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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31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31

 

 

설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장로들은 소교주 직위를 지닌 왕학의 목소리에 싸움을 멈추고 예를 표했다. 소교주의 반대 측 종파에서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다만 태도는 정중하여도 표정에는 불만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소교주와 동행한 사람 중에 자기 측의 장로가 한 명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알아보았다.


낯선 두 처녀를 동반한 것으로 보아 맡은 임무대로 사람을 데려온 모양인데 거기에 소교주라는 합의되지 않은 상대 종파의 수장이 같이 왔고, 게다가 외부인까지 동반해서 오다니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다.


전음으로 저간의 사정을 확인하려 하는데 소교주가 먼저 말했다.

묻고 싶은 일이 많으시겠지만, 한 분 더 오시면 시작합시다.”


괴장로가 나서면서 말했다.

혼에게도 연락을 취했다. 곧 올 것이다. 우리 4장로가 다 모여 합의하면 그것이 곧 우리 종중의 결정이니까.”


뭔가 우리 종중 전체의 의견을 정할 일이 있다는 뜻인가?”


그렇네.”


아마도 여기 있는 이 젊은 친구들의 거취와 관련된 일이겠지?”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명왕종의 세 장로가 그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 구내아가 나서서 인사를 했다. 소교주 역시 그를 보며 인사를 나눴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소교주 왕공자가 이렇게 말했다.

아직 본교에 입문한 사람이 아니니 세형(世兄)으로 불러도 좋네. 그러니까 왕세형이 되겠지. , 그전에 그대들을 이런 곳에 모아둔 일은 미안한 일기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네.”


정든 가족과 고향을 떠난 사람이 있기는 했지만, 좋은 대접을 받고 원래라면 누릴 수 없는 배움도 있었습니다. 딱히 그 점에서는 사과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는 것이 저희의 의견입니다. 그러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는 조금 더 저희를 배려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네. 하지만 그것이 내 뜻대로만 되는 일이 아니라서 말이지.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자네들은 여기 있는 이 두 부부를 배려할 수 있는 것인가?”


제가 알아본 바로는 소교주 아니 왕형님이 저분과 딱히 친한 사이도 아닐뿐더러 오히려 적에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아니었습니까?”


원래 이 바닥이 적과 동지가 확실한 곳이 아니네. 특히 우리 같은 사람들의 모임은 일반적인 강호 세력과는 달리 종교가 기반이라 아무나 적대하는 일은 곤란하다네. 그리고 본교가 정말 원하는 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그것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바뀔 수도 있네. 이렇게 말하면 우리가 변덕과 배신이 자주 하는 사람들 같이 들리는군. 하지만 오해는 하지 말게. 최소한 나란 사람이 말하는 의미는 돈이나 권력이나 이득 따위로 변하는 일을 말하지 않네. 그 점은 믿어도 좋아.”


왕형님이 이곳에 오는 일은 전혀 예정에 없던 일입니다.”


나도 몰랐지. 하지만 사정을 듣자니 여기에 그런 것을 잘 아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더군. 내가 들은 말이 사실이라면 말이지. 그리고 그 말이 사실이면, 여기 두 부부가 오늘 죽을 팔자였다고 하던데?”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팔자는 이미 바뀐 모양입니다.”


말했듯이 돈과 이득 따위에는 무관하게 의리와 정리 이런 것으로는 내가 잘 바꾸는 편이지. 그래서 예정에 없이 이곳에 동행하게 되었네. 사실은 이건 그간 저쪽 명왕종과 맺은 약속을 조금 어기는 일이긴 하지만, 사정이 달라지고 본교와 이 촉한과 천하의 정세까지 걸려 있다니 움직이지 않을 수 없더군. 물론 이 두 분 부부의 목숨까지 말이지. 그리고 자네가 그 같은 큰 흐름에 중심에 서 있는 모양이야.”


저 한 사람은 아닙니다. 저와 상극인 상대가 있고, 저 두 부부의 양자입니다.”

설령 하늘이 내린 천적이 있다고 그 부모를 죽이는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것인가?”


저도 그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런 선택을 하면 더 나쁜 결과가 나타나더군요.”


어떤 결과인데?”

저도 모릅니다. 그 이상의 미래를 보고 준비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저 그 다음에 기다리는 일이 나쁘다는 사실만 압니다.”

유귀붕이라는 자네 친구가 알려준 것인가?”


그렇습니다.”


그러면 그 결과가 혹시라도 감내할 만하다면 자네는 이 두 사람을 굳이 죽이지 않겠군?”


, 저도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자네 친구를 재우든가 해서 그 미래를 내다보는 것은 어떤가?”

 


그럴 필요 없습니다.” 유귀붕이 나서며 구내아와 소교주의 대화는 거기서 끊어졌다. 왕공자는 앞으로 나서는 유귀붕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가 그 예지몽을 꾼다는 유귀붕이란 친구인가 보군.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말은 무엇인가?”


유귀붕은 왕공자와 구내아를 모두 시선에 놓고 말했다.

지금 두 분의 말은 구내아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미래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것이 틀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째서 그러한가?”


왜냐하면, 이 자리에서 선택하는 사람은 구내아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왕공자의 표정이 굳어지면서 물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자세히 말해 줄 수 있나?”


표정이 이미 짐작하신다는 얼굴입니다. 소문대로 총명하신 분이시군요.” 그리고는 다시 구내아를 쳐다보며 말했다.


조금 전에 나의 미래에 자네가 있느냐고? 다른 사람들이 있느냐는 식으로 물어봤었지. 그때는 답을 하지 못했으나 지금 말하겠네. 솔직히 조금은 망설이는 마음도 있었네만, 내가 왜 자네를 빼고 일을 추진하려 했는지 나 자신에게 충실하니 알겠더군. 나는 자네와 같이 가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지만, 자네를 주군으로 섬기고 그렇게 가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네. 그러니 자네는 나를 거둘 수 없네. 우리는 같은 천기 혹은 마기를 타고났지만, 가는 길까지 같을 수는 없을 것 같네. 어쩌면 우리가 타고 난 기운이 천기가 아니라 마기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그런 것에 관계없이 내 선택과 결단은 이미 확고하네.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군.”



유귀붕이 단호한 태도로 그렇게 말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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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이 짧아 죄송합니다.



허안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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