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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33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33

 

 

설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권평서에 이어서 등영림이 구내아를 보며 말했다.


생시에서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네요. 구내아지? 나는 등영림이라고 해. 너는 나를 이끄는 사람이면서 친구로만 만났지만, 실제로도 그럴지는 모르겠어. 유귀붕은 너랑은 같이 가고 싶지 않은 듯하고, 너는 이 친구들과 갈라서면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어?”


그 말은 내가 너희와 함께 할 운명이라는 건가?”


남녀 사이에 그런 말을 초면부터 하면 분위기 이상해지잖아? 내가 아는 건 내가 보는 미래는 항상 선택에 따라 변하는 미래였다는 점이야. 그러니까 운명이니 뭐니 하는 것보다 너 자신의 선택이 더 중요하지. 너는 우리와 함께 하는 미래를 기대해? 그 미래에서처럼 우리를 이끄는 책임과 부담을 짊어질 각오가 되어 있어?”


아직은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 다만 일단 같이 출발을 해봐야 그럴지 말지 알 수 있는 일 아니겠어? 그러니....”


구내아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이었다.

그러니 일단은 너희 편에 선다고 해야 하겠군.”


좋아. 그러면 우리는 같은 편이네. 만나서 반가워 친구. 나는 옥소홍이라고 해.” 구내아의 말에 옥소홍이 나서서 말했다. 그리고 한 사람이 더 들어왔다.


나는 백건재라고 해. 유귀붕이도 나쁜 친구는 아닌 것 같았지만, 어쩐지 너희 쪽하고 같이 가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도 되겠지? 저기 권씨 내외분들하고도 처음 보는 사이는 아니고, 좋은 분이라고 생각했어. 그러니 이모저모 따져봐도 그게 나을 것 같아서.”


반가워. 앞으로 잘 지내자.”


그렇게 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은 유귀붕에게로 뭉쳤다. 유귀붕은 그런 친구들이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 말했다.

이렇게 정리되어 가는 것인가? 일단 우리 사이의 합종연횡은 그 정도인 것 같군. 아직 만나지 못한 친구들과의 교제를 꿈에서 거의 보지 못했던 것으로 보아 그 친구들은 대부분 우리가 아닌 너희에게로 가는 모양이네.”

 

아니면 죽게 되든가....’


몇몇 총명한 사람은 유귀붕의 그 말을 듣고 위와 같은 생각을 마음으로 하였지만, 아무도 그것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유귀붕은 당연히 더욱더 그러하였다. 다만 한 가지 생각을 더 떠올린 사람이 있었는데, 그것은 소교주 왕학이었다. 그 생각은 애초에 그가 한 것이 아니었고, 오래전에 그의 할아버지에게서 들었다는 말을 그가 오래전에 들었기에 지금 다시 그 말을 떠올리면서 든 생각이었다.


그 생각이란, 통제할 수 없는 사람들을 통제하려면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를 분열시키는 것이고, 그것은 그 집단이 능력이 있을수록 경험이 적을수록 더군다나 효과적이라고, 그래서 구천십지의 인재들은 사실은 큰 위협이 되기보다는 두 개의 작은 위협으로 나뉠 것이고, 그 위험성은 서로를 향한 위험성이 되어서 위험한 정도가 소진되고 시작보다는 작은 위험으로 줄어들기 쉽다고 오래전에 말한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이들이 이렇게 태어나도록 만든 사람이기도 하였다.


통제할 수 없는 천지의 섭리라면 차라리 개입하여 그 시기를 앞당기고 그 성격을 변화시키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실현한 사람이기도 했다. 선대에서 그에게 이르기까지 그와 협조하며 크게 반항할 수 없던 것은 교단이 지닌 오랜 포교의 숙원이 가장 컸지만, 그 사람을 거역하기에는 그가 지닌 역량이 매우 컸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화무제라는 사람이 지닌 무공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마치 제갈공명의 금낭의 계처럼 소교주는 이러한 상황에 맞춘 듯한, 사전에 받은 조언이 있었다. 그 조언 역시 그에게 직접 주어진 것이 아니고 선대에게 주어졌고, 그는 전해 들은 조언이었다.

그 조언이 아니었다면 권평서라는 사람이 갑자기 찾아와서 여기 와야 한다고 말했을 때 그렇게 쉽게 움직이지 않고, 더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고민과 생각은 오래전에 그 조언을 받아들였을 때 이미 선대에서부터 많이 하였다. 자신이 그 조언을 들었을 때와 그 이후로 새로운 계책이나 방법을 떠올리지 못했다면 인제 와서 고민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그 조언이란 사실 별것 아니었다. 구천십지의 인재들이 둘이나 그 이상의 분파로 갈리게 되었을 때 그들 중 누구를 선택하고 누구를 배척할 것이냐의 문제였다. 다시 말하면, 누구를 상대측인 명왕지종에 보내고 그들 명존의 일파는 누구와 손잡을 것이냐의 문제였다.


또한, 누가 이 교파의 왕도에 어울리는 인물이고 상대와 함께 패도의 길을 걸어갈 사람은 누구냐의 문제이기도 했다. 그리고 두 대립하는 교파가 이제 서로를 얼마나 차후 용납해 줄 것이냐의 문제이기도 했다.


한편으로 생각의 차이가 있고, 서로 대립은 있을지언정 한솥밥을 먹던 사이가 이제 솥단지를 깨뜨려야 하는 문제가 눈앞에 올라왔다는 뜻이기도 했다. 명왕종의 끊임 없는 요구에 따라 구천십지의 인재들을 수배하고 그들을 모았을 때부터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랐지만,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일이 결국 일어나고 있었다. 화무제가 이런 상황에 대해 조언을 오래전에 했지만, 그의 조언은 한 가지가 아니었고, 다른 가능성도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제 여기서 구천십지의 인재가 최소 둘로 앞으로는 혹시라도 셋이나 그 이상으로 갈라지고 각자 마음에 맞는 세력과 손잡거나 스스로 세력화될 것이고, 명존지종의 장래를 생각하면 더 나아가 양종을 아우르는 교단의 미래와 교의(敎義)를 생각하면, 자신들만 이 힘이 없이 지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소교주는 다시 한번 속으로 쓴물을 삼키며, 그러나 그 쓴 결심을 속으로 다지기도 하면서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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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난리와 코로나가 겹친 시기에 무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허안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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