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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11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11

 

 

설자(楔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구내아는 뭔가 불편함을 느끼며 침상에서 일어났다. 아직 날이 밝지 않았지만 1시진 안에 해가 뜰 것 같았다. 시간을 알 방법은 딱히 없었지만, 구내아는 자신이 틀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문제는 이유 없이 느껴지는 불편함이었다


몸이 아니라 지금 잠에서 깨자마자 떠오른 요즈음의 그리고 특별히 어제의 기억이 그의 뇌리에 자꾸 머무르려 했다.

백건재라는 새 친구를 만나 그와 친해진 지도 스무날 정도 지났다. 그 사이에 또래의 남녀들이 계속 들어왔고, 열흘 정도 전에는 글 

선생 하나와 무공을 가르치는 두 사람이 추가되어 소개를 마쳤다.

강호의 흔한 무공이라고는 하지만 기초에 도움이 된다며 비급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으나 무공을 수록한 책들도 서가에 다수 추가되었고, 훈련용의 병기도 연습장에 배치되었다.


글 선생이 글을 가르칠 때는 남녀가 같이 모여서 배웠고, 무공은 남자는 남자가 교습하고 여자는 여자가 교습하였다.

이렇게 문무를 배우자 구내아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이곳에 모인 몇몇은 그야말로 천재였다.


이곳에 모인 또래 남녀는 하나도 부잣집 출신이 없어서 아무도 천자문도 읽어본 적이 없었다. 구내아도 이곳에 와서야 심심해서 책을 읽었고, 그것이 처음으로 글을 배운 일이었고, 그 점은 다른 또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열흘이 지난 지금은 천자문을 읽히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천자문을 열흘에 읽히는 일은 대단한 일이지만, 유사한 사례가 없는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렇게 사방 촌구석에서 데려온 아이들이 모두 그런 것은 틀림없이 이상한 일이었다.


특히 유귀붕이라는 청년이 이 점에서 대단하였는데 다른 청년들이 대부분이 천자문을 떼고 소학을 익히고 있는 데 비해, 이 청년은 13경을 익히는데 한 권당 하루면 충분해서 소위 동문이라고 할 수 있는 주위 청년들을 최소한 학문에서는 멀찌감치 앞서고 있었다.


첫날에 논어를 둘째 날에는 대학을 완벽히 읽고 외우더니 어떤 날은 하루에 두 권을 떼는 날도 있었다. 앞으로 하루 이틀이면 13경을 완전히 떼고 다른 책을 배워야 할 판이였다. 글 선생으로 온 이는 다른 친구들의 재주에도 놀랐지만, 유귀붕의 자질에는 그저 탄복하였고, 이미 공공연히 자신의 학생들 앞에서 유귀붕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학생들도 조금만 지나면 자신의 학식으로는 더는 가르치기 어려우니 새 스승을 모셔야 하겠다는 하곤 했다.


하기는 이 추세로라면 구내아처럼 이 무리에서 가장 학문 공부가 뒤떨어지는 축에 드는 사람도 2년 정도면 과거장에라도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구내아가 그런 자신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것이 전적으로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는 점도 냉정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유귀붕(劉貴朋)은 글 선생과 하는 수업이 끝나고 나면 배운 것을 간단히 정리하여 동무들에게 말해 주곤 했다. 그런데 이것이 짧고 간단하면서도 핵심을 잘 요약하고 있어서 공부가 매우 쉬워졌다. 유귀붕이 정리한 내용을 듣고 다시 책을 보면 내용이 

더 명확하게 와 닿아서 확실한 복습이 되었고, 그만큼 잊어버리기가 어려웠다.


이상하게도 여긴 모인 친구들이 다들 그렇게 머리가 좋은 편에 속했고, 가장 간명하게 학업의 핵심을 전달하는 동료가 있으니 학문의 정진에 후퇴가 없었다. 따라서 처음으로 글을 배우는 학생이 열흘 만에 천자문을 떼는 것을 넘어 제일 느린 사람이 소학의 끝에 도달하고 대부분은 그 이상을 나갔으며 가장 앞선 학생인 유귀붕은 13경 전체를 완파하기 직전이란 믿을 수 없는 사실이 그들에게는 평범한 일처럼 여겨졌다.


물론 그것은 다분히 그들이 전에는 글공부해본 적이 없고,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에 학문의 일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므로 자신들의 성취를 비교할 대상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어떤 학생은 글 선생이 제자를 칭찬하기 위해 예의상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청년도 있었다.


무공에서 가장 대단한 자질을 보여준 청년은 남자에서는 보연로(保延輅)라는 청년이고 여자에서는 보연한(保延翰)이라는 처녀였는데 이름으로 알 수 있듯이 남매였다. 다른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시골 벽지에서 온 것은 같았지만, 오기 전부터 두 사람이 아는 사이인 경우는 이들의 사례가 유일하였다.


여자들은 따로 배우니 보연한의 성취는 직접 본 적이 없지만, 보연로는 같이 배우니 확실히 알 수 있었는데 교관이 한 번 시범을 보이면 그 자리에서 그것을 바로 해내었는데 그 품새가 교관보다 멋들어졌다. 키가 크고 신체의 체형이 좋아서 평범하게 생긴 사람보다 멋져 보이는 점도 분명히 있었지만, 그 점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한 번 일러주고 시범을 보이면 그것을 그대로 해내는 심지어 더 잘 해내는 사람이라는 것은 아무리 세상 이치에 어두워도 두 명 존재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곳에 두 사람이나 있었고, 심지어 그들이 남매이기도 했다. 직접 보지 못한 보연한의 능력도 들리는 바에 따르면 그 못지않다고 하니 장차 이들 남매를 막을 사람이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어제 있던 무공 수련 시간에는 3일 전에 배운 무공을 시험받았다. 내공을 배제하고 초식만을 겨루었는데 교관이 일부러 보연로가 배우지 않은 무공을 사용하였다. 그런데 보연로는 같이 배우는 청년들이 한 번도 보거나 배우지 않은 초식으로 교관의 공세를 무력화시켰다.


교관은 그 공세를 수습하고서는 탄복하기를 그 같은 변화는 그 무공에 잠재해 있는 것인데 그 같은 변초의 이치를 스스로 깨우친 사용한 사람은 일찍이 없었다고 말하며 탄복하였다. 가르쳐 주지 않았음에도 배운 무공에 내재하여 있는 원리에서 저절로 발현하는 해법을 찾아내고 그것이 그 무공의 상급 과정에서 배우는 것과 완전히 동일한 초식이었다는 사실은 실로 경악스러운 일이었다.

원래 이런 일이란 새롭게 찾아낸 변초를 오랜 시간 대부분은 몇 대에 걸쳐서 다듬어야 제법 쓸 만한 초식이 되기 마련인데 보연로는 며칠 만에 그것을 해내었고, 해당 문파가 누대에 걸쳐 가다듬어 도달한 결론에 바로 수렴하는 정답을 보여주었으니 이 같은 무재는 듣도 보도 못한 것이라고 듣는 사람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이상한 일이 존재하는데 그리 놀라지 않는 사람도 있었고, 그 사람이 가까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바로 학문 천재 유귀붕이었다.


조금 전에 설명한 시범이 보연로와 교관에 의해 이루어졌을 때 구내아는 바로 옆에 있는 유귀붕이 그 같은 이치를 파악하고도 놀라지 않았다는 사실을 어쩐지 알 수 있었고, 그 사실을 의아하게 여겼다.


그러자 유귀붕도 구내아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고 고개를 돌려 말했다. 그런데 유귀붕이 한 말은 약간 의외였는데 그가 한 말은 자기가 왜 놀라지 않는지를 설명하는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귀붕이 구내아의 기색을 파악하고 하는 말이었다는 점에서 그런 태도 역시 이상한 일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아무튼, 유귀붕이 한 말은 이랬다.


이상한 일이지 않나?”


뭐가? 연로가 무공에 천재인 것이?”


아니. 무공에 천재인 사람이 모두 같은 마을에서 온 것이 말이야.”


그게 왜 이상하지?”


우리는 모두 이곳 촉지방의 궁벽한 마을에서 왔어. 하나도 예외가 없고, 모두 어떤 분야든 대단한 재능을 지녔어. 그런데 같은 마을에서 온 사람은 내가 생각한 것이 맞다면 없어야 하는 데 있는단 말이지. 나는 그 점이 이상해.”


그게 왜 이상한지 모르겠군. 그리고 네가 생각한 것이 맞다면? 네가 생각한 것이 뭔데?”


그건 나중에 말하도록 하지.”


그게 어제의 일이었다. 구내아는 침상에서 일어나서 자신이 왜 불편한지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일이 어제의 그 대화였다. 구내아가 불편한 것은 몸이 아니었다. 몸은 어디도 아픈 곳이 없었고,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마치 악몽을 꾸고 난 것처럼 새벽에 잠을 깬 지금 어제의 그 대화가 생각나고 뭔가 심리적으로 불편하였다.


마치 지난 밤에 꾼 악몽을 억지로 되살리려는 기분이라 자신이 그런다는 사실에 점점 더 불편해졌다. 그래서 일단 구내아는 자신의 편치 않은 기분을 치워두고 밝은 날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이곳은 밥걱정할 필요도 없고, 문무를 익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같이 모인 또래들도 구내아와는 모두 잘 지내고 있다.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다. 오늘도 어제처럼 잘 먹고 충실히 배우고 연습하다가 잠들면 될 것이다.


그렇게 일단 생각하고 침상에서 완전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오늘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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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연재를 지키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어렵네요. 죄송합니다.


바이러스 온 세상이 떠들석합니다. 건강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허안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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