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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46편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46

 

 

설자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다른 사람이 듣지 못하도록 떨어진 곳에 철오사자가 자리를 마련하였고,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은 안혜빈과 철오사자, 구내아와 백건재 그리고 섭소청의 부모였다. 등영림과 옥소홍은 섭소청을 보살피느라 오지 않았다.


철오사자가 먼저 운을 떼었다.

산적들이 이곳에 왜 왔는지 캐묻다 보니 처음에는 두목이 미인이 있다는 말을 듣고 여자 욕심을 낸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었습니다. 산적 부하들도 다 진짜로 그렇게 믿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앞뒤 정황을 추궁하면서 묻자 자신들도 어라 진짜 그러네. 하는 표정이 되더군요. 말이 길었지만, 핵심은 이런 것입니다. 산적들이 여기에 섭소청이란 미녀가 있다는 말을 그냥 들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그들에게 의도적으로 흘렸다는 점입니다. 그걸 산적들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백건재가 그 말에 성난 기색을 보이면서 소리를 냈다.


설마 명왕종에서?”


철오사자가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그런 의심이 들겠지만, 명왕종이 산적을 부추겨서 구천십지의 영재를 겁탈하려 하다니 그건 말이 안 됩니다. 아무리 우리와 갈라섰다지만 그렇게까지 치졸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설령 백 보를 양보해서 가지지 못할 테면 없애버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어도, 저는 그런 생각을 했을 리도 없다고 믿습니다만, 아무튼, 그들이라면 뛰어난 무사와 고수를 보내 깔끔하게 죽이고 말겠죠. 무엇보다 예지몽으로 보는 미래가 계속 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섭소저와 접촉도 안 하고, 그냥 죽이려 들 리는 없습니다. 예지몽으로 보는 미래가 그렇게 최종적으로 저 아가씨는 절대 우리 편이 될 수 없는 미래라고 딱 정해 보여주는 것도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그 말에 다들 고개를 주억거리자 철오사자의 말이 이어졌다.

따라서 이건 다른 자들의 소행입니다.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여기 섭소저의 부모와 동생들을 만났습니다.”


철오사자는 여기서 입을 다물고 다른 사람들이 섭소청의 부모를 보도록 시간을 주었다.

이분들을 보고 있자니, 이 두 분 사이에서 어떻게 섭소저 같은 미인이 태어났을까 하는 의심이 들더군요. 물론 두 사람을 모욕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추남 추녀가 혼인하여 아이를 낳아도 그 사이에서 미남과 미녀가 태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압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잘 보면 부모에게서는 약간 이상해서 못생겨 보이는 어떤 윤곽이나 특징이 자식에게서는 약간 달라져서 예쁘게 되었다는 사실을 관찰할 수 있는 법이오. 간단히 말해서 추남 추녀에게서 태어난 미녀 자식이라도 부모의 얼굴 어딘가는 닮기 마련이란 말이지요. 그런데 섭소청 소저와 이 두 사람 사이에는 부친이든 모친이든 그런 점이 없습니다. 더구나 저렇게 동생들이 여럿 있으면 부모하고는 없어도 형제하고는 있어야 하지요. 섭소저 말고 다른 형제들은 죄다 자기 부모를 닮았는데 섭소저만 아니라면 당연히 다른 의심이 들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물어보았습니다.”


철오사자가 말을 멈추고 섭소청의 두 부모를 보았다. 이제부터는 당신들이 이야기하라는 눈빛이었다.

 


섭소청의 부모 가운데 아버지가 말을 시작했다.

어차피 숨길 수도 없고, 여기 있는 분들은 우리 소청이에게 해코지를 할 분도 아닌 것 같으니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 말을 멈췄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짐작하시듯이 소청이는 소인과 제 아내가 낳은 딸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희는 친딸로 키웠습니다. 그 점은 정말입니다.”


안혜빈이 대답하였다.

두 분의 태도나 섭소저가 보여준 태도를 보면 누구라도 그렇게 키우셨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저도 믿고요. 계속하세요.


소청이는 저희가 섬기던 주인 어르신 내외가 돌아가면서 저희에게 맡기신 딸입니다. 당시 주인 어르신께서는 자신들에게 앙화가 닥칠 것을 미리 아셨습니다. 그래서 저희 부부를 믿어주시고 낳은 지 얼마 안 된 딸을 저희에게 주신 후 멀리 데려가 키우라고 하셨습니다. 당시에 재물도 주셨지만, 저희는 정말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쓰지 않아서 아직도 그걸 거의 그대로 갖고 있습죠. 소청이가 출생의 비밀을 알아야 좋을 것 없으니 친부 친모가 누구인지 알리지 말고, 그냥 우리 딸로 키우라고, 우리 사이에 자식이 생기면 그들과 형제로 키우면서 그렇게 한 평생 살라고 간곡하게 당부하셨습니다. 세상이 주인 어르신의 가계를 아는 일은 주인 어르신 당대에서 끝을 내고 싶다고, 주인 어르신의 가계에 더는 후손이 없는 것으로 세상이 아는 편이 좋다고, 세상도 모르고 소청이도 모르는 편이 좋다고 그렇게 당부하셨습니다. 그리고 저희 내외는 그 부탁을 지키며 이제까지 저희 딸로 키워왔습니다.”


구내아가 질문하였다.

섭소저의 친부모님들은 강호인이셨습니까?”


아닙니다. 작은 도시 근처에 장원이 있고, 시내에 영업점을 몇 개 가진 꽤 부유한 집안이긴 했지만, 강호인도 아니었고, 무공도 몰랐습니다.”


무공을 감춘 채 사는 강호인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셨는지도 모르지만, 듣기로는 주인님 댁을 공격했던 무리는 그렇게 대단한 평가를 받는 무리는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그게 누군지 기억나십니까?”


저희도 나중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들을 때나 나중에 오가며 들은 말로는 대단하지 않다는 게 세평이 확실합니다. 요새는 이미 죽었는지 소문도 안 들리더군요. 저희가 이런 벽촌에 살고 있어도, 어디 가면, 혹시나 싶어 주막이나 객잔에서 오가는 강호인들의 이야기는 안 듣는 척하면서 다 귀동냥을 하고 살고 있었습니다.”


철옥사자 보충하였다.

낭파도 시랑이라는 자입니다. 이미 오래전에 죽었습니다. 확실히 무위는 별거 없던 자로 기억합니다. 시시한 자였고, 그리 큰일을 맡은 일도 없었습니다. 강호의 고수들이 보기에는 성에 차지 않는 자라는 점은 확실합니다.”


그 점에서는 이번 일도 비슷하군요. 녹림의 말채에도 들지 못할 무리가 여기 온 걸 보면...”


안혜빈이 그렇게 말꼬리를 흐리다가 질문하였다.

하지만 주인 어르신이 부자라서 그 재물을 노리고 강도들이 들이닥친 것은 아니지요? 그 섬기던 주인어른의 가계가 중요하고 매우 

유명한 것이어서 그런 일이 생긴 것이지요? 그 가계의 조상 중에 누가 있길래 그런 일이 생겼는지 아시는 것입니까?”


이 질문은 섭소청의 부친과 철오사자에게 동시에 질문이었다. 오사자는 이미 들은 모양이고 그걸 직접 들으라고 데려왔으니 표정으로 섭소청의 부친에게 답하라고 눈치를 주었다.


섭소청의 부친이 망설이다가 이렇게 말했다.




북야왕 전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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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분들에게 항상 감사드립니다.


허안 배상 


덧글

  • 해밀 2020/11/17 14:38 # 삭제 답글

    저도 이런저런 바쁜일로 거의 2개월 만에 오니 여러편을 읽게 되는 좋은 점이 있네요.
    작가님께 감사드립ㄴ니다. 잘 읽었습니다,

    "북야왕 전성입니다." 마지막 임팩트가 너무 쎄요. ㅋㅋㅋ
  • 허안 2020/11/17 18:21 #

    감사합니다. 덧글 덕분에 힘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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