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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28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28

 

 

설자(楔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구내아는 이 식탁에 앉을 때 내려놓았던 밥상 쟁반을 손가락으로 힘주어 밀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귀붕에게 밥을 먹이지 않아도 재울 수 있어서 다행인가? 생각해보면 녀석이 나에게 먹이려 한 밥을 자기가 먹어서 잠이 드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 다행인 듯도 하고...”


그렇게 구내아가 속마음을 겉으로 작은 소리 나마 드러내어 말하는데 속마음으로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구내아는 그 부름에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지부터 익혀야 했다. 하지만 그것은 보통 말을 하는 것처럼 쉽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해보기도 전에 알 수 있었다. 심지어 속으로 생각만 하는 방법과 그것을 소리 내 말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 마음으로 전달하는 방법의 차이도 쉽게 추론하고 곧이어 실제로 해낼 수 있었다.


여러 친구가 각자의 방식으로 물었지만, 질문의 요지는 결국 앞으로 어떻게 하려는 생각인지 묻는 내용이었다.


마음속으로 질문을 던지지 않은 다른 친구들 역시 생각은 비슷할 것이라고 구내아는 추측하였다. 구내아는 아마도 지금 일종의 심어(心語)라고 할 수 있는 이 마음을 통한 대화에 현재 이곳에 끌려온 모든 친구가 참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조금 전에 잠든 유귀붕은 당연히 제외하고 말이다. 구내아는 그 사실을 마음으로 모두에게 확인하였다. 이 식당에 있건 배당받은 자기 방에 있건, 이 건물 어느 구석에 있건 남녀 친구 모두가 마음으로는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가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고, 또한 구내아 자신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받은 다음 구내아가 입을 열었다. 물론 비유적인 의미에서다.

너희는 내게 어찌할지 묻고 있지만, 그것은 내가 할 질문이다. 너희는 어찌할 작정이냐?’


마음속의 질문이 마음속의 침묵으로 돌아왔다. 구내아의 말이 이어졌다.

너희는 무슨 생각으로 유귀붕의 계획에 따랐지? 그가 총명해서 그의 계획을 따르면 일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그렇다 치고 유귀붕의 계획이 성공하고 실패하고를 떠나서 그 계획이 너희를 위한 계획이라는 확신은 대체 어디에서 얻은 것이지?’


그 말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러나 듣고 있는 친구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마음의 동요를 느낀다는 사실을 구내아는 알 수 있었다.


우리는 그저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이곳의 대우는 나쁘지 않았지만, 결국 이들이 원하는 것은 우리의 능력이고, 이용하다가 우리가 무능해지면 버릴 것이고, 혹은 우리가 그들의 뜻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해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니 우리는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유귀붕은 우리가 이곳을 벗어나 힘을 합치고 또 함께 힘을 기르면 누구도 우리를 이용하거나 해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총명했고, 또 미래를 보는 능력이 있었다. 그의 의도는 몰라도 그의 능력을 의심하지는 않았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누군가가 마음으로 전해온 말이었고, 모두가 그 말에 공감한다는 느낌도 전해져왔다.


구내아가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그 말은 옳다. 그러나 우리가 어떻게 얼마나 힘을 합쳐야 하는지를 생각하지 않았다. 유귀붕이 나를 빼놓고 일을 하려 했고, 그 결과는 내가 보기에는 실패다. 우리에게 지금은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그리고 문제는 여전히 같은 문제로 남아있다. 나아진 점은 내가 이제 너희들에게 힘을 보탤 것이라는 점이다. 나 한 사람 힘을 보태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전에...’

구내아는 여기서 말을 끊었다. 아니 정확히는 생각의 전달을 끊은 것이지만, 그리고 다시 모두의 주의를 새롭게 했다는 사실을 마음으로 전달받아 느끼고는 말을 이었다.


그 전에 우리 중에 나의 위치를 정해야 하겠다. 너희가 아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너희의 수장으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정해졌다. 그러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일은 너희에게 달렸다. 최소한 그런 정도는 스스로 결정해라 앞으로 너희를 대신해 결정하고 이끌 수장을 선택하는 일만이라도 스스로 아니 그 일이니까 더욱 스스로 결정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늘이니 운명이니 뭐니 하는 것에 기대지 말고 선택해라. 그 선택이 나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어도 이곳을 나갈 때까지는 서로 협력해야 하겠지만, 그 후에는 자신의 선택한 대로 살아도 내가 그것에 간섭하는 일은 없다고 단언한다.’


한동안의 침묵이 이어졌다. 구내아에게 말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의논하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졌다. 마치 내용을 알 수 없는 대화가 멀리서 수군거리며 이어지는데 자신은 들을 수 없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누군가의 말이 전달되어 왔다.

유귀붕도 품을 수 있다면 좋다.’


구내가아 간단하게 긍정했다.

나 역시 바라는 일이다. 그가 나를 거부한다면 몰라도 나는 그가 나와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생각들이 구내아에게 전해졌다.


구내아는 고개를 돌려 엎드려 잠든 구내아를 바라보았다.


그럼 이제 유귀붕의 뜻을 알아야겠군.”


그리고 그를 언제 깨우는 것이 좋을지 고민할 때 유귀붕이 잠에서 깨어났다. 잠에서 깬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구내아는 잘 모르지만, 유귀붕은 언제나 잠에서 깰 때 자신의 계획이 틀렸어도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수정할 계획을 짜는 사람이지 결과가 나쁘다고 어두운 표정을 짓는 사람이 아니기에 주변에 있던 친구들의 표정도 덩달아 어두워졌고, 마음 속의 심어로 그것을 전달받은 곳곳의 

모든 친구들의 마음도 어두워졌다.


따라서 이 무리 중에 유일하게 평정한 얼굴을 한 구내아가 돋보이는 효과가 있었다.


그래 꿈에서 무엇을 봤지?’


구내아가 마음으로 물어보았다.

 


그 내용을 듣고 구내아가 생각했다.

과연 화무제라고 해야 하나? 결국 우리가 갈 수 있는 길 가운데 몇 가지는 애초에 갈 수 없는 길이었다는 말인가? 그렇지만 하늘이 내린 나의 적수(敵手)의 양부모라고 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초면에... 초면이 아닌가? 아무튼, 다짜고짜 죽일 수는 없는 일인데 말이지. 여기에서 벗어나는 일과 마교와 척을 지는 일 따위는 그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지. 화무제여 당신과 뜻을 같이하고 싶지는 않지만, 당신이 바라는 일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도 없어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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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독자분들에게 감사합니다.



허안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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