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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와선별부 타산지옥편 97

타산지옥(他山之玉)

 

11권 제 97

 

 

설자(楔子)

 

어느 날 다람쥐(혼유자鼲鼬子)가 엽신(獵神)에게 물었다.

사냥터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은 주로 무엇을 합니까?”

주로 거짓을 행한다.”

 

어느 날 엽신이 신주일군에게 물었다.

바둑을 두는 사람들은 무엇을 주의해야 합니까?”

착각하지 마라.”

혹자는 이 말이 엽신에게 주는 꾸중이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여산민이 몸을 굽혀 그 땅에 떨어진 물체를 살펴보더니 이윽고 들어 올렸다. 나착이 옆에 붙어서 말했다.

영리하게 나뭇잎을 숲에 숨기자는 생각이었군요. 이 물건의 주인은 재물 따위는 중요하지 않으니 재물 가져가는데 눈이 어두워진 자들이 정말 중요한 것은 놓치기 쉽도록 수를 써놓은 셈입니다. 그런데 그게 뭔지는 도무지 모르겠군요. 여대협께서는 짐작하시는 바가 있습니까? 그냥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돌덩이인데요.”


여산민이 그것을 들고 이리저리 관찰하는데 용부단주가 상자를 놓아두고 다가와 말했다.

그것이 무엇이든 본장이 찾던 물건이 바르다고 생각합니다. 떠나기 전에 들은 말이 있습니다. 환인공의 신표는 겉으로 보기에는 대단하지 않아 보이는 그냥 암석 덩어리 같을 테지만, 일반적인 돌과는 다른 뭔가가 있을 테니 그것을 찾아야 한다고 장주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따라서 이것이 그것 같습니다.”


여산민이 용부단주에게 물건을 건네며 말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굳이 짐작을 해보자면 이것은 심장(心臟)입니다.”


심장이요?”


누군가의 반문하는 목소리가 가장 컸지만, 질문의 내용은 소리 내어 입밖에 안 냈어도 거의 모든 사람의 마음에 공통으로 있었다.

많은 사람의 궁금해하는 눈길을 의식하면서 여산민의 설명이 이어졌다.

환인공의 물건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이 물건 자체의 재질이나 모양으로 미루어보아 이것은 심장입니다. 아니라면 심장 모양으로 만든 특이한 암석을 깎아 만든 조각품입니다.”


대부분은 사람의 심장을 정확히 본 적이 없으니 여산민의 말에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나착이 말했다.

그 말씀은 여산민 대협께서는 이것이 그런 모양으로 만든 돌조각품이 아니라 진짜 심장이라고 생각하신다는 뜻이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다시 말해서 석화된 심장입니다.”


어떻게 사람의 심장이 돌로 변할 수 있습니까?”


누군가가 질문했는데 여산민이 고개를 저으며 그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사람의 심장이 돌로 변한 것이 아닙니다.”


사람의 심장이 아니면 동물의...”

나착이 말하다가 문득 생각나는 점이 있었는지 나오던 말을 멈췄다. 여산민이 긍정의 표시를 하면서 말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저는 이것이 사람이 아니라 흡혈귀의 심장이었고, 무슨 이유로 인해서 석화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전설에 보면 몇몇 인간이 아닌 요괴가 태양빛을 보면 불에 타거나 혹은 돌이 되어 굳어버리는 일이 있다고 합니다. 저는 아마 그런 전설에 비추어 볼 때 이것이 어떤 이유로 돌로 변한 흡혈귀의 심장이었고, 이 석화된 흡혈귀의 심장은 역시 흡혈귀인 환인공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었기에 보관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중요한 물건을 신물로 사용하기에는 부담스럽지 않았을까요?”

누군가의 지적이었다. 일견 타당한 지적이었다. 북야의 삼공과 사위의 신물은 때로는 타인에게 맡겨져서 그 사람이 자신을 대신하여 일을 처리한다는 신분증의 역할을 해야 했다. 너무 귀한 물건이라면 특별히 그 주인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면 아무리 신뢰한다고 하여도 타인에게 맡겨 멀리 보낼 가능성이 있는데 신표로 삼기에 부담이 될 수 있었다.

질문자는 이런 점을 지적한 것인데 그 답은 간단하게 곽윤아에게서 나왔다.


바로 그래서 이것이 신물이 맞습니다. 북야왕께서는 그 수하들의 신물 역시 중요한 의미가 있는 물건들로 정하도록 하셨습니다. 북야왕 당신의 보물들도 그냥 북야왕께서 지니셨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자체로 귀한 보물이었습니다. 오늘 발견한 장신구나 다른 왕비의 신물이었던 귀걸이도 그 안에 심오한 무학의 이치를 담고 있는 물건이었다고 들었습니다. 환인공도 북야왕의 아랫사람에 불과하니 정말 자신에게 중요한 의미를 담지 않은 물건을 신물로 삼을 수 없었을 겁니다.”


곽소저의 말이 옳겠지만, 저 돌덩이 심장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더는 세상에 있지 않을 것 같으니 이제는 팔병비에 대한 신물 이상의 역할은 못 하겠군. 어쨌거나 우리 일행은 모두 각자 원하던 것을 얻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말이 오가고 찾아보지 못한 내부의 시설이나 장소를 살펴서 더는 대단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찾기로 하였다. 나려타검과 제해천의 사람들이 시간 약속을 어기고 가까이 오는 기척이 없었기 때문에 그리고 이제까지 다른 위험이나 함정이 발견되지 않았기에 일행은 두세 무리로 흩어져 남은 공간을 탐색했다.


이곳은 북야왕 시절의 생활공간이었으므로 환인공이 혼자 되고 나서 특별히 조치하지 않았다면 그런 함정이 있을 이유가 없기도 했다.


제해천과 백수당의 무리와 약속한 때까지 시간이 남아서 같은 장소를 몇 번이나 살피며 훑어보고 지나다녔지만, 더는 특별한 것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고풍무는 사람을 모으려 막 소리를 내려 하는데 느닷없이 심상치 않은 고함을 들었다. 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소리가 발생한 장소로 달려갔다. 고풍무가 당도하니 용부단주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그의 부하 한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용부단주의 다른 부하들은 매우 황당한 일을 당한 사람 특유의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고풍무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그제야 표정을 수습하고 손가락으로 한쪽 벽을 가리키며 말했다.

수토가 갑자기 부단주님과 동료를 공격하고 저곳으로 사라졌습니다. 환인공의 신물도 같이 가져갔습니다.”


그때 여산민 등도 도착하였고 바로 물었다.

수토가 용부단주를 공격하는 것을 보았는가?”


아닙니다. 저희는 이곳에 있었지만, 부단주님과는 몇 걸음 떨어져 있었습니다. 이상한 소리가 나서 돌아봤을 때는 부단주님이 이미 쓰러졌고, 동료도 그 옆에 쓰러지는 중이었습니다. 수토는 부단주님에게서 신물을 빼내더니 바로 몸을 일으켜 저 벽으로 사라졌습니다. 저희가 고함을 지를 때는 이미 벽을 열고 안으로 뛰어들었고, 제가 벽 앞에 섰을 때는 이미 지금처럼 열렸던 문이 사라지고 지금처럼 벽으로 바뀌었습니다. 제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다면, 저 벽이 문으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할 겁니다. 그러느라 고함을 쳤는데 죽검객님이 곧 오셨습니다.”


용미가 도착하여 문제의 그 벽을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말했다.

비밀문이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안에 제어장치가 있는지 이미 이쪽에서는 열 수 없도록 조치를 했습니다.”


용부단주와 옥로전장의 무사를 살핀 다른 사람이 두 사람이 확실히 죽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여산민이 나서서 더 자세히 살피더니 용부단주와 죽은 무사의 목덜미에서 미세한 침을 뽑아내었다.


여산민이 그 침에 대해 말했다.

수토가 배신할 줄은 몰랐습니다. 옥로전장이 고르고 고른 사람일 텐데 말입니다.”


고풍무도 수긍했다.

무엇보다 나는 그가 무공을 익히지 않아서 어느 정도 방심한 것 같군.”


물론 이미 말했듯이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칼 따위의 무기를 휘둘러 사막과 초원의 도적과 마적에게서 자기 몸을 지킬 정도의 실력은 지니고 있다. 그것은 의원이었던 수토고 마찬가지다.


고풍무가 의미한 바는 수토가 그 이상의 무공이 없고, 숨긴 것도 없으며 내공 따위는 전혀 갖추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여산민이 말을 이었다.

내공은 전혀 없을지라도 오랜 세월 의원 생활을 했으니 침술은 도통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침을 놓는 일은 무척 빠르고 정확할 것도 그만한 실력의 의생이니 당연하고요. 그런 침술로 누구와 싸울 수는 없지만, 완전히 방심한 두 사람의 뒤에 서 있다가 목덜미에 정확한 혈도에 독침을 빠르게 연달아 꽂는 일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게 실제로 일어난 일입니다. 무공이 없으니 처음부터 이곳에 이런 시설이 있는 것을 알고 다른 사람이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다른 고수들과 떨어질 때와 이 장소에 와서도 다른 부하 무사들과 필요한 거리를 확보할 때까지 오랜 세월 기다렸다가 실행에 옮겼다고 봐야 합니다. 인내심이 대단합니다. 무공을 몰라도 그 뛰어난 의술과 일을 성공시키기 위한 집중력과 의지가 남다른 인물이라는 사실은 명백합니다. 다만 지금 궁금한 일은 한 가지입니다.”


그가 누구를 위해 이런 짓을 했느냐지....”


일행 중에 고수급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어떤 기척을 듣고 고개를 돌렸고, 그중의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어쩌면 그 질문에 답할 사람들이 지금 여기로 오나 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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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허안 배상


덧글

  • 애독자 2019/11/02 09:25 # 삭제 답글

    항상 좋은 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뜬금 없는 생각 같기도 하지만

    혹시 유튜브에 글을 올리시면 어떨까요? 허안의 와선별부 라고 채널을 하나 만들면 어떨까요?

    거기라면 찾아가기도 싶고 글 읽는 것마다 수익도 창출되니 한번 고려해 보기 바랍니다.
  • 허안 2019/11/02 22:05 #

    영상의 시대에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콘텐츠가 과연 될까 싶지만, 관심을 가지고 제언을 주시니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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