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선부臥仙府

follower.egloos.com

포토로그



[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27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27

 

 

설자(楔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유귀붕이 말이 없자 구내아가 다시 물었다.

자네가 본 미래에서 내 자리는 어딘가? 그리고 다른 친구들은? 애초에 그들 자리가 있기는 한가? 있다 하여도 혹시 그게 자네의 발밑인가? 아니면 자네의 마음 안에 있는지 그것이 가장 궁금하네.”

 

여전히 유귀붕은 대답하지 못하였다. 왜냐하면, 그의 진심이 그게 아니라고도 맞는다고도 할 수 없는 여러 마음이 혼재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스스로 이 무리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그러한 야망이 없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구천십지의 인재들을 자신의 야망의 도구로만 여기지도 않았다.


구내아는 유귀붕의 그러한 심리를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다른 질문을 하지? 자네는 내 능력이 뭔지 알고 있나? 나도 사실은 내 능력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네.”


유귀붕은 그 질문에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사실대로 내가 아는 바를 이야기하겠네. 구내아 자네의 능력은 우리의 능력과 연결되어 있네. 자네는 원한다면 우리의 능력을 더욱 강하게 할 수 있네. 자네가 원하고 또 우리와 일정 거리 근처에 있다면 우리의 능력은 더욱 강해지네. 다만 이건 내가 꿈에서 이미 봐서 아는 일이고 그렇다는 이야기를 나누는 미래의 우리를 보았기에 아는 것이라. 누구의 능력을 어느 정도 어떻게 강력하게 해주는지는 확실히 모르네. 앞으로 차차 알아갈 일이 되겠지.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자네는 우리의 능력을 없앨 수 있네. 아니 없앤다고 할 수는 없고, 끈다고 해야겠군. 촛불을 끈다고 양초가 없어지지는 않으니 끈다는 표현이 맞겠어. 하여간 자네는 직접 대면하고 있다면 그리고 자네가 원한다면 우리의 능력을 끌 수 있네. 그리고 자네가 다시 켜줄 때까지 우리는 그 능력을 사용할 수 없지.”


그 말이 진실하다는 점을 알겠지만, 어떻게 그리하는지는 모르겠군. 하지만 강화는 어떻게 하는 것이지? 그냥 궁금해서 묻는 것이 아니야.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고, 오늘은 중요한 날이기 때문이네.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사건이 몇 시진 안에 다가오고 결정 날 것으로 생각하는데 아닌가?”


맞네.”


그렇다면 자네의 불완전한 계획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알아낼 시간도 부족할 테고, 설령 계획을 바꾸고 싶어도 충분히 준비할 시간이 부족할지도 모르지. 그러니 서둘러야 하지 않겠나?”

유귀붕이 그 말에 반문했다.

어쩌란 말인가?”


식당이란 장소나 탁자 위라고 해서 잠을 청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지. 자네 능력은 일종의 예지몽 아닌가?”


그걸 알고 있었나?”

그게 중요한 일이 아니지...”


알았네. 하지만 잠이란 것이 자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쉽게..... 졸리네?”


그리고 유귀붕은 바로 식탁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

 








등영림은 소리는 지르지 않았지만, 표정으로는 충분히 소리지르는 얼굴로 잠에서 깼다. 마차 안에는 등영림과 옥소홍 그리고 권평서와 안혜빈이 타고 있었다. 마교의 장로와는 아직 서먹한 면이 있어서 같이 동승하지 않았다.


마차라는 것이 아무리 안락해지고 싶어도 길이 평탄하지 못하면 안락하지 않다.

더구나 천천히 가면 조금 낫지만, 빨리 길을 재촉하고 있다면 편안하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등영림은 쉽게 잠들었고, 그리고 덜컹거

리는 마차의 진동이 아니라 꿈의 내용 때문에 놀라서 깼다.


안혜빈은 등영림이 매번 미래를 보고 그 내용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알기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괜찮냐고 물었다.


저는 괜찮아요.”


평범한 대답이었지만, 그 음색에 실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권평서가 가장 먼저 그 대답에 담긴 무거운 분위기에서 다른 뜻을 포착하고 그에 맞춘 질문을 던졌다.


너는 괜찮지만 다른 누구는 괜찮지 않은가 보구나?”

안혜빈이 남편의 그 말을 듣고 다시 물었다.


그게 누구니? 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기니?”


등영림이 한동안 망설이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유귀붕 그 녀석이 또 계획을 바꿨어요. 그래서 우리가 진짜로 처음 만나는 상황이 다시 변했어요. 지난번에는 그곳의 친구들이 모두 죽은 상황에서 우리가 뒤늦게 도착해 죽어가는 유귀붕과 만났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어요. 그들 모두가 살아있는 채로 우리를 맞이하고, 그 다음에....”


그 다음에?”


안혜빈이 그렇게 재촉하는 질문을 했지만, 권평서가 말을 잇지 못하는 등영림을 보고 내용을 짐작하여 말했다.


아무래도 그 다음에는 우리 부부가 죽는 모양이구나.”


, 죄송해요. 이런 적은 없었는데 유귀붕 이 자식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네가 죄송할 일은 아니지 않느냐? 그밖에 다른 사람은 무사하니?”


그 만나셨다던 백건재라는 친구도 무사하지 않아요. 그가 두 분의 일에 관해서 반대했나봐요. 이건 보지 않아서 제가 본 상황만으로 내린 추측이지만요. 그래서 백건재도 죽었거나 어딘가에 갇힌 것 같아요. 아무튼, 좋은 상황에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건 나쁜 소식이구나. 유귀붕이라는 친구가 총명한지는 모르겠으나 모략을 짜는 일에 있어 본바탕이 좋지 않구나.”

원래 그렇게 나쁜 마음을 지닌 녀석은 아니었는데.... , 물론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그래도 그간 만나본 바로는....”


아니 그런 것을 의미하고 한 말은 아니었다. 책사란 기본적으로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며 일단 상대에게 우호적으로 대해야 한다. 상대방이 비우호적으로 나올 때를 대비하면서 말이지. 만나지도 않은 상대를 적으로 선언하고 그에 맞춘 계략을 짜는 것은 좋은 책사의 본바탕이라고 할 수 없다. 물론 이 경우에는 나름대로 미래를 보는 능력이 있으니 어차피 숙명의 적으로 만날 사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네가 말한 네 능력이 유귀붕의 것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면 그 능력은 대단한 것이지만, 완벽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런 것에 의지하여 계획을 짜다 보면 완전하지 않은 허술한 계획을 짜는 습성이 들 가능성이 있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모사의 머리 쓰는 일도 무공 수련처럼 편한 길로 습성을 들이면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인데 역대의 책사와 모사들은 그런 자신의 수읽기가 부족한 바를 염려할 필요는 있어도 그런 쪽으로는 염려할 필요가 없었는데 유귀붕은 정반대의 문제를 지니게 될 것 같다. 뭐 아무튼, 네가 꾼 꿈을 바탕으로 우리도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자.”

 


-----------------------------------------------------------

독자분들에게 항상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덧글

  • 애독자 2020/06/24 13:31 # 삭제 답글

    구내아가 깨어 있는채로 진행되는 것은 예상밖이었습니다.
    어떻게 풀어 가실지 더욱 궁금해 집니다. ^^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애독자 배상
  • 허안 2020/06/28 21:57 #

    솔직히 말하면 대강의 결론은 내려져있지만, 그렸던 로드맵을 초기화하고 다시 스토리 루트를 짜는 일이 있습니다. 이 부분 처음 생각한 것보다 어렵네요. 덧글 감사드립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