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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18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18

 

 

설자(楔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권평서 일행이 가장 가까운 객잔까지 이동하는 동안 무림인을 아무도 만나지 않은 일은 절반은 행운이고 절반은 두 처녀가 가진 능력 덕분이었다. 한 사람은 들키지 않고 어디든 빨리 다닐 수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잠을 자야만 하지만, 그래도 예지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능력을 모두 사용하여도 현재는 완전한 상태가 아니기에 무림인을 피해 객잔까지 이동할 수 있었던 일은 행운과 능력이 겹친 일이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행운은 무한히 지속되지 않았다.





 

이제 등영림이 자기와 같은 구천십지의 인재들이 끔찍한 일을 당할 것을 알고 권평서 부부를 깨워 움직일 준비를 마치고 객잔의 문을 나서자 바로 그 앞에 2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앞을 막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20명 뒤에는 다시 3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좌우로 움직여 권평서 일행을 포위하는 중이었다. 설령 객잔으로 다시 들어가려 하여도 이 작은 객잔을 완전히 포위할 기세였기에 들키지 않고 도망갈 길은 없어 보였다.

 



이 무리를 이끌고 온 사람은 전에도 한 번 본 적이 있는 마교의 명왕일종의 4대 장로 가운데 괴장로인 사남우(史南宇)였다.


사남우는 권평서 부부를 보자 말없이 손짓하였고, 그러자 그 간단한 손짓을 이해한 듯, 막 완성된 포위망에 정면을 막아섰던 10명이 더 움직여 새로운 포위망을 더 강화하였다. 객잔이 작다고는 하지만, 객잔 밖에서 전체를 포위하려면 30명 정도로는 간격이 넓어 포위망이 약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정면을 막은 인원을 줄이더라도 남은 3면의 포위를 강화하려는 의도였다.

그렇게 하고 나서야 괴장로는 권평서를 똑바로 응시하였다. 덕분에 아직 예를 갖추지 못한 권평서는 그제야 포권으로 인사를 하였다.


괴장로가 권평서보다 연장자이니 먼저 인사하는 일은 당연하였다. 괴장로 역시 무거운 태도로 그 인사를 받고 곧 자기 말을 꺼냈다.

그 뒤에 동반한 두 소저는 본교와 인연이 깊으니 본좌와 같이 갔으면 하오.”


전에도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대화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사입니다. 그러니 이 두 분 소저에게 직접 말씀하시는 것이 맞습니다.”


그 말에 괴장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두 소저에게 말을 하려 할 때 등영림과 옥소홍은 말도 들어보지 않고 바로 거절하였고, 거절의 말만 한 옥소홍과 달리 등영림의 말이 이어졌다.

사장로님은 유과를 좋아하시지만, 저는 싫어해요, 향초를 쓴 음식도 싫어하고요. 아 그래도. 전병 중 하나는 맛은 괜찮았어요. 조금 딱딱하기는 했지만요. 저를 위해 준비했다는 방의 요강은 너무 무거워요. 그거 비우러 다니는 일이 보통 힘든 것이 아니더라고요. 그리고 사장로님의 둘째 아드님과 달리 저는 돈이 무조건 좋지는 않아요. 매우 많은 돈은 매우 많은 어려움을 의미하니까요. 우리 가족은 안전하니까 그걸로 저를 협박하지는 마세요. 그리고 제일 처음 준비했던 옷 그거 비단이긴 한데 만든 모양새가 너무 형편없었어요. 저는 치렁치렁 끈이 달린 옷은 싫고요. 빨간색 옷은 더욱 싫거든요.”



괴장로는 처음에 이 아가씨가 무슨 말을 하나 싶다가 그것이 모두 다 구천십지의 인재들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한 물품 등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혹시 옷에 끌리는 여자가 있을지 몰라서 옷도 준비하고, 재물도 준비하고, 처음 맞이하는 장소에서는 맛있는 다과도 내놓고 말을 안 들으면 가족을 볼모로 삼아 협박도 하는 등의 나름대로 준비를 해두었는데 이 아가씨는 보기도 전에 자신들이 준비한 것을 알았을 뿐 아니라 괴장로 자신의 사정도 알고 있었다.


그런 점을 알아차리자 괴장로는 저도 모르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아가씨는 그런 일을 어떻게 아는 거요?”


사장로님과는 이미 여러 번 만났어요. 적어도 저로서는 그렇죠. ! 이런 제 소개를 안 했네요. 제가 이런 일이 많아요. 제 입장에서는 친숙하거나 다 아는 일이라서 상대방 처지에서는 처음 겪는 일이란 사실을 잊는 일이 있어요. 죄송해요. 제 이름 정도는 우리 마을에 다녀오셨을 테니 아시겠지만, 정식으로 인사할게요. 등영림이에요. 알고 계시겠지만, 이 애는 옥소홍이고요.”


뭔가 순서가 바뀐 인사 같지만, 일단 만나서 반갑소.”


솔직히 저는 반갑지 않아요. 하지만 어떻게 바꿔도 우리가 만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거 같으니 이쯤에서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이렇게 객잔 앞에서 만나는 일은 미리 알지 못했어요. 이 부분은 몰랐어요. 하지만 유귀붕 그 녀석을 만날 때 그 자리에 사장로님이 계셨어요. 그러니 아마도 지금 이 순간에서 그때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은 아마도 지금 그곳에 있을 친구들을 빼고는 다 이 자리에 있으니까요.”


괴장로 사남우는 아직 상황을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멍청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등영림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뭔가 감이 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결국 그 추측을 내놓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등소저는 미래를 내다볼 수 있소? 무당처럼?”

무당 같은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질문하신 내용은 맞아요. 미래를 봐요.”


그래서 처음 만났어도 많은 일을 알고 있는 것이고?”


네 맞아요.”


유귀붕이란 친구를 전에 만났소?”

유귀붕뿐 아니라 지금 거기 데려다 놓은 사람들 아무도 만난 적 없어요. 현실에서 직접적으로는 없었다는 말이죠. 하지만 제게는 다 친숙한 사람들이에요. 그러니까 만나기도 전에 다 죽는 일은 싫어요.”


다 죽는다고?”


제가 미래를 본다는 사실을 안 믿으시나요?”


솔직히 믿기지는 않지만, 믿어야 할 것 같소. 내 나이 정도 되면 터무니없는 일을 믿는 일의 어리석음도 알고 터무니없다고 치부하고 버려둔 일 때문에 겪게 되는 참혹한 결과도 아는 나이요. 이 경우는 터무니없다고 무시하면 안 되는 경우 같구려. 더구나 우리가 모으는 구천십지의 인재들이 범상치 않은 사람들이라는 점은 나도 잘 아니. 더욱 믿어야 하겠지.”


그럼 잘 되었어요. 그 사람들이 모두 죽기 전에 어서 가요.”


구천십지의 인재들이 모두 죽는다는 말이오?”

처음에는 그랬어요. 그렇지만 하룻밤에도 여러 번 꿈을 꾸는데 그때마다 결과가 달라졌어요. 이제 거의 그 뭐냐.....”


권평서가 등영림이 자신이 해줬던 말을 기억해내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도와주었다.

양패구상.”


맞아요. 양패구상. 이제는 거의 그 단계까지 왔어요. 아마 나중에는 유귀붕이 계획한 대로 당신에 광난의 두 장로와 인의 두 장로 그리고 그들의 수행원 그 계단이 가운데 나있는 건물을 지키고 있는 무사들까지 모두 죽을 거에요. 주약전인가 하는 그들의 사부도 죽을 테고 하여간 아마 그렇게 될 거에요.”


잠깐? 꿈을 꾼다고 그러면 등소저가 미래를 보는 방법은 예지몽을 통한 것이란 말이오?”


, 그래요. 지금 그게 중요한 일이 아니에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사장로님이 우리를 지금 그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주시기 때문에 우리가 거기 도착했을 때 사장로님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조금 전에는 우리와 같이 가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소?”


사장로님의 교단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뜻이에요. 하지만 사람들을 모아 놓은 곳에 가는 일은 그것과는 별개예요. 만약 우리를 데려가지 않으면, 사장로님의 사람들도 모두 죽을걸요.”


좋소. 이랬거나 저랬거나 어차피 두 분 소저를 모시려던 곳은 그곳이었으니 갑시다. 일단 가고 생각합시다. 다만....”


괴장로 사남우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아는 등영림이 먼저 말을 잘랐다.

이 두 분도 같이 가야 해요.”


그것은 곤란하오.”


가지 않으면 더 곤란해질 거에요.”


이 두 사람의 능력으로는 본좌를 곤란하게 만들 수 없소.”


그 말에 권평서가 나섰다.


등소저가 말한 곤란함은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지만, 지금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우리가 그 곤란함을 보여드려야 하겠군요.”

그렇게 말하며 권평서는 검을 뽑고, 안혜빈은 우산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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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욜에 올려야 하는데 항상 죄송합니다.


허안 배상


덧글

  • 해밀 2020/04/20 11:41 # 삭제 답글

    항상 재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드려요
  • 허안 2020/04/27 20:48 #

    덧글 덕분에 한주 한주 연재할 기운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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