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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14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14

 

 

설자(楔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날짜를 잡는 일부터가 어려운 일이었다. 아니 그전에 이번 방문이 실제로 실행되는 날이 오늘 온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었다.


마교의 양대종파가 구천십지의 인재를 모으고는 싶었으나 그 인재를 하나라도 내부의 반대교파에게 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성과도 구경하고, 친분도 쌓고, 누가 뛰어난 인재인지 눈 여겨도 보고 해야 하는데 서로가 견제를 하기 때문에 중립적인 인사를 스승이랍시고 붙여 놓고 시간만을 보내고 있었다.


물론 시간만을 보낸 것은 아니었다. 그 시간이 합의에 이르기 위한 지난한 시간이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래서 오늘에 이르러서야 양측의 장로 두 명 즉 4인의 장로와 그 장로를 수행하는 세 명의 수행원이 따르는 총 열 명의 간소한 무리가 산을 오르게 되었다.


이 장소가 어쨌거나 비밀장소이기에 아는 사람도 적어야 하고, 혹시라도 다른 문파나 방회의 세력에 눈에 띄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소수의 고수 집단만을 보내기로 결정하였기 때문이다.


명존의 일종에서는 인의예지 4대 장로 가운데 인과 의장로가 나섰고, 명왕의 일종에서는 혼괴광난(混怪狂亂)4대장로 가운데 광

장로와 난장로가 뽑혔다.


사실 이들 4대 장로는 청년들을 뽑아오는 과정에서 꽤 접촉이 있었고, 관찰할 시간도 있었기 때문에 인의의 두 장로는 구내아를 제외하면 다 처음 보는 청년들인 셈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명존지종은 손해를 보고 들어가는 셈이지만, 교내에서 평소에 주도권을 쥐고 있는 측이라는 이유로 금번 이건에 관해서는 상당한 양보를 하는 쪽을 택해 온 까닭에 그 정도의 불균형은 문제 삼지 않기로 하고 내색하지 않았고, 명왕지종에서는 명존일종의 그러한 양보를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면이 있었다.


위로는 구천십지의 기운을 타고난 학생들이 아래로 내려가는 일을 막고, 반대로는 누군가 아래에서 이리로 오는 것을 막고 감시하는 임무를 지닌 관문은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위치에 세워져 있었다.


그 관문을 지키던 무사들이 교단 양대종파의 장로들과 수하들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서 누각이라지만 거의 성벽이라고 할 수 있는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소리 없이 몸짓으로만 인사를 하였다.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가자 서너 명이 함께 걸으면 서로 어깨가 부딪치는 것이 당연한 너비의 계단이 위로 뻗어있었다. 양옆은 곳곳에 문이 있기는 하였으나 그 문이 잠겨져 있다는 점에서 양측이 모두 벽으로 되어 있는 계단 골목과 다름없었다.


4인의 장로는 무공이 높았고, 그만큼 몸놀림이 좋아서 네 사람이 나란히 계단을 걸어 오르면서도 어깨가 닿지 않았으나 일반인이 이렇게 같은 속도로 위로 오른다면 서로 몸이 닿지 않고 걷는 일은 불가능하였다.


4인의 장로는 지위가 완전히 같은지라 누군가 누군가의 뒤에 걷는다는 일을 할 수 없었고, 또 상대를 앞에 세우기도 싫고 상대에게 등을 내주기도 싫어서 신법을 응용하는 한이 있어도 이렇게 오르고 있었다.


그 골목 계단의 양편에는 무사들이 장로가 자신의 앞에 이르면 비록 위쪽에서이긴 하지만 몸짓으로나마 예를 표하였다.

그들이 올라온 문은 이미 큰 소리를 내며 닫혔고, 그것이 당연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장로는 몰라도 그들을 따라온 여섯 명의 고수는 무공이 낮지 않음에도 어쩐지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면서 과연 자신들만 왔다면 이 상황에서 비록 정중하게 인사를 하기는 하지만, 양측 위에 서 있는 무사들이 암기나 투사 무기를 쏟아내면 감당할 수 있을지 생각해볼 수밖에 없었다.


벽호유장공에 능하거나 벽을 타는 재주가 대단하여도 양옆의 벽을 타고 오르는 시간은 상당히 걸릴 듯했다. 그래도 암기와 활이 쏟아지는 정도라면 어떻게 피하면서 간신히 올라가 위에서 승부를 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지간한 무공으로는 어렵지만 양종의 장로들이 고르고 골라서 데려온 자신들이니 가능하다고 그렇게 양측의 수행원들이 판단했을 때, 그런 눈치를 챘는지 인장로가 입을 열었다. 딱히 누구에게 하는지 알 수 없는 말이었다.


이 오르막 계단으로 출입할 수 있는 출입구가 곳곳에 있지만, 수비하는 측에서 안으로 잠근다면 없는 것이나 다름없네. 그것을 뚫느니 벽호유장공을 사용해 벽을 타고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야 하네. 어쩌면 그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네만, 만약 실전이라면 저 위에서 독수(毒水)가 쏟아져 내려올 테니 더욱 어려워지네. 이 정도 경사의 계단에서 물이 따로 빠져나갈 곳도 없는데 쏟아져 내려온다면 폭포나 다름없지. 더구나 저 아래 문을 막으면 그 독수가 빠져나가지 못해 점점 차오른다네. 너무 차올라서 독에 강한 자들이 부력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딱 하반신만 차는 높이까지만 차오르지. 아 물론 평소에는 배출구가 열려 있어 빗물은 그냥 흘러내려 간다네.”


그 조건을 듣자 수행 무사들은 그 조건이 추가되면 과연 자신들이 빠져나갈 수 있을지 다시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물론 여기 온 사인의 장로는 그 정도 난관은 극복할 수 있는 고수였다. 물론 몸이 정상적인 상태라면 그렇다는 말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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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조절에 실패해 짧습니다. 하루 늦은 연재가 분량도 적어 죄송합니다.

어디 나가지도 못하는데 처와 아들 둘 달린 가장의 주말은 번잡합니다.

읽어주셔서 항상 감사하고 코로나 주의하셔서 무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허안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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