 수 있었냐는 질문에는 그것도 역시 모른다고 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였다고 한다. 자기가 언제부터 걸음마를 떼고 걸을 수 있었는지 기억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이것도 그냥 언제부터인가 되었다고 말했다.



다만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당연히 부모였고, 기화동의 부모는 배운 것은 없는 산골 농부 부부였지만, 이런 재주를 지닌 자식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좋은 일이 없을 것이란 예감 정도는 지닌 사람이라 절대로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런 능력을 보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나중에 자신도 나이를 먹을수록 자신 말고는 그런 재주를 지닌 사람이 없고, 구천십지의 다른 청년들이 그렇듯이 일정 수준의 총명은 갖추고 있었기에 부모의 당부가 없어도 이것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 좋다는 생각은 스스로 하게 되어서 더욱 감추고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데도 결국 명왕종의 사람들이 찾아왔고, 그들을 따라나서서 도달한 곳에는 소향향이라는 자기 또래의 여자애가 역시 자기와 같은 재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소향향은 유귀붕하고 남고 따라나서지 않았다. 기화동이 시험해본 바로는 그들이 가진 능력은 힘의 차이가 없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떤 물건을 둘 중 한 사람이 힘을 쓰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은 간섭할 수 없다. 다시 말해서 소향향이나 기화동이 어떤 물건을 마음으로 움직이고자 하면, 더 강한 능력을 지닌 사람이 그 물건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먼저 마음을 먹고 움직이기 시작한 사람이 그 물건을 다루게 되고, 뒤늦게 시작한 사람은 그 물건에 간섭할 수 없다는 점을 실험으로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마음으로 움직이던 물건에서 손?때면, 그 물건은 다시 먼저 마음의 손을 댄 사람이 다룰 수 있게 된다는 뜻이었다.

각자 다른 물건을 들고 공중에서 그 물건끼리 맞닿게 해서 줄다리기나 반대로 밀기도 해봤는데 그때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와서 두 사람 사이에 힘의 차이가 존재하는지 알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안혜빈이나 명존교의 사람들도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왜냐하면 애초의 약속과 달리 명왕종에서 이러한 실험의 정보를 제대로 넘기지 않았고, 유귀붕이 친구들에게 부탁하여 왜곡된 실험 결과를 일부러 보여주고 진짜 실험 결과는 자기들만 알고 있으려 한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자기 몸을 공중에 띄울 수는 있니?”


그건 해봤는데 안 돼요. 아무래도 생명이 있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아요., 고양이나 강아지로도 해봤는데 안 되더라고요. 나무나 풀도 안 돼요.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닌데 어려운 편에 속해요. 지푸라기나 오래된 마른 나무나 장작 같은 것은 무게가 무거워도 쉬운데, 방금 꺾은 나뭇가지는 가벼워도 어렵더라고요. 이미 가구가 된 의자나 목침이나 책상 같은 것은 간단하게 들 수 있어요. 사람인지 동물인지 모르겠는데 뼈로도 해봤는데 그건 죽은 지 오래라 그런지 어렵지 않았어요.”


그래 그런 특성을 타는구나. 그러면 무게는 어떠니 어느 정도까지 움직일 수 있지?”


백오십 근까지는 해봤어요. 그런데 무게보다는 떨림 없이 움직이는 일이 더 어려워요. 책이 가득 꽂힌 책장을 흔들리지 않게 옮긴다든지 하는 일요. 그게 훨씬 어렵죠. 무게는 그냥 들 수 있다없다의 문제고 일단 들 수 있으면, 그 다음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아요. 하지만 빠르게 움직인다든가 정확하게 움직인다든가 하는 것은 연습할수록 나아지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좀 그런 게 찻잔을 가지고 연습한 것은 베개를 가지고 연습할 때는 거의 도움이 안 돼요. 뭐랄까 유귀붕이 찾아준 말인데 사물마다 물성(物性)이 다르다고 해야하나? 하여간 그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기화동의 자기 능력에 대한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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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세요



허안 배상


[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55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55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다관이라고 음식을 팔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이왕 이리된 김에 철오사자는 돈을 풀어서 음식을 내오게 하고, 필요하면 근처의 다른 유명한 식당에서 사 오게 하여, 음식을 차려놓게 하였다.


음식이 있고, 원래 선천적으로 이어진 사람들이니 청년 남녀는 금방 평생 사귄 친구처럼 때로는 육성으로 때로는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며 점점 더 친해졌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그 대화에 끼기 조금 어려운 철오사자와 안혜빈은 이어진 탁자에 있지만, 약간은 단절된 분위기로 대화를 나누었다. 철오사자가 말했다.

우리가 다음으로 찾아 나선 사람은 해광수 이 청년이었는데, 이 사람은 특이하게... 이런 어느 사이에 물들었습니다. 사실 특이한 것은 등영림 소저의 예지몽으로 사람을 척척 만나는 일인데 말입니다.”


, 아직 만나지 못했는데 명존교에서 구천십지의 마을을 찾아다니고, 그 마을의 청년 중에 특이한 사람이 있는지 탐문하고 다녀서 발견했으니 다행입니다.”

해광수의 경우에는 일단 그 마을에서 태어난 청년 남녀 중에 구천십지의 인재는 없다고 생각되자, 그 마을을 떠난 청년이 있는지 조사하였고, 그런 청년이 있다는 마을 사람들의 말에 따라 그 청년을 찾아 나서서 여기에 이른 경우였다. 해씨 성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나마 쉽게 찾았다는 것이 철오사자에게 보고를 올린 명존교의 사람의 평가였다.


그래서 뭘 하고 있나 했더니 조금 큰 마을의 대로변에 자리를 깔고 앉아 점을 봐 주고 먹고살고 있다고 했다. 조금은 생각하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일단 찾아가 보기로 했고, 그 결과 현재 상황이 된 것이다.

이제 이러면 열아홉을 모두 찾은 것이지요?”


명왕종을 따라간 청년이 더 많기는 하지만, 일단 그렇습니다. 우리가 가기 전에 열다섯을 이미 모아두셨지요?”


그게 오히려 해가 되었습니다. 그 아이들 가운데 몇은 그렇게 미리 그곳에 모여있지 않고, 섭소청이나 해광수, 이 청년처럼 나중에 찾았다면, 혹시 우리에게 올 가능성도 있을지 모르는데 말입니다.”


지나간 일은 후회해야 소용없습니다.”


, 앞으로나 잘 해야 하겠지. 그런 점에서 등소저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어떤 일은 잘못되기 전에 그 길로 가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던 철오사자가 갑자기 표정을 바꾸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안혜빈에게 전음을 날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안혜빈도 아래층이 소란스럽다는 사실을 느끼고, 경계는 했지만, 얼굴에는 웃음을 머금고, 뭐가 좋은지 자기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고 있는 청년들의 분위기를 지켜주려고 하였다.


안혜빈이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는데 아래층에서 사람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철오사자가 앞장서서 사람을 데려오고 있었는데 그들의 얼굴이 보이자 안혜빈은 약간 놀랐다. 명왕종과 명존교가 갈라지던 날, 딱 한 번 본 얼굴들이지만, 장차 중요한 사람이 될 것으로 생각해서 그 얼굴을 잊지 않기 위해 명확히 봐두었던 사람들이 이층으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떠들던 청년들도 일제히 대화를 멈추고 이제 막 계단에 상반신이 올라오면서 나타나고 있는 사람들을 주목하였다. 무공으로 기척을 알아차린 것이 아니란 점을 안혜빈은 직감하였고, 확실히 봐둔 얼굴이지만, 그것 때문에 더욱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봐둔 얼굴인데도 그런 확신이 필요한 이유는 나타난 사람들이 매우 의외의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등장한 사람들이 유귀붕과 명왕종을 따라갔던 청년 중의 몇이었기 때문이다. 철오사자가 이층으로 인도해 온 청년은 넷이었다. 남자 둘과 여자 둘이다. 그들의 이름도 들은 것 같았다. 얼굴과 달리 이름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간이라도 그들과 지냈던 구내아나 백건재는 그들을 잘 알고 있었다.

어서 와라.”


그러면서 그들의 이름을 차례로 부르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남자 둘은 기화동, 보연로라는 이름을 지녔고, 여자는 목주란과 보연한이라고 했다. 그 이름들을 들으면서 안혜빈도 보연로와 보연한은 남매라고 했던 점도 기억났고, 무공으로는 이 두 남매의 재능이 매우 탁월하다고 했던 말도 생각이 났다.


구내아와 백건재가 반갑게 자리를 권하며 오늘 처음 만난 섭소청과 해광수를 소개하고, 한 번 얼굴은 보기는 했지만, 아직 친할 기회는 없었던 등영림과 옥소홍도 기억나지?’ 하면서 말을 건네고 있는데 안혜빈으로서는 그전에 확인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 있었다.


만나게 돼서 무척 반갑다만, 그전에 우리가 여기 있는지는 어떻게 알았는지 알려주겠니? 혹시 유귀붕이 예지로 알려준 거니?”


그 질문에 대답한 사람은 목주란이란 이름을 지닌 처자였다. 목주란이 손을 내밀자 열어 놓은 창으로 까치 한 마리가 날아 들어와 팔등에 앉았다.


아니에요. 작아를 시켜 멀리서 따라다니게 했거든요.”


네 재주는 동물을 부리는 재주로구나. 그런데 그 새 이름이 작아인가보구나. 그 새로 우리를 감시했니?”


감시는 아니고요. 그냥 어디로 가는지 궁금했어요. 그날 우리가 헤어질 때 거기 남긴 했지만, 솔직히 저는 귀붕이하고는 좀 안 맞는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랬어요. 그래도 이쪽을 따라나서기도 그래서 머뭇머뭇하다가 그냥 남게 된 거죠. 그래서 혹시나 몰라서 작아를 시켜서 어디로 가나 따라가게 했어요. 그리고 오늘은 그쪽을 떠나서 이리로 온 거죠.”


기화동이란 청년이 나서서 말했다.

저도 비슷합니다. 딱 그 자리에서 결단하고 움직여야 했는데 주춤주춤하다가 그냥 남게 된 거죠. 저는 귀붕이란 안 맞는다기보다는 구내아가 우리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선천적인 안배든 뭐든 그래야 한다는 느낌이랄까 생각이 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구내아가 중심이고 유귀붕이가 책사랄까 군사랄까 그런 것을 해야 하는데 우리가 갈라져서 아쉬워요. 하지만 각자 자기 성격이 있으니 다시 합치기도 어렵겠죠. 하지만 무리를 이끄는 수장이냐 머리 좋은 책사냐를 생각하면, 책사 없는 군주가 군주 없는 책사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어요. 유귀붕이란 잘 안 맞는 것까지는 아닌데 구내아랑은 더 잘 맞을 것 같았고요. 그래서 거길 떠나기로 했어요.”


떠난다고 하니까 그냥 보내주더냐?”


솔직히 싫어하는 것 같긴 했는데 강제로 붙잡아 두기도 어렵다고 생각했을 거에요. 연로랑 연한이가 같이 나왔으니까요. 이 얘들은 그 사이에 무공이 엄청나게 강해졌어요. 우리 주변에 있던 무사로서는 붙잡을 수가 없을 정도로 강해졌거든요. 솔직히 얘네들이 떠난다고 하지 않았으면 우리도 못 나왔을 텐데 얘들 두 남매가 나간다고 하고, 우리도 거기 합세하니까 못 막은 거죠. 그거 막으려면 피해가 장난 아닐 테고, 그런 피해를 입고도 확실히 저지한다는 보장도 없었거든요. 그리고 마음 떠난 사람 붙잡아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같았고요.”


알겠다. 그럼 너희 두 남매도 비슷한 생각이냐?”


오빠인 보연로가 대답했다.

우리 생각은 약간 다릅니다. 우리도 구내아랑 유귀붕이 힘을 합쳤다면, 떠날 생각은 없었어요. 그건 지금이라도 혹시 합친다면 우리도 다른 애들이랑 같이 있고 싶어요. 그런데 이미 그러기는 틀렸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우리도 유귀붕을 모시고 살 생각은 없어요. 그렇다고 이쪽으로 오겠다는 것도 아니에요. 어차피 둘로 쪼개진 거, 셋으로 쪼개져도 상관없죠. 뭐 딱히 쪼개진다기보다는 우리 남매는 우리대로 얘네들하고 상관없이 살려고 일단 생각해요. 그래서 거길 나왔어요. 여기 온 이유는 아직 못 만난 다른 애들하고 그래도 얼굴은 한번 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왔어요.”


안혜빈은 그 말을 믿었다. 믿지 않을 이유도 없었고, 마음으로 대화하는 이들 사이에서 거짓말은 쉽게 간파된다. 구내아가 거짓말을 알고도 말해주지 않을 가능성도 없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하여도 어쩔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일단 안혜빈은 새로 온 청년들도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다시 한 탁자 옆으로 옮겨서 철오사자와 따로 자리를 마련하면서 새로 합석한 청년들과 기존의 청년들이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걸 지켜보면서 그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철오사자에게 전음을 날렸다.


전에 제가 섭소청의 고향과 태어난 곳 등등 관련된 장소를 조사해야 한다고 했던 일 기억하시죠?’


철오사자 역시 전음으로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알아보는 중입니다. 건 갑자기 왜?’


남편하고만 알아봐야 어차피 귀교도 알 일이니 말해드리죠. 이제까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섭소청이를 만났을 때까지만 하여도 그 이상하다는 생각이 깊어지기만 하고, 뭔지 몰랐는데 이제 뭐가 이상한지 알았습니다.’


뭐가 이상하다는 말씀입니까?’


구천십지의 인재는 구천십지, 열아홉 개의 지맥에서 태어난 열아홉 명의 청년 남녀에.’


네 그렇죠. ’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보연로와 보연한은 남매예요. 확실히 알아본 건 아니지만, 한마을에서 태어났겠죠. 섭소청은 어디서 났는지 의혹이 있다는 점은 이미 구내아가 말했고요. 섭소청도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닌데 보씨 남매가 한마을에서 태어났고, 구천십지의 지맥이 문자 그대로 열아홉 개라면, 숫자가 맞지 않습니다. 한 지맥에서 두 사람이 태어났다면,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19명만을 찾아냈죠. 거기다가 이미 섭소청의 사례도 이상합니다. 물론 아직도 뭐가 잘못됐는지 구체적인 것은 모르지만, 이제 뭔가 잘못된 것이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러한 전음을 듣자 철오사자 역시 한 방 맞은 표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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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감사드립니다.


 허안 배상


[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54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54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해광수가 무언의 초청을 받고 다관으로 올라왔다. 그가 자리를 접자 주변 상인들이 혹시 비가 오는지 염려했으나, 그건 아니라고 말해주자 안심하는 표정을 뒤로하며 다관으로 향하는 해광수의 앞길을 사람들이 비켜주었다.


해광수가 다관 2층으로 올라오자 철오사자는 가게 주인을 불러서 은자를 준 다음, 2층은 물론 다관 전체를 전세 내었다. 철오사자가 데리고 온 무사들이 1층 전체와 2층 입구를 지키는 가운데 안혜빈과 철오사자와 뭇 청년들과 해광수가 처음 만나는 자리가 이루어졌다.


시장에는 굉장히 부유하고 높은 사람이 해광수가 용하다는 소문을 듣고, 점을 보러왔는데 시장 바닥에 앉을 수 없는 고귀한 신분이라 다관 전체를 빌려서 점을 본다는 소문이 퍼지도록 할 작정이었다.



 

안녕, 처음 봐 나는 등영림이라고 해.”

그 말을 시작으로 구내아와 백건재, 옥소홍, 섭소청의 인사가 이어졌다. 그리고 안혜빈과 철오사자가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였다.

해광수 처지에서는 낯선 사람들이 찾아와서 친근하게 구는 상황인데 그러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그간 상대해온 사람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해광수도 나중에 알게 되는 일이지만, 그는 무림인은 이때 처음으로 접촉했기 때문에 안혜빈이나 철오사자 같은 사람이 지닌 무인 특유의 기색이 보통 사람과는 다르다는 점은 알았지만, 그것이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는 아직 알지 못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구내아를 비롯한 청년들이 이제까지 만난 그 어떤 사람들과도 다르다는 점도 느끼고 있었는데 그러면서도 뭔가 묘한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 역시 난생처음 겪는 경험으로 낯설었기 때문에 해광수는 약간은 당황하고 있었다.


점을 치는 일을 직업을 선택하고 나서 사람의 판단하고 평가하는 능력이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세상은 넓어서 모든 일에는 처음 겪는 일이란 것이 존재하였다. 다만 무림인을 처음 만나는 경험은 몰라도 구천십지의 인재를 만나는 일은 그 자신이 그런 인재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겪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물론 구천십지의 인재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점쟁이로 나서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안혜빈이 부드러운 음색으로 질문했다.

점을 보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누구이고 왜 왔는지를 알겠니?”


아니요. 그런데 제가 정말 점쟁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점쟁이는 아니지만, 사람의 내부까지 들여다보는 듯하더구나. 촉각과 후각, 청각을 다 이용하면, 사람의 몸속까지도 눈으로 보는 듯이 알 수 있는 것 아니니? 나는 네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사람의 마음속이 아니라 몸속까지 들여다보는 일에 시각은 오히려 방해되기 때문에 눈을 가리고 다니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다. 내 말을 이미 들었겠지만, 눈도 보일 테고, 아마도 보통 사람보다 잘 볼 것 같다. 아무리 어두운 밤에도 문제없을 정도로 보고, 어쩌면 보통 사람보다 훨씬 먼 곳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시력도 좋을 것 같은데...”


그게 오히려 문제가 될 것 같아서 가리고 다닙니다. 어디선가 눈을 오래 가리고 다니면 눈이 나빠진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사실이다. 보통 사람은 그렇지. 하지만 네 경우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아주 늙은 후에는 사람이라면 신체 능력이 저하되니 그럴지도 모른다만, 그리고 너 말고는 다른 사례가 없어서 확실한 수는 없다만, 하늘이 너희에게 내린 재주가 그렇게 쉽게 시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구천십지의 인재에 대해서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으니 이것은 그저 그렇지 않을까 하는 추측에 불과하다.”


구천십지의 인재가 무엇입니까? 추측하자면, 여기에 있는 이 친구들이 구천십지의 인재에 해당한다고 생각됩니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니까 말입니다.”


나도 어떻게 하는지는 모른다만, 소청이의 말로는 마음을 연다고 하더구나. 너도 한번 해보지 않겠니?”


마음을 열라고요? 흐음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 ! 뭔가가 느껴집니다. 이건... 이렇게 하는 건가? 으헉!”

그다음부터 장님과 귀머거리가 된 답답함을 느끼는 일은 철오사자와 안혜빈의 몫이 되었다. 섭소청의 능력을 중심으로 청년남녀들이 다른 사람이 들을 수 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점은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들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할 리가 없었다. 안혜빈과 철오사자도 지금 오가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그 대화의 내용이 들려서 함께 그 내용에 참여하고 있다면, 저런 표정 변화가 자연스럽게 보일 테지만, 그렇지 않으니 말없이 그저 표정만 대화

에 맞춰 적절하게 변하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는 일은 약간 기괴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서로 묻고 답하고, 중요한 이야기부터 태어난 마을의 시시한 이야기까지 온갖 이야기가 오고 가다가 마침내 구내아가 그 이야기를 마무리 짓자는 내용을 친구들에게 전달하고서야 어색하게 오랜 시간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철오사자와 안혜빈이 벗어날 수 있었다.


안혜빈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너는 조금 전에 이들을 친구라고 했었다. 처음 봤지만 말이지. 어떠니 이들이 이제는 진짜 너의 친구니?”


해광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친구들에게 네 눈을 보여주렴. 그리고 친구들의 얼굴도 보고, 비록 네가 눈으로 보지 않아도 사람의 윤곽을 살필 수 있다고 하여도, 실제로 보는 것과는 차이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내 주모께서는 그것을 설명하실 때 그나마 비슷한 것을 찾자면 사람이 돌로 된 조각상처럼 보인다고 하셨다. 색깔도 음영도 없는 단색의 조각 같은 것이라고, 그것만으로도 누구인지 알아보는 일도 공격을 하거나 막는 일도 가능하지만, 그래도 실제 눈으로 봐서 색이 덧입혀지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하셨지. 너는 그분과는 또 다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차이는 있을 것 같으니 한번 맨눈으로도 친구들을 보는 것이 어떻겠니?”


해광수는 그 청을 받아들여서 손을 올려 눈을 가린 안대를 풀었다. 그리고 이미 많은 대화를 나눠 오늘 처음 만났지만, 생 사귄 사람처럼 친해진 친구들의 얼굴을 처음으로 보았다.


평생 사귄 듯한 친구를 오늘 처음 만나는 일도 그들의 얼굴을 처음 보는 일도 보통 사람은 경험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런 특이한 일들이 이 청년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일 같았다.


하지만 그런 특이한 사람이라도 이 청년들도 사람이었다. 그 분명한 사례로 섭소청을 눈으로 처음 본 해광수도 그 미모에는 눈이 동그랗게 되었다는 점을 보면 그것을 잘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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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독자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허안 배상



[알림] 와선별부 재연재와 관련하여 부탁의 말씀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코로나로 어려운 시절이지만,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제가 다니던 회사를 퇴직하고 나온지도 두달 하고 열흘이 지났습니다. 

그간 와선별부의 연재와 다음 작품을 준비하면서 작가로서 다시 서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한 시간이었습니다.

중고등학생을 둔 가장이 늦은 나이에 전업작가로 젊은 재기와 신선함을 갖춘 사람들이 넘치는 웹소설 연재에

다시 끼어들려하다니 어리석은 생각일 수도 있지만, 안 될 때 안 되더라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려는 마음이 큽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무튼 기존 작품 <와선별부>를 끝내기 위해 한 출판사와 계약을 진행중입니다.

아직 정식 계약은 맺지 않았지만, 잠정적으로 내년 2021년 1월1일부터 <문피아>를 시작으로 

웹연재를 기존 출판되었던 1권부터 재개하기로 하였습니다. 

반응을 보아 카카오나 네이버등 다른 웹사이트나 모바일로 연재를 확대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죄송하지만, 정식 계약을 맺으면, 계약상 현재 이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연재분은 부득이 삭제하게 됩니다. 

올해 말일까지는 남겨두고, 약속드린대로 주2회 연재도 올리겠지만, 혹시라도 정식 계약과정에서 

즉시 삭제와 추가 연재 중지를 요청받으면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그렇게까지는 안 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하며, 기존에 이 블로그에 오셔서 보시던 분들은 그때까지만

와선별부를 이곳에서 보실 수 있으니 그점은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매니지먼트를 담당한 출판사측의 말을 들어보면 연재물은 초기에 홍보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사실 이건 듣지 않아도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정말 죄송하지만, 제 글을 여기까지 따라와서 읽어주신 분들에게 염치없는 부탁을 드립니다.

연재가 시작되면, 연재기간 동안, 특별히 연재초기에 좋은 덧글 올려주시고 추천을 많이 해주시기 바랍니다. 

주변에 제 글을 좋아할 성향의 분들이 계시면 입소문과 홍보를 부탁드립니다. 

다시 읽어만 주셔도 감사할 처지이지만, 그렇게까지 해주신다면 정말 감읍할 것입니다.

읽으셨던 글을 다시 보시기 어렵겠지만, 대개 웹연재물의 초반은 보통 무료이고, 

잠정적으로 현재 초반 50편 정도는 무료이니 이 부분만이라도 귀한 시간을 내셔서 말미에 추천과 덧글로 응원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아울러 그렇게 해주시고 이 블로그에 그렇게 하셨다는 글을 남겨주시면, 더욱 황송하고 감사하겠습니다. 

재연재가 시작되면 저작권이 다시 매니지먼트 출판사로 돌아가기 때문에, 계약 이전과는 달리 작가 혼자 마음 먹는다고

<와선별부>의 완결이라는 독자분들에게 대한 책임을 다하기 어렵습니다.

제 글이 부족하여 상업적 실패를 겪는 일이야 제 탓이지만, 혹시라도 노출될 기회만 조금 더 있었다면,

가능했던 일이 아니었을까라는 미련이 남을까 두렵습니다. 

이 점에서 그간 읽어주신 분들에게 과한 부탁과 요청을 드립니다.   

그리하여 기존 독자 여러분의 도움으로 최소한의 실적이 있어 연재를 내리지 않고 지속할 수 있게 되면,

내년 상반기 안으로 작품을 완결지을 생각입니다. 

웹연재의 특성상 매일 연재를 기본으로 하면,

기존 출간된 9권 분량과 출간은 안 되었지만, 연재했던 분량, 그리고 새로 선보일 분량을 합쳐 

6개월 안에 연재가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독자분들께서 저와 함께 완간을 볼 수 있도록 

재연재가 시작되면 해당 사이트 등에 링크를 달고 다시 부탁드리겠지만, 

덧글과 추천으로 부디 도와주시기를 다시 한번 거듭 청하며 줄입니다.




허안 배상

   

[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53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53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등영림의 의문에 안혜빈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다. 다만 이번에 만난 청년은 너희의 다른 쪽인 유귀붕에 비할 정도로 머리가 좋구나. 다만 머리가 좋은 것을 넘어서 그 재능을 덕으로 치장하여 보일 줄도 안다. 너희 나이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품성과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미래를 읽는 것은 아니란 말이죠. 그런데 그러면 저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사기 아니에요? 사기라면 틀린 말로 점을 봐주는 거잖아요?”


사기가 아니라 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상대방의 몸짓을 읽은 능력이 그 나이에 탁월하다. 용한 점쟁이란 원래 그런 것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점쟁이는 엉터리가 아니라 진짜 점쟁이라면, 정말 저처럼 미래를 보거나 읽는 것 아니에요?”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점쟁이는 진짜고 가짜고를 떠나서 상대방의 몸짓과 태도, 표정 등의 여러 기색을 읽고 그것에 반응해서 대답해주는 능력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등영림이 아직 완전히 이해를 못 듯싶어지자 안혜빈의 말이 이어졌다.


예를 들어 점쟁이가 동생이 있다고 말하면, 동생을 말하는 동안에 상대의 표정을 살핀다. 동생이 없는 사람이라면, 뭔 소리냐는 표정이 떠오르기 쉽고, 동생이 있다면 그걸 어떻게 알았냐는 표정을 지을 것이다. 사실 어지간한 사람이면 동생이 있기 마련이다. 그 짧은 사이에 표정의 변화와 기색을 살핀 다음에 자신의 말을 이어나간다. 동생이 있다고 말하려다가 갑자기 이런 없으시네요. 이렇게 말하는 것이지 상대방이 동생이란 단어를 듣자 혹시라도 슬픈 표정이 보인다면, 어려서 동생이 죽었거나 잃어버린 경우일 가능성이 크니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셨네요. 이런 식으로 말을 이어간다. 그러면 상대는 아니 어떻게 그걸 알지 하게 된다.”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안혜빈의 말이 이어졌다.

너희의 공력이 부족하여, 나와 철오사자가 전해준 말을 전해 들었으니 저 청년의 어조와 음색에 담긴 여러 가지를 파악하지는 못했을 테니 너희가 그런 점을 깨닫지 못한 것이 있어도 큰 문제는 아니다.”


그 말을 듣고 구내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댁에 우환이 있다는 말은, 우환이 없으면 점쟁이를 찾아올 리 없으니 십중팔구 맞는 말이 될 것이고, 정말로 재미 삼아 오는 사람이라면, 표정에 그것이 드러날 테니 그걸 놓치지 않겠죠.”


설령 정말로 능력이 있어서 미래를 맞히는 점쟁이라 하더라도 그렇게 사람의 기색을 읽고 대처하는 능력은 점쟁이에게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저 해광수는 애는 장님이잖아요.”


점쟁이 중에 장님은 드물지 않다. 장님이 점쟁이를 하면서 오랜 기간 그 일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면, 그 나름대로 눈이 없어도 상대의 기색을 읽을 줄 안다고 봐야 한다. 설사 정말로 미래를 읽은 능력을 지닌 진짜 점쟁이라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점을 보는 일도 장사고, 상인의 가장 중요한 능력은 손님의 기분을 맞추고 손님의 기색을 살피는 일이다. 내 물건이 장터에서 가장 좋은 물건이니 너희들이 안 사고 배기겠냐는 태도로 장사를 하는 사람은 정말로 그의 물건이 가장 좋은 물건이라도 성공하기 쉽지 않다. 그보다는 물건의 질이 떨어져도 손님을 배려하는 상인이 더 성공하기 쉽다. 물론 여기서 배려란 무조건 손님의 비위를 맞추고 친절하게 대한다는 뜻이 아니다. 능수능란하게 손님에 맞춘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손님에 따라서는 친절한 태도보다도 당당하게 물건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는 편이 나은 때도 있다. 저렇게까지 건방지게 나오니 물건 하나는 틀림없겠군. 런 생각을 들게 하는 편이 나은 손님도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저 해광수의 행동은 그런 면에서 저렇게 행동하는 것일까요?”


아마도 손님을 평소에 가려 받는다고 하니 자신이 비위를 맞출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아마도 자신이 기색을 읽을 수 있는 사람만 가려 받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렇게 사람을 가려 받는다고 하더라도 너무 잘 맞추는 것 아니에요?”

이번에는 섭소청의 질문이었다.

그것이 그의 능력일 것이다. 너희가 지닌 능력과는 다른 그만의 능력. 그런데 섭소청. 그의 마음에 말을 걸 수 있겠니?”


아니요. 한 번 시도했는데 아직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다고 해야 하... 하여간 그래서 지금은 안 돼요.”


안타깝구나! 그랬다, 내가 이런 설명을 하지 않고 너희가 그의 마음에 일어나는 생각만으로도 그가 예지력을 지닌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르는 말이다.”


안혜빈이 다시 확신을 대답에 보여주었지만, 그들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미래를 읽는 능력이 있어서 점을 봐주는 것이 아니라면 그의 능력은 뭐죠? 어떻게 그의 능력이 또 다른 예지능력이 아니라고 확신하시는 거예요?”


나의 주인 내외 되시는 두 분을 만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확신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주모 되시는 분의 능력을 보았기에 확신한다. 저 청년에게 있는 것은 예지력이 아니다.”


예지력이 아니면 뭔가요?”


나는 저 청년이 극도로 발달한 오감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각을 상실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런 척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는 눈을 감고 있어도 사방이 다 보이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내 주모이신 강인혜님이 그러하신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까 이 정도 거리의 이층 건물에서 자기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의 말도 가볍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청각도 좋다는 뜻이지.”


안혜빈의 그 말에 구내아와 모든 청년이 저도 모르게 해광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해광수 역시 그들의 시선을 알아차렸는지 안혜빈의 말에 더는 모른 척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돌려서 그들 쪽을 보고는 고개를 약간 숙여서 아는 체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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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걸리지 마시고 건강하실 기원합니다.



허안 배상

 


[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52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52

 

 

설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해광수에게 오늘의 첫 손님이 찾아왔다. 꽤 잘 차려입은 노인과 그를 따라온 아들인 듯한 사람 둘, 그리고 하인인 듯한 사람도 셋이나 거느린 일행이었다. 그들이 앞에 서자 해광수의 자리 앞은 그것만으로 꽉 차보였다.


노인이 말을 건넸다.

자네가 점을 꽤 잘 본다고 들었네. 그리고 사람 따라서 말을 해주기도 하고 천기를 누설할 수 없어 감추기도 한다고 하더군. 어디 나를 보아줄 수 있나?”


해광수는 어차피 보이지 않는 눈이지만, 고개를 들면서 말했다.

그건 무슨 점을 보실 것인지 따라 다릅니다.”


혹시 길일을 잡을 줄 안다면 내 딸의 혼삿날을 정해주면 좋겠네. 그리고 그걸 묻는 이유는...”


해광수가 그의 말을 잘랐다.


죄송하오나 그걸 물어보시는 이유는 어르신께서 그때까지 사실 수 있는지 궁금하기 때문이시겠군요.”


, 그런 셈이지. 다른 자식들은 다 치우고 이제 하나 남았는데 정혼자 집안을 졸라서 일찌감치 혼례를 올려야 할지. 조금 더 곁에 두어도 될지 궁금하네. 내 조금 더 살 수 있다면, 더 오래 딸을 보아도 되겠고, 굳이 장차 딸의 시집이 될 곳에 굳이 혼삿날을 재촉할 이유도 없지만, 더 살지 못한다면, 내 살았을 적에 하루라도 일찍 보내는 편이 좋지 않겠나.”


해광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죄송하오나 비록 자리가 누추하오나 이 앞에 앉아 주시겠습니까?”


아들들은 비록 마르고 깨끗하긴 하였으나 짚을 짜서 만든 자리에 아비를 앉히는 일이 마땅치 않아 보였으나, 노인은 흔쾌히 응낙했다.


노인이 자리에 앉자 해광수가 말했다.

소인이 어르신의 관상을 보아야 하는데 보시다시피 맹인이니 손으로 만져서 윤곽을 봐야 하겠습니다. 상당히 오랜 시간 더듬어야 할 터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렇게 하세. 내 점을 보러 왔으니 뭘 망설이겠나.”


해광수는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 손을 내밀었다. 노인은 몸을 숙여 해광수가 자신을 잘 만질 수 있도록 했다. 아들들이 얼른 옆에 내려앉아 아비가 몸을 숙이다가 무리가 가지 않도록 옆에서 부축했다.


한참의 시간을 공들여 만진 후에 해광수는 손을 떼더니 잠시 뭔가를 생각했다. 그리고는 다시 말했다.


소인이 확실히 하기 위해서 어르신의 수상도 볼까 합니다. 하지만 역시 보이지 않으니 손을 내밀어 주시면 제가 손으로 더듬어 손금을 알고자 합니다.”


노인은 이번에도 흔쾌히 응하면서 손을 내밀었고, 해광수는 그 손을 한 손으로 붙잡고 한 손은 노인의 손끝에서 손목까지를 천천히 움직이면서 면밀하게 짚었다 떼었다 하며 손금을 읽는 듯했다. 그리고는 노인의 다른 손도 부탁해서 그 손도 시간을 들여 읽었다.

 


이렇게 천천히 하니 비록 한 사람이지만 점 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거의 반시진이나 걸렸다. 해광수가 마침내 노인의 몸에서 손을 완전히 떼고 말했다.


제가 읽은 바를 들으시려면 복채를 주셔야 합니다.”


이를 말인가. 그야 당연한 일이지.”


천기를 읽는 일에는 대가가 따르니 듣지 아니함만 못할 수도 있습니다. 보통 결과가 나쁘면, 사람은 화를 내기 마련입니다.”


이 늙은이는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싶네. 설령 내일 당장 죽는다고 하여도 그게 자네 탓이 아니지 않은가? 하늘이 정한 수명일 테지. 하지만 내일 죽는다는 사실을 안다면 오늘 그 준비를 하고 싶네. 결코 자네를 원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


그러시다면 복채부터 주십시오.”


그러자 노인이 준비한 주머니를 상위에 올려놓았다.


안에는 분명히 금자나 은자가 들어있을 테지만, 무엇이 얼마나 들어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런데 해광수는 그 주머니가 상위에 올려지자마자 말했다.


너무 많습니다. 숫자는 같아도 되지만, 은이면 충분합니다.”


그 말을 들은 노인과 아들들이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 안에 넣은 것은 은이 아니라 금이 맞지만, 설령 돌을 넣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알아볼 방법은 없었다. 그런데 설령 눈이 보이는 사람이라도 알 수 없는 일을 장님인 해광수는 알아차리고 금이 아니라 은으로 같은 양을 달라고 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많다고 생각하지 않네. 솔직하게만 말해주게나.”


복채는 신령한 것이므로 받을 만큼만 받아야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다치지 않습니다. 부디 거두어 주십시오.”


해광수가 그렇게까지 진지하게 말하자 노인은 아들을 쳐다보았고, 아들이 품 안에서 은자가 담긴 다른 주머니를 꺼내어 상에 조용히 올려놓았다. 해광수는 그 은자 주머니를 집어서 품에 넣으며 말했다.


처음 주머니보다 은자 한 냥이 덜 들었으나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아들이 약간 당황하며 말했다.


내가 돈을 아끼려는 것이 아니라 따로 준비한 것이 없어서 있는 것을 주다 보그리되었네. 부족하다면...”


아닙니다. 천기 앞에서 복채에 욕심을 부리는 일은 금기입니다. 하나 적으니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라 제가 욕심을 줄여서 잘 되었다는 뜻입니다. 하오니....”


해광수는 그렇게 말하고 말을 잠시 끊었다. 그러자 노인과 아들들이 자연히 긴장하면서 해광수에게 더욱 주목하였다.


하오니, 소인의 말이 귀에 쓰다 하여 너무 원망하시지는 마십시오., 그 또한 욕심입니다.”


노인이 그 말을 받았다.


알겠네. 그리함세. 걱정하지 말고 일러보게나.”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노인장께서는 반년을 넘기지 못하실 듯합니다. 그것도 약을 잘 쓰시면, 그렇게 연장되겠으나, 그 늘어난 기간에 병마의 고통이 매우 크시니 살아도 사신 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가?”


죄송합니다.”


아들들의 표정이 변했으나 노인이 보지도 않고 자기 뒤편의 기색을 읽고 손을 내저었다.


자네가 죄송할 것이 무엇인가? 오히려 고맙네. 내 천수를 일러주어 고맙네.”


그렇게 말하고는 노인은 아들들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나 서더니 그 자리를 천천히 떠나갔다. 해광수가 상대가 보든 말든 앉은 채로 그쪽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다관에서 그 진행되는 모습을 보던 등영림이 안혜빈을 보면서 말했다.

뭐죠? 저 애도 저처럼 미래를 보는 건가요? 그런데 우리 같은 능력은 남녀 한 명씩만 있는 거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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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건강하세요


허안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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