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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23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23

 

 

설자(楔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단순히 호기심 때문에 그런 수고를 하셨다는 말입니까?”

아니다. 그러나 본좌의 모든 의도를 말하고 싶지는 않구나.”

 

구내아는 화무제를 담담히 바라보면서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듣고 싶습니다.”


화무제는 구내아를 가만히 보다가 말했다.

본좌를 그런 눈빛과 태도로 제대로 된 무공도 없는 몸으로 그렇게 바라보며 말할 수 있다니 역시 보통이 아니구나. 그래 조금은 털어놓아 보도록 하마.”


화무제는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모습으로 잠시 있다가 말을 이었다.

그래 네 친구부터 이야기하지. 유귀붕 그 아이를 보면 오래 전에 만났고 지금은 죽은 지 오래 된 내 제자가 생각나는구나. 그 아이의 무공 재질은 나쁘지 않았으나 절대고수의 영역에는 닿지 못했다. 하지만 총명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 그리고 마음에 품은 야심도 무척 컸다.”


어떤 야심이었습니까?”


천하를 암중에서 지배하는 단체를 만들고 그곳의 수장이 되려 했다.”


그런 단체를 들어본 적이 없으니 성공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 없군요. 실패했으면 모르는 게 당연하고, 성공이면 암중에 있을 테니까요.”


천하를 암중에서 지배는 못 하여도 암중에서 조종하는 가장 큰 단체를 만드는 일에는 성공하였다. 본좌가 그 아이의 의견을 따라서 그 단체의 초대 수장이 되어 2년 정도 하다가 당시 군사 역할을 하던 그 녀석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태상의 자리로 한 걸음 빠졌었다. 다 그 녀석의 계획에 있던 일이지. 스승에 대한 예우와 스승의 무공과 위광을 뒤에 업고, 여전히 태상의 자리에 있는 본좌를 소흘히 대하지 않으면서 만사를 의논하면서도 가장 좋은 계획을 들고 왔다. 그 계획의 목적을 반대하면 모를까 계획 자체는 반대할 구석이 없는 것들이었다.”


그 사람이 유귀붕하고 닮았습니까?”


매우 닮았다. 본좌는 그래서 유귀붕이 너에 대해서도 같은 성향을 지니고 있지 않은가 하는 추측을 하고 있다. 가장 좋은 경우는 네 목적과 녀석의 목적이 같이 갈 수 있는 것이어서 너는 수장으로 그는 군사로서 대업을 이루는 경우겠지. 한실(漢室)을 재건했든 못했든 유비와 제갈공명의 관계같은 이상적인 관계일 테고, 반대라면 서로 뜻이 맞지 않아 갈라설 테지만, 실제 일어날 일은 그 중간 어디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가장 큰 변수는 유귀붕이 언제나 자신의 계획을 수정할 수 있는 예지몽 능력의 소유자라는 점이다. 어쩌면 네가 그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다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상황에 따라서는 그리 나쁘지는 않다. 네 그릇이 정말 크다면 실제로 뭔가를 이룬 것은 유귀붕이 아니라 너이거나 혹은 네가 이룬 것이 더 클 수도 있다.”


어르신도 그래서 제자의 계획을 다 알면서도 따라주신 것입니까?”


비슷하다. 본좌는 언제나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에게는 그가 받고자 하는 것을 주는 사람이었다.”


어떤 가치가 있는 사람에게 무엇을 주셨습니까?”


예를 들어 조금 전에 언급한 신주일군에게는 잘난 척 고고한 척 하면서 남을 돕는 척 아닌 척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원하는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나서 간접적으로 자신의 편을 도와주면서 착하게 보이는 능력자의 길을 열어주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그런 일이 있다. 신주일군 본인 그걸 짐작했는지는 모르지만, 신주일군에게는 지금의 상황이 딱 좋은 상황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자기 편을 돕지만 세상 일에서 한 발 물러나 초연한 모습을 지키는 자신의 정체성에는 더없이 적절한 상황이지. 본좌의 입장에서는 제 마음대로 낄 때 안 낄 때 참견하던 성격의 소유자에게 그런 성격이라면 마땅히 받게 될 대우를 해준 셈이다. 신주일군은 비겼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실은 본좌가 비기도록 해 준 것이다. 본좌의 처지에서도 그 정도가 가장 대가와 보상이 균형을 이루는 점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말이다.”


신주일군이라는 분은 당금 무림의 절대고수시죠? 그럼 다른 절대고수분들에게도 뭔가를 주셨습니까?”


검신에게는 영웅적인 죽음과 업적 가운데 선택할 기회를 주었다. 자세히 말하지는 않겠다만, 일천검이 장렬하고 처절하게 그러나 영웅적으로 싸우다가 죽거나 아니면 그 모든 적을 다 물리치고 살아남아 영웅적인 업적을 이룰 기회였다. 이것은 또한 결과적으로 신주일군이 자신에게 걸맞은 친구를 사귀는 기회를 주었고, 친구는 혼자서는 될 수 없는 것이니 나는 두 절대고수에게 친구를 선사한 셈이다.”


해명신군이라는 분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에게는 의형제를 주었다. 그가 바로 내 의제이고 본좌가 그의 의형이다. 해명신군은 서출로 태어나 다섯 살에 본가에서 쫓겨난 이후로 좋은 가정을 이루고 좋은 사람을 만나 천하에 협명을 떨칠 문파를 세우겠다는 그런 소망이 잠재의식에 있었다. 본좌는 제해천의 전대 두 주인 가운데 한 사람이지만, 제해천의 문주 자리는 해명 아우의 자손이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제해천은 강호에서 가장 강한 문파이고, 특히 수상에서의 영향력은 말 한 마디로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 없다.”


그 말을 듣고 구내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구내아가 생각에 잠기자 화무제는 아무 말도 없이 그 모습을 그저 지켜보았다. 구내아가 촌각에 촌각을 더한 시간(10분 정도)을 고민하고 마침내 다시 입을 열어 물었다.

해명신군의 자손들 즉, 현재 제해천의 문주와 그 가족에게는 무엇을 주셨습니까? 혹은 주려 하십니까?”


유귀붕이라면 단번에 궁금해하고 즉시 떠올렸을 의문이다. 역시 총명에서는 유귀붕만 못하지만, 뭔가 마음에 걸리는 바가 있고, 그것을 숙곡하여 괜찮은 질문을 찾아냈으니 너 역시 대단하다. 절대 보통 사람은 아닌 게지. 네 질문에 간단히 말하면, 그들은 강호의 지배자가 아니라 천하의 지배자가 되려 한다. 다시 말해서 역성혁명을 일으켜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천자가 되려 한다. 해씨 성을 국성으로 하는 황조를 개창하려 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반역이지.”


그 말을 듣고 구내아는 약간은 심각한 표정이 되어 물었다.

그런 사실을 말씀해 주시는 것은 이 대화의 끝에 저를 죽이려 하시기 때문입니까? 저는 저를 죽이려면 지극히 간단한 분이 대화를 나누는 것은 그럴 의도가 없기 때문이라고 나름대로 생각하고 편하게 대화했습니다만...”


네 말대로 본좌는 너를 죽일 의도가 없다. 네가 짐작한대로 있었다면 벌써 했겠지. 아니 애초에 너희들이 태어나지도 못하게 조작을 풍수지맥에 가할 수도 있었다.”


알겠습니다. 저도 오늘 들은 사실을 가능한 한,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 정도는 되는 아이라고 생각했기에 본좌도 말한 것이다. 하던 말을 계속하자면, 해명 아우 본인은 지금의 황실에 충성을 맹세했다. 그리고 그 맹세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자식과 손자가 꼭 아비의 뜻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본좌는 서로 모순되는 그들의 소망을 다 지원하고 있거나 최소한 반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결국은 어르신께서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군요.”


그러하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모순의 소망이라도 결국은 본좌의 계획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절대로 뚫리지 않는 방패와 무엇이든 뚫을 수 있는 창을 만들고자 하는 각각의 두 대장장이가 있다면 본좌는 그 둘이 모두 소원을 성취하도록 해줄 것이다. 그 창은 언제나 상대의 방패를 뚫을 것이고, 그 방패는 언제나 적의 창에서 소지자를 지켜줄 것이다. 그리고 둘 다 무적의 방패와 창으로 남겠지. 본좌가 그 둘의 소망을 모두 이루어주고자 하는 한, 만나는 일이 없을 것이다.”


구내아가 다시 한번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그러면 저희는 마교가 원하던 사람이었습니까?”


정확하다. 너희는 마교가 오랜 세월 고대한 명존과 명왕의 도래라는 전설을 현실에 실현할 구천십지의 인재들이다. 본좌는 마교가 원하던 것을 마교에게 주었다. 비록 이미 너도 짐작하겠지만 그게 전체적인 이번 사건의 진상은 물론 아니고 일부의 진실일 뿐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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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분들에게 항상 감사드립니다.


허안 배상


덧글

  • 해밀 2020/05/18 10:29 # 삭제 답글

    꽤 자연스럽게, 또는 우연히 발생한 것으로 생각되었던 많은 사건들이 화무재의 영향이 있었군요.
    점점 더 재미있어 지네요. 잘 읽었습니다.
  • 허안 2020/05/24 14:46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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