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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3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3

 

 

설자(楔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마을에 나타난 노인은 푸른 색 비단으로 지어진 옷을 입고 있었다. 비단에 불규칙한 비늘 무늬를 넣어서 시각에 따라 반짝이는 부분이 다른 특이한 옷을 입은 이 사람이 누구인지 권평서는 짐작할 수 있었다.


마교 내부의 양대 파벌인 명왕지종(冥王之宗)4대장로 혼괴광난(混怪狂亂) 가운데 괴장로 사남우(史南宇)라는 사람이었다. 다른 파벌인 명존지종에 속하는 인의예지 4대장로는 이미 만났고, 다른 쪽의 장로 하나를 만났으니 마교도가 아닌 사람 중에 이런 인연이 있던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할 수 있었다.


아무튼, 이런 벽촌에 마교 장로 사남우가 20명 정도의 부하를 이끌고 나타났으니 권평서 내외가 품고 있던 의심이 결국 실현된 셈이었다.


물론 이 시점에서도 여전히 그들은 마교의 속셈이나 사정을 정확히 알고 있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사남우는 마을 주민 누구에게도 묻지 않고, 백건재의 집을 향해 움직였다. 권평서 내외는 마침 밖에 나와 있다가 그들이 나타나고 바로 이 집을 향해 오는 모습을 몰 수 있었다.


사남우 일행이 마을을 중간 정도 지났을 때 마을에 남아있던 사람들도 창문을 열거나 나와보거나 하여 갑자기 마을에 들어선 낯선 방문자들의 모습에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백건재와 그 부친도 밖으로 나와서 그 흐름에 동참하였다. 다만 그들은 모르지만, 이 일의 관련자가 그들 자신이라는 점은 다른 사람과 다른 점이었다.


두 부자는 권평서 내외를 전송하기 위해 일 나가는 시간을 미뤘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어쩌면 집에서 저 사람들을 마주할 일은 없었을지 몰랐다.


권평서는 어쩌면 그들 부부가 이곳에 온 일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건을 촉발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면서 사남우 장로가 부하들을 이끌고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사남우 장로는 밖으로 나온 백건재를 보자 눈빛이 달라졌지만, 속도는 그대로 유지한 채 움직였다.


사남우가 다가오자 권평서는 잠시 고민하다가 백건재와 그 아비에게 몇 마디 말을 걸어 허락을 얻었다. 그리고 사남우 장로가 적절한 거리에 이르자 정중한 인사로 그를 맞았다.


사남우는 그 인사를 받았지만 바로 이렇게 말했다.

네가 누구인지 들은 적이 있다. 아마도 권평서라는 사람이 맞을 테지.”


사남우는 권평서가 뭐라 응대하기도 전에 말을 이었다.

오늘 본좌가 여기 온 목적은 네게 있지 않고, 작은 촌락의 작은 집이라도 이 집의 주인은 저들인 것 같으니 네가 나설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남우가 지적한 일은 이미 권평서가 고려한 바였고, 그렇기에 이미 두 백씨와 짧게 의견을 나눴던 것이라 사남우의 말에도 불구하고 더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저는 이들 부자와 전혀 관련이 없지도 않으니 무슨 일인지 여쭤봐도 되겠는지요?”


사남우는 권평서를 잠시 노려보는 듯했으나 누구에게 말하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누구라도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말했다.

거기 있는 젊은 청년 이름이 뭔지 모르겠지만, 그 청년하고 볼 일이네.”


무슨 볼일입니까?”
사남우의 표정이 어그러졌으나 말은 이어졌다.

우리와 같이 본교의 교단이 있는 곳으로 가주면 좋겠소.” 사남우의 시선은 이 말을 하면서 백건재를 쳐다봤지만, 권평서는 상대가 눈길을 주든 안 주든 말을 이어나갔다.


어째서 이 젊은이가 귀교를 따라야 합니까? 이 사람은 귀교에 입문한 적도 없으니 교도도 아닙니다. 그리고 귀하는 관리도 아니니 양민을 오라 가라 할 권리도 없습니다.”


관리를 시켜 오가게 하는 일을 우리도 못 할 것도 없지만, 그전에 이미 저 청년은 우리 교의 사람이다.”


그가 귀교의 교도라고요? 언제부터 그가 귀교의 교도입니까?”


날 때부터.”


그 말에는 마침내 백건재의 아비가 나서고 말았다.

노인장께 죄송하지만, 제가 이 아이의 아비인데 제가 모르는 날 때부터 교도라는 말이 무슨 말씀이십니까?”


너는 알 필요 없다. 그러니 그 아이가 우리교의 사람임은 하늘의 이치다.”


권평서는 그 말을 듣고 문득 짚이는 바가 있어서 이렇게 말했다.

혹시 신탁이나 천명으로 뭔가가 임하여 이 청년에게 귀교의 연이 닿아 있다고 점지라도 하였습니까?”


사남우가 의외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말도 맞다고 할 수 있겠군.”


하지만 하늘의 뜻이라도 본인이 원하지 않는 일을 강제하는 일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권평서의 그 말에 사남우가 역정을 내며 말했다.

네가 소교주와 나눈 교분을 생각해 본좌가 많이 참았으나 점점 봐주기 힘들구나. 더 이상 쓸데없이 나선다면 본좌가 계속 참으리

라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백건재를 보면서 말했다.

네가 우리를 따라나선다면, 네 아비가 평생 먹고 살 재물을 줄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가 너를 해치거나 하는 일은 절대 없다. 또 흔히 이런 일이 그렇듯이 너를 데려가 종으로 부리거나 어디에 일꾼 따위로 팔아넘기려는 것도 아니다. 너는 모르겠지만, 너는 본교에 상당히 중요한 가치가 있다. 본좌는 가능하면 네가 순순히 우리를 따라 나서주기를 바란다. 본좌도 가능하다면 강제로 누군가를 억압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가능하다면 억압하지 않겠다는 말은 필요하다면 강제로라도 하겠다는 말을 다르게 한 것에 불과하다. 권평서는 사남우가 비록 마교라 불리는 집단에서도 더욱 어두운 쪽으로 생각되는 명왕일종의 사람이지만, 한 입으로 두말을 하거나 허튼소리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권평서는 백건재가 나름대로 판단력이 있고, 다 자란 청년이기에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편이 옳다고 생각하였다. 거기에 더하여 현실적으로 사남우 장로와 그가 이끌고 온 부하들을 그들 내외 두 사람이 상대하기는 버겁다고도 생각했기에 자기가 알고 판단한 내용을 일러주고 본인이 결정을 내리도록 돕기로 하였다.


만약 백건재가 가지 않겠다고 한다면 실력과 머릿수에 밀려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마교와 명왕일종이라는 선입견만으로 판단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권평서는 사남우에게 정중한 태도로 시간을 달라고 말하고 백건재에게 설명을 했다. 백건재와 부친은 불안하기는 하여도 당장 저

들과 맞서느니 당장은 저들의 말을 따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고 사남우를 따르기로 하였다.

사남우는 상당한 시간을 의논하도록 내주고 또 부자간의 이별할 시간을 준 뒤에 백건재를 데리고 부하들과 마을을 떠났다.

권평서는 남은 부친에게 자신이 가능한 한, 아드님을 돌보겠다는 약속과 위로를 건네어 마음을 다독인 다음에 안혜빈과 단둘이 되자 의논을 하였다.


결과적으로 이 마을에서도 구내아 또래의 청년이 마을을 이유야 어쨌든 떠나게 된 상황은 발생하였다.

하지만 오늘은 가외의 소득이 있었다. 마교의 명왕지종이라고도 불리고 명왕일종이라고도 불리는 세력의 장로가 남긴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말을 단서로 하여 권평서는 그간 모은 정보를 풀어놓고 안혜빈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혼자서 사색을 하다가 문득 한 가지 발상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떠오른 생각을 가다듬을수록 그 생각이 이제까지 정황에 완전히 들어맞으며 아무리 반대쪽에서 반론을 생각하려 하여도 

그러한 반론의 여지가 없다는 점만 확실해졌다.


그리하여 마침내 자신의 생각이 아무리 생각하여 맞다는 결론에 도달한 권평서는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외치고야 말았다.


이렇게 투미하다니 그걸 몰랐다니...”


단둘이 있기에 그 말을 들은 유일한 사람인 안혜빈이 자연히 이렇게 말했다.


무슨 일이신가요? 상공.”


권평서가 아내를 보며 말했다.

구천십지신마(九泉十地神魔)!”


?”

이 땅에 열아홉 곳의 신마가 태어날 자리를 풍수를 통해 찾아낸 것이오. 그리고 그 지세에 일부러 하늘의 기운을 담은 천문도를 바탕으로 숲을 일궜소. 구천십지에서 태어나는 흉험한 신마들은 뛰어난 인재들이지만, 그대로는 통제할 수 없는 살인귀가 되거나 흉신악살이 될 운명이 짙은 사람들이오. 하지만 그 기운을 바로잡을 수 있는, 그리고 아마도 이 경우에는 그 기운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진법을 더한 숲을 만들어 다스리고 변형시켰소.”


안혜빈도 그 말을 듣자 그래서 천문도를 바탕으로 한 숲을...”


그렇소. 부인. 바로 그것이오. 그리고 이들은 마교의 오랜 전설에서 말하는 세상을 뒤덮을 암왕 즉 명왕의 후보들이기도 하오. 그래서 그들이 날 때부터 마교에 속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이오. 천성이 신마에 속한 자들이니까 그건 명존을 섬기는 명존지종의 일맥에서는 전혀 그렇게 보지 않을 테지만 명왕일종의 일맥에서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오.”


그럼 큰일 난 것 아닌가요? 아직 무공을 모르지만, 그들은 선천적으로 악인이 되기 쉬운 사람들인데 뛰어난 재능을 지니고 태어나니...”


사달이 나려면 벌써 나고도 남았소. 그런데 이미 말했듯이 하늘의 성좌(星座)의 기운을 품은 숲이 그들에게 태중에서부터 그리고 태어난 이후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오. 그렇지 않았다면, 마을마다 그놈 사고 칠 놈인지 알았다는 평판 정도는 다들 듣고 살았을 것이오. 그러니 당장은 문제없소. 이 일을 꾸민 사람도 세상을 피로 씻고 싶은 미친 무공기재 열아홉을 원하지는 않았으니 그렇게 한 것이고.”


그럼 그들이 마교가 얻은 것이네요. 우리는 마교가 뭘 받고 협력하는지 몰랐잖아요. 그런데 상공의 이 생각이 맞는다면, 마교가 받은 것은 열 아홉 명의 천재에요. 그들의 수백 년 염원을 이뤄줄 정도의 천재들이죠.”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을 거요. 마교 내에서 양대 교종의 생각 차이가 있으니까. 명존의 일맥에서는 명왕의 일맥을 달래기 위해 이들을 제공한다는 것에 동의했다는 점은 확실하겠지만...”


그럼 이 청년들은 모두 마교가 데리고 있다고 생각해야 하나요?”


아니오. 그건 그렇지 않을 거요. 우리가 조사한 바로는 오늘처럼 마교 장로가 직접 나선 적은 없었소. 원래 이런 일은 운명처럼 어떤 부름이 그 사람을 인도한다는 것이 그 사람들 교리니까 그러나 오늘의 일을 보면 그 인내심이 다한 것인지도 모르오.”


명왕일맥의 인내심이 다해서 명존일맥의 왕학 소교주에게 강력히 요구하여 운명에 따라 저절로 그리고 천천히 오는 것이 아니라 찾아 나서서 빨리 얻는 길로 방향을 틀었다고 생각하여도 그럴 듯하네요.”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소.”


그게 뭔가요? 상공.”


만약 내가 한 추측이 맞는다면 이 열아홉 명 중 한 명은 반드시 천마지체를 타고난 청년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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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독자분들에게 감사합니다


허안 배상




덧글

  • 해밀 2019/12/26 16:21 # 삭제 답글

    구천십지신마의 탄생!!!
    또한명의 절대고수가 마교에 의해 만들어 지는군요..........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 허안 2019/12/28 21:43 #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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