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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와선별부 평저전기 하편 26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26

 

 

설자(楔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구내아는 잠시 앉아서 고민하였다. 어떤 방식으로든 행동에 나서야 할 때였다. 그리고 그것을 조금 전 생각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할 생각은 없었고, 그렇다고 유귀붕의 의도대로 밥을 먹을 생각은 없었다.


생각을 정리한 구내아는 일어서 문으로 갔다. 아까와는 달리 문이 잠겨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마 친절하게도 화무제가 잠겨있던 문을 풀어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문은 닫혀만 있지 아까와는 달리 잠겨있지 않았고, 구내아는 문을 열고 나가는 일에 문을 부수거나 하는 귀찮음을 덜 수 있게 되었다.


구내아는 아침 식사가 담긴 쟁반을 한 손에 들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다행히 생각보다 많이 늦지는 않았다. 아직 구내아와 이곳에 거주하는 청년들이 밥을 먹는 식당에 사람이 있었고, 구내아가 찾는 유귀붕의 모습도 그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구내아는 찾던 유귀붕의 모습을 보고 걸어갔지만, 구내아가 나온 모습을 보고 유귀붕은 놀란 듯하였다. 아마도 그의 예지몽에서 보지 못한 전개라는 간접적인 그러나 뚜렷한 증거가 유귀붕의 표정에 담겨있었다.


구내아는 유귀붕이 앉은 식탁으로 다가가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들고 온 밥이 담긴 쟁반을 그 앞에 놓으며 착석했다.

그리고 유귀붕을 똑바로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네가 준비해준 이 밥은 내 입에는 맞지 않는다. 네가 준비한 것이니 네 입맛에는 맞을 듯하니 네가 먹는 것이 어떠냐?”


그렇게 말하면서 구내아는 자신의 앞에 있던 밥상쟁반을 유귀붕에게 밀었다. 유귀붕은 자신의 앞으로 밀려온 밥상에 아래로 시선을 주어 잠시 쳐다보다가 말했다.

오늘은 나도 이상하게 입맛이 안 좋아서 사양하겠네.”


구내아가 그 질문을 놓치지 않고 묻고 싶은 바를 담아 말했다.

오늘만 그런가? 이후로도 계속 이런 밥은 먹고 싶지 않은 건가?”


유귀붕의 답이 즉시 나왔다.

오늘만일세. 오늘은 중요한 날이라 아니 먹을 것이고, 이후에는 언제든지 내가 차린 밥을 자네가 되 물리면 내가 먹을 수 있네.”


구내아는 그 대답에 약간은 만족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앞으로는 들겠다니 그나마 다행이네만, 근본적으로 자기는 먹지 않을 것을 남에게 주는 것은 올바른 행동이 아닐세.”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리 했네.”


그것이 꼭 필요한 일이라고 누가 결정했는가? 자네인가? 나인가? 그것은 누구에 필요한 일인가? 자네인가? 나인가?”


결정한 것은 나이고 필요한 것은 우리 모두이네.”


그것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거기에 내가 왜 저절로 포함되어야 하는가? 정말 옳기는 한 건가? 목적은 옳은가? 목적이 옳더라도 방법은 그 수밖에 없었는가?”


다른 질문은 몰라도 방법은 그 방법밖에는 없었네. 나는 많은 경우의 수를 보았고...”


구내아가 그 말을 잘랐다.

그래. 자네의 식견에서는 그 말이 옳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자네가 미래를 보고 얻어낸 결론이 그 수밖에 없다고 해서 그 수가 최선이라고는 할 수 없네. 바로 우리가 이런 대화를 지금 여기서 하는 것이 바로 그 증거이네. 그저 최선이 아니면 다행이지만, 최선이 아닌 정도가 아니라 그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실패할 수를 두는 일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네. 심지어 거기에 자네 목숨뿐 아니라 다른 친구들 그리고 두말할 것도 없이 내 목숨까지 걸린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고 생각하네.”


유귀붕이 말을 잇지 못하자 구내아가 다시 말했다.

자네는 나의 여러 질문에 다른 질문은 몰라도 방법은 그뿐이라 했는데 그조차도 옳은 대답이 아니었네. 그렇다면 그에 앞선 다른 질문들 과연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지 나는 왜 저절로 포함되었는지 등등은 묻고 따질 필요도 없을 지경이라는 뜻일세.”


유귀붕은 여전히 입을 열지 못했다. 구내아의 말은 이어졌다.

자네는 무척 총명한 사람이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났네. 그 두 가지가 결합하였는데도 자네는 꿈속에서 끝없이 실패했지. 그렇지 않나? 내 말이 틀렸는가?”


그 질문에 유귀붕은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고개는 끄덕였다.


구내아가 그 고갯짓을 확인하고 말을 이었다.

오늘의 일을 계획하기 위해 몇 번이나 실패를 겪었는가? 나는 아마 몇 번이 아니라 몇십 번이라고 생각하네. 왜냐하면, 자네처럼 총명한 사람이 계획을 짜고 몇 번을 미리 꿈을 통해 겪어보기까지 했다면, 지금 우리가 나누고 있는 대화는 있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고, 자네는 꿈속에서 몇 번이나 실패한 계획을 몇십 번을 다시 실패하며 다듬으며 딴에는 빈틈없이 한다고 고치고 또 고치고 있겠지. 그리고 이제는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내가 보이게는 그 계획에도 그리고 자네의 방식에도 큰 허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네.”


유귀붕은 그 말에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어떤 허점인가? 내 계획의 내용을 아는가?”


자네 계획의 세부적인 내용은 모르네. 그러나 자네가 일을 하는 방식에 허점이 있으니 당연히 그 계획에도 허점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네.”


내가 일하는 방식에 무슨 허점이 있는지 말해 주겠나?”


물론이네. 내가 이 식탁에 앉은 이유가 그것이니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자네는 총명을 타고 났고, 그런 총명을 타고난 보통의 모사(謨士)들이 누릴 수 없는 자신의 계획을 미리 점검할 수 있는 예지몽을 타고났지. 그래서 스스로 그런 방면으로는 완벽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나 나는 걱정이네. 걱정 하는 것은 내가 자네를 어느 정도는 친구로 여기고 있다는 말이고, 걱정한다는 것은 자네의 그런 자부심이 실은 기반을 단단히 다지지 않은 자만심에 불과하다는 점을 말하기도 하네.”


내 계획이 기반이 약하다?”


비유하자면 자네는 먼 길을 가려는 사람이 여행 계획을 세우고, 그에 필요한 준비를 하면서 마음으로 펼쳐질 여정을 모두 점검하는 사람이지 않겠나? 그런데 도중에 있는 문제를 가지 않고도 알 수 있으니 이런 문제는 이리 처리하고 저런 문제가 발생할 테니 저런 준비를 해야지 하고 있는 것일세. 그러면서 기일 안에 목적지에 도착할지 못할지 계속 날짜를 따지는 그런 사람인 셈이지.”


그런 태도가 왜 기반이 약하다는 말을 들어야 하는 것인가?”


왜냐하면 마굿간에 말이 한 마리만 있는 것이 아닌데 마굿간의 있는 말 가운데 일부만 가지고 이리저리 따지고 있기 때문이네. 말을 한 마리만 이용할 수 있는 여행이면 반드시 실패할 여행도 말이 두 마리면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모르네. 말 한 마리만 이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생각해 낸 최선의 계획은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는데 말 두 마리를 이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대충 세운 계획은 여행에 성공할 수도 있지. 그러므로 이미 말했지만, 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최선의 수라는 말은 아니지.”

유귀붕이 그 말을 알아듣고 이렇게 말했다.

내가 가진 모든 인력과 수단을 동원하고 참작하여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최소 자네, 즉 구내아라는 친구를 빼고 일을 추진하면서 자기 딴에는 완전한 계획을 만든답시고 계획을 세웠다가 부셨다가 했고, 이제는 그 와중에 자기 혼자 이게 그래도 최선이지 하면서 일을 추진하려 하는데 그마저도 제대로 성공할 것 같지 않다. 그런 말인가?”


대충 그런 말이지.”


확실히 그 점은 내가 잘못했고, 자네 말이 옳군.”


이해한 듯 싶으니 다행이네. 그럼 이제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을 해야겠군.”


하고 싶었던 말? 그게 뭔가?”


다름 아니라 유귀붕 자네가 나를 배제한 이유가 궁금하네. 그 가장 깊은 밑바닥에 있는 자네의 본심이 궁금하네. 내가 유귀붕이라는 사람이 이 무리의 수장이 되는 일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치워두려 했나? 아니면 지금부터 위험한 일이 벌어지려 하니 나를 휘말리지 않게 하려 했나? 아니면 이 둘의 절반쯤 되는 생각으로 구내아가 필요는 한데 유귀붕의 자리를 위협해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어중간하게 행동한 것인가 등등 말일세. 간단히 말하면 나를 포함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는데 나라는 수단을 굳이 빼고 계획을 세운 자네의 본심이 궁금하네.”


유귀붕은 다시 말문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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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쉬어서 죄송합니다.


허안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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