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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30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30

 

 

설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우리가 얹어지면 그 길은 현실로 이 땅에 실현됩니다.”

그것은 무척 무거운 질문이었다. 그러나 구내아는 가볍게 대답하였다. 그런데 그것은 이상하게도 무게감을 지닌 대답이었다.

 

어찌 그리 확신할 수 있느냐?”


우리 중 누군가에게는 이미 이루어진 미래이고, 이미 내다본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그건 무슨 뜻이지? 이해할 수 없는 말이구나. 그렇다고 단순히 허세나 헛소리를 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우리 중 예지몽을 꾸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꿈에서 본 일은 반드시 일어납니다. 꿈에서 본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고치면 그렇게 수정한 결과를 꿈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기 때문에 더는 고쳐서 변경될 수 없는 시점이 존재합니다만, 어지간한 일은 반드시 일어나거나 나지 않도록 바꿀 수 있습니다. 우리 뜻대로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귀교에 모두 가입하고, 함께 도우면 원하시는 일은 반드시 이룰 수 있습니다. 물론 그전에 아직 찾지 못하거나 만나지 못한 친구들을 모두 모아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그런 큰 비밀을 쉽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네 딴에는 너희들의 재주로 우리를 상대로 몸을 지키는 일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구나. 네 말이 사실이라면, 무공 외에 다른 재주로 우리와 너희의 무력 차이를 메울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는 말이고, 또 그 확신은 그 예지몽이란 것에서 비롯한 것일 테지....”


그렇게 말을 흐린 장로는 자파의 장로는 물론 상대방 측의 장로와도 전음으로 뭔가를 논의하는 듯하였다. 그리고 이내 결정을 내린 듯 말하였다.

강호란 무슨 재주를 지녔건 결국은 무공이 모든 것을 가름하는 곳이다. 너희가 말하는 그 능력이 정말로 너희가 말하는 대로라면 우리의 공격 정도는 아무 문제가 없겠지. 그조차 예측하지 못했다면 예지니 어쩌고 하는 것은 모두 거짓말이고, 설령 진실이어도 현실을 바꿀 힘 따위는 없는 것이지. 아니면 너희의 그 알량한 재주를 믿고 설칠 정도로 멍청하거나...”


그리고는 선수를 양보하거나 하는 일 없이 4명의 장로와 그들을 시종하여온 양측 교종의 수행원 여섯을 합하여 열 명이 동시에 덤벼들었다.


그러자 이런 전개를 예상했다는 듯이 주약전과 고종비가 앞으로 나서며 수행원 중의 두 명을 각자 맡았다. 그리고 간단하게 혈도를 짚었다. 비이기가 그들의 몸에 빙의하여 잠시 몸을 지배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간단한 수법이 통하여 연속으로 두 명을 더 마비시키자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수행원은 이제 두 사람이 남았지만, 이 둘은 원래 실력이 주약전이나 고종비보다 무공의 격차가 크지 않은 사람이라 서로서로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러자 남은 것은 장로 네 사람이었는데 구내아가 빠르게 물러서는 동안 유귀붕을 비롯한 친구들이 진법을 구성하며 앞으로 나섰다. 실력으로는 피할 수 없었지만, 미리 알고 있었기에 실낱같은 차이를 먼저 행동하여 구내아가 장로들의 손에 떨어지는 일을 막을 수 있었다.


장로 중 한 사람은 비이기가 빙의하여 꼼짝도 못 하게 만들었고, 다른 한 장로는 어디선가 날아온 새 떼가 갑자기 들이쳤다.


무림사武林史에는 양손으로 수십 마리의 참새를 품 안에 가둘 정도로 손속이 빠른 사람이나, 자신의 머리 위로 무수히 낙하하는 돌덩이를 일일이 쳐내어 다치지 않았다는 전설적인 솜씨를 자랑하는 쾌수의 이야기가 적지 않지만, 모든 고수들이 그렇게 빠른 것은 아니다. 설령 실력이 비슷하여도 일타일붕의 한방 싸움을 중요시하는 사람과 빠른 권격으로 적을 많이 때려서 승부를 보는 방식의 권법가가 내공과 무예에서는 비슷한 경지일 수 있다.


구내아와 친구들은 이미 예지몽의 시행착오를 통해 새 떼를 조종하여 괴롭힐 사람이 누가 가장 적당한지를 파악해두었다. 아무리 내공이 높아도 쾌속한 권장법이 아니라 강하고 정확한 투로를 구사하는 사람은 이런 공격에는 취약하고 벗어나기도 어렵다. 내공이 높고 지치지 않으니 시간만 주어지면 언젠가는 해결할 수 있지만, 그 시간이 문제가 된다.

 



그래서 유귀붕이 주재하는 진법이 상대할 사람은 두 명의 장로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명존파의 두 장로였다. 두 장로는 오랜 경험으로 봐서 두 사람이 이 진법을 깨는 일에 걸리는 시간과 승산을 짐작하고는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 십여 명의 청년 남녀가 연합한 진법의 공격을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현재 상태만 보면 진법과 두 장로의 힘은 비슷했다. 아무리 인원수의 차이가 있다지만, 그것만으로도 일단은 놀라운 사실이었다. 이들 전체가 무예를 수련한 시간을 다 합쳐도 장로 한 사람이 평생 수련한 시간에는 미치지 못할 텐데 아무리 진법의 힘을 빌렸다지만 그들 두 사람과 같은 힘을 낸다는 사실은 과연 하늘이 내린 무재라고 할 수 있었다.


짧은 시간 안에 배우지 오래되지 않은 진법에 이렇게 많은 인원이 능숙해져 있다는 사실도 절대 평범하다고 할 수 없었다. 물론 이것은 깊이 따져보면 이들이 선천적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공감하는 능력이 강해서 같은 수의 다른 사람이 모인 것과는 수준이 다른 연수가 가능하다는 타고난 장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사실을 알면 온전히 그들의 노력이 아니란 점에서는 헐뜯을 여지가 있지만, 비록 노력 없이 타고난 감응력이라고 하여도 그것이 실전에서 무시 못 할 협력으로 나타나고 있다면, 그 실체적인 힘을 부인할 수도 없었다.


더구나 실제로 그 힘이 적용되어 나타난 상태에서 그들과 싸우는 장로에게는 그런 것을 따질 겨를도 없는 현실의 위협이었다.

아무튼, 일단 현 상태로는 비슷한 상황이라도 이들 청년이 숨겨놓은 다른 재주가 있다면 그때는 승패가 기울게 된다. 두 장로는 그런 점을 염려하고 있었다. 새 떼에 시달리는 다른 장로가 그것을 물리치고 자신들과 합류하면 모르겠는데 그것이 두 장로가 원하는 시간 안에 이루어질지 아닐지 염려스러웠다.


하물며 저들은 그들의 말을 믿는다면 이 승부의 결과를 이미 봤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의 자신감과 조금의 동요 없는 태도가 더욱 이해되었다. 싸우면 싸울수록 이들이 미래를 알고 있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진법을 깨기 위해 나름대로 머리를 쓰고 경험을 동원하여 내놓은 수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상대에 의해서 깨져나가고 아무런 소득을 내지 못 하는 일이 반복되자 점점 그 예지 운운하던 일이 불신에서 확신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두 장로가 그렇게 생각이 바뀌는 동안, 구내아 등은 자신들이 지닌 생각을 더욱 확실하게 굳혀가고 있었다. 그들은 이 일이 결과가 뻔하고 결국은 자신들이 뜻한 대로 끝나리란 견고한 믿음을 지니고 있었다. 그 점에서 싸우는 양측의 예상은 한 곳으로 수렴하고 있었고, 그런 일치된 예상이 곧 실현되는 일은 시간문제라고 양쪽 다 생각하였다.

 



그러나 일은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싸움을 멈추시오!”


내공이 실린 음성을 내지르며 누군가 들어서고 있었다. 유귀붕은 들어서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런 전개는 없었는데....”


소리를 치며 들어서는 수 십 명의 사람들, 가장 앞에는 마교의 소교주 왕공자가 앞장섰고 그 한두 발 뒤로 권평서 부부가 따르고, 바로 뒤에 옥소홍과 등영림의 두 처자가 있었다. 등영림이 유귀붕의 말을 들었는지 그녀도 중얼거렸다.


그러게, 이렇게 만나는 건. 확실히 처음이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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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 대한 글빚에 항상 송구합니다.


코로나 시대에 건강하시기 기원합니다.



허안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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