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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와선별부_ 타산지옥편 95

타산지옥(他山之玉)

 

11권 제 95

 

 

설자(楔子)

 

어느 날 다람쥐(혼유자鼲鼬子)가 엽신(獵神)에게 물었다.

사냥터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은 주로 무엇을 합니까?”

주로 거짓을 행한다.”

 

어느 날 엽신이 신주일군에게 물었다.

바둑을 두는 사람들은 무엇을 주의해야 합니까?”

착각하지 마라.”

혹자는 이 말이 엽신에게 주는 꾸중이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나려타검은 죽어있는 사혈충의 거체를 바라보았다. 환인공의 죽음은 사혈충보다 더 주목할 가치가 있는 것이었지만, 재가 되어 사라진 지금 그 장면을 반추하는 외에는 그것을 상기할 방법이 없었다.

사혈충의 시체는 죽어서도 여전히 그 모습이 남아 있었고, 그 엄청난 크기와 위용은 실로 눈을 떼기 어려웠다.

때문에 나려타검은 정말 간신히 시선을 타기곡과 고풍무 일행에게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남아 있는 사람으로 상대와 맞붙어서 이길 가능성이 없었다.

고풍무가 환인공에게 마지막으로 사용한 초식은 실로 경이였다. 나려타검은 그 검의 속도가 자신을 당연히 앞서고 천하제일의 쾌검을 구사한다는 제해천 신기오우의 검속에 비해서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양측을 모두 보고 마음속으로 비교한 그는 고풍무의 검속이 백에 하나도 떨어지지 않으며, 백이 아니라 기준을 천()으로 잡으면 두셋 정도 모자란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 정도면 자기 자신을 지키며 들어오는 검의 공세를 막아내기에, 충분하다.

그런 상황에서 문제는 누구의 내력이 먼저 소진되느냐인데 이 점에서 신기오우의 누구도 고풍무의 상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과연 세평이 말하는 그대로 무림십대검객을 검으로 누를 사람은 사철풍 이상의 검공을 지니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 사실이라고 나려타검은 평가했다.

절대고수를 빼고 생각하면 그 정도 경지에 오른 확실한 사람은 사철풍과 화산의 구과도장 등을 합해 다섯이 되지 않는다. 천상보주나 병석에 눕기 전의 옥로전장의 노장주는 무공으로는 이길 수 있을지 모르나 검을 다루는 사람이 아니니 예외다.

 

결과적으로 이리저리 따져볼 때 지금 고풍무는커녕 그 옆의 타기곡도 상대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그들에게 없었다. 타기곡은 상부에서 내려진 평가를 상회하는, 그것도 그냥 웃도는 정도가 아니라 심각하게 추월하는 고수였다.

그리고 그 점이 그 점만 아니라면 해볼 만한 싸움일 수도 있었던 상황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그래서 그들은 이 깊은 지하에 공연히 온 꼴이 되었다.

나려타검은 말을 신중하게 고른 다음 상대의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그쪽에서 필요한 것을 모두 챙긴 후에 우리도 뭔가 소득 거리가 될 것을 얻을 기회를 가질 수 있겠습니까?”

고풍무가 타기곡과 주변 사람을 일별한 뒤에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별다른 반대는 없는 듯하군. 좋아. 뭔가 발견 못 하고 놓친다면 그건 우리 잘못이지. , 우리가 마칠 때까지 여기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조건이면 되겠나?”

“2시진만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먼저 지나간 곳부터 저희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되겠습니까?”

“4시진으로 하지.”

나려타검은 별로 고민하지 않고 응낙했다.

좋습니다.”

 

 

 

북야왕의 지하궁전은 위대하고 대단하긴 했지만, 넓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로 지하의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고, 면적을 넓히려면 암석을 파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위가 무너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니 무작정 넓히는 일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부가 무척 어두워서 더욱 그랬다. 지하니까 당연히 조명은 등을 밝힐 수밖에 없는데 이곳에 살았던 환인공은 어둠 속에서도 전혀 시야의 장애가 없으니 등불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부에는 배치된 등을 켜는데 필요한 기름이나 다른 재료가 전혀 없었다. 있었어도 오래전에 소모했을 테고, 이후로는 들여올 필요도 없고 들여오지도 않았을 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방들은 지하의 공간을 나누거나 암벽을 파고들어서 만든 시설치고는 좋았다. 그러나 이름과는 달리 궁전에 어울릴 정도로 화려하지는 않았다.


북야왕의 유지에 따라 이곳에 있던 돈이 되는 재화들은 모두 그 부하들에게 공정하게 분배되었고, 이것은 그들이 오늘날까지 이어오는 일의 기반이 되었다.


따라서 그런 쪽으로 는 건질 것이 없었다. 마찬가지 이유로 영약이나 비급 같은 것도 구할 여지가 없었다.


물론 궁전에는 서고도 있었고, 무기고와 다른 창고도 있었지만, 모두 평범한 책이거나 이미 비워졌거나 오래되어서 사용할 수 없거나 혹여 쓸만하더라도 굳이 그것을 들고 나갈 의미까지 부여하기는 어려운 물건들뿐이었다.


지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고, 지상에 올라가서도 사막과 초원을 한참 횡단해야 하는데 큰 가치도 없는 물건을 획득하는 일은 짐을 늘리는 바보짓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미 말했듯이 지하궁전의 크기 자체는 큰 편이 아니어서 방은 백 개가 안 되었다. 그 대부분 방은 과거 북야왕 부하들의 거처였고, 지금은 사람도 없으니 문이 잠겨있거나 한 곳은 없었다.


고풍무와 일행은 그런 곳을 열어서 횃불을 내밀어 비춰보는 정도로 확인만 하는 식으로 진행하여서 굳게 잠겨있다거나 해서 사연 있어 보이는 공간만을 남겨두었다.


그리고 환인공이 남겨준 열쇠를 사용해 하나씩 열었다. 운 좋게도 처음으로 연 보고에서 곽윤아가 원하던 물건이 나왔다.


곽윤아는 혈기창(血驥槍)을 보고서 좋아서 뛰다가 바위 천장에 부딪힐까 염려스러울 정도였다.


혈기창은 실제로 붉지는 않았다. 뭐 피가 굳은 검정색과 비슷하다면 그렇게 말할 수는 있었다. 창날도 무척 짧았으며 베는 용도로 쓰기에는 창날의 면적이 좁고 전반적으로 찌르기에는 적합해 보였다.


그렇게 차례로 열어보는 가운데 타기곡과 여산민이 원하던 물건이 나왔다. 그것은 노리개였는데 당연히 북야왕 왕후의 신물이었다. 이 물건이 그들의 주모인 강인혜에게 전달되기 전까지는 그들의 사명이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이렇게 획득함으로써 큰 진전을 이루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 용부단주가 옥로전장을 대표하여 찾던 물건도 나왔다. 그리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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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분량이 짧아 송구합니다.


허안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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