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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와선별부 12권 평서전기 하편 17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17

 

 

설자(楔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유귀붕이 초사력과 마음으로만 통하는 말로 친구인 비이기(費利器)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인과 의장로는 명왕일종의 광난(狂亂) 두 장로와 손속을 나누고 있었다. 이들 넷의 실력은 매우 비슷하여 쉽게 승부가 나지 않았지만, 그만큼 작은 실수나 변수만 있어도 승부는 어이없이 끝날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유귀붕은 적절한 시점에서 친구인 비이기가 아무 몸에 들어가 잠시만 경직 시키면, 승부의 균형을 단숨에 무너뜨리고 한편으로 그렇게 만들게 하려고 초사력에게 언제든지 자기 방 침상에 누워 있는 비이기에게 말을 전달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 두었다.


다만 이 경우 초사력도 자기가 눈앞에 빙의해 온 그 몸에 담긴 비이기에 영혼에 말을 거는 것인지 침대에 누워서 조종하는 비이기에게 연락하는 것인지는 본인도 모르고 있었다.


초사력의 재주는 일반적인 시야가 닿은 거리라면 중간에 벽이 있거나 산이 있거나 계곡이 있거나 전달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거리가 문제이지 중간을 가로막은 장애물은 전달에 방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그래서 자기 말이 어디에 전달되는지도 알 수 없었다. 넓은 곳에 가서 비이기를 여기저기 놓아두고 자리를 바꿔가면 실험하면 알겠지만, 그럴 처지가 아니었고, 중요한 것은 일정 거리 안에 있으면 할 수 있다는 점이니 크게 지금은 딱히 그 호기심을 충족할 필요도 여건도 되지 않았다.


물론 이 안에서는 비이기가 원래 자기 방에 있건, 남에게 빙의하건 어차피 유효거리 안이기 때문에 차이를 알 수 없었다.


아무튼, 유귀붕과 그런 심산을 지니고 있었으나, 사태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아마도 유귀붕이 무공에 관한 식견이 조금만 높았으면, 그것을 조금 미리 눈치챌 수도 있었을 테지만, 그렇지 않았다.


인장로는 목숨을 걸고 자신과 싸우는 난장로의 공격을 간신히 피해 잠시 노려보는 대치 상태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유귀붕이 모르던 점이 이것이었다. 유귀붕의 실력으로는 당대 무림의 거대세력인 마교 장로가 펼치는 무공을 보고 그 의도를 짐작할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력이 비슷하기 때문에 온갖 수를 사용해 간신히 이 기회를 얻어낸 인장로는 상대인 난장로에게 외쳤다.

이보게, 이것은 아마도 우리가 적의 흉계에 걸린 듯싶네.”


난장로는 습관적으로 그게 무슨 헛소리냐고 하려다가 인장로의 진지한 표정과 자신 역시 이 일에 의구심이 있었기에 잠시 손을 멈추고 말을 들어보려 했다.


인장로는 매우 어색하게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못하고 죽어간 양측의 고수와 새떼를 자유로이 부리던 이곳의 구천십지의 학생들 그리고 모습을 보이지 않는 주약전 등을 언급하며 이것이 교내의 음모가 아니며, 자신들 명존지종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명왕일종의 계획도 아니지 않겠냐고 설득하였다.


그 말을 듣는 가운데 다른 두 장로와 남은 두 명의 수하도 싸움을 자연스럽게 그쳤다. 그러나 아직은 반신반의하는 상태라 마음을 정하지 못하였고, 특히 명왕일종에서는 이것이야말로 저 두 장로를 처치할 절호의 기회인데 그냥 놓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이 강해서, 인장로가 목숨을 구걸하여 일단 여기서 빠져나가 살아보려고 하는 소리가 아닐까 하는 의심도 강했다.


유귀붕은 여기서 끼어들어 선동질하여 다시 상태를 싸움으로 밀어 넣으려 하는데 인장로가 상대가 망설이는 것을 보고 다음의 한마디를 하였다.

만약 이것이 그대들 명왕일종이 정말로 우리를 제거하기 위해 세운 계획이었다면, 나중에라도 그게 사실이라는 점이 밝혀진다면, 내 기꺼이 만인이 보는 앞에서 자결하겠네. 명존께 맹세코 그리하지. 하지만 나는 이것이 저기 있는 구천십지의 인재, 아니 저 나쁜 놈들이 불순한 목적을 지니고 우리를 상잔하려고 꾸민 계략이라고 생각하네. 거듭 말하거니와 그게 아니라 그대들의 계획이라면 최소한 나 한 사람은 명존에 맹세코 자결할 걸세.”


양종의 누구든 모시는 신을 걸고 하는 맹세에 자유로운 사람은 없었다. 그것으로 상대방이 진심이고 말한 대로 이루어지리라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네 명의 장로와 두 명의 수행원은 즉시 시선을 구천십지의 인재들에게로 돌렸다.


유귀붕이 자기 머리를 탁치며 말했다.

! 이런 한 수가 있었네. 이걸 생각하지 못했다니 이런 이런. 이제 이를 어쩐다. 이기가 한 명을 묶어도 남은 3인 장로의 공격을 지금은 우리가 수는 많아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그렇게 말하던 유귀붕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서 정면에서 천천히 다가오던 장로들에게서 자신들 뒤편의 문에 시선을 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미래의 와선군사에게는 이 위기를 모면할 수가 있습니까?”

모두가 유귀붕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지만, 4인의 장로는 공력이 높아서 누군가 밖에 도착해 이제 막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물론 그들이 어떻게 같은 교단의 사람이라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금지된 이곳에 침입해 여기까지 와서 문을 열게 되었는지 몰랐다.


문을 열고 들어선 것은 권평서와 안혜빈 그리고 최근에 만난 두 처자 옥소홍과 등영림이었다.

 




 

 

 

등영림은 잠에서 깨어나 옷도 대충 걸치고 바로 옆방의 문을 두들겼다. 권평서와 안혜빈은 잠 들어 있었으나 무공도 없는 사람이 기척도 지우지 않고 문을 두드리는데 계속 자고 있을 사람이 아니기에 바로 몸을 일으켰다. 등영림은 안에서 사람이 일어나는 소리가 들리자 아직 객잔의 방문이 열리지도 않았는데 외쳤다.



어서 일어나세요. 우리 지금 당장 출발해야 해요. 안 그러면 우리 같은 젊은이들이 몽땅 죽을 거에요.”


권평서는 침상에서 내려와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또 미래를 본 게구나! 알았다. 바로 출발하도록 하지.”

 





 

 

 

한편, 유귀붕은 잠에서 깨어나며 말했다.

이 여자애랑 처음 만나는 날짜와 장소는 계속 바뀌는군. 어제는 우리가 장로들에게 전멸할 때 나타나서 죽어가는 내 얼굴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더니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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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연재를 상습적으로 하루 밀려 죄송하고 분량이 적어 죄송합니다.


허안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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