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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19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19

 

 

설자(楔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권평서가 든 검은 다른 곳에서 구한 보통의 검이었다. 화룡검은 워낙 유명하고, 이 지방의 연고를 둔 명문거파인 점창의 시선을 받을 일이었기에 그런 물건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가능한 한, 드러내지 않는 편이 나았다.


화룡은 연검이라 허리띠로 사용할 수 있었고, 권평서는 그 위에 넓은 천으로 한 번 더 둘러서 옷을 입었기에 겉으로는 그런 물건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노출되지 않았다.


명왕일종의 4대장로의 별호는 혼괴광난이라 그들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혹은 악한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명왕일종의 4대장로를 지칭하는 혼괴광난은 전적으로 그들의 무공의 성격을 표현하는 말이었다.


따라서 괴장로 사남우의 무공은 괴이하다는 평을 듣는 무공이었다. 아니 그 말은 틀렸다. 그의 무공은 괴이하다. 다만 그 괴이하다는 방향은 이런 경우에 괴이하다는 말이 사용되는 일반적인 유형과는 조금 달랐다.




 

괴장로 사남우는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너희들은 나서지 마라.” 그리고 연이어 이렇게 말했다.


두 사람이 부부라 들었다. 부부는 일심동체이니 한번에 덤벼도 좋다.”


권평서가 그 말을 받았다.

저라면 둘이 있어도 귀하의 상대가 되지 못할지 모르나 제 내자는 혼자서도 충분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빨리 결말을 보는 편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상황이라 실례를 무릅쓰고 저도 내자에게 힘을 보태려 합니다.”


괴장로 사남우는 그 말을 듣고 권평서를 잠시 보다가 이렇게 말했다.

사내가 되어서 아내를 높이는 그 태도를 못났다고 해야 할지 그러면서도 당당한 태도를 보이니 범속치 않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군. 뭐 아무튼 대화는 이쯤에서 그치지.”


권평서의 말은 아내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그의 삶이 언제나 그렇듯이 명확히 현실을 파악하고 직시하는 태도에서 나온 것이었다.

 



사실 이 시점에서는 권평서의 의형제 가운데 그의 무공이 가장 쳐졌다. 권평서는 이 시기에 타기곡이 정신적 성숙을 위한 침잠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그런데도 자신의 의형제가 가운데 자신의 무공이 가장 약하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정면 승부를 한다면 여산민에게는 이기겠지만, 막내 아우의 장기는 암기와 독공이니 실제로 싸운다면 지는 사람은 권평서일 것이다. 대형인 한내역은 동정호에서 헤어질 때 자신보다 심후한 내공을 지니고 있었고, 개인의 성격과 무공의 특징상 나날이 그 내공이 깊어지는 사람일 테니 점점 그 격차가 벌어질 것이다.


여사민은 원래 검법이 그보다 나았고, 태도의 가벼움과 달리 무공에 관해서는 남모르게 정진하고, 검법 외에 다른 무공을 손대지 않을 테니 그 진보 역시 현재나 미래에나 자신보다 나을 것이 당연하다고 판단되었다.

그런 것을 짐작하는 일에는 구체적인 현재의 사실을 명확히 알 필요도 없었다. 심지어 권평서는 자신의 아내인 안혜빈이 오히려 자신보다 무력이 높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천하사대기병의 하나인 여용기산의 위력이 뛰어난 탓에 그렇기도 했지만, 여용기산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안혜빈과 잘해야 동수를 이룰 수준 정도라고 여겼다.


권평서는 자신의 강점과 할 일이 그런 곳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러한 사실에 대해서 분발하는 마음은 있을지언정 아무런 자괴감이나 시기심 따위는 물론 없었다. 오히려 자신이 감당할 책사 역할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다른 형제들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무공에도 정진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을 뿐이었다.

 




괴장로 사남우가 꺼내든 무기는 아홉 간의 마디를 지닌 대나무 지팡이 같았다. 어찌 보면 죽검객의 죽장검과도 비슷했는데 그보다는 훨씬 한 마디의 길이가 길고 마디도 아홉이나 되어서 전체적으로는 검이 아니라 창에 가까운 크기였다.


괴장로 사남우의 무림에서의 명성이 작지 않고, 권평서는 원래 이 지역 출신이기 때문에 저 대나무 창이 실제로는 대나무도 아니고 창도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저것은 구절편이라는 무기로 일종의 채찍 같은 무기였다.


대나무의 내부에 금속으로 된 실이 있어서 실제로 휘두르면 그 길이가 더욱 늘어났다. 이 구절편은 워낙 익히기 어려운 무기이고, 내공이 없으면 아무런 위력을 보일 수 없는 무기여서 강호에서 익힌 사람이 많지 않았다.


창이나 칼은 전혀 내공이 없는 사람, 심지어는 무예를 전혀 익히지 않은 사람의 막 휘두르는 방식도 위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구절편은 내공이 없는 사람이 휘두르면 작대기만도 못하다. 아홉 마디를 단단히 연결하고 있는 것이 없으므로 보통 사람은 

일직선으로 세워서 들고 있을 수조차 없는 무기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괴장로는 보통 사람이 아니고 내공이 심후한 무림인이므로 평소에도 마치 그 크기의 대나무 지팡이처럼 보이게 할 수 있었

. 그것만으로도 일단 그런 무기를 사용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과시할 수 있는 무기가 이런 유형의 구절편이었다.

괴장로 사남우는 일부러 구절편을 뻗었다. 권평서 내외의 방향이 아닌 자신의 우측 방향으로 부하나 다른 사람이 없는 곳을 향해 뻗었다. 그러자 구절편이 좍 늘어나며 원래 길이의 두 배는 더 멀리 뻗어 나갔다. 구절편의 마디마디가 벌어지면서, 그 사이에 각 마디를 연결한 금속의 실이 보였다.


얼마나 더 늘어날 수 있는지 모르지만, 권평서가 이제까지 강호에서 본 어떤 채찍보다도 더 길이가 길었다.


괴장로는 자신의 무기가 어떠한지를 보여주어 나중에라도 뒷말이 나오거나 비겁하다는 말을 들을 여지를 없앴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선수를 양보하고 싶지만, 내 무기의 특성상 그래 봤자. 오히려 자네들에게 불리할 테니 바로 내가 시작하지.”


그 말과 함께 방금 보여주었던 늘어나는 구절편의 방향이 그들에게로 향하면서 뻗어왔다.


이 수법에 대한 가장 간단하고 알기 쉬운 대처는 안혜빈이 여용기산을 방패로 사용하여 막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안혜빈은 그 수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데도 안혜빈은 그런 방식으로 대처했다.


구절편이 앞으로 내밀은 여용기산을 후려치더니 퉁기면서 위쪽의 마디가 꺾이면서 우산의 내부로 들어왔다. 안으로 들어온 마디는 세 칸이었지만 각 마디 사이는 크게 벌어져 있었기 때문에 그 공세의 범위는 우산을 방패 삼아 방어한 공간을 다 무위로 돌리고 우산 뒤에 있는 안혜빈의 팔은 물론이거니와 머리까지 타격할 정도로 넓었다


선수를 양보하는 일이 의미 없다는 뜻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공격이었다. 선수를 양보하면 채찍류의 무기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불리할 것 같지만, 상대가 일반 채찍이 아니라 구절편이라면, 자신을 지나온 마디가 꺾이면서 상대의 뒤를 공격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것이 구절편의 공격 초식이었다.



안혜빈이 여용기산으로 적의 공격을 막을 때 지금처럼 그 공격을 해소하지 못한 일이 없었는데 과연 이 무기의 특별함은 천하에서 가장 뛰어난 방어수단을 괴롭히는 괴이한 점이 있었다.


다만 안혜빈은 처음부터 상대의 무기 특성을 알고 있어서 구절편을 쳐내도 마디가 기이한 각도로 꺾이며 상대를 거의 쫓아다닐 정도로 민활하게 움직인다는 점을 생각해 두었기에 즉시 우산대에서 검을 꺼내어 구절편을 쳐내려 했다.


그러자 우산에 가리어 그 뒤편을 정확히 볼 수 없을 텐데도 사남우의 구절편 마디가 두 번째 마디는 왼쪽으로 세 번째 마디는 오른쪽으로 꺾이는 듯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복잡 무쌍하게 안혜빈을 노려왔다.


안혜빈은 연달아 그 공세를 검으로 쳐내면서 돌연 여용기산을 놓아버렸다. 그냥 놓은 것이 아니라 강한 내공을 담아 솟구치게 했기 때문에 여용기산의 윗부분에 걸쳐져 있으며, 걸쳐진 부분의 먼 쪽이 자유롭게 안혜빈을 노리던 구절편 전체가 공중으로 치솟았다.

여용기산이 공중으로 올라가는 부력이 굉장히 커서 우산에 닿아 있는 구절편도 그 영향을 받았으며, 그 때문에 구절편은 전체적으로 높이 올라가서 옆에서 보면, 마치 사남우가 공중으로 45 각도로 구절편을 치솟게 한 것으로 보였다.


다만 여전히 구절편의 끝은 사남우의 손에 있었기에 사남우는 즉시 구절편을 움직여 안혜빈과 권평서를 노리려 했다.

그렇지만 공중으로 올라갔던 여용기산은 다시 내려오면서 구절편의 진로를 방해했다.




 

공중에서 구절편 여러 마디가 각자각자 여용기산과 충돌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안혜빈이 여용기산으로 구절편을 치고 있는 것인지 구절편이 여용기산을 마디마디로 쳐서 주인에게 돌아가고 있는 것을 방해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충돌의 실체가 무엇이든 간에 두 사람의 무기는 서로의 주인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자기들끼리 충돌하는 형국이었다. 구절편이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는지 몰라도 여용기산에게 잘려나가지 않으니 그 단단함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서로가 무기의 강함을 겨루는 가운데 이쪽에는 사람이 하나 더 있었고, 권평서가 사남우 장로에게 거의 접근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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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욜에 올려야 하는데 항상 죄송합니다.


허안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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