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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와선별부 12권 평서전기 하편 20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20

 

 

설자(楔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권평서의 검이 사장로를 위협하자, 보고 있던 그의 부하들 가운데 헛바람 소리를 내는 자들이 있었다. 그들이 보기에 그리고 어지간한 무림인이 보기에 도저히 빠져나갈 길이 없는 외통수로 보였기 때문이다.


사장로를 비롯한 이 자리의 모든 무공을 아는 사람들이 권평서라는 두 번째 상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협공이 만만치 않을 거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위력적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사장로의 무공이 고절하니 이 한 수에 죽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권평서 부부에 비해 먼저 부상을 당하리란 사실은 명백해 보였다. 그 부상이 얕게 베인 정도에 불과할지라도 그래서 전체적인 비무에는 영향이 없을지라도 그 한 수를 먼저 당하게 되었다는 점은 도저히 피할 수 없어 보였다.


생사를 걸고 하는 비무라면 다르겠지만, 사실 이 비무는 그 정도까지 갈 생각이 상호 간에 없는 비무였고, 그런 만큼 누가 우위를 먼저 나타내느냐가 중요했다. 누가 먼저 우위를 나타내느냐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누가 우세했는가 그리고 우세하게 마무리를 지었는가도 중요하지만, 문자 그대로 누가 시간상으로 먼저 우위를 나타내었는가도 중요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 결과는 마교측의 사람들이 보기에는 기선을 제압당하고 시작하는 모습이 될까 걱정되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사장로의 무공은 모두의 특히 그의 무공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던 그의 부하들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사장로의 구절편이 안혜빈의 여용기산에 얽히더니 힘이 들어갔고, 안혜빈은 여용기산의 통제권을 넘기지 않기 위해서 우산에 내력을 더 넣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해서 우산이 힘 있는 지지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자 구절편은 더 단단히 여용기산에 얽혔고, 사장로가 힘을 쓰자 마치 밧줄을 고리에 걸고 당긴 사람처럼 사장로의 몸이 빠르게 이동하여 안혜빈쪽으로 움직였다.


사장로의 상대의 힘을 빌려 쓰는 재주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확실히 보여주는 한 수였다.


그 결과 누가 봐도 최소 옷가지 정도는 베이지 않고는 넘어가기 어렵다고 생각하던, 권평서의 공격은 허공을 갈랐고, 사장로는 권평서의 빠른 검속도를 비웃는 듯한 속도로 그 자리에서 이미 벗어난 뒤였다.


사장로는 몸이고 권평서는 검이니 이 신법 운용의 불가사의함과 구절편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의 신기는 과연 암중 무림의 최대 세력이라는 평가를 듣는 마교의 장로답다고 할 수 있었다.


아니 권평서가 보기에 이는 그가 평가하던 것보다 훨씬 나은 실력을 지녔다고 할 수 있었고, 심지어 이것은 같은 편인 사장로의 부하들이 보기에도 높아서, 사장로의 부하들은 상관에 대해 자신들이 지녔던 평가를 이 순간 마음속으로 상향 조정하고 있었다.


사장로는 단순히 안혜빈쪽으로 붙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기세를 이용해 무서운 속도로 육박하고 있었다. 여용기산은 그 어떤 방패보다도 적의 공격을 잘 막아내지만, 아주 강한 힘이 부딪힌다면 그 충격까지 완전히 해소하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다른 일반적인 방패에 비하면 우산대를 거치는 동안 그것을 잡은 손에 전달하는 힘을 상당히 줄여주긴 하지만, 사장로 같은 뛰어난 고수가 작정을 하고 몰아친다면, 사장로보다 공력이 낮은 안혜빈은 자칫 우산대를 놓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여용기산의 초식을 배우는 사람이 가장 먼저 배우는 일은 우산대를 언제든 놓치지 않고 또 손에서 놓아 보낸 여용기산을 제 때에 회수하는 방법이었다.



사장로의 돌진은 별로 효용성이 없었다. 그러나 거리가 가까워졌기에 그의 구절편은 아까와는 달리 더 많은 부분이 안혜빈을 위협할 수 있었다. 조금 전에는 구절편의 끝 한두 마디 정도가 안혜빈을 위협했으나, 지금은 사장로가 쥐고 있는 쪽 한 두 마디를 제외한 모든 마디가 안혜빈을 공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리고 분명히 연결된 그 마디마디는 놀랍게도 전혀 다른 조각처럼 떨어지더니 각자가 안혜빈을 여러 방향에서 공격하였다. 마치 여러 줄기의 번개 줄기가 안혜빈에게 여러 방향에서 쏟아지는 것 같았다.


내공이 높아 안력이 좋은 사람은 사장로가 다루는 구절편의 마디마디를 연결하는 금속실의 길이가 2장이 넘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거의 낚싯줄 굵기의 금속실이라 일반적인 안력으로는 보이지 않는 이 금속실이 도대체 얼마나 저 아홉 칸의 마디에 숨어있고, 몇 장 길이까지 늘어나는지 아는 사람은 사장로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한편으로 여용기산이 어떠한 공격 아래서 그 주인을 보호할 수 있는지 아는 사람도 그 주인말고는 없었다. 비록 여용기산의 능력에 대해 아는 사람은 더 있을지라도 현재의 안혜빈의 성취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안혜빈이기 때문이었다.


안혜빈이 몸을 굽히는 순간 그 키가 갑자기 반으로 줄어든 것처럼 보였다. 그러자 사방에서 밀려 들어오던 마치 각자 따로 떨어진 별개의 마디처럼 공격해오던 구절편의 공격 방향은 여전히 사방이기는 했지만, 여러 방향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안혜빈의 신법 하나로 구절편의 마디들 공격에는 그들이 원치 않는 방향성이 생겼다.


그것은 그 공격들이 사방에서 오는 공격이지만 한편으로 모두 위에서 오는 공격이라는 방향성이 부여되었다.


그리고 우산은 위에서 쏟아지는 것들에게는 본시부터 탁월한 효과를 지니는 물품이다.


사장로의 공격은 모두 안혜빈의 우산 위를 때렸고, 몸은 낮춘 안혜빈은 그 아래에서 안전했다. 그리고 자신의 우산을 때리던 구절편의 마디라는 빗줄기가 그친 찰나의 순간에 다른 손에 든 여용기검이 충분히 가까워진 사장로를 노리고 들어갔다.


같은 순간 권평서의 검도 아내의 공격에 완벽히 호응하여 사장로의 다른 빈틈을 노리며 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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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일을 어기다 못해 이틀이나 늦어 죄송합니다.


허안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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