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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와선별부 타산지옥편 98

타산지옥(他山之玉)

 

11권 제 98

 

 

설자(楔子)

 

어느 날 다람쥐(혼유자鼲鼬子)가 엽신(獵神)에게 물었다.

사냥터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은 주로 무엇을 합니까?”

주로 거짓을 행한다.”

 

어느 날 엽신이 신주일군에게 물었다.

바둑을 두는 사람들은 무엇을 주의해야 합니까?”

착각하지 마라.”

혹자는 이 말이 엽신에게 주는 꾸중이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타기곡과 고풍무가 사람들을 이끌었다. 이 깊은 지하에 갑자기 다른 사람이 생길 리 없으니 다가온 사람들은 나려타검을 선두에 세운 백수당과 제해천의 사람들이었다.


나려타검의 표정으로 보아 그가 이변이 발생한 사실을 알고 있다는 확신이 든 고풍무가 물었다.

혹시 수토가 원래 그쪽 사람이었나?”


나려타검이 간단하게 그 말에 긍정하였다.

이름이 수토(壽兎)였잖습니까?”


그 말에 고풍무가 당했다는 듯한 과장된 몸짓을 보이면서 말했다.

원래 백수당의 토끼였다...”


이름만 보면 장수하는 수명에 길하다는 이름으로 달나라 토끼를 은유해 지은 것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토끼는 토끼고 백수당에 속한 토끼가 맞습니다. 다만 내가의 무공을 익힌 적은 없었습니다.”


그래. 그래서 너무 방심했어. 의술이 깊으니 자연히 독술이 깊을 테지만, 그건 우리에게 더 뛰어난 사람이 있으니 문제 될 것 없다고 생각했지. 아 물론 수토를 의심해서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네. 그저 우리 일행이라면 누구에게나 한 번 정도는 그런 검토를 해보는 일이 당연히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 그러나 정작 모든 사람에게 그런 검토를 해보는 일을 항상 습관적으로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검토를 하고 말았던 게야. 그래서 무공을 모르는 것이 확실하고, 또 옥로전장 노장주의 안목이 살폈을 테니 괜찮을 것이라고 지나치게 믿었던 게지.”


이름만 보고 사람을 의심할 분은 아니시죠. 죽검객님도...”


그래 태도에서든 무엇에서든 아무런 기미도 징조도 없었지. 대단한 절제력과 인내심이야. 실제로도 무공이 없었는데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천시와 지리가 맞았을 때 침술만으로 간단하게 일을 성공시키고 도망치다니 솔직히 그런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군. 말이 쉽지. 무공에 자신이 없는 사람이 들키면 자신을 지킬 방법도 수습할 방법도 없는 데 오랜 시간 굳건한 심리 상태를 유지하는 일은 생각보다 대단한 일이지. 아무튼, 결국 자네들도 믿는 구석이 있었네. 그려.”


그렇습니다.”


나려타검이 대답하자 고풍무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여기에 다른 비밀 통로와 문이 더 있나?”


, 있습니다. 다만 수토가 나간 문은 아마 뒤에 다른 사람이 따라올 수 없도록 해놨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내공을 제대로 익히지 않은 수토가 추적자를 감당할 방법이 없으니까요.”


그러니까 너희들은 북야왕의 지하궁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는 말이네.”

제해천에 자세한 정보가 있었습니다. 해명신군께서 북야왕을 격파하던 시절에 이곳을 다녀가셨고, 당시 있던 사람들이 기록을 자세히 남겼습니다. 심지어 거의 그 시대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예면옹이 아직 살아계시는데 이 분이 50년 정도 전에 한 번 내려왔다 가신 적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굳이 쉬운 길이 아닌 길로 온 것은 우리를 유인할 셈이었나?”


아닙니다. 여기서 나가는 길은 들어올 때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과거 북야왕 시절을 생각하면 자기 거처에서 나갈 때 빠르게 지상으로 나갈 길을 만들어 두는 일은 당연한 것 아닙니까? 그렇지만 그 길로 누군가 빠르게 침입해 오는 일은 원하지 않을 테니 그 길들은 여기서 올라갈 때는 쉽게 오르지만, 반대쪽에서 들어오려면 절차가 복잡합니다. 더구나 북야왕께서 돌아가신 이후에는 들어올 길 자체가 막혔다고 합니다. 해명신군께서 굳이 복원하지 않으신 탓이라 합니다. 하지만 나갈 때는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여러 개가 있다고 하더군요. 다만 모든 통로가 지금도 이용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수토가 무사히 나갔다면 다른 곳도 잘 이용할 수 있으리라 추측합니다.”


그런 정보를 이렇게 쉽게 말하는 이유가 있겠지?”


고풍무의 질문에 나려타검이 간명하게 대답하였다.

살고 싶어서입니다. 저희가 길을 알려드릴 테니 저희도 무사히 나가게 해주십시오. 아울러 나가서도 서로 자기 길을 가고 해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너희를 다 죽이고, 온 길로 되짚어갈 수도 있는데...”


죽검객님이나 저기 타기곡과 여산민 두 분이 워낙 대단해서 결국 저희가 전멸하리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그러나 세 분 말고 싸움

이 끝난 후 확실히 산다고 장담할 수 있는 분이 몇이나 됩니까? 그 점을 죽검객께서 고려해주시기 바랍니다.”


수토가 물건을 가로채 갔으니 너희는 너희 목적을 달성했다 이것이군.”


짐작이지만, 옥로전장 말고 다른 분들은 여기 온 목적을 이루셨다고 생각합니다만..”


고풍무는 여러 사람의 얼굴을 돌아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반대할 사람은 남아있는 용부단주 휘하의 무사들 정도밖에 없었는데 그들은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는지 이 일행의 지휘권이 고풍무에게 있다는 처음 출발할 때 고지된 사실을 명심하고 있어서인지 의견을 내지 않았다.


고풍무는 여기서 싸움을 벌이면, 남은 일꾼 상당수를 지키면서 싸우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런 싸움을 할 각오는 이 일을 시작할 때부터 항상 있었지만, 지금 목적을 다 이루고 귀환만 하면 되는 상태에서는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고풍무는 전음으로 몇 사람과 대화를 조금 더 나누고 결국 나려타검의 제안을 승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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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이 짧아 죄송합니다. 적절하게 끊을 곳을 찾지 못했습니다.


허안 배상

 


덧글

  • 해밀 2019/11/04 16:38 # 삭제 답글

    잘 읽고 있습니다.
    항상 응원과 감사드립니다
  • 허안 2019/11/13 18:04 #

    덧글 하나에 한 주를 더할 기운이 납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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