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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008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8

 

 

설자(楔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옥소홍이 말했다.

다른 사람의 계획이나 원하는 바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두 분은 좋은 사람 같고 두 분의 설명이 아마도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덕분에 이제까지 가장 궁금하게 여겼던 일에 관해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감사드려요. 하지만 그 사람들이 풍수니 성좌니 하는 것에 손을 썼다고 우리가 그 사람들을 위해서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등영림도 말했다.

제 꿈에 두 분을 만나는 일이 좋은 일로 나온 까닭을 알 것 같아요. 짐작이지만 두 분이 아닌 다른 사람 그러니까 그 마교의 사람들이 우리를 찾았으면, 그들 뜻대로 우리를 부렸을 것 같아요. 그런데 두 분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보다는 우리의 뜻을 먼저 생각해주실 분들 같아요.”


이렇게 말하고는 등영림은 권평서와 안혜빈을 보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게 생각하여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우리는 두 분 소저의 뜻에 반하여 어떤 일도 강요하고 싶지 않소.”


위와 같은 두 부부의 말에 등영림과 옥소홍 모두 기쁘게 답했다.

그럴 것 같았어요.”


"다행이에요. 역시 꿈대로 해서 잘됐어요.”

 


안혜빈이 그들의 기쁜 마음이 약간 진정되기를 기다려 현실적인 문제를 꺼냈다.

그런데 두 분은 앞으로 어떻게 할 건가요?”


저희도 사실 그 일을 염려하고 있었어요.”


등소저에게 꿈이 뭔가를 보여준 것은 없소?”


앞으로 도움이 될만한 내용은 없어요. 있어도 지금의 저로선 잘 모르겠고요. 그리고 이제까지 경험을 보면 중대한 만남이나 결정을 겪기 전에는 그 이후의 일은 꿈에 나타나지 않았어요. 제 생각에는 제가 확정하지 않았으니 꿈도 보여줄 수 없는 것 아닌가 해요. 지금 생각으로는 아마도 오늘 두 분을 만났으니 오늘 밤부터는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확신은 없어요.”


현실을 고려하면 소저들이 본래 마을로 돌아간다면 마교의 사람들에게 가지 않을 수 없소. 그리고 어쩌면 마교에서 두 분에게 좋

지 않은 일이나 부당한 일을 시킬 수도 있지만, 대접은 좋을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소. 호의호식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고, 아마도 나는 물질적인 면만 따지면 산촌에서 지내던 삶보다는 형편이 나을지도 모르오. 마을에 남은 가족도 그 덕에 더 나은 처지가 될 수도 있소.”


등영림이 말했다.

저는 싫어요. 반대로 말하면 그 사람들에게 협조하지 않으면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는 말씀이시죠? 그리고 그 사람들이 시키는 일이 도리에 맞지 않는 일일 가능성도 크고요. 그리고 우리 집이 가난하기는 하지만, 제가 없다고 굶어 죽지는 않을 거예요.”


옥소홍도 자기 의견을 말했다.

저는 이 사건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들 뜻대로 해주면 최선이 방금 말씀하신 그 정도 대우를 기대할 수 있다는 말씀이시잖아요? 그러면 최악은 뭘까요? 이것저것 다 떠나서 저는 남이 내 인생을 좌우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 혹시 어차피 같은 길을 가게 되더라도 제가 결정하고 선택해서 그 길을 가고 어떤 일이든 하고 싶어요.”


안혜빈이 감탄하며 말했다.

정말 총명을 타고난 아가씨들이네요. 그 나이에 더구나 뚜렷한 학문을 접할 기회도 없는 마을에서 살았을 텐데 이 정도까지 생각이 깊다니 두 분이 타고난 총명을 지녔다는 사실만으로도 두 분이 4대장로들이 찾는 사람이 확실하네요.”

권평서도 그 말에 맞장구를 치고 다음 말을 이었다.


마을로 돌아가지도 않고 그들과 접촉하기도 싫다면 달아나는 수가 있소. 그러나 촉 땅이 넓다고 하여도 젊은 처자 둘은 어디로 가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거요. 시골로 갈수록 더욱 그렇지. 그렇다면 도회로 숨어야 하는데 그것도 그렇게 오래 버틸 수는 없을 거요. 물론 등소저에게는 미래를 내다보는 꿈이 있으니 영원히 안 마주칠 수도 있소. 하지만 자주 거처를 옮기며 쫓기는 삶이 계속되는 일도 곤란하오. 그러니 달아난다면 촉 땅을 아예 벗어나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데요?”


그런데 현재 촉 땅은 봉쇄된 상태요.”


봉쇄요?”


촉에서 밖으로 나가는 길은 산길이든 대로든 수로든 강이든 모두 감시를 받고 있소.”


오고 가는 행인이며 상인이며 한 둘이 아닐 텐데요. 거기다가 직접 가본 일은 없지만, 장강의 물길을 따라 하류로 내려가는 배가 하루에만 수백 척이라고 하던데 그걸 다 감시하나요?”

그들이 감시하는 것은 장소가 아니라 사람이오. 그러니까 그들이 하는 일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큰 방회나 문파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것이오. 다시 말해서 무림이나 관부 등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촉 땅을 벗어날 수 있고, 그들도 그것까지 막는 것은 아니오. 아니 그런 것까지 막는 것은 황상께서 칙명을 내리셔도 가능하지 않소. 하지만 청성파에서 하인이 한 명 길을 나섰는데 늘 다니던 마을 주막도 아니고 근처 친구 집도 아닌 길을 나선다면 그건 의심이 풀릴 때까지 감시하고 그들이 정한 일정 기준을 벗어날 때는 막을 것이 틀림없소.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는 촉중의 적지 않은 군문의 병사와 무림인이 이런 식으로 이미 죽었소.”


하지만 저희는 그런 유명한 단체에서 출발하지 않잖아요?”


그건 소저 말씀이 맞소. 하지만 결국 어느 시점에서는 배를 타든 걸어가든 관부가 공식적으로 설치한 검문을 받게 될 것이오. 그런데 그걸 통과할 방법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오. 소저들이 마을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을 아는 즉시 저들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통해 검문을 할 것인데 두 분 소저는 그것을 통과해 촉땅 밖으로 나갈 방법이 없소.”


안혜빈이 그 말에 보탰다.

참 역설적인 것이 무림인이라면 그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들킨 지역에 배치된 사람보다 무공이 높다면 말이죠. 그리고 이어질 다른 고수의 추적도 뿌리쳐야 하지만요. 그런데 이미 들으셨듯이 그런 무림인은 시작부터 그에 걸맞은 감시와 미행이 따르고 준비가 이루어지죠. 여러분은 시작에는 그런 것이 없지만, 반대로 막상 마지막 관문을 넘을 방법이 없고요.”


권평서가 말을 이었다.

반대로 어려운 길이긴 하지만, 중원 방향이 아니라 토번국쪽이나 대리국쪽으로 간다면 가능성은 좀 커질 것이오. 그런데 그쪽은 설령 도착한다고 하여도 젊은 처녀 두 사람이 어딘가에 정착하기는 어려운 땅이오. 재물도 없고, 재물이 있으면 오히려 화를 불러들일 수도 있소. 또 여자에게는 남자에게는 없는 추가적인 위험도 있고, 정착할 때를 생각하면 가족까지 같이 가는 것이 그나마 조금 나은 선택이겠지만, 그 경우에는 추격자를 뿌리칠 수 없을 거요. 솔직히 외국에 정착한다는 일이 쉬운 일도 아니고...”


두 분이 저희를 도와주실 수 없나요?”


돕고 싶소. 그러나 우리 도움은 실제로 도움이 안 될 가능성이 높소. 우리가 함께 가면 아까 소저가 말한 유명한 단체에서 출발하는 일이 될 것이오. 이런 말 스스로 하면 우습지만, 우리가 지금 촉 땅에서 나름대로 유명한 사람이오. 특히 마교에게는 더욱 그렇지. 물론 지금은 저들이 우리가 여기 이런 곳에서 소저들과 있는 것을 모를 것이오. 하지만 앞으로 세 시진 안에 우리가 저들에게 발견되지 않으면, 사람을 늘려 우리를 찾을 것이오. 그래서 원래는 두 분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일단 헤어져 우리를 뒤따르는 자들에게 어느 산길이나 작은 객잔에서 우리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소. 정말 대단한 고수를 투입하지 않는 한, 우리를 항상 감시하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그들도 알기에 잠시 우리 행적을 놓치는 일은 늘 있는 일이지만, 그 시간이 길어지면 저들 처지에서는 수색할 사람을 늘릴 수밖에 없소. 간단히 말해서, 우리가 어딜 가든 사방 백 리 안에는 항상 우리를 감시하는 사람이 있소. 그 백 리라는 거리는 우리 부부가 그들을 일부러 떨어뜨려 놓으려 할 때의 거리요. 그보다 먼 거리가 벌어지거나 혹은 그 정도의 시간보다 더 오래 우리 행적을 못 찾으면, 그때는 저들이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할 테니 그때부터는 백 리의 거리나 세 시진의 시간도 더는 확보할 수 없을 거요.”


요컨대 두 분이 저희와 동행하는 일은 밤에 등불을 켜고 다니는 것처럼 저희 둘의 행적을 확실하게 보여줄 것이라는 말씀이시군요.”


안타깝지만 바로 그렇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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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루 연재가 늦어 죄송합니다.  기다리신 분들에게 죄송합니다.


귀성 다녀오느라 그런 것이면 변명이 될 텐데 감기에 걸려서 다시 고생중입니다. 


늙었는지 겨울에 보통 감기는 한 번 앓았는데 이번 겨울은 벌써 두 번째입니다. 

다만 이번 감기는 저번보다는 견딜만 합니다.


독자분들은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기원합니다.



허안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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