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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2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2

 

 

설자(楔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한편으로 권평서와 안혜빈은 대상맹이 사들인 산간벽촌 마을 가운데 그들이 다음 순서로 정한 마을에 접근하고 있었다. 와선별부가 있던 구내아란 청년의 마을에서도 그랬고, 지금까지 둘러본 다른 마을에서도 마을 자체에는 항상 특이한 점이 없었다.


그래서 권평서 부부가 살피는 사항은 항상 마을 외곽에 있었다. 그간의 조사를 통해 그들은 한 가지 성과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맞는지 이 마을에서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마을 외곽을 먼저 살핀 권평서 부부는 그들이 찾던 것을 발견하고, 마을로 향했고, 마을로 들어섰다. 열 가구 조금 넘게 사는 마을이라고 부르기에도 작은 마을이었다.


이제까지도 그랬지만, 이 정도 마을이면 그들이 궁금한 내용을 알아보는 것도 금방이다. 마을에서 처음 만난 주민은 그들이 외지인임에도 그들이 묻는 바를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그러니까 이 마을에 젊은 놈이 있냐 그 말이시지요?”


마을 주민은 권평서와 안혜빈이 시종도 없이 단둘이 왔으나 어쩐지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 하긴 이런 마을에 들어온 외부인은 거지 차림이 아닌 한 신분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였다.


네 그렇습니다.”


이 마을에는 젊은 사람이라곤 하나밖에 없습니다. 저기 백씨댁 아들이 그 아이인데 마을에 배필이 될 비슷한 나이 처녀는커녕 친구삼을 젊은 놈도 하나 없어서 혼자 커왔는데 우리도 저걸 다른 곳으로 내보내야 하나? 어디서 시집올 처자를 구하나?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주민의 안내 말은 길었으나, 권평서는 그 말에서 이 사람이 진심으로 그 백씨집 청년을 걱정하는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마을이 작아서 겨우 열 집 남짓하니 그 집 아들이 자기 집 아들이나 다름없이 생각되는 그런 작은 마을 특유의 정이 있음이 틀림없었다.


마을 주민의 말이 이어진다.

그나저나 그 녀석 나이가 이제 스물이 차 오는데 이런 곳에 사니 장가는커녕 아비마저 앓아누웠으니 하늘도 무심하지지....”


권평서는 그 이후로도 이어지는 말을 끈기 있게 들어주다가 적당한 틈을 봐서 말을 끊고 그 집으로 향했다.

마을이 작아서 모든 집이 한눈에 보였으나, 그런데도 모든 집이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평평한 지역에 들어선 마을이 아니라 산지에 들어선 마을이라 집이 들어설 만한 자리를 찾아 집을 지었기 때문이다. 지금 들어선 여러 집도 산비탈을 깎고 다듬어 집터를 만들고 거기에 집을 지은 것이니 그런 비탈진 지형에서 이웃끼리 담장을 맞대고 집을 지으려면 매우 큰 노력이 필요했고, 따라서 그나마 터를 잡는 데 힘이 덜 들고 땅을 덜 파도 되는 곳에 집을 지었기 때문에 서로 보이기는 다 보여도 10여 호의 작은 마을치고는 마을 전체 면적은 넓은 편이었다.


주민이 가르쳐준 집을 눈에 담으면서 그쪽으로 걸어가면서 권평서가 말했다.

그간 조사한 곳과는 차이가 있구려.”


그렇네요. 하지만 하나뿐인 아비가 앓아누워서 상황이 다른 것 아닐까요?”


일단은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성과라고 생각했던 추측이 틀릴 수도 있는 가능성이 처음 생긴 것은 분명합니다.”

권평서와 안혜빈이 하고 있는 추측이란 두 사람이 그간 이런 벽지마을을 둘러보면서 알아낸 사실에 기반한 것이었다.

그 사실이란 첫째로 대상맹이 사들인 벽촌 마을 가운데 일부는 와선별부가 마을 외곽에 있던 마을처럼 근처의 숲이 오래전에 누군가에 의해 조림이 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그런 조림이 이루어진 흔적이 전혀 마을 외곽에 없는 곳도 있었다. 권평서는 그런 마을은 그냥 위장용으로 사들인 곳이라고 생각했다.


둘째로 마을 주변에 인공적인 조림이 이루어진 마을에서는 반드시 십대에서 이십 대 사이의 젊은이가 최근에 마을에서 빠져나갔다. 와선별부가 있던 마을에서는 구내아라는 청년이 대상맹 포간사에 의해 원치 않게 마을을 떠났다가 그 이후로 실종되었다.

어떤 마을에서는 누군가가 돈을 주고 청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며 떠났다. 어떤 마을에서는 납치된 곳도 있었다. 다른 마을에서는 누구도 강제하지 않았는데 더는 이런 벽촌에 살기 싫다고 짐을 싸서 도망친 청년도 있었고, 비슷하지만 도망치지는 않고 나름대로 환송을 받으며 출가 비슷하게 도회지로 떠나간 청년도 있었다.


여자도 있고 남자고 있었고, 마을에서 나가게 된 사연은 다 달랐지만, 마을 주변에 조림이 된 마을에서는 딱 한 명씩 젊은 청년이 더는 자신이 태어난 마을에 거주하지 않게 되는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동일했다.


이 마을도 약간 떨어진 외곽에 조림된 숲이 있었고, 역시 와선별부가 있던 숲처럼 하늘의 천문도를 바탕으로 인공적으로 나무를 심고 재배하여 조림한 숲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마을에 하나밖에 없다는 청년이 아직 마을에 남아있었다.


산간 벽촌의 가난한 집이었다. 대문이랄 것도 없었고, 밖에서 인기척을 내자 이런 마을에 어울리는 복장을 한 청년 하나가 나왔다.

권평서가 소개를 하고 소개를 받으니 청년의 이름은 백건재(白建才)라고 했다. 이런 촌 동네 청년의 이름치고는 나름대로 정성이 들어간 이름이었다. 그리고 이런 촌 동네 이름답게 아는 글자 내에서 최대한 고민했을 것 같은 이름이기도 했다.


권평서는 부친의 상세를 묻고 위로하고 집안의 내역을 물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 이것저것 물으니 경계를 하는 것이 어느 정도 눈치가 있고 머리도 나쁘지 않은 청년 같았다. 권평서는 짧은 지식이나마 백건재의 부친을 진맥해주겠다고 나섰고, 그러자 청년의 태도가 확 좋아졌다.


권평서가 안으로 들어가 문진하고 진맥한 결과, 그가 판단하기에 위중한 병은 아니었다. 하지만 때를 놓친다면 위중해질 수도 있는 병이기도 했다. 하지만 몸을 보양하고 음식을 잘 섭취하면 낫을 병임에도 이런 마을에서 약을 안 쓰고 누워만 있다면 때를 놓치게 되고 그러면 위중해진다.


다행히 권편서 내외가 지닌 물건 중에 소용이 닿는 약재가 있어 그것을 내주고 돈도 조금 나누어서 보양식이 될만한 것을 사오도록 했다.


백건재가 직접 가는 것은 원하는 바가 아니었기에 다른 마을 주민에게 부탁하였고, 아까 만난 마을 주민이 보여준 바대로 인심이 후한 곳이어서 멀리 떨어진 다른 큰 마을에 다녀오는 일을 마다하지 않고 해줄 사람은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안혜빈이 약을 달이는 동안, 권평서는 백건재 청년에게 이것저것 많은 일을 물어볼 수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별다른 특이점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청년의 집안이 4대조까지 올라가면 그래도 벼슬도 하던 집이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고, 이미 3대 전에 기울어 당대에는 이런 궁벽한 산골에 들어왔다는 사실은 말할 것도 없이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백건재의 부친은 글자 한 자 못 읽는 문맹이어도 벼슬을 했다는 할아버지, 그러니까 백건재에게는 증조부의 삶을 존경하여 그 자신은 잘 알지도 못하는 선비의 길을 강조하는 농부라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그나마 대단한 점은 글도 모르고 유학도 모르는 농부지만, 그래도 도리라는 것은 알고 그것을 강조하여 아들을 키웠기에 백건재가 글은 몰라도 성품은 괜찮은 청년으로 컸다는 사실 정도였다.


그 정도 사연은 다른 곳 갈 것 없이 이 마을 다른 사람에게도 비슷한 유형의 사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권평서는 지니고 있던 추측과 단서가 어긋났지만, 그렇다고 환자를 돌보다가 떠날 수 없어서 며칠 더 머무르며 백건재의 아비를 돌보기로 했다. 당연히 백건재와 그 아버지는 무척 고마워했고, 그것은 다른 마을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여드레가 지나고 백건재의 부친이 완쾌되어 이제는 문제없다고 생각되어 마을을 떠나려 결심했을 때, 그날에야 권평서는 자신이 생각한 추측이 어긋난 것이 아니라 다만 너무 일렀던 것임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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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이 짧게 나왔습니다. 죄송합니다.



허안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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