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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009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9

 

 

설자(楔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권평서의 안타깝다는 말에 옥소홍이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저희가 달아날 수 없거나 적어도 어렵다는 사실은 알았어요. 그런데 두 분은 저희를 만나지 않았으면 어디로 가시려 했나요? 아니 무엇을 할 생각이셨나요?”


권평서는 자신들의 사정을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하는지 잠시 더 고민했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이제부터 하는 말의 높은 비밀가치와 그로 인해서 이 아가씨들의 인생에 미칠 영향을 다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권평서는 모든 이야기를 다 털어놓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가 두 소저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보통 사람이라면 그런 이야기를 알고 있다는 점만으로 죽을 수도 있는 이야기였다.



 

등영림이 거의 한 식경을 말없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그 소지막이란 사람이 거병을 할 생각이고, 그런 낌새를 알만하고 또 외부에 전할만한 세력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막기 때문에 우리도 움직일 수 없다는 말씀이시네요. 아까 하신 설명이 조금 더 이해되었어요. 그런데 두 분은 그 일을 막으려 하시고요. 뭐 사실 저같이 학문을 안 한 계집애도 반역이 나쁜 것이라는 점은 잘 아니 그건 막아야 하겠네요. 그리고 저희의 일은 최근에 아신 것이지만, 누군가 우리를 세상에 이렇게 태어나도록 만든 사람, 아마도 화무제라는 분이라고 추측하신다고 했죠. 증거는 없지만, 그분도 나름대로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 있고, 일을 꾸민 김에 겸사겸사 우리를 바라마지 않던 마교에게 넘겨주거나 알려주고, 한편으로 소지막이란 분의 거병도 돕겠다. 그리고 역시 추측이지만, 소지막이란 그분 스스로 황제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도 화무제라는 분의 부하로서 그런 일을 꾸미는 것 같다?”


권평서가 답했다.


제대로 알아들으신 듯싶소.”


하나 더 제가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확인해주세요.”


그러리다.”


그런데 두 분은 겨우 두 분이 이런 일을 막거나 해결할 방법이 없어서 고민하시는 거고요?”


그런 셈이오.”


그때 옥소홍이 끼어들었다.

아닌 것 같아요.”


권평서와 안혜빈이 약간 당황한 빛을 담아 거의 동시에 말했다.

아닌 것 같다니 그 무슨 말씀이시오?”


 

옥소홍이 약간 가라앉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제가 자주 귀신이 되어서 그런지 은근히 사람의 마음이나 분위기를 눈치채는 일에 감이 조금 있거든요. 제가 보기에 두 분은 그중에서도 특히 아저씨는 방법이 없어서 고민하시는 것 같지 않아요. 방법을 아는데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고민하시는 것 같아요.”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알고 있으면서 고민하고 있다? 황당한 말씀으로 들리오만? 옥소저...”


이번에는 등영림이 나섰다.

저도 소홍이 말을 듣고 나니까 어쩐지 알 거 같아요. 그리고 저도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인데 두 분처럼 척 봐도 총명하신 분이 모를 리 없는데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과 우리에게 보여주시는 태도를 보고 저도 뭔가 깨달았어요.”


권평서는 평생에 남이 아는 일을 자기가 모르는 일이 드문 사람으로 살아왔다. 그 드문 일도 대개는 상대가 아는 정보를 자신이 아직 모르는 경우였고, 권평서가 사람인 이상 세상의 모든 정보를 알 수는 없는 일이니 어느 정도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모든 단서가 노출된 상황에서 가장 먼저 그것을 그러모아 답을 내는 사람은 권평서였는데 이 두 아가씨는 자기도 모르는 것을 먼저 안다고 하는데 권평서가 아직 모르는 상황이라는 것은 대단히 특이한 경우였다.


할 수 없이 권평서가 물었다.

그럼 내가 알면서 피한다는 그 해법이라는 것이 뭐라 생각하는지 듣고 싶소만...”


간단하잖아요. 소지막이란 그 높은 벼슬아치를 죽이면 되지요.”

이건 옥소홍의 말이었다.


제치사 소지막의 암살이요.”

이건 등영림의 말이었고, 곧이어 한마디를 더 보탰다.

그리고 아마 아저씨는 암살 같은 어쩌면 치졸하다고 생각하기 싫어하시기에 한 쪽에 치워두고 계신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소지막이란 사람이 죽으면, 굳이 이 땅에서 거병할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요...”


 

권평서는 충격이 뇌리를 스치는 기분이었다. 문리가 트인 이래 이렇게 충격을 받은 적이 있나 싶었다. 그리고 두 소저의 말대로 자신이 원래 이 방법을 알고 있었으나 무의식적으로 피하고 다른 길을 찾으려 애썼다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 얼굴에 쓴웃음을 감추지 못했지만, 다행히 생각은 창피하지 않게 속으로만 할 수 있었다.



내 입으로 뱉은 말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었구나. 권평서야... 그런 주제에 잘도 동이불화 화이부동이니 유림이니 무림이니 군명이니 협명이니 떠들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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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연재가 하루 늦어져 죄송합니다. 더불어 이번 화는 끊을 곳을 찾지 못해 분량이 짧아서 죄송합니다.


허안 배상 



덧글

  • 해밀 2020/02/03 16:10 # 삭제 답글

    권평서는 무협에서 보기 참 드믄 케릭터인데도 불구하고
    그 심리나 사용하는 문장 등등 점점 재미가 더해가네요.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드려요.
  • 허안 2020/02/16 13:45 #

    읽어 주시고 덧글 주시니 제가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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