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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41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41

 

 

설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무사장이 철오(哲惡)사자에게 보고를 올렸다.

다른 매복이나 위험은 없습니다. 부하들을 사방으로 지형의 험준함과 관계없이 보냈습니다. 우리를 위협할 정도의 병력이 근처에 있거나 다른 위험이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우리를 어찌할 정도의 대병력이라면 지나치게 접근하기 전에 알 수 있을 것이라 사료 되옵니다.”

그렇다면 소수의 고수로 습격하려는 계획을 지닌 자들이 없는 한, 이건 저 산적 나부랭이들이 저지른 일에 불과하다는 말인데 왜 그랬지? 누구에게 사주를 받은 것인가?”

부상자들에게 들은 말로는 우두머리에 해당하는 놈들은 이 자리에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모시려던 귀인도 이 자리에 안 계신다고 생각됩니다. 저쪽에 모인 처녀들이..”

무사장이 그 말을 하면서 한쪽을 가리켰다.


이 마을 처녀들이랍니다. 이름을 물었는데 섭소청이란 소저는 없었습니다. 혹시 두려워서 겁을 먹고 본명을 숨겼으면 모를까 말입니다.”


마을을 습격해놓고 그놈들은 어디로 간 것이지? 귀인이 없다?”


그때 다른 무사 하나가 급히 달려왔다. 무사장이 눈짓으로 직보를 지시하자 바로 보고했다.

사자께 아룁니다. 산적 한 놈을 두들겨서 알아낸 것인데 우두머리 녀석이 이 마을에 무척 예쁜 처녀를 노리고 이런 짓을 벌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처녀가 달아나서 그 뒤를 쫓아간 모양입니다.”


그 보고를 듣고 있을 때 안혜빈 일행이 도착하는 모습과 그들이 급히 어디로 가는 모습을 철오사자도 포착했다. 방금 들은 보고를 생각하고, 안혜빈이 저리 급히 이유도 없이 움직일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자 무사장에게 이곳을 수습하라 명하고 바로 움직였다.

 



안혜빈이 떠나고 구내아와 등영림 그리고 옥소홍이 아직 숨을 고르고 있는 곳을 지나면서 물었다.
여용선자께서 섭소청을 행방을 발견하고 가신 것인가?”


구내아가 그렇다고 대답하는데 등영림이 외쳤다.

나도 데려가요. 꿈에는 내가 그 애를 만났어요.”


뭔가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철오사자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나가려던 걸음을 멈춰서더니 자신의 장포를 벗었다. 그리고 그것을 두껍고 둥글게 말아 등영림을 감싸서 자기 옆구리에 끼며 말했다. 처녀의 몸을 직접적으로 닿지 않으려는 조치였고, 그러면서도 한 마디 했다.


사태가 시급하니 실례하겠소. 소저.”


, 괜찮아요. 그리고 왜 그 애를 볼 때 시야가 약간 이상했는지 알겠어요. 정면이긴 하지만, 고개를 이렇게 들고 앞을 봐서 그랬던 거에요.”


철오사자는 그 말은 신경도 쓰지 않고, 등영림을 옆구리에 낀 채 달렸고, 몇몇 무사들이 그 뒤를 따랐다.

 


옥소홍이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나도 갈게.”


구내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내가 잘 지켜보고 있도록 하지.”

옥소홍은 적당한 위치에 자리를 잡고 앉더니 눈을 감았다. 구내아만이 옥소홍의 영혼이 이미 그 몸 안에 남아있지 않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백건재는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지시하며 소리를 지르는데 안혜빈이 그 입을 막더니 돌연 백건재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저쪽에서 사람의 육성이 들리고 기척이 느껴진다. 싸움이 일어날지 모르니 너는 여기 있어라.”


그리고는 바로 몸을 움직였다. 백건재는 안혜빈의 말에도 자기 마음에는 여자의 애절한 소리가 계속 들리는지라 가만있을 수가 없어서 들리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다만 안혜빈이 말한 뜻을 알기에 뛰지 않고 걸어서 움직였다.


안혜빈이 얼마 가지 않아 나무가 성긴 곳으로 나가면서 본 광경은 젊은 처녀가 벼랑 끝에 서 있는 모습이었다. 그들이 찾는 아가씨인 섭소청이 틀림없어 보였다. 그녀를 보자마자 안혜빈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까지 그렇게 예쁜 여자를 본 적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산골 소저답게 좋지 않은 옷을 입고 얼굴이나 머리에 무슨 장식을 하거나 꾸민 것도 아닌데 저 정도 미모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였다. 예전에 만난 전은선 정도가 그 미모를 견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어찌해보려는 산적 우두머리는 섭소청이 벼랑에서 떨어지겠다는 위협에 더는 다가가지 못하고 대치 상태를 이루고 있었다. 우두머리 뒤로 여섯 명의 부하들이 두목의 여자가 되면 앞으로 삶이 편해진다는 둥 헛소리를 늘어놓고 있었지만, 섭소청의 발걸음을 그들 쪽으로 움직이는 일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마을과 친족의 안위를 놓고 협박도 하는 모양이지만, 그 역시 섭소저의 단호한 표정을 바꾸지는 못하고 있었다.


 

다만 우두머리의 분위기를 볼 때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인데 안혜빈은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주변의 기척을 감지하는 수준을 더 올리자 아래 절벽으로 내려가는 사람이 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투덜거리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는데 내용인즉, 괜히 평소에 수영 잘한다고 했다가 자기들이 이 고생을 한다는 말이었다.


이어지는 내용을 듣고 추측해보니 이 벼랑은 그리 높지는 않고, 아래에 물이 흐르고 있어 막상 떨어진다고 하여도 떨어지는 도중에 벼랑에 부딪혀 머리를 다친다거나 하지 않으면, 쉽게 죽을 곳은 아니었다. 다만 물이 깊어서 낙사로부터는 안전하다지만, 물에 빠져 죽을 위험은 충분했다. 안혜빈이 보기에도 주변 산세가 그리 높을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우두머리 녀석이 부하를 시켜 미리 아래에 내려가 있다가 섭소청이 떨어지면 물에서 건져내고 붙잡아 두기도 하라고 명령을 내린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섭소청이 수영을 잘한다고 하여도 물에 떨어진 다음 도망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저러한 대치는 우두머리가 시간을 벌려는 수작을 겸하고 있었다. 그렇게 상황을 파악하고 나자 안혜빈은 오히려 섭소청이 떨어져 죽을 일이 없다는 사실을 알자 더 가벼운 마음으로 싸움을 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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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등의 사정으로 연재가 한달을 쉰 셈인데 생각해보니 독자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안 드린 듯합니다.

이제 백수니 주 2회 연재는 경제적 상황이 허락한다면, 유지하도록 하겠습니다.


허안 배상


  


[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40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40

 

 

설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눈을 감은 구내아를 방해한 것은 마차밖에서 들려온 무사의 목소리였다.

사자께 아룁니다.”


사자라고 불린 남자는 마찬 안에 타고 동행하고 있던 명존교의 인물로 이번 행사에 명존교에서 붙여준 고수였다. 명존교에서는 인의예지 사대 장로의 바로 아래 자리를 차지한 인물은 모두 일곱으로 이를 칠대사자라고 지칭했다.

이 사람은 그 중 철오(哲惡)사자였다. 철오사자가 밖의 소식에 무슨 일이냐고 묻자 무사가 대답했다.

우리가 가는 마을에 변고가 생겼다고 보냈던 척후조가 돌아와 알렸습니다. 아마도 산적으로 보이는 자들에게 마을이 공격받고 있는 듯합니다.”


하필이면 우리가 가는 지금? 이게 우연이라면 공교롭고, 우연이 아니라면 큰일이구나.”


어찌할까요?”


무사는 가는 곳만 알지 정확한 임무의 내용을 모르고 있기에 이렇게 물은 것이라 철오사자는 그것을 탓하지 않았다. 다만 당연히 할 일을 앞두고 시간을 끈 일이 안타까웠다.


뭘 어째? 당장 그 마을을 구해라. 가능한 사람을 살려야 한다. 무엇보다 여기 마차 안의 처자들 또래의 처녀는 모시러 가는 귀빈일 수 있으니 반드시 구해야 한다. 다만 이게 우연이 아니라면 함정이 어딘가에 있을 수 있고, 주변에 매복이 있을 수 있으니 무사를 나누어 그에 대비하라.”


무사장이 명령을 이행하는 동안 마차는 최대 속력을 내고 있었다. 철오사자가 안혜빈을 보면서 말했다.

제가 알기로 조금 있으면 마차로는 갈 수 없는 길이 나옵니다. 거기서부터는 경공으로 가려 합니다. 재 걸음으로는 1각도 안 걸리고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이고,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는 질문이 생략되어 있었다.


안혜빈이 대답하였다.

저도 같이 가고 싶지만, 이 아이들만 놓아두고 갈 수가 없군요.”


저희도 뛸게요. 산 타고 다니는 일 어려서부터 해서 잘해요.”

옥소홍과 등영림이 그렇게 말하자 가난한 산촌에서 어려서부터 자란 것은 마찬가지인 백건재와 구내아도 그 말에 찬성하고 나섰다.

좋다. 그렇다면 마차가 멈추면 바로 뛰자. 사자님보다는 늦겠지만, 하는 데까지는 해보도록 하자.”


철오사자가 말했다.

이 마차와 귀인만을 호위하는 무사는 제 직할 무사는 스물 세 명입니다. 일곱만 저를 따르고 나머지는 남겨두겠습니다.”


그리고 밖에다 대고 같은 말을 반복해 외친 다음, 열여섯 명의 무사는 무공이 없거나 약한 사람을 동행해 뛰는 것이니 기운이 부족할 일이 없을 것이니 주위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고, 구내아 등을 철저히 지키도록 지시하였다.


이후 마차가 정지하자 철오사자는 일곱의 수하를 이끌고 길도 아닌 곳으로 움직이더니 사라졌다.

 




안혜빈쪽은 남은 무사 중에 길을 잘 아는 사람이 앞장서 뛰기 시작했다. 안혜빈은 지닌 경공을 펼치는 일이 목적이 아니라 구내아 등을 지키면서 가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그들의 속도에 맞췄다. 다행히 다들 어려서부터 산골에서 농사와 집안일을 해왔던 한창때의 청년들이라 달리기 실력이 상당히 좋았다.

 


그래도 철오사자가 말한 시간의 세 배는 넘게 뛰어야 마을이 보이는 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 등영림과 옥소홍은 체력은 자신들이 말한 대로 좋았지만, 그래도 무공을 모르는 몸이라 땀도 엄청나게 흘리고 지쳐있었다. 그에 반해 그래도 마교가 제공한 시설에 가서 단기간이라도 무공을 익힌 구내아와 백건재는 원래 지닌 산골 청년의 체력에 내공이 더해지고 남성의 강인함도 있어서 그보다는 상황이 나아 보였다.


안혜빈이 입구에서 보니 마을을 공격한 산적들은 철오사자와 무사들에게 정리당하고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죽거나 다친 식구들 때문에 울거나 정신이 없는 가운데 철오사자는 부하들 일부에게 산적 잔당을 소탕하게 하고 일부는 섭소청이란 처자를 찾도록 막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정신없는 마을 사람들에게 행방을 묻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그 해결책은 구내아 등의 청년들이 지니고 있었다.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네 청년남녀가 모두 한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이에요.”


안혜빈이 그것을 어떻게 아느냐는 듯한 표정을 짓는 순간, 구내아가 말했다.

소리, 그러니까 마음의 소리가 들립니다. 그 여자애가 마음으로 소리를 지르고 있습니다. 아마도 겉으로 소리를 지르면서 마음으로도 소리를 지르는데 들리는 건 우리만 들리겠죠. 어쩌면 자기가 그런 소리를 지금 내고 있다는 것도 모를 겁니다. 아무튼, 위험한 상황 같습니다.”


구내아가 설명하는데 백건재는 이미 구내아가 입을 연 순간에 혼자 뛰어가고 있었다. 안혜빈도 소리가 들리는 사람은 넷뿐이니 방향을 알려줄 사람도 넷뿐이라는 점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등영림과 옥소홍은 여기까지 뛰어온 것만으로도 지친 모습이다. 방향을 알려줄 사람은 하나면 족하다.


철오사자가 다른 무사들이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남은 청년들을 지킬 사람은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바로 경공을 일으켜 앞에 뛰어가고 있는 백건재를 따라잡았다. 한 명이라면 비록 백건재가 청년 장정이지만 여차하면, 들고 뛰면서 방향을 말하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사는 세 분만 따라오시고 나머지는 여기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그런 말을 외칠 때는 이미 안혜빈이 백건재를 따라잡고 옆구리에 끼고 달리고 있었다. 구내아는 그 와중에 안혜빈이 내린 결론에 도달해서, 백건재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여자들만 남기고 떠나는 일도 안 된다고 판단하였기에 그 자리에 남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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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분들에게 항상 감사드립니다.



허안 배상


[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39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39

 

 

설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한편, 안혜빈은 한 무리의 청년남녀를 인솔하여 길을 가고 있었다. 명존교에서 내어준 마부와 무사들이 호위하는 마차 안에는 안혜빈과 등영림, 옥소홍, 백건재와 구내아와 명존교에서 붙여준 남자까지 여섯 명이 타고 있었다.


여섯 명이 타도 자리가 남는 넓은 마차 안에서 등영림이 백건재에게 물었다.


그래서 너는 아직 네가 어떤 힘을 지녔는지 모른다는 거야?”


, 모르겠어.”


옥소홍이 백건재의 대답을 듣더니 물었다.

거기 있을 때 본 다른 애들은 어때? 그 애들 능력을 보고서 뭐 떠오르는 것 없었어?”


없었어. 유귀붕은 예지몽이고, 초사력이는 우리끼리 마음으로 대화를 이어주는 능력이었고, 보연한이랑 보연로 그들 남매는 무공이 느는 속도가 남달랐어. 그 애들은 무공이라면 어떤 것도 두 번 가르칠 필요도 없었어. 설명 한 번 하고 시범 한 번 보여주면, 뭐든지 바로 그 자리에서 해내곤 했지. 아니 시범만 보여주면 다했지. 설명까지 들으면 안 가르쳐 준 것도 곧잘 해내서 놀라웠지.”


그런 그애들은 무공이고, 국요관이는 동물하고 대화를 하고 동물을 뜻대로 부리지. 국요관은 남자니까 추측에 따르면, 구내아 말고는 한 가지 능력을 남자 하나 여자가 하나가 지녔다니. 일단 그것도 아니네. 거기 있던 다른 여자애들은 무슨 능력이었어? 그 중에 너 하고 같은 능력이 있을 수도 있는데...”


여자 애 하나는 상처가 잘 나아. 눈앞에서 자기 팔을 베었는데 피가 날까 말까 하더니 바로 아물더라고.... 별로 아프지도 않데.”


또 다른 건?”


다른 여자애는 눈이 좋아. 아니 눈이 좋은 게 아니라 흐음.. 그러니까 눈도 좋긴 하지만, 눈을 감고도 봐. 멀리 있는 소리도 잘 듣고...”


오감이 매우 좋은 게 능력인가 보네. 그 애는... 아무튼 너는 그 중 아무 것도 아니란 말이지. 살면서 보통 사람은 못하는 특이한 일을 하거나 겪은 적도 없고?”


, 그래. 그래서 내아가 자기도 아무런 능력이 없는 것 같다고 할 때 약간 반가웠지. 아직 못 찾은 애도 있구나 하고 말이야.”


영림이가 미래에서 건재가 어떤 능력을 쓰는 순간을 보면 해결될 텐데, 아직 뭔가 본 거 없지?”


있으면 말했지. 가만 있었겠니?”


그런데 지금 우리 찾아가는 애는 누구라고?”


섭소청(葉小靑)이라고 해. 나는 아마 이 애가 초사력인가 하는 애가 지녔던 심통(心通)의 대화를 하는 애라고 생각해.”


꿈에서는 벌써 서로 인사도 하고 이름도 알았는데 그렇게 생각만 한다고? 그렇게 아는 게 아니고?”


꿈이어서 그애가 하는 말이 내 마음에 들리는 건지 내가 그렇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꿈이 그렇게 된 건지. 조금 애매해서 말이지.

래 꿈이란 게 그렇잖아. 꿈에서 눈에 보이는 건 확실히 그렇다고 나도 확신할 수 있는데, 꿈에서 들리는 건 내가 든는 건지, 내가 생각만 하는 건지 확실치 않을 때가 있어. 너도 보통 꿈을 꿀 때 그럴 때 있지 않아. 꿈속의 대화란게 깨어나서 생각해 보면, 확실히 귀에 들렸던 것도 있지만, 그냥 전해지는 것도 있기도 하고... 그렇지 않나?”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뭐 하여간 곧 만나보면 알겠지.”


등영림과 옥소홍의 대화에 백건재가 끼어들었다.

그런데 그 애는 저쪽 애들한테 안 가고 우리한테 올 거 같아?”


꿈속에서 확실한 결말을 보진 않았어. 그래도 분위기는 좋았으니까 아마 그럴 것이라 생각해.”


그런데 말이야.”


백건재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고, 주위의 눈치를 살핀 다음 말을 이었다.


그런데 우리 이렇게 다니면서 모든 애들을 다 모이고 나면 유귀붕네 애들하고 싸우는 거야?”

 


그 말에 이제까지 눈을 감고 대화를 듣기만 하고 있던 구내아가 입을 열었다.


그럴 수도 있지만, 핵심은 그게 아니야.”


그러면 핵심은 뭔데?”


우리는 왜 이렇게 태어났는지 모르지만, 어떻게 살아갈지는 정할 수 있어. 그리고 나는 우리가 우리의 능력을 펼치며 살아가기를 원해. 그 길에서 누구와 협력할지 누구와 싸울지가 정해질 거야. 그러니까 누구와의 싸움이든 싸움이 핵심이 아니야. 누구도 역시 핵심이 아니지. 우리를 우리를 중심으로 누구든 세상이든 세상의 무엇이든 접촉하고, 대처해 나갈 거야. 그게 서로 번영하는 평화로운 길이기를 나도 원해. 하지만 그 길이 쉬울 것이러고 생각하지 않고, 싸움이 없을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아. 우리는 쉬운 길을 가려는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일단 필요하다면, 무엇보다 그것이 옳다고 생각된다면, 누구도 무엇도 중요하지 않아. 누구와 무엇이든 할 수 있어. 간단히 말해 친구와 싸울 수도 적과 손을 잡을 수도 있지. 나는 어떻게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야. 어떻게 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말이지.”


그렇게 말하고 구내아는 다시 팔짱을 끼고 눈을 감았다. 그러나 오래는 그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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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한 후 벌서 보름이 지났습니다. 회사 다니던 업무시간을 그대로 흘려보내지 않고, 나름대로는 일을 하는데도 시간이 길지 않습니다. 회사 다니던 대로 하루 8시간 꼬박꼬박 작가일을 하면 되겠지 라는 것은 안일한 생각이었다는 점이 보름도 안 지나 밝혀졌습니다. 더 열심히 해야 하겠습니다.



허안 배상 


[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38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38

 

 

설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그때 지장로가 가벼운 어조로 무거운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권선비의 가문은 어쩌실 생각입니까?”


말인즉슨, 우리 교단이 이렇게 뛰어다니는데 너희 가문은 같은 가문이라고 봐주고 아무것도 안 하도록 그냥 두어서는 되겠느냐? 자기 출신 가문에도 뭔가 움직이게 하는 것이 도리에 맞지 않느냐는 질문이었다.


노강호답게 뭘 어찌하라는 구체적인 내용도 없고, 너희 가문도 힘을 보태도록 권평서가 뭔가를 해야 한다는 말은 전혀 포함하지 않았지만, 그 말은 그런 뜻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못 알아들을 권평서가 아니었다.


제가 원한다고 제 마음으로 움직여줄 저희 가문이 아닙니다만, 그리고 저희 가문의 원칙이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에 있지만, 이 시절은 그럴 수 있을 때가 아니니 편을 골라야 할 것입니다. 그편이 저희 편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아내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장로는 경륜이 있는 사람답게 그 노력이 실패하면 어쩌냐는 질문도, 그런 노력뿐이냐는 말도 하지 않았다. 권평서 정도의 재지를 지닌 사람이 진심으로 하면 자기 가문을 움직일 계책을 만들어내지 못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였고, 그럴 수 없다면 권평서는 능력이 없거나 성의가 없는 것인데 두 가지 중 어느 것이라 하여도 권평서 부부의 가치를 낮추게 될 일이다.


그리고 강호는 또한 그들의 교단은 가치 없는 자를 잘 대우하여 안고 갈 정도로 너그럽지 않다. 교단이 이번 일에 쏟아붓는 노력에 비례한 성과 혹은 대가를 권평서 부부가 내지 못한다면 그 빚은 목숨이든 무엇이든 반드시 갚게 되는 것이 강호의 이치고 교단의 태도가 될 것이었다.


왕공자가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들겨 분위기를 돌리더니 말했다.

그건 그렇고, 또 저희가 신경 써야 할 것이 있겠군요. 상계(商界)에 대해 그렇게 하기로 하였으니 관부와 군부도 마찬가지로 비슷한 조치를 해야겠군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마땅히 그리 해야 합니다.”


능국총 같이 외부에서 온 인물은 흔들어 볼 수는 있겠으나 너무 담이 작고, 인물도 작아서 그 마음을 약하게 하여도 뭔가 할 수 있는 사람이 못됩니다.”


원래부터 이 땅에 있던 관리들은 어떻습니까?”


토박이 관리들 가운데 제치사의 본심을 알면 동조할 자도 있겠지만, 상당수는 왜 그런 짓을 해서 평지풍파를 일으키냐는 마음을 먹긴 하겠지만, 대놓고 앞장서서 제치사를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은밀하게라도 반대 행동을 하도록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관리란 원래 소심하고 쉽게 움직이는 족속들이 아닙니다.”


관리는 쉽게 움직이는 족속이 아니지만, 관리의 특히 이곳 토박이 관리들의 기반은 이곳의 유림(儒林) 아닙니? 유림은 명분에 좌우되는 인사들이니 이들에게 당금 황조에 대한 충성과 그에 반하는 거병은 대놓고 찬성할 수 없고, 확실하게 반대하고 싶은 사안일 것입니다.”


그러나 제치사의 거병은 외적이 침공하여 현 황조가 어려우니 이곳에서나마 중원의 정신을 보존한다는 식으로 천명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유림에게 가만히 있을 수 있는 명분을 주는 일입니다. 그래서 제치사도 유림의 반발을 생각보다 많이 낮춰 계산하고 있을 것입니다. 황조에 대한 충성만큼 강한 것이 외적에 대한 정통성입니다. 적어도 유학자들에게는 그렇습니다. 그리고 유학은 원래 그 자체로 역성혁명에 대한 잠재적인 이론을 안고 있습니다. 지금 황상의 실정과 어리석음은 천하에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 이 점을 들어서 공략하면 유림의 상당수가 현실의 거병 앞에서 찬성은 안 하여도 중립은 지킬 것입니다.”


그러나 기대어 보지 않을 정도는 아닙니다. 이 일 역시 유자의 말석인 제가 수를 내보도록 하겠습니다.”

권평서가 그렇게 말을 마무리 지었.

 



그렇다면 군부는 어떻습니까?”


안순을 누른 뒤 군부에는 적당한 인사가 없습니다. 제치사도 유능한 장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니 군부에 자신을 따를 만한 말랑말랑한 인사만 남겨둘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따라서 제거 대상을 최소화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제치사의 권한이 있는 한, 군부는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고, 설령 제치사의 속내를 알아낸 사람이 있다고 하여도 그저 똑똑하기만 하였다, 소지막의 편에 가담할 수도 있는 일이고, 지금 황조에 충성하면서도 똑똑한 사람이라도, 그런 사람일수록 원칙적인 명령 앞에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따라서 군부에서 우리가 활용할 정도의 인물이란 지금까지 말한 모든 분야 중 가장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장로의 분석에 예장로가 침울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강제로 눌러 앉힐 저급한 수단이라도 써야 하나?”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않을 생각입니다만, 그 역시 다른 수단을 생각해보도록 하지요. 만약 일이 잘 풀리면 가장 우리에게 도움이 되고 제치사의 짐이 될 것이 군부입니다. 그런 군부를 강제로 불능 상태로 만드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합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저급한 수단은 여러 가지가 있었고, 누구도 그것을 자세히 언급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병영의 식수에 하독(下毒)을 해서라도 집단 배앓이나 다른 병을 일으켜 사병과 장수들을 움직이지 못 하게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간단히 언급했듯이 그런 수단은 마지막에나 생각할 저급한 수단으로 남겨두자고 서로 합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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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연재처를 찾을 때까지 이 블로그에 주 2회 연재합니다.


재간 혹은 재연재는 추진중인데 성과가 생기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염치없으나 그때는 많은 성원과 널리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허안 배상


[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37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37

 

 

설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이어지는 권평서의 말을 들은 왕공자가 되물었다.

지금 소지막을 죽인다고 하셨습니까? 그건 말로는 간단하지만 어려운 방법입니다.”

권평서가 말했다.

물론입니다. 실행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가장 품위 없는 방법이면서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다만 지금은 곤란합니다.”


지금은 곤란하다는 말뜻을 알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말씀해주시죠.”


누구든 지금 시점에서 소지막을 죽이면, 그의 야심은 좌절당하니 가장 간단하고 편리한 방법이긴 하지만, 그렇게 하면 조정이 파견한 제치사를 암살하는 것입니다. 소지막이 일을 진짜로 벌이기 전에는 아무리 대의라고는 하지만 스스로 죄를 뒤집어쓰는 일입니다. 더구나 귀교가 이 일에 개입하고, 혹여라도 그것이 세상에 알려지거나, 아니 그저 그렇게 소문만 나도 큰 문제가 됩니다. 따라서 이 방법은 지금은 사용할 수 없고, 쓰더라도 귀교와는 완전히 무관한 사람이 행하여 그 한 사람이 모든 죄를 덮어쓰고 스스로 누명을 각오해야 합니다. 물론 저는 이미 그럴 각오가 서 있습니다만, 이것은 정말 최후의 수단으로만 남겨두어야 합니다.”


그렇군요. 저도 그리 생각했으니 당연히 공감합니다. 그러면 그것은 나중으로 일단 미루어두지요.”

나중으로 미루지만, 준비는 지금부터 해두어야 합니다. 아무런 티도 안 나도록 기척도 낌새도 없이 정말 결행을 해야만 하는 시기가 되었을 때 바로 할 수 있도록 소지막의 주변을 확실히 파악해야 합니다. 세상에 화월혈루가 없어졌으니 돈만 주면 확실하게 사람을 죽인다는 보장이 없고, 자객일이란 무공 높은 사람 몇 명 보낸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 그전부터 많은 정보와 준비가 필요하니까요.”


알겠습니다. 그것도 당장 시작하도록 하죠.”


왕공자의 말에 인장로의 질문이 이어졌다.


또 할 일이 있겠지요?”


거병의 자금줄이자 거병 이후 보급과 병참의 배경이 될 대상맹주와 간사들의 마음을 돌리거나 죽여야 합니다. 최소한 그들에 눌려있는 상인 세력에게 밀려나도록 해야 합니다.”


당연한 일인데 쉽지는 않겠군요.”


전쟁은 안전하다는 보장만 있다면 상인에게는 가장 이득이 되는 일입니다. 그 점에서 대상맹의 수뇌부 덕분에 이득을 보는 상인이 꽤 될 겁니다. 그리고 장자상을 비롯한 반대 상인 세력의 중심이 될 인물은 이미 제거되어서 힘을 잃은 상태라는 점을 압니다. 하지만 소상인들에게 불만을 품도록 하는 일 정도는 지금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제치사가 온 이후 통행이 불편하여져서 장사에 차질을 빚는 상인이 많습니다. 그들의 불만을 부추길 수 있도록 귀교가 바닥에서부터 그들의 마음을 흔들어야 합니다. 한편으로 그들이 원하는 바를 알아내 그 일이 잘 풀리도록 도와서 귀교에 호감을 느끼도록 하셔야 합니다.”


그러기에는 본교의 이름이 통하지 않는 상인이 대상맹에 너무 많습니다.”


장자상을 지원하십시오. 그분 역모로 몰리고 가산을 빼앗겼지만, 죽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누명으로 옥살이를 시킨 지 꽤 오래되었으니 유배를 보낼 것입니다. 유배로 가는 길에 죽이지 못하도록 구해야 합니다. 유배지에 무사히 도착하고 겉으로는 무사히 유배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여도 철저히 우리 손안에 있어야 합니다. 그분이 원하면 손발이 되어 대상맹의 그분과 연이 닿는 상인들을 움직일 수 있도록 인력과 자금을 대야 합니다. 또한 장자상의 가족들이 노비로 팔려나간다면 우리가 모두 사들이든 어떻게 하든 그 역시 안전하게 보호해야 합니다. 우리 황조는 진짜 역모여도 참수는 드문 일이니 처형당하지는 않을 것이고 그러니 시기를 놓치지 않고 이 역시 해내야 하는 일입니다.”


권선비의 말씀을 듣고 보니 본교가 너무 외부의 일에 무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 우리가 할 수 있었던 일이고, 생각하기 어려운 조처도 아니었는데 교단 밖의 정세를 본교와 연관하여 보는 관점의 차이가 컸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장로의 말에 권평서가 답하였다.


귀교의 인물들은 모두 재주가 뛰어나고 식견이 높은데 그간 이러한 관점으로 교단 밖을 보는 눈을 지니려 하지 않았을 뿐이니 앞으로는 다를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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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허안 배상


[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36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36

 

 

설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왕공자와 명존측 교단의 4대장로가 모인 자리에 권평서가 같이 앉아 있었다. 여섯 사람은 자리에 차등 없이 따로 상석을 마련하지 않은 둥근 탁자에 찻잔을 앞에 놓고 둘러앉아 있었다.


명존측의 인의예지 장로 가운데 지장로가 말하였다.

명왕종에서는 소지막과 협상을 끝낸 듯 보입니다. 어떤 조건으로 합의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은 일단의 뛰어난 고수들을 촉한 땅 외부로 파견했습니다. 대로와 관문을 통해 당당히 나간 것으로 보아 소지막측에서 발급한 정식 통행증이 있습니다.”


예장로가 물었다.

무슨 임무인지는 아직 모르겠지?”


거기까지는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 미행도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저들과 달리 정식 통행증이 없으니까요. 보통 사람이라면 통행증 없이도 추적하겠지만, 이 경우는 상대도 고수들인지라 어렵습니다. 더구나 저쪽은 자신들이 당당하게 공개적인 장소에 머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인적이 드문 곳으로 움직인다면 우리의 미행자도 사정이 나을 텐데 쉽지 않습니다. 바싹 붙어 미행하여도 의도를 알아내기 쉽지 않은데 상황이 그러하니 어렵습니다.”


등소저는 뭔가 본 것이 없답니까?”


인장로가 권평서에게 물었다.


그게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완전히 마음대로 보는 것은 아니니까요. 미래에 등소저가 그 사건과 마주칠 일이 없다면 아무리 중요한 미래라도 보지 못합니다. 하지만...”


권평서가 하지만이란 단서를 달자 왕공자가 말했다.

하지만 뭡니까? 고견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에서 역산한다면 짐작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이요?”


그렇습니다. 소지막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란 어떻게 하면 가슴에 품은 거병을 성공시키느냐입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 일을 막아낼 수단이 무엇이냐라는 말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요?”


이번에 귀교와 분리를 선언하고 나간 명왕종이 힘을 보태기 전에도 소지막은 거병의 준비를 착실히 해왔습니다. 명왕종의 도움이야 뜻밖의 원군일 뿐 필수적인 것은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또한 한편으로 도움이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담이기도 합니다. 죄송하지만 귀교나 분리해 나간 명왕종이나 마교라는 세간의 평가에서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창업의 군주에게 그런 평가는 유리하지 않습니다. 또 명왕종의 도움을 받으면 뭔가 대가를 지급해야 하겠지요. 국교로서 인정해 주거나 포교의 자유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만, 다른 무엇이라 하여도 그 거래 자체가 주는 부담이 있습니다.”


계속하세요.”


그런데도 지금 들어오는 정보를 보면 양측이 거래에 합의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럼 이 시점에서 명왕종이 소지막을 도울 것이 무엇이 있을까요?”


경청하겠습니다.”


조금 전에 막아낼 수단을 언급했습니다. , 소지막을 저지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수단이 다 쉬운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첫째로 조정을 움직여 제치사의 직분을 거두어들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당연히 어렵습니다. 조정을 움직이기도 쉽지 않고 소지막이 역적이라는 물증도 없고, 황도의 조정은 멀리 떨어져 있으니 지금 당장 제치사의 직위를 파하는 성지가 출발하여도 때는 늦은 감이 있는데 이 계책은 몇만 리 떨어진 이 땅에 있는 우리가 지금부터 해보기는 부질없는 일 같습니다.”


다른 방법도 있다고 하셨죠?”


, 그리고 하나 같이 나름대로 문제가 있습니다. 둘째는 소지막의 마음을 돌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의 마음을 돌린다는 것은 천하에서 가장 뛰어난 변설가라도 어렵습니다. 듣기로는 소지막의 혈족은 이곳에 같이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거병이 조정에 알려지는 순간, 친족이 역적이 될 텐데, 그 친족을 돌보지 않고, 놓아두고 와서 거병하려는 결심을 지닌 사람의 마음을 돌리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유일한 방법이라면, 건국해봐야 1대 황조로 끝날 것이니 무익하다고 말해주는 일인데 소지막이 생각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첩에게서 낳은 아들 하나 정도는 믿을만한 사람에게 맡겨 잘 숨겼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서자는 아니외다. 손자 두 명입니다.”

예장로가 그들이 파악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과연 그렇군요. 하지만 사람이라면, 애초에 굳은 결심을 하고 최소한의 후계자만 지키려는 마음이었어도 추가로 쓸 수 있는 수단이 생기면, 더 챙기려 들지 않을까요? 저는 그래서 명왕종의 고수들이 맡은 일이 그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들이 이 땅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더욱 유력합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소지막의 혈족이 있는 장소를 파악하여 미리 그곳에 가는 방법은 가능하겠군, 미행보다는 상황이 낫지, 그렇다면...”

지장로의 말에 인장로가 반응했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그렇게 해야 할? 그들을 명왕종 고수들과 싸우면서까지 손에 넣어야 할까? 결별했지만 결별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런 일로 우리가 첫 싸움을 시작해야 할까? 더구나 추가로 구하고 싶은 친족이라지만 원래 버리기로 했던 혈족이니 우리가 손에 넣는다고 하여도 소지막의 분노를 공연히 일으키게 할 뿐 인질의 가치는 없을 텐데?”


그렇군.”


다른 장로와 왕공자가 동의했고, 권평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시했다. 그러나 입으로는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우리가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방금 그게 가치가 없는 일이라고 모두 동의한 것 아니었소?”


방해하려는 목적이면 그렇습니다. 그러나 개입이라면 다릅니다. 소지막이 버린 친족이 죽든 말든 이미 그 점을 고려한 상태인 소지막에게는 영향이 없습니다. 하지만 명왕종이 구하는 일을 돕는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명왕종이 실패하면 그건 명왕종만의 실패가 아닙니다. 명존을 섬기는 이쪽 교단에도 문제입니다. 세상은 아직 명왕종과 명존교를 분리하여 생각할 준비가 안 되었습니다. 이럴 때 명왕종이 하다가 실패한 일에 대한 평판이 명왕종에게만 불리하게 작용하고 그치겠습니까? 명왕종과 소지막이 실패해서 우리에게 남는 것이 없다면, 성공했을 때 우리에게 득이 될 것이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사람을 파견해 명왕종을 도와야 합니다. 잘 되나 지켜보다가 뭔가 도와줄 일이 있으면 도와서 마음의 빚이라도 지워야 합니다. 그리고 귀교단의 미래라 갈라져 나간 교단의 지파와 피를 흘리며 전쟁을 할 심산이 아니라면 앞으로 사이 좋게 지낼 기회가 있으면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알겠소. 듣고 나니 탁견(卓見)이구려. 이건 지금 즉시 사람을 보내 그들을 지원하겠소.”



그리고 권평서의 말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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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주부터 하루 늦어 죄송합니다. 재간이나 재연재 자리를 알아보는 중입니다. 결과가 나오거나 정해지면 알려드리겠습니다. 


부족한 작품이지만, 그때는 더 많은 성원과 홍보를 감히 부탁드립니다.



허안 배상 


[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35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35

 

 

설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명왕종의 4대 장로는 그렇게까지 솔직해지고 싶지는 않았기에 편리한 말에 기대었다. 그리고 그 말에 그들의 마음이 어느 정도는 담겨있었기에 거짓도 아니었다.


천자의 말에는 무게가 있는 법이니 믿고 의지할 뿐입니다.”


그 말을 듣고 소지막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이었다.


이 몸이 창업의 군주가 되려 한다는 점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만 이번에 이 땅에 오게 된 일은 겉으로는 어디까지나 제치사로서의 명을 받아 왔고, 따라서 가족을 동반할 수 없었다. 대업의 거병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곧 그 사실이 조정에도 알려질 것이다. 그러면 가족은 물론이요. 친족까지 그 화를 면치 못할 것이다.”


소지막이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대업을 위해 그 아픔을 감내하기로 작정하고 떠나온 길이다. 대업의 길에 아무리 많은 준비를 미리 한들 충분할 수 없으니 포기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너희가 도움을 제시하기 전에도 나름대로 준비한 대업이었으니 너희가 없다고 못 한다면 처음부터 하지 말아야 했겠지. 그러나 이제 그대들이라는 기존에 없던 힘을 얻었다. 그 힘이 얼마나 되는지 얼마나 충성스러운지 알아볼 수 있다면, 그래서 그들을 구할 수 있다면 좋지 않겠나? 다행히 내 가족과 친족이 모두 황도에 있지는 않다. 명부를 줄 터이니 그들을 구하는 임무를 주겠다. 너희의 충성과 능력을 보여라.”


대상맹의 맹주 종진천(鐘震川)이 눈으로 소지막의 허락을 구한 뒤 입을 열었다.

대의를 위해 멸친하신 분이시니 행여 어르신의 가솔을 손에 넣었다 하여 그것으로 어르신을 좌우할 수 있으리란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입니다.”


이런 품위 떨어지는 계산적인 말은 천자를 꿈꾸는 사람의 입에서 나와서는 안 되기에 종진천이 나섰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전에 이미 4대 장로 역시 그 정도는 헤아리고 있었다. 소지막이 이제 막 연합을 제의하는 세력에게 자기 혈족의 안위를 넘길 정도의 멍청이였다면, 애초에 그 연합은 할 필요가 없었다.


심지어 4대 장로는 소지막이 손자를 비밀리에 먼 곳에 감추고, 지키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나라를 세우는 일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혈족이 모두 지금 황실에게 죽어서 후계자가 없으면 황위가 갈 곳이 없다. 그렇다고 가족과 친족 모두를 미리 빼돌리는 일은 너무 티가 나고, 위험하고 번거로운 일이다.


황위를 이을 적손 한둘을 살릴 수 있다면 그것이 소지막에게는 최선이었을 것이고, 그래서 이미 그런 조처했다는 사실을 4대장로는 파악하고 있었다. 물론 그 장소가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그런데도 추가로 혈족을 하나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그리고 싶은 것이 또한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혈족을 외부세력에게 넘기는 일이다. 실패하면 모르되 성공한다면, 아무리 이미 버릴 패라고 생각했어도 미련이 남을 사람들이 가족과 친족이다. 쥐고 있다면 어느 정도까지는 협상과 거래의 재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협상과 재료의 가장 나쁜 상황이 될 수 있는 것은 이 교단이 그 가족을 현재의 조정에 갖다 바치는 일이다. 그런 배신 상황 역시 아무리 버릴 패라고 이미 마음을 먹었어도, 그렇게 간단히 마음 정리를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다행히 소지막의 옆에는 상인의 계산으로 그 일의 무용성을 말해 준 종맹주 외에도 다른 사람이 있었다.

 


무인인 서국환(西國患) 홍순이 그 점을 언급하고 나섰다.

이 일을 함에 있어 너희들이 믿는 신 앞에 맹세하라. 절대 신의를 버리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비록 관부에 속한 무인이나 협의를 논하는 강호에 발을 담근 사람답게 무엇이 핵심인지를 오히려 잘 안다고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사대장로는 안 한다고 할 수도 없었고, 안 할 생각도 없었다. 그들이 맹세의 말을 하였고, 그로써 이 일은 설령 4대장로가 마음을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 없는 일로 확정되었다. 이것은 종교인이 특정한 신앙을 지님으로써 어쩔 수 없이 지니게 되는 약점이었다.

 

반면에 종교인이 지니는 강점도 있는데 이 시점에서 소지막측이 생각하지 못한 점이 그것이었다. 소지막의 혈족들이 명왕지종의 구원을 받게 된다면, 상당히 오랜 시간 그들이 함께 있게 되리란 점이었다.


사람은 오랜 시간 함께 지내면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그리고 종교적 영향력과 경전이 지닌 힘이 신실한 신자와 함께 할 때 얼마나 사람에게 전파력이 큰지 모르고 있었다. 소지막이 나라를 건설하는 데 성공한다, 황족 가운데 얼마나 많은 열성 교도들이 생길지 알 수 없다.


4대장로는 그 점을 내다보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종교인이기 때문에 종교인의 관점으로 이 일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학(儒學)이나 무예(武藝)나 상리(商理)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기 가족 중에 광신자가 나오기 전에는 그런 경험을 하기 어렵다. 경험하지 못한 것은 미리 생각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사람의 내면이 종교에 감화되는 것은 급격하게 어느 날 변하는 것 같아도 실은 매우 천천히 일어나기에 초기에 그 사실을 알아차리는 일은 함께 사는 가족이어도 쉽지 않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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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하고 추석 연휴에는 코로나에도 본가 등을 방문하지 않을 수 없었고, 평일로는 이틀 지났는데 할 일이 있습니다. 퇴직 후에도 중요하진 않지만 국민건강보험이니 뭐니 처리할 일이 적지 않군요.  모처럼 재개되는 연재인데 분량이 적어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제 전업작가로 다시 시작하니 연재일은 맞추도록 하겠습니다. 분량도 늘리고요. 



허안 배상


[알림] 연재 일자 및 근황

10월 1일부로 그간 제가 일하던 게임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그럴 예정과 조짐은 전부터 있었지만 저간의 사정은 여기서 언급할 일이 아니니 넘어가고,

와선별부를 책으로 내고, 곧 그 회사에서 연락이 와 생각지도 않았던 게임업계 몸담고, 그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며. 
게임시나리오 작가로 11년 5개월을 일하고, 이제 좋게 말해 작가로 돌아왔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물론 백수가 된 것입니다. 

이제는 당분간은 돈이 없지 시간이 없지는 않은 생활이 될 테니 어떻게든 연재량을 늘려, 와선별부를 탈고하여, 그간 와선별부를 잊지 않아주신 독자분들에게 보답하려 합니다. 

와선별부의 재출간이나 웹연재를 알아보겠지만, 10년 념게 업게를 떠나있었으니, 신인작가인 셈이고 오히려 나이만 먹은 신인작가처지가 됐으니 진짜 신인작가만도 못한 처지라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처자가 있는 가장으로 전업작가로 생활할 수 있을지 시작부터 걱정스러우나 작가로서 도리를 다하고, 글쟁이로서 이루고 싶은 글과 펼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니 퇴직금 떨어질 때까지는 노력해보려 합니다.

독자분들께서 많이 도와주시고, 쓴 소리와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와선별부의 연재는 별도의 연재처가 생길 때까지 이곳에서 최소 주 2회 화요일, 금요일 연재하겠습니다. 
이제는 직장도 없이 글만 쓰는 작가이니 핑계거리도 하나 줄어든 셈이라 빼먹지도 못하게 생겼습니다. ^^;


그럼 10월6일부터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허안 배상




[알림] 연재 지연

독자 분들에게 죄송합니다. 

지금 당장은 자세히 말씀 드릴 수 없지만, 제가 일신상의 적어도 제게는 큰 변화가 있어서, 연재를 잠시 지연합니다.
늦어도 9월 첫주에는 다시 인사드릴 수 있겠습니다. 잘하면 이번 한 주만 건너면 될 듯도 합니다.

항상 독자께 죄송하고 독자에 대한 글빚을 지고 있는 작가가 이런 알림이나 써서 송구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모든 일이 확정되면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일단 건강 문제나 집안의 우환 같은 문제는 아닙니다.

그래도 아무튼 죄송합니다.



허안 배상

[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34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34

 

 

설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성도부의 밤하늘을 네 명의 고수가 움직이고 있었다.


남의 집 지붕에서 지붕으로 건너뛰는 발걸음마다 기와가 그 아래에 짓밟혔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고, 기와 한 장 비틀어지는 일이 없었고, 기와에 흙 자국이 남지도 않았다. 가끔은 기와에 오랜 세월 묻은 먼지에 발자국이 남는 일도 있었다. 깨끗하게 청소된 기와라면 남지 않았을 흔적이지만, 지붕 위까지 성실히 청소시키는 주인이 드물고, 시킨다고 주인이 사다리를 놓고 올라와 검사하지는 않을 것을 뻔히 아는 아랫사람들이 제대로 할 리가 없으니 기와에 먼지가 쌓이는 일은 막을 수가 없었다.


이런 먼지는 굳이 청소하지 않아도 비가 오면 자연히 씻기게 마련이다. 아주 재주가 좋은 추적자가 있다면 이런 기와에 남은 먼지 위에 찍힌 발자국을 통해 네 사람의 경로를 파악할 수도 있었다.


다만 그렇게 하려면 밝은 대낮에 그 역시 남의 집 지붕 위로 뛰어다니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빠르게 지나가는 일도 어렵다. 이 발자국들을 남긴 네 명 고수의 발자국은 한 걸음마다 기와에 남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자국을 발견하고 다음 자국을 발견하려면 몇 개의 지붕을 건너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는 자신이 발견한 발자국이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뛴 것인지를 추측부터 해야 한.


그리고 제대로 된 추측을 해서 정확하게 다음에 안착한 지붕을 짐작하고 그리로 가봐야 거기에는 발자국이 없기 마련이다. 다음으로 먼지가 필요한 만큼 쌓인 지붕은 그렇게 딱딱 맞게, 어 주지 않을 테니까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훤한 대낮에 성도부의 지붕 위에서 멈춰 섰다가 다른 지붕으로 뛰기를 가다 서다 하듯 반복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발견되지 않을 가능성은 없었다.


그렇다고 밤에 한다면 대중의 눈에 잡히지 않을지 모르지만, 환한 달빛이 있더라도 야간에는 발자국을 찾기 어렵다. 따라서 그런 이유로 지금 성도부의 밤을 지붕 위에서 달리고 있는 네 명의 흔적을 다른 누군가가 쫓아가는 일은 이론상으론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어렵다고 할 수 있었다.


다만 두 가지의 경우에는 일이 조금 쉬워진다. 하나는 도착점을 알거나 추측할 수 있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이들이 움직이는 것을 자기 분으로 보아서 그에 관한 기억이 있는 경우이다.


그런데 이들 네 사람에게는 이론상의 가능성이든 무엇이든 고민한 여유는 없었고, 이 밤을 통해 이렇게 움직여야 할 이유만 있었다.

이들의 속도는 그들이 목표로 하던 제법 경계가 심한 곳에 이르러서도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가장 은밀한 것은 속도에 달렸다는 듯이 속도를 더 높여 담장을 넘으며 전각의 그늘 아래로 내려갔다가 경비병의 눈을 피해 지붕 위로 올랐다가 순찰하는 경비병의 뒤에 착지했다가 시선의 사각을 이용해 들키지 않고 금세 그 자리를 벗어나기도 하고, 등불과 화톳불의 눈부신 광원을 이용해 오히려 밝은 곳을 지나면서도 외려 거기를 지켜보던 경비병들이 눈을 비비고 봤을 때는 빛이 울렁거려 자신도 그림자를 보았다고 생각하게 만들며 한 걸음 한 걸음 목적지에 근접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목표한 전각에서 그중 한 사람이 바람을 일으키자 문 앞을 지키고 선 경비병 둘이 하나는 눈을 감았다가 뜨고 다른 하나는 눈을 비비는 사이에 전각 안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하였.


네 사람은 아무도 없는 복도에 섰고, 그 앞에는 다시 문이 있었다. 창호를 통해 내부에 불빛이 밝게 비쳤고, 그들이 미리 알고 있던 대로 안에는 세 사람이 있다는 것을 4인이 지닌 깊은 내공으로 감지할 수 있었다.


더는 기척을 숨기지 않고, 네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에는 상석에 앉은 관리로 보이는 중년인이 있었고, 그 한 단 아래 높이에 등받이가 없는 의자를 두고 다른 남자가 있었으며, 상석의 다른 쪽 즉, 우측에는 한 남자가 높이로는 등받이 의자가 없는 사람과 같은 위치에 의자 없이 서 있었다.


실내로 들어선 네 사람은 그 앞으로 무례가 되지 않을 정도까지 접근할 것을 무언으로 인정받은 뒤에 그 정도 거리까지 실제로 다가선 다음 포권을 하며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강호의 범부들이 제치사를 뵙습니다.”


상석에 앉아 있던 제치사 소탁 즉 소지막 대감이 그 인사를 받으며 말했다.

명왕지종의 혼괴광난 4대 장로라면 강호의 범부라 할 수는 없지.”

저희의 요청을 받아주신 것을 감사드립니다.”


초청은 했으나 문을 열어 반기지는 않겠다. 경비병에게 들킨다면 초청은 원래부터 없던 것으로 한다는 박한 조건을 내걸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소이다.”


아닙니다. 저희가 비록 어지러운 명호를 강호에서 쓰고 있으나, 세상의 이치를 알고 있는 자들이옵니다. 대감께서는 충분히 그리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맙소. 보다시피 좌우에 의자를 마련해 두었으니 앉아 주시오.”


과연 좌우에는 각각 두 개 합하여 사람 수대로 4개의 의지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것은 소지막의 한 단 아래 앉은 남자의 의자와 같은 종류였다.


그러나 마교 명왕종의 4대장로는 그 의자를 보면서도 아직 앉지 않았다. 소지막은 그 모습을 보고 까닭을 짐작한 듯 말하였다.


이미 아는 사이인 사람하고는 겉치레를 할 필요가 없고, 굳이 본관이 소개하지 않는 사람하고는 인사를 나눌 정도로 이 밤이 한가하지 않소.”


4대 장로가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은 대상맹의 맹주 종진천(鐘震川)이다. 대상맹은 상거래는 마교와도 이루어지니 마교에 대한 세간의 평판이 어떻건 서로 모를 수 없는 사이이고, 실제로도 이런저런 거래가 있었다. 그간은 대부분 순수한 경제적 거래였지만 말이다.

다른 한 사람도 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누구인지 모르지는 않았다. 서국환(西國患) 홍순이라는 나라의 녹을 먹는 관리 중에 가장 강한 고수를 일컫는 대내십대고수의 한 사람으로 소지막을 수행하여 왔다는 사실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다만 오늘 그와 통성명을 할 일은 없는 모양이었다.

 



혼장로가 대표로 입을 열었다.

한가하지 않으시다니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닷새 전 본교는 두 개의 교단으로 완전히 분리되었습니다.”


어지간한 소식에 표정이 변할 정도의 그릇을 지닌 사람들이 아니라 세 사람 모두 놀라움을 밖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표정이든 기운이든 그들 중 누구도 그 사실을 몰랐다는 점은 분명했다. 그리고 그들 정도의 사람이 놀랄 정도로 이 일은 매우 중요하고 심각한 일이었다.


양 교단과 이 사건에 직접 관련된 당사자가 아닌 인물에게 이 소식이 처음으로 알려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게 정말이냐고 되묻거나 자세한 내막을 듣고 싶어 할 테지만, 소지막은 잠시 침묵하여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촌각 정도의 시간이 흐른 다음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명왕지종과 명존일파가 실제적으로 다른 것은 무엇인가? 본관은 실제적이라고 하였네.”


교리니 명분이니 하는 이야기로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강호인이기 전에 교인이었다. 교리는 목숨보다 중요하다. 그런데도 소지막의 말을 알아들을 정도의 경륜도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하였다.


새 나라에서는 포교의 자유를 얻고자 합니다.”


소지막은 즉시 답했다.

불가하다. 왜냐하면, 그대들의 교는 세간에 평가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본관은 그대들과 친분이 있다는 평가가 절대로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그러면서 소지막은 4대장로를 내려다보며 자세를 고쳤다. 그들이 알아차리기를 바라면서 다행히 나온 반응은 만족스러웠다.

현실적으로 그런 평가가 있고, 그것이 대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심지어 대업을 이루고 나서 새 나라의 위세로도 그것을 이해시키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오히려 새 나라에 대한 민심만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은 압니다. 하지만 본교단의 힘은 대감께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만 저희는 유불선과의 공평한 경쟁이면 충분합니다. 대업 후에 토사구팽하지 않고 탄압하지 않는다는 약속이면 충분합

니다.”


그대들이 그렇게 순진한 사람이 아닐 텐데? 본관을 그리도 믿을 수 있다는 것인가?”


저희는 대감께서 약속을 어기리라 판단하면 조용히 손을 끊을 것이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되려 방해를 하겠다. 이런 경박한 협박 같은 것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본관이 나중에 약속을 지킬지 아닐지 어찌 안다는 것이지? 사람의 성품을 보고 믿는 것이라면, 지금 믿고 나중에 아니라는 것은 이상한 일이지.”


왜냐하면, 저희는 미래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라고 대답을 해야 사실이겠지만, 적어도 이 점에서는 솔직할 필요가 이들에게 없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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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십시오.  허안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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