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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38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38

 

 

설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그때 지장로가 가벼운 어조로 무거운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권선비의 가문은 어쩌실 생각입니까?”


말인즉슨, 우리 교단이 이렇게 뛰어다니는데 너희 가문은 같은 가문이라고 봐주고 아무것도 안 하도록 그냥 두어서는 되겠느냐? 자기 출신 가문에도 뭔가 움직이게 하는 것이 도리에 맞지 않느냐는 질문이었다.


노강호답게 뭘 어찌하라는 구체적인 내용도 없고, 너희 가문도 힘을 보태도록 권평서가 뭔가를 해야 한다는 말은 전혀 포함하지 않았지만, 그 말은 그런 뜻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못 알아들을 권평서가 아니었다.


제가 원한다고 제 마음으로 움직여줄 저희 가문이 아닙니다만, 그리고 저희 가문의 원칙이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에 있지만, 이 시절은 그럴 수 있을 때가 아니니 편을 골라야 할 것입니다. 그편이 저희 편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아내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장로는 경륜이 있는 사람답게 그 노력이 실패하면 어쩌냐는 질문도, 그런 노력뿐이냐는 말도 하지 않았다. 권평서 정도의 재지를 지닌 사람이 진심으로 하면 자기 가문을 움직일 계책을 만들어내지 못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였고, 그럴 수 없다면 권평서는 능력이 없거나 성의가 없는 것인데 두 가지 중 어느 것이라 하여도 권평서 부부의 가치를 낮추게 될 일이다.


그리고 강호는 또한 그들의 교단은 가치 없는 자를 잘 대우하여 안고 갈 정도로 너그럽지 않다. 교단이 이번 일에 쏟아붓는 노력에 비례한 성과 혹은 대가를 권평서 부부가 내지 못한다면 그 빚은 목숨이든 무엇이든 반드시 갚게 되는 것이 강호의 이치고 교단의 태도가 될 것이었다.


왕공자가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들겨 분위기를 돌리더니 말했다.

그건 그렇고, 또 저희가 신경 써야 할 것이 있겠군요. 상계(商界)에 대해 그렇게 하기로 하였으니 관부와 군부도 마찬가지로 비슷한 조치를 해야겠군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마땅히 그리 해야 합니다.”


능국총 같이 외부에서 온 인물은 흔들어 볼 수는 있겠으나 너무 담이 작고, 인물도 작아서 그 마음을 약하게 하여도 뭔가 할 수 있는 사람이 못됩니다.”


원래부터 이 땅에 있던 관리들은 어떻습니까?”


토박이 관리들 가운데 제치사의 본심을 알면 동조할 자도 있겠지만, 상당수는 왜 그런 짓을 해서 평지풍파를 일으키냐는 마음을 먹긴 하겠지만, 대놓고 앞장서서 제치사를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은밀하게라도 반대 행동을 하도록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관리란 원래 소심하고 쉽게 움직이는 족속들이 아닙니다.”


관리는 쉽게 움직이는 족속이 아니지만, 관리의 특히 이곳 토박이 관리들의 기반은 이곳의 유림(儒林) 아닙니? 유림은 명분에 좌우되는 인사들이니 이들에게 당금 황조에 대한 충성과 그에 반하는 거병은 대놓고 찬성할 수 없고, 확실하게 반대하고 싶은 사안일 것입니다.”


그러나 제치사의 거병은 외적이 침공하여 현 황조가 어려우니 이곳에서나마 중원의 정신을 보존한다는 식으로 천명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유림에게 가만히 있을 수 있는 명분을 주는 일입니다. 그래서 제치사도 유림의 반발을 생각보다 많이 낮춰 계산하고 있을 것입니다. 황조에 대한 충성만큼 강한 것이 외적에 대한 정통성입니다. 적어도 유학자들에게는 그렇습니다. 그리고 유학은 원래 그 자체로 역성혁명에 대한 잠재적인 이론을 안고 있습니다. 지금 황상의 실정과 어리석음은 천하에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 이 점을 들어서 공략하면 유림의 상당수가 현실의 거병 앞에서 찬성은 안 하여도 중립은 지킬 것입니다.”


그러나 기대어 보지 않을 정도는 아닙니다. 이 일 역시 유자의 말석인 제가 수를 내보도록 하겠습니다.”

권평서가 그렇게 말을 마무리 지었.

 



그렇다면 군부는 어떻습니까?”


안순을 누른 뒤 군부에는 적당한 인사가 없습니다. 제치사도 유능한 장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니 군부에 자신을 따를 만한 말랑말랑한 인사만 남겨둘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따라서 제거 대상을 최소화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제치사의 권한이 있는 한, 군부는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고, 설령 제치사의 속내를 알아낸 사람이 있다고 하여도 그저 똑똑하기만 하였다, 소지막의 편에 가담할 수도 있는 일이고, 지금 황조에 충성하면서도 똑똑한 사람이라도, 그런 사람일수록 원칙적인 명령 앞에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따라서 군부에서 우리가 활용할 정도의 인물이란 지금까지 말한 모든 분야 중 가장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장로의 분석에 예장로가 침울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강제로 눌러 앉힐 저급한 수단이라도 써야 하나?”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않을 생각입니다만, 그 역시 다른 수단을 생각해보도록 하지요. 만약 일이 잘 풀리면 가장 우리에게 도움이 되고 제치사의 짐이 될 것이 군부입니다. 그런 군부를 강제로 불능 상태로 만드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합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저급한 수단은 여러 가지가 있었고, 누구도 그것을 자세히 언급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병영의 식수에 하독(下毒)을 해서라도 집단 배앓이나 다른 병을 일으켜 사병과 장수들을 움직이지 못 하게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간단히 언급했듯이 그런 수단은 마지막에나 생각할 저급한 수단으로 남겨두자고 서로 합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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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연재처를 찾을 때까지 이 블로그에 주 2회 연재합니다.


재간 혹은 재연재는 추진중인데 성과가 생기면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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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안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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