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선부臥仙府

follower.egloos.com

포토로그



[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29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29

 

 

설자(楔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교단의 양종을 대표하는 4인의 장로가 안으로 들어서자 남자를 가르치는 주약전과 여자를 가르치는 고종비가 모든 남녀 제자와 하인들까지 이끌고 장로를 맞이하였다.


4인의 장로는 이미 보고받은 숫자 그대로 정확히 제자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을 보고 만족하였다. 하지만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학생 중 하나가 마치 좌우에 주약전과 고종비를 거느리는 것처럼 중앙에 서서 그들을 영접하고 있었다.


4인의 장로들은 전에 만났건 아니건 간에 보고 받은 제자들의 신상명세를 머릿속으로 더듬어서 중앙에 선 남제자의 이름이 구내아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 장로 중 하나가 주약전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 있는가?”


그러나 주약전이 대답하지 않자 다시 그들의 눈은 여제자를 담당한 고종비에게 향했다. 그러나 그녀 역시 머뭇거리는 태도만 보일 뿐 상급자인 장로의 말에 시선에 대답하지 않았다. 다시 시선이 주약전에게 향하고 말이 이어졌다.

교단의 장로가 묻는데 대답도 하지 않을 셈인가?”


주약전의 시선이 구내아에게 향했고, 구내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직접 말씀드리는 편이 나을 듯합니다. 스승님이 직접 답변하십시오.”


주약전은 마치 상급자의 허락이 떨어졌다는 듯이 자세를 다시 다듬고 입을 열었다.

저는 본교가 오랜 기간 기다려온 염원과 교의 미래가 제가 맡은 이 제자들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마땅히 그들을 교의 중심이자 지도자로 삼아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들의 스승으로 이들과 인연을 맺었지만, 이제는 이들의 대업에 참여하는 일원이 되어 본교의 오랜 염원과 무수한 숫자의 본교 교인들의 기대를 이루고자 합니다.”


그 말을 듣고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양측의 장로들이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이들을 본교의 교주로 추대하기라도 하겠다는 뜻인가?”


당장은 아니겠으나 장차는 그리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합니다. 명존이든 명왕이든 이 땅에 현세하는 것이 저희의 목적이었고, 이들이 그 꿈을 이뤄줄 것으로 생각했기에 이렇게 모은 것이 아닙니까? 이들을 도구로 사용하고 그 쓸모가 다하면 버린다는 것은 강호의 도리를 논하기 전에 본교의 교리에 어긋나는 나쁜 일입니다.”


네 말이 옳다 하여도 이들을 본교의 교주로 올리는 것은 다른 일이다. 인간을 명왕이나 명존으로 받들고 섬기는 것도 본교의 교리와는 어긋나는 일이다.”


그렇습니다. 저도 이들이 명왕이나 명존의 현세 강림이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본교가 바라는 세상을 당겨서 가져와 줄 사람이라면 그들을 굳이 도구가 아니라 영도자로 세우는 일도 나쁘지 않은 일입니다.”


이건 뭔가? 애들을 가르치라고 보냈더니 홀리기라도 한 것인가?”


교의 이상을 잃고 종파적 편견에 사로잡혀 대의를 잊은 것은 바로 지금의 교단 수뇌입니다.”


방자하다!”


그때 구내아가 입을 열었다.

저희는 아직 귀교에 입교하지 않았습니다. 교단 양종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귀교에 가입하길 바라는 마음은 같으리라 생각합니다.”


장로들은 주약전과 일을 끝내고 싶었으나 구내아에게 일단 주목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감정으로는 분명 교단의 하급자로서 망발과 도리를 벗어난 행태를 범하고 있는 주약전에 신경 쓰였으나 오랜 경험으로 보아 지금 이 자리에서 집중해야 할 상대방의 대표는 구내아라는 현실에 집중하기로 판단을 내렸다.


상황을 대국적으로 보려는 이러한 태도는 일방의 장로로서 당연히 지녀야 할 품성이기는 했으나 갖추기는 어려웠다. 그러한 훈련받은 혹은 경험 많은 태도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 촉한의 심저(深底)를 지배하는 마교의 장로들이 양종 어느 쪽이라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러한 태도 아래 장로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으나 너 혹은 너희들이 주약전 같은 심지가 굳은 사내를 고종비와 더불어 너희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점은 잘 알겠다. 그것만으로도 너희가 보통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겠다. 그래 그 정도 능력이 없다면 너희에게 기대하는 우리가 잘못일 테니 어찌 생각하면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것은 너희의 능력을 과시하는 것이냐? 그러한 능력 과시 다음에 입교를 이야기하다니 감히 입교에 조건을 달아서 본교에 들어오겠다는 것이냐?”


구내아가 답했다.

크게 보면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이 다는 아닙니다. 우리는 귀교를 벗어나 우리만의 세력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의 힘으로 어느 정도 위세를 지니는 세력으로 성장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아무런 기반 없는 젊은이들이 일방의 세력을 이루는 어려움이 적지 않겠으나, 귀교에 입문하여도 그 안에 이미 자리를 잡은 사람들의 텃세를 극복하는 어려움을 생각하면 어느 쪽이 더 어려우냐 문제일 뿐 어렵다는 사실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본교에 입문을 선택지에서 배제하지 않고 입에 담는 이유가 있겠지.”


물론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은 우리가 타고난 재주와 배경에 가장 잘 어울리는 우리만의 색깔을 지닌 단체와 세력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귀교가 지닌 문제점이 그리 크지 않다면 이미 조성된 기반에서 몸을 일으키는 것도 나름대로 장점이 있는 선택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귀교는 이미 이 땅에 있는 세력 중 가장 우리와 비슷한 색깔을 지닌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명문정파가 우리에게 호의적일 리가 없고, 설령 호의적이어도 우리와 동색이 아닙니다. 아니 따지고 보면 우리와 같은 색을 논할 단체는 귀교를 제외하고는 없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귀교냐 아니면 우리끼리냐 라는 두 가지 선택밖에는 없다고 솔직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귀교에서 우리끼리가 아니라 귀교여야 할 이유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어떤 조건을 내걸면 되겠는가?”


잠시 고민 끝에 한 장로가 물은 질문이었다. 물은 사람은 하나였지만, 다른 3명의 장로 역시 그 질문을 하고 싶었고, 그 대답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였다.


구내아가 그 질문에 대답하였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처우가 아닙니다. 물론 누구나 귀한 대접을 받고 싶겠지만, 좋은 처우를 받건 나쁜 대접을 받건 그런 것은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일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무엇이냐는 점입니다. 귀교는 둘로 분열되어 있으며, 한쪽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다고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누가 더 큰 세력을 쥐고 있어서 우리에게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고, 우리가 교내에서 큰 지위를 차지하게 해줄지에 관심이 있지 않습니다. , 그것도 관심이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지금 말씀드리는 일은 우리의 최우선적인 관심사를 의미한다는 점은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우리는 우리의 가야 할 길이 궁금합니다. 다시 말해서 지금처럼 분열되어 서로 다른 가치관과 다른 목표를 지닌 집단에 가입한다면 우리는 그 내부 알력 싸움에 가장 먼저 동원되기에 십상입니다. 우리는 그런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교단의 입장을 정리하여 주십시오. 합의하든 싸우든 우리가 귀교에 가입하여 추구하고 이 땅에 실현할 가치가 무엇입니까? 명존의 밝은 교리로 세상을 감화 시켜야 합니까? 명왕의 출현으로 극락정토를 실현해야 합니까? 이곳에 있으면서 당신들이 비치해 놓은 책들을 꽤 읽었습니다. 제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방금 말한 명왕이니 명존이니 하는 것은 결국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교리를 세상에 퍼뜨릴 때 왕도(王道)를 택할 것인가? 패도(覇道)를 택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그 둘 중 어느 쪽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둘 다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그러나 둘 다는 곤란합니다. 두 마리 토끼를 쫓으면 한 마리도 잡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한 문제는 본교에서 오랜 세월 논의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한 문제이다. 너희 같은 애송이들이 아무리 대단한 가치가 있기로서니 입교 조건으로 정할 문제도 아니거니와 우리가 너희를 얻고 싶다고 갑자기 해결책이 생길 일도 아니다. 설령 해결책이 있더라도 그것이 절대 쉬운 길이 아닐진대 그런 어려운 해결책을 가야 할 이유로 너희들의 입교가 그 정도로 무게가 있다고 생각하느냐?”


------------------------------------------------------------

두 편의 글 빚이 독자분들에 있습니다. 아니 사실은 이 글의 빠른 완결을 위해 더 부지런해야 하는 작가에게는 소중한 독자에 대한 더 큰 빚이 있음을 압니다. 항상 송구합니다.



허안 배상


덧글

  • 여리여리한 펭귄 2020/07/16 06:50 # 답글

    작가님.
    출판된 책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 후의 작품들은 지금 어떻게 볼 수 있나요?
  • 허안 2020/07/16 10:38 #

    저간의 사정을 말씀드리자면, 출간본 이후의 스토리는 <강호>라는 사이트에 그간 연재했었습니다. 이 사이트는 창립하신 분들이 모두 떠나다시피 해서 최근 몇년 간 제가 유지비를 내고, 관리자분은 따로 있는 상태였는데, 뜻하지 않는 외부 사정으로 원치 않게 사이트를 폐쇄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간 연재분은 제 개인 파일에만 남아있고, 볼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제 작품을 꾸준히 봐주신 독자분들을 외면할 수 없어서 그곳 최종 연재분의 다음 부분부터 여기에 연재하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방법은 웹이나 모바일 등의 플랫폼에서 연재를 하거나 제가 개인적으로 이런 블로그 등을 통하는 방법인데 당장은 어려워 보입니다. 일단 그런 플랫폼과 접촉이 어렵고, 둘째로 제가 현재는 모게임회사에서 게임시나리오를 쓰면서 가족을 부양중인데, 퇴근 이후와 주말휴일을 활용해서 연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플렛폼으로도 재출간이나 재연재가 어렵다면, 이곳에라도 지금은 볼 수 없는 연재분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당장은 미연재 부분을 올리는 일도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그 부분을 정리하여 올리기 어렵습니다. 퇴근이후와 주말휴일을 죽어라 활용하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솔직히 제가 게으른 면도 있지만, 독자에 대한 작가로서의 의무와 더불어 가족에 대한 책임도 있고, 하루종일 회사서 글관련 일을하다 퇴근해서도 쟝르는 달라도 그 일을 이어가는 일이 그리 쉽지 않다는 변명을 해봅니다.결과적으로 좋은 답변이 아닌데 변명에 불과한 말이 길었습니다. 펭귄님에게 죄송합니다. 그래도 지금 누락된 <강호>사이트 연재분을 정리하는대로 볼 수 있는 길을 열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씀은 드립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