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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24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24

 

 

설자(楔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구내아는 일각이나 생각에 빠져들었다가 입을 열었다.

하오시면 제가 이제 드려야 할 질문이 명확하군요.”


그러하냐.”


그렇습니다. 다만 그 전에 몇 가지 도움이 될 질문이 남았습니다. 답변해 주시겠습니까?”


이왕 이리 된 일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본좌도 숨기지 않겠다.”


일단 호기심이 많이 섞인 질문입니다. 말씀하시지 않은 다른 절대고수에게는 무엇을 주셨습니까?”


언급하지 않은 사람은 소림의 수미인데 그는 승려이고 불문의 도리와 사문의 정리 말고는 딱히 세상에 남은 인연이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에게는 딱히 줄 것이 없었다. 본좌가 소림을 무림에서 지우고자 하는 정도의 사건이 아니라면 그와 뭔가를 주고 받을 일이 없는 것도 나쁘지 않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그는 나름대로 해탈의 큰 관문을 향해 대각을 이루는 삶의 여정을 걷고 있으니 본좌와는 적게 얽히게 된 셈이라 할 수 있다.”


대상맹에는 무엇을 제안하신 것입니까?”


대상맹을 이어갈 다음 세대는 변화를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그것을 주었다.”


부모의 재산만 물려받아도 충분한 사람들이 욕심이 지나친 것 아닙니까?”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그저 부잣집 철 없는 젊은이의 망상과 허영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다. 물론 그 나이에 그런 좋은 배경을 지닌 젊은이들이 흔히 분수와 자신을 파악하지 못하고 자기를 과대평가하고 과시적인 업적을 세우고자 하는 일이 흔하니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본좌가 이미 말했듯이 본좌는 아무에게나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지 않는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좌가 판단한 사람에게만 주었다. 그러니 대상맹의 젊은 간사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고 못 이루고는 중요하지 않다. 속세의 부화뇌동 하는 자들은 그들이 성공하면 담대하고 원대한 계획과 야망이었다고 할 테고, 실패하면 무모하고 어리석은 젊은이의 치기라고 말하겠지만, 그건 평가도 무엇도 아니다. 새겨듣기는커녕 들을 가치도 없는 소리에 불과하다. 그들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들에 관한 본좌의 판단은 옳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큰 일이 성공하는 것은 그야말로 사람의 할 일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리는 것이라 그들이 사람의 할 바를 다하고 놓치는 것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 마을에 와서 거래를 하고 다닌 일이 무슨 계획의 일부인지 모르겠지만, 그들 나름대로는 의미가 있다는 말씀이군요. 하지만 상인의 야망은 더 큰 상인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촉땅을 지배하는 대상맹의 후대들이 바라는 것은 그럼 천하제일의 상인 정도 말고는 떠오르는 것이 없군요. 그런 게 가능하다면....”


거기까지 말하다가 구내아는 뭔가 마음에 걸리는 바가 있는지 말을 멈췄다. 그리고 마음으로 생각을 정리하여 말을 꺼냈다.

설마 촉한을 기반으로 거병 건국하여 천하를 통일하고 신황조의 재정과 상계를 틀어쥐겠다 그런 생각입니까?”


그런 결론과 추측을 내리다니 훌륭하다. 산간 벽지에서 제대로 된 학문을 할 기회도 없었던 네 나이 청년이 도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답변을 하자면 네 추측이 맥락은 제대로 짚은 셈이다.”


구내아는 아직 자신이 깨달은 바를 스스로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었기에 거의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천하제일의 상인이 되려면 천하의 중심에서 황실이나 조정의 실세와 연결되어야 한다. 그런데 중원의 변방이 촉한은 물산이 풍부한 곳이나 여기서 아무리 부를 쌓아봐야 중원의 거상들을 밀어내고 황실이나 조정의 실세와 밀접해질 수는 없다. 그렇게 점진적으로 상업적으로 진출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면, 아예 자신들이 중심이 되는 나라를 세워보자? 그렇지만 촉한에 한정된 나라를 세워 독립해봐야 어차피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니 한고조께서 하셨던 것처럼 그리고 제갈공명이 하고자 했던 것처럼 여기서 발흥하여 중원의 황조를 갈아치우자? 듣자하니 지금의 황제는 우둔하기가 짝이 없고, 외적의 침략과 간섭이 심하니 이런 황조를 상대하는 것은 과거 초패왕이나 조조를 상대하던 조건에 비하면 훨씬 나은 조건이 아닌가? 그런 것입니까?”


대체로 말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조금 전에 제해천의 현 문주 가문이 천하를 노리고 역성혁명을 원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대상맹의 간사들과 손잡고 거병하는 사람은 제해천의 지시를 따르는 사람입니까?”


어째서 제해천의 가문 일원이 그 사람이 아니라 따로 명령을 받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비록 이곳에도 대강(大江)의 상류가 흐르지만, 제해천의 문주 가문이 어떤 신망을 얻고 있는 지역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한고조나 유비가 지녔던 정통성이나 명망이 있지도 않습니다. 무림에서의 위세와 명성이 드높다 하여도 그건 무림의 일이니 말입니다. 저라면 그런 사람이 무림에서 힘 좀 쓴다고 해서 우리 지역에서 난데 없이 나라를 세우고 임금입네 하는 것을 마음으로 인정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 땅의 평범한 백성들이 면전에서는 말 못하여도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런 나라는 거병천하는커녕 거병을 유지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진승과 오광의 무리처럼 그저 일어섰다 사라지는 무리가 되겠지요. 결국 민심이 천심이고 그 점을 모른다면 임금이 될 자격도 능력도 없는 것입니다.”


옳은 판단이다. 그래서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여기서 대상맹과 손잡고 거병을 하려는 사람은 소지막이란 사람이다. 관부에서는 꽤 이름있는 사람이고, 무엇보다 야심과 능력이 큰 사람이지. 네가 말한 이 땅의 민심을 장악할 인망이 있는지는 이 지역의 사람들이 판단할 일이다만...”


외지인이 고관대작이라는 이유로 이 지역의 민심을 얻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유비와 제갈공명이 촉한을 얻으려 하던 시절에도 이 땅에는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린 세력이 있었다. 유비가 유일한 황실의 씨족도 아니었고, 하지만 유장이 물러서고 난 뒤 이 촉한의 호족들은 유비를 정통으로 인정하고 따랐다. 심지어 지금까지도 그 외지인들을 섬기는 전통이 촉한땅에 이어지고 있지. 결국 그것은 이후 소지막이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 구내아가 다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윽고 다시 말했다.

그 소지막이란 분도 단순히 어르신의 명령을 따르는 사람은 아니군요. 그런 사람이라면 가치가 없을 테니 말입니다.”


물론이다. 그는 그 자신이 별도의 야심과 능력을 품고 있는 사람이다.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가 완전한 것이 아니어도 잡으려고 

할 뿐이고, 그것을 위해서 어떤 도움도 마다하지 않으려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전의 창과 방패와 달리 이 소망은 서로 충돌하는 것 아닙니까? 소지막도 제해천의 문주가문도 천하를 노린다면? 그런데 어르신은 양측을 다 후원하는 듯하고 말입니다.”

사슴을 죽일 때까지는 손을 잡고 양측의 싸움은 사슴을 잡은 다음에 할 정도의 머리는 있는 사람들이지.”


천하제일.. 아니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이 제해천의 아무나 가도 소지막이란 분을 암살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닐 텐데요? 소지막이란 사람이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습니까?”


그가 그것을 모를 정도로 멍청이라면 본좌가 내세우지도 후원하지도 않았다. 유방도 유비도 자기 부하들보다 강하고 똑똑하지 않았다. 정말 큰 사람이 되려면 자신보다 똑똑하고 자신보다 강하고, 또한 유능한 사람을 아래에 두는 일에 거리낌이 없어야 한다. 부하의 능력을 질투하는 상급자들이 조직을 망치는 법이다. 군주의 덕목은 각 분야에서 신하들을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각 분야에 압도적인 신하들을 두고 부리는 일이 되어야 한다. 비슷한 원리로 유귀붕도 너를 수장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고, 너 역시 구천십지의 인재들을 이끄는 구천십지제일신마로서 그런 능력과 태도를 함양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미뤄두었던 질문을 하겠습니다.”


듣겠다.”


어르신께서 우리에게 날 때부터 주신 것 외에 또 더하여 주실 것이 있습니까? 그리고 그에 대한 대가는 무엇입니까?”

화무제 제대로 된 질문을 하는 학동을 보는 서당 훈장의 표정을 지으며 그 질문에 대답하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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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토욜에 올려드리고, 한편의 글 빚을 갚을까요 항상 송구합니다.


허안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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