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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21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21

 

 

설자(楔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이렇게 두 번째로 권평서의 검이 사장로를 위협하자, 보고 있던 그의 부하들 역시 다시 한번 헛바람 소리를 내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안혜빈의 공격이 함께라서 더욱 피할 길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들이라면 누구도 지금 공격을 막거나 피할 능력이 있는 자들이 없었다.


그러나 사장로는 달랐다. 그는 여용기산이라는 절세의 방패를 든 사람이 안혜빈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사람에 따라서는 구절편도 얼마든지 방패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사장로가 구절편을 들고 회전하자 구절편도 사장로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잔상이 생겼다. 권평서와 안혜빈의 검이 모두 그 잔상에 뚫지 못하고 퉁겨 나왔다.


두 사람의 검을 퉁겨낸 후에도 사장로의 회전은 멈추지 않았는데, 만약 이 자리에 안력 높은 고수가 있어서 본다면, 사장로가 구절편의 가장 끝을 잡았다가 중간을 잡았다가 하며 계속 잡는 위치를 바꾸며 몸을 회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권평서와 안혜빈은 그런 점은 보지 못했지만, 사장로라는 회전하는 태풍의 범위가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사실을 보고, 그럴 것이라는 점은 파악할 수 있었다.


구절편이 온몸을 감싸면서 빠른 속도로 사장로의 주위를 돌기에 혹은 사장로가 그렇게 돌리고 있기에 어떤 공격도 들어가지 않는 형세가 되었다.


저렇게 빠른 속도라면 하늘에서 내리는 비라도 모두 막아낼 듯한 촘촘함과 속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점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사장로가 그 상태로 적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 구절편의 소용돌이는 발이 달려 움직일 수 있는 작은 태풍이었다.


권편서와 안혜빈은 즉시 마음이 상통하여 눈빛을 교환하고 안혜빈이 여용기산을 내밀며 앞으로 나섰고, 권평서는 그녀의 뒤로 섰다.


다가오던 구절편이 여용기산에 충돌하는 순간 안혜빈이 우산대를 돌렸고, 그러자 당연히 우산도 그에 맞춰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앞으로 쭉 내민 채 회전하는 우산에 구절편이 충돌하며 엄청난 폭음을 내었다.


구절편도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였으므로 여용기산에 쏟아지는 구절편의 충돌은 그야말로 한 여름에 우산에 쏟아지는 소나기 못지않았고, 소리 자체는 그보다 훨씬 큰 폭음이 연이어 터졌다.


예전에 화염공과 이왕 동일한 대결을 했던 안혜빈은 그때의 싸움으로 큰 교훈을 얻었다. 그 교훈이란 만약 자신보다 무공이 심후한 고수와 붙게 되는 상황에서는 결국 여용기산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렇게 여용기산의 힘을 빌리는 방법이란 여용기산이 지닌 방어력을 믿고 최대한 활용하는 길이란 사실도 명확히 알게 되었다.


따라서 장차 반드시 있을 그런 고수와의 대결을 상정하고 그 상황에 대한 대처에 미리부터 대비하는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행여 싸움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면 오히려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고 전투의 주도권을 쥐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준비도 항상 해왔다.


그래서 다른 고수와의 대결이지만 사장로 역시 그녀보다 무공이 높은 사람이기에 싸움은 결국 같은 모습으로 귀착되고 말았다.

염염공은 무기가 없었고, 사장로는 구절편이란 신병이 있다는 점이 달랐지만, 큰 틀에서 본다면 이것은 같은 종류의 싸움으로 귀결된 대결이었다.


사장로는 몸을 회전하면서 한편으로 구절편을 그 회전하는 기세에 실어 공격을 보내었고, 안혜빈은 여용기산을 회전하며 그 기세를 죽이면서 한편으로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장로 역시 일단 밀린다면 비록 겉으로는 평평해 보이는 우산 면의 윗부분을 상대하는 것이지만, 그 공세를 무시할 수 없었다.


만약 전쟁터에서 누군가 방패를 자신의 앞에 두고 그대로 부딪치며 미는 수법을 사용한다고 할 때 그 방패 앞에 아무런 뾰족한 것이 없다고 그것이 위력적이지 않은 것이 아니다. 방패를 앞세워 돌진하거나 방패로 적을 밀어내는 동작은 충분히 위협적일 수 있고, 그 동작 다음에는 다른 손에 든 무기를 사용해 방패 공격으로 흔들린 적이 자세를 회복하기 전에 공격하여 끝장을 내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여용기산은 우산을 방패로 사용하는 방식이 그 운용법에 들어있고, 우산대에는 검이 숨겨져 있다. 다시 말해서 초식 자체에 한 손 검과 한 손 방패로 하는 싸움을 대비한 무공초식을 포함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두 개의 방패가 충돌하는 내공 대결의 양상이 되었다. 어느 쪽이든 먼저 버티지 못하면 흔들리게 되고, 흔들리면 상대의 다음 수를 감당하기 어렵다. 구절편으로 이루어진 폭풍의 방패와 여용기산을 활용한 회전의 방패와의 대결로 방패와 방패

의 대결이란 점에서 무림에서 매우 희한한 대결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마음이 통한 두 부부의 의도대로 권평서가 아내인 안혜빈의 뒤에 서더니 손을 뻗어 등에 대고 자신의 내력을 아내에게 전달하였다.


사장로의 무공과 내공이 권평서 부부보다 윗길이라지만, 그건 한 사람 한 사람을 봤을 때의 이야기였다. 두 사람의 내공이 합쳐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그리고 이런 방어에서는 원래부터 그런 용도로 만들어지고 특별히 제작된 여용기산이 훨씬 더 유용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두 가지 장점이 합쳐지자 사장로의 태풍은 기세가 줄어들면서 한 발 한 발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인제 와서 다른 방식의 대결로 싸움의 형태를 바꿀 방법도 없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것은 사장로의 필패라는 점이 명백해졌다. 싸우는 사장로가 가장 먼저 이 사실을 깨달았다.


사장로는 이 내공 대결이 깊어지기 전에 그래서 자신이 빠져나갈 길이 없는 패배가 확정되기 전에 끝내야 한다고 결심하고 가진 내력을 폭발시켜 몸을 뒤로 빼냈다. 지금은 그렇게 일순간에 쏟아부을 내공이 있지만, 이런 내공 대결을 오래 한 후에는 그럴 기운이 남지 않을 것이기에 지금밖에 그럴 기회가 없기 때문이었다.


사장로가 물러나자 권평서 부부 역시 상대의 의도를 대충 짐작하고 손을 거둬들였다.


사장로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승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함께 가기로 합시다. 두 분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


그렇게만 열없게 말하고, 수하들에게 정중히 대하라는 지침을 따로 준 후에 등을 돌렸다. 권평서와 안혜빈은 그 등 뒤에 대고 포권으로 예를 갖추고 떠날 준비를 시작하였다. 사장로가 분명히 뒤 돌아있었음에도, 돌아보지 않은 채 한 손을 어깨 위로 조금 올려서 흔들어서 포권에 대한 답례 아닌 답례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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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늦었지만, 간신히 오전에는 올렸습니다. 휴일이 많은 주간이라도 할 일이 없는 날은 없는 게 사람 인생인가 봅니다.

그래도 휴일이 많은 주간이니 이 주간에는 토요일 전에 한 편 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징검다리 연휴 평안하십시오.


허안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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