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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34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34

 

 

설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성도부의 밤하늘을 네 명의 고수가 움직이고 있었다.


남의 집 지붕에서 지붕으로 건너뛰는 발걸음마다 기와가 그 아래에 짓밟혔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고, 기와 한 장 비틀어지는 일이 없었고, 기와에 흙 자국이 남지도 않았다. 가끔은 기와에 오랜 세월 묻은 먼지에 발자국이 남는 일도 있었다. 깨끗하게 청소된 기와라면 남지 않았을 흔적이지만, 지붕 위까지 성실히 청소시키는 주인이 드물고, 시킨다고 주인이 사다리를 놓고 올라와 검사하지는 않을 것을 뻔히 아는 아랫사람들이 제대로 할 리가 없으니 기와에 먼지가 쌓이는 일은 막을 수가 없었다.


이런 먼지는 굳이 청소하지 않아도 비가 오면 자연히 씻기게 마련이다. 아주 재주가 좋은 추적자가 있다면 이런 기와에 남은 먼지 위에 찍힌 발자국을 통해 네 사람의 경로를 파악할 수도 있었다.


다만 그렇게 하려면 밝은 대낮에 그 역시 남의 집 지붕 위로 뛰어다니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빠르게 지나가는 일도 어렵다. 이 발자국들을 남긴 네 명 고수의 발자국은 한 걸음마다 기와에 남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자국을 발견하고 다음 자국을 발견하려면 몇 개의 지붕을 건너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는 자신이 발견한 발자국이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뛴 것인지를 추측부터 해야 한.


그리고 제대로 된 추측을 해서 정확하게 다음에 안착한 지붕을 짐작하고 그리로 가봐야 거기에는 발자국이 없기 마련이다. 다음으로 먼지가 필요한 만큼 쌓인 지붕은 그렇게 딱딱 맞게, 어 주지 않을 테니까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훤한 대낮에 성도부의 지붕 위에서 멈춰 섰다가 다른 지붕으로 뛰기를 가다 서다 하듯 반복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발견되지 않을 가능성은 없었다.


그렇다고 밤에 한다면 대중의 눈에 잡히지 않을지 모르지만, 환한 달빛이 있더라도 야간에는 발자국을 찾기 어렵다. 따라서 그런 이유로 지금 성도부의 밤을 지붕 위에서 달리고 있는 네 명의 흔적을 다른 누군가가 쫓아가는 일은 이론상으론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어렵다고 할 수 있었다.


다만 두 가지의 경우에는 일이 조금 쉬워진다. 하나는 도착점을 알거나 추측할 수 있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이들이 움직이는 것을 자기 분으로 보아서 그에 관한 기억이 있는 경우이다.


그런데 이들 네 사람에게는 이론상의 가능성이든 무엇이든 고민한 여유는 없었고, 이 밤을 통해 이렇게 움직여야 할 이유만 있었다.

이들의 속도는 그들이 목표로 하던 제법 경계가 심한 곳에 이르러서도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가장 은밀한 것은 속도에 달렸다는 듯이 속도를 더 높여 담장을 넘으며 전각의 그늘 아래로 내려갔다가 경비병의 눈을 피해 지붕 위로 올랐다가 순찰하는 경비병의 뒤에 착지했다가 시선의 사각을 이용해 들키지 않고 금세 그 자리를 벗어나기도 하고, 등불과 화톳불의 눈부신 광원을 이용해 오히려 밝은 곳을 지나면서도 외려 거기를 지켜보던 경비병들이 눈을 비비고 봤을 때는 빛이 울렁거려 자신도 그림자를 보았다고 생각하게 만들며 한 걸음 한 걸음 목적지에 근접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목표한 전각에서 그중 한 사람이 바람을 일으키자 문 앞을 지키고 선 경비병 둘이 하나는 눈을 감았다가 뜨고 다른 하나는 눈을 비비는 사이에 전각 안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하였.


네 사람은 아무도 없는 복도에 섰고, 그 앞에는 다시 문이 있었다. 창호를 통해 내부에 불빛이 밝게 비쳤고, 그들이 미리 알고 있던 대로 안에는 세 사람이 있다는 것을 4인이 지닌 깊은 내공으로 감지할 수 있었다.


더는 기척을 숨기지 않고, 네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에는 상석에 앉은 관리로 보이는 중년인이 있었고, 그 한 단 아래 높이에 등받이가 없는 의자를 두고 다른 남자가 있었으며, 상석의 다른 쪽 즉, 우측에는 한 남자가 높이로는 등받이 의자가 없는 사람과 같은 위치에 의자 없이 서 있었다.


실내로 들어선 네 사람은 그 앞으로 무례가 되지 않을 정도까지 접근할 것을 무언으로 인정받은 뒤에 그 정도 거리까지 실제로 다가선 다음 포권을 하며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강호의 범부들이 제치사를 뵙습니다.”


상석에 앉아 있던 제치사 소탁 즉 소지막 대감이 그 인사를 받으며 말했다.

명왕지종의 혼괴광난 4대 장로라면 강호의 범부라 할 수는 없지.”

저희의 요청을 받아주신 것을 감사드립니다.”


초청은 했으나 문을 열어 반기지는 않겠다. 경비병에게 들킨다면 초청은 원래부터 없던 것으로 한다는 박한 조건을 내걸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소이다.”


아닙니다. 저희가 비록 어지러운 명호를 강호에서 쓰고 있으나, 세상의 이치를 알고 있는 자들이옵니다. 대감께서는 충분히 그리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맙소. 보다시피 좌우에 의자를 마련해 두었으니 앉아 주시오.”


과연 좌우에는 각각 두 개 합하여 사람 수대로 4개의 의지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것은 소지막의 한 단 아래 앉은 남자의 의자와 같은 종류였다.


그러나 마교 명왕종의 4대장로는 그 의자를 보면서도 아직 앉지 않았다. 소지막은 그 모습을 보고 까닭을 짐작한 듯 말하였다.


이미 아는 사이인 사람하고는 겉치레를 할 필요가 없고, 굳이 본관이 소개하지 않는 사람하고는 인사를 나눌 정도로 이 밤이 한가하지 않소.”


4대 장로가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은 대상맹의 맹주 종진천(鐘震川)이다. 대상맹은 상거래는 마교와도 이루어지니 마교에 대한 세간의 평판이 어떻건 서로 모를 수 없는 사이이고, 실제로도 이런저런 거래가 있었다. 그간은 대부분 순수한 경제적 거래였지만 말이다.

다른 한 사람도 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누구인지 모르지는 않았다. 서국환(西國患) 홍순이라는 나라의 녹을 먹는 관리 중에 가장 강한 고수를 일컫는 대내십대고수의 한 사람으로 소지막을 수행하여 왔다는 사실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다만 오늘 그와 통성명을 할 일은 없는 모양이었다.

 



혼장로가 대표로 입을 열었다.

한가하지 않으시다니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닷새 전 본교는 두 개의 교단으로 완전히 분리되었습니다.”


어지간한 소식에 표정이 변할 정도의 그릇을 지닌 사람들이 아니라 세 사람 모두 놀라움을 밖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표정이든 기운이든 그들 중 누구도 그 사실을 몰랐다는 점은 분명했다. 그리고 그들 정도의 사람이 놀랄 정도로 이 일은 매우 중요하고 심각한 일이었다.


양 교단과 이 사건에 직접 관련된 당사자가 아닌 인물에게 이 소식이 처음으로 알려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게 정말이냐고 되묻거나 자세한 내막을 듣고 싶어 할 테지만, 소지막은 잠시 침묵하여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촌각 정도의 시간이 흐른 다음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명왕지종과 명존일파가 실제적으로 다른 것은 무엇인가? 본관은 실제적이라고 하였네.”


교리니 명분이니 하는 이야기로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강호인이기 전에 교인이었다. 교리는 목숨보다 중요하다. 그런데도 소지막의 말을 알아들을 정도의 경륜도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하였다.


새 나라에서는 포교의 자유를 얻고자 합니다.”


소지막은 즉시 답했다.

불가하다. 왜냐하면, 그대들의 교는 세간에 평가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본관은 그대들과 친분이 있다는 평가가 절대로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그러면서 소지막은 4대장로를 내려다보며 자세를 고쳤다. 그들이 알아차리기를 바라면서 다행히 나온 반응은 만족스러웠다.

현실적으로 그런 평가가 있고, 그것이 대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심지어 대업을 이루고 나서 새 나라의 위세로도 그것을 이해시키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오히려 새 나라에 대한 민심만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은 압니다. 하지만 본교단의 힘은 대감께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만 저희는 유불선과의 공평한 경쟁이면 충분합니다. 대업 후에 토사구팽하지 않고 탄압하지 않는다는 약속이면 충분합

니다.”


그대들이 그렇게 순진한 사람이 아닐 텐데? 본관을 그리도 믿을 수 있다는 것인가?”


저희는 대감께서 약속을 어기리라 판단하면 조용히 손을 끊을 것이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되려 방해를 하겠다. 이런 경박한 협박 같은 것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본관이 나중에 약속을 지킬지 아닐지 어찌 안다는 것이지? 사람의 성품을 보고 믿는 것이라면, 지금 믿고 나중에 아니라는 것은 이상한 일이지.”


왜냐하면, 저희는 미래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라고 대답을 해야 사실이겠지만, 적어도 이 점에서는 솔직할 필요가 이들에게 없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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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십시오.  허안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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