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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53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53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등영림의 의문에 안혜빈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다. 다만 이번에 만난 청년은 너희의 다른 쪽인 유귀붕에 비할 정도로 머리가 좋구나. 다만 머리가 좋은 것을 넘어서 그 재능을 덕으로 치장하여 보일 줄도 안다. 너희 나이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품성과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미래를 읽는 것은 아니란 말이죠. 그런데 그러면 저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사기 아니에요? 사기라면 틀린 말로 점을 봐주는 거잖아요?”


사기가 아니라 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상대방의 몸짓을 읽은 능력이 그 나이에 탁월하다. 용한 점쟁이란 원래 그런 것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점쟁이는 엉터리가 아니라 진짜 점쟁이라면, 정말 저처럼 미래를 보거나 읽는 것 아니에요?”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점쟁이는 진짜고 가짜고를 떠나서 상대방의 몸짓과 태도, 표정 등의 여러 기색을 읽고 그것에 반응해서 대답해주는 능력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등영림이 아직 완전히 이해를 못 듯싶어지자 안혜빈의 말이 이어졌다.


예를 들어 점쟁이가 동생이 있다고 말하면, 동생을 말하는 동안에 상대의 표정을 살핀다. 동생이 없는 사람이라면, 뭔 소리냐는 표정이 떠오르기 쉽고, 동생이 있다면 그걸 어떻게 알았냐는 표정을 지을 것이다. 사실 어지간한 사람이면 동생이 있기 마련이다. 그 짧은 사이에 표정의 변화와 기색을 살핀 다음에 자신의 말을 이어나간다. 동생이 있다고 말하려다가 갑자기 이런 없으시네요. 이렇게 말하는 것이지 상대방이 동생이란 단어를 듣자 혹시라도 슬픈 표정이 보인다면, 어려서 동생이 죽었거나 잃어버린 경우일 가능성이 크니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셨네요. 이런 식으로 말을 이어간다. 그러면 상대는 아니 어떻게 그걸 알지 하게 된다.”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안혜빈의 말이 이어졌다.

너희의 공력이 부족하여, 나와 철오사자가 전해준 말을 전해 들었으니 저 청년의 어조와 음색에 담긴 여러 가지를 파악하지는 못했을 테니 너희가 그런 점을 깨닫지 못한 것이 있어도 큰 문제는 아니다.”


그 말을 듣고 구내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댁에 우환이 있다는 말은, 우환이 없으면 점쟁이를 찾아올 리 없으니 십중팔구 맞는 말이 될 것이고, 정말로 재미 삼아 오는 사람이라면, 표정에 그것이 드러날 테니 그걸 놓치지 않겠죠.”


설령 정말로 능력이 있어서 미래를 맞히는 점쟁이라 하더라도 그렇게 사람의 기색을 읽고 대처하는 능력은 점쟁이에게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저 해광수는 애는 장님이잖아요.”


점쟁이 중에 장님은 드물지 않다. 장님이 점쟁이를 하면서 오랜 기간 그 일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면, 그 나름대로 눈이 없어도 상대의 기색을 읽을 줄 안다고 봐야 한다. 설사 정말로 미래를 읽은 능력을 지닌 진짜 점쟁이라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점을 보는 일도 장사고, 상인의 가장 중요한 능력은 손님의 기분을 맞추고 손님의 기색을 살피는 일이다. 내 물건이 장터에서 가장 좋은 물건이니 너희들이 안 사고 배기겠냐는 태도로 장사를 하는 사람은 정말로 그의 물건이 가장 좋은 물건이라도 성공하기 쉽지 않다. 그보다는 물건의 질이 떨어져도 손님을 배려하는 상인이 더 성공하기 쉽다. 물론 여기서 배려란 무조건 손님의 비위를 맞추고 친절하게 대한다는 뜻이 아니다. 능수능란하게 손님에 맞춘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손님에 따라서는 친절한 태도보다도 당당하게 물건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는 편이 나은 때도 있다. 저렇게까지 건방지게 나오니 물건 하나는 틀림없겠군. 런 생각을 들게 하는 편이 나은 손님도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저 해광수의 행동은 그런 면에서 저렇게 행동하는 것일까요?”


아마도 손님을 평소에 가려 받는다고 하니 자신이 비위를 맞출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아마도 자신이 기색을 읽을 수 있는 사람만 가려 받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렇게 사람을 가려 받는다고 하더라도 너무 잘 맞추는 것 아니에요?”

이번에는 섭소청의 질문이었다.

그것이 그의 능력일 것이다. 너희가 지닌 능력과는 다른 그만의 능력. 그런데 섭소청. 그의 마음에 말을 걸 수 있겠니?”


아니요. 한 번 시도했는데 아직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다고 해야 하... 하여간 그래서 지금은 안 돼요.”


안타깝구나! 그랬다, 내가 이런 설명을 하지 않고 너희가 그의 마음에 일어나는 생각만으로도 그가 예지력을 지닌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르는 말이다.”


안혜빈이 다시 확신을 대답에 보여주었지만, 그들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미래를 읽는 능력이 있어서 점을 봐주는 것이 아니라면 그의 능력은 뭐죠? 어떻게 그의 능력이 또 다른 예지능력이 아니라고 확신하시는 거예요?”


나의 주인 내외 되시는 두 분을 만나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확신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주모 되시는 분의 능력을 보았기에 확신한다. 저 청년에게 있는 것은 예지력이 아니다.”


예지력이 아니면 뭔가요?”


나는 저 청년이 극도로 발달한 오감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각을 상실해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런 척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는 눈을 감고 있어도 사방이 다 보이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내 주모이신 강인혜님이 그러하신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까 이 정도 거리의 이층 건물에서 자기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의 말도 가볍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청각도 좋다는 뜻이지.”


안혜빈의 그 말에 구내아와 모든 청년이 저도 모르게 해광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해광수 역시 그들의 시선을 알아차렸는지 안혜빈의 말에 더는 모른 척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돌려서 그들 쪽을 보고는 고개를 약간 숙여서 아는 체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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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걸리지 마시고 건강하실 기원합니다.



허안 배상

 


덧글

  • 해밀 2020/12/10 11:15 # 삭제 답글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감사드리고 작가님 건승 기원합니다.
  • 허안 2020/12/10 13:34 #

    감사합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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