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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권 15편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15

 

 

설자(楔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아래의 경비시설을 지나온 4인의 장로 일행은 조금 더 걸어 오른 끝에 구천십지의 인재들이 거주하는 건물에 다가섰다. 이 시설은 수용하는 인원에 비하면 과도하게 크다. 그것이 크다는 증거의 하나로 여자 인재를 교육하는 고종비가 이곳에 수용한 구천십지의 인재들을 데리고 마중을 나온 안뜰은 몇백 명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 일을 위해 일부러 만든 건물이 아니라 교단이 지닌 건물 가운데 이 일에 적합하다고 생각한 건물을 개조하였기 때문에 손님을 맞이하거나 잔치를 하거나 대형 연무장으로 쓸 수 있는 마당이 넓은 건물이 원형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마당으로 그들이 오는 것을 보고 이 건물에 일하도록 배치해둔 하인들이 문을 열어주었고, 4명의 양대종파의 장로와 그 수행원이 마당을 밟았다.


말했듯이 남녀 제자들을 거느리고 마당의 전면에서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나와 있던 고종비와 제자들이 장로들에게 몸을 숙이며 인사를 했다.


그들 앞으로 다가서자 고종비가 더 깊게 고개를 숙이며 환영의 인사말을 하였다. 그 의례적인 말을 흘려들으며 인장로가 물었다.

주약전은 어디에 있는가?”


고종비가 그 말에 대답하기도 전에 난장로가 물었다.

학생들의 숫자도 들은 바보다 적군.”


고종비가 두 가지 물음에 하나로 엮어서 답했다.

그는 일부 학생들을 이끌고서 장로님들의 행차에 대비한 준비를 안에서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보이지 않은 아이들은 그와 함께 있으므로 그러하옵니다.”


그럴 수 있는 질문이어서 다행이었다. 한쪽에만 대답하여도 혹은 어느 쪽 질문이 먼저여서 그것에 먼저 대답을 하여도 다른 쪽의 기분을 좋지 않게 만들 수 있었다.


고종비의 지위와 무공으로는 그런 불안감을 감당할 수 없었다.


깊이 추궁할 것은 없다고 생각했는지 의장로가 이렇게 말했다.

얼굴이나 보자고 만든 자리인데 뭘 준비하겠다고... 주약전이 그런 성품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고종비가 그 말에 반응하였다.

주사부가 비록 상급자에게는 대찬 면이 있으나 이번에 보니 제자들에게는 정이 많더이다. 그래서 제자들이 장로들에게 잘 보이는 일에는 신경을 쓰고 있어서 솔직히 저도 그런 면이 있었나 하고 요즘 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새로 알게 된 면이 있습니다.”


그 말에 그런가 하고 다들 넘어가고 고종비의 인도에 따라 장로와 수행원들이 도달한 곳은 잔치상이 마련되어 있는 장소였다.

디귿자로 이루어진 삼면의 연회상 가운데 중앙은 4대 장로와 그 수행원이 좌측에는 남자 학생들 반대 측에는 여자 학생들이 앉는 구조였고, 고종비는 여자 제자들이 앉는 자리의 가장 상석이자 장로들이 앉은 식탁에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


당연히 한쪽은 뭔가 공연 같은 것을 보여주기 위한 배치라는 점이 분명한 방식이었다.


위치상 남자 제자들의 탁상의 같은 자리는 당연히 주약전의 자리였는데 그 자리는 아직도 한다던 준비가 끝나지 않았는지 비어있었다. 그리고 남자 제자들의 연회상의 맨 끝자리는 유귀붕이 앉아 있었는데 그것은 처음부터 의도적인 배치였다.


유귀붕은 자리에서 절도있는 모습으로 일어나며 포권을 하여 장로들이 앉은 상석에 예를 표한 후 말했다.

듣기로 여러 장로님들께서 저희가 그간 어느 정도의 재주를 익혔는지 점검하시고, 또 저희 재능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게 여기신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두 분 남녀 사부님과 저희가 의논하여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보여드리고 그 평가를 들으면 어떻겠냐고 생각하였습니다. 아무쪼록 마음에 흡족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신호 삼아 손뼉을 쳤다. 그 태도가 매우 당당하고 자연스러워서 장로 중 누구도 제지할 틈이나 다른 말을 할 기회를 잡지 못하였다. 원래 이런 행사는 특히 오늘처럼 윗전들에게 아무런 언질도 주지 않고 행사를 기획하였을 경우 비록 형식적이라도 지금부터 이런 것을 보여드릴 테니 허락을 부탁한다는 의례적인 말이라도 해야 하는 법이었다.


그러나 유귀붕의 태도와 표정 그리고 언행이 매우 당당하고 자연스러워서 장로 중 누구도 그럴 생각을 하지 못하였다. 손뼉을 친 다음에야 한 명의 장로가 그런 점에 생각이 미치기는 하였으나 이미 때를 늦춰 잠깐이라고 말하기가 어색했다.


그래도 뭐라고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반대편의 장로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말을 꺼내기도 그렇고, 비록 자신이 상급자이기는 하나 한편으로는 여기 학생들을 반대편이 아닌 자신의 종파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딱딱한 태도를 보이는 일은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 생각하자 결국 그 마음을 접었다.


무엇보다 손뼉 소리가 난 다음 순간 일어난 일이 놀라운 일이라 그 생각을 지울 수밖에 없었다.


세 마리의 새가 정확히 마당을 삼분하는 적절한 지점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다른 새들이 더 날아와서 마당에 내려앉는데 모두 장로들이 앉은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그 내려앉은 위치가 열과 오가 정확히 맞았다. 그렇게 자리를 잡은 새들은 곧 비행을 시작하더니 공중과 땅을 모두 무대로 쓰며 오르락내리락 새들의 군무를 펼쳤다.


대단히 멋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지만, 대단히 인상적인 일이었다. 아니 한두 마리의 새도 아니고 수십 마리의 새가 저렇게 정교하게 비록 투박하고 단순한 동작의 반복에 지나지 않더라도 또한 일정한 경로를 계속 왕복하고 서로 자리를 교대하는 정도의 움직임에 불과하더라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은 전대미문의 일이었다.

 

장로 중 광장로가 말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그 말에는 참으로 여러 의미가 담겨있었다. 난생처음 보는 일에 놀라는 마음도 있었고, 기대했던 일이 어그러진 마음도 담겨있었다. 기대했던 일이 어그러진 것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은 이곳의 구천십지 인재들이 그간 배운 무예를 시범 보이고, 자신들이 그 자질을 평가하고 그래서 누구누구를 영입 우선순위를 놓고 다른 파의 장로와 경쟁이나 협상 등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왔기 때문에 그들이 보려던 학생들의 재능이나 재주는 이런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유귀붕이 손뼉을 치자 새들은 갑자기 통제를 벗어난 듯 사방으로 날아가 버렸다.

 

의장로가 진지한 어조로 물었다.

이것이 네 재주냐?”


의장로의 진지한 어조와는 달리 유귀붕은 예의를 벗어났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가볍고 밝은 목소리와 표정으로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다른 동무의 재주입니다.”


동무라... 그간 이곳의 친구들과 나름대로 우정을 쌓은 모양이구나. 좋은 일이지. 그래 그러면 어느 친구의 재주냐?”


그것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뭐라?”


의장로는 쉽게 대답이 나오리라 생각한 질문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답을 듣고 저도 모르게 그렇게 반응하였다.

지금 뭐라 하였느냐?”


말씀드릴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의장로는 화를 내지 않고 다시 질문하였다.

너희는 우리 교단에 이미 속한 몸이다. 그리고 나는 너의 상급자이고 그러니 너는 당연히 내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다니 그게 무슨 뜻이냐?” 뭔가 드는 생각이 있어서 의장로는 이번에는 질문의 내용을 바꾸었다.


혹시 내가 교단의 사람이기는 하지만, 네 상급자는 아니란 뜻이냐?”


유귀붕이 활기차게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그 질문에 담은 뜻이 정확히 사실에 일치하고 틀리는 바가 없습니다.”


의장로는 불길한 생각이 들어서 명왕일종의 두 장로에게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약속을 어기고 이들에게 멋대로 미리 손을 쓴 것인가? 그래서 이들이 우리 일파의 사람을 상급자로 대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고?”


의장로에 질문에 대해서 광장로와 난장로는 아는 바가 없었다. 하지만 혹시 상대방은 알지 모른다는 생각에 서로를 쳐다보았으나 같은 종파의 사람끼리 숨길 이유가 없으므로 둘은 서로가 아는 바가 없다는 사실을 서로의 얼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교의 자신들의 종파에는 장로 둘이 더 있었고, 그들이 뭔가를 꾸몄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곳에 올라오기 전에 아무런 언질도 주지 않은 점이 마음에 걸린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이변이 일어났다.


명존지종의 의장로가 시선을 다른 종파인 명왕일종의 두 장로에게 돌린 순간부터 그들을 수행해 온 세 명의 고수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상대를 주시하고 있었다. 물론 주시하고 있는 대상은 상대파의 두 장로가 아니라 자기와 동급인 그쪽의 수행원 세 사람이었다. 장로들이 뭔가를 벌인다면 그것을 막아야 할 책임도 막을 능력도 모두 이쪽의 장로들에게 있었다.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은 저쪽의 수행원들이 뭔가 할 때 그것을 저지하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였다.

그래서 가장 끝에 앉은 동료가 바로 옆의 동료를 암습하는 일은 상상도 못 하였다. 고르고 골라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데려왔는데 그 사람이 배신자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 공격을 가장 먼저 인지한 사람은 상대편이었는데 그도 그 공격을 보면서 지금 저자가 무슨 짓을 하는 것이지라고 생각하는 판이였다. 명왕일종의 수행원들이 보기에 명존지종의 수행원이 다른 수행원을 습격하는 것을 보고 알고 보니 우리 편이었거나 이쪽의 누군가가 공작하여 배신하도록 만들었다는 생각을 전혀 떠올리리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그럴 수 없는 관계였기 때문이었다. 인장로의 두 아들과 의장로의 아들 하나를 수행원으로 데리고 왔는데 인장로의 두 아들 중 하나가 다른 아들을 공격한다는 것을 어떻게 그들이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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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 건너서 송구합니다. 그리고 또 하루 밀려 일요일 연재라 죄송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어수선한 세상, 독자 여러분 모두 무탈하시거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허안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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