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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54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54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해광수가 무언의 초청을 받고 다관으로 올라왔다. 그가 자리를 접자 주변 상인들이 혹시 비가 오는지 염려했으나, 그건 아니라고 말해주자 안심하는 표정을 뒤로하며 다관으로 향하는 해광수의 앞길을 사람들이 비켜주었다.


해광수가 다관 2층으로 올라오자 철오사자는 가게 주인을 불러서 은자를 준 다음, 2층은 물론 다관 전체를 전세 내었다. 철오사자가 데리고 온 무사들이 1층 전체와 2층 입구를 지키는 가운데 안혜빈과 철오사자와 뭇 청년들과 해광수가 처음 만나는 자리가 이루어졌다.


시장에는 굉장히 부유하고 높은 사람이 해광수가 용하다는 소문을 듣고, 점을 보러왔는데 시장 바닥에 앉을 수 없는 고귀한 신분이라 다관 전체를 빌려서 점을 본다는 소문이 퍼지도록 할 작정이었다.



 

안녕, 처음 봐 나는 등영림이라고 해.”

그 말을 시작으로 구내아와 백건재, 옥소홍, 섭소청의 인사가 이어졌다. 그리고 안혜빈과 철오사자가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였다.

해광수 처지에서는 낯선 사람들이 찾아와서 친근하게 구는 상황인데 그러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그간 상대해온 사람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해광수도 나중에 알게 되는 일이지만, 그는 무림인은 이때 처음으로 접촉했기 때문에 안혜빈이나 철오사자 같은 사람이 지닌 무인 특유의 기색이 보통 사람과는 다르다는 점은 알았지만, 그것이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는 아직 알지 못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구내아를 비롯한 청년들이 이제까지 만난 그 어떤 사람들과도 다르다는 점도 느끼고 있었는데 그러면서도 뭔가 묘한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것 역시 난생처음 겪는 경험으로 낯설었기 때문에 해광수는 약간은 당황하고 있었다.


점을 치는 일을 직업을 선택하고 나서 사람의 판단하고 평가하는 능력이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세상은 넓어서 모든 일에는 처음 겪는 일이란 것이 존재하였다. 다만 무림인을 처음 만나는 경험은 몰라도 구천십지의 인재를 만나는 일은 그 자신이 그런 인재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겪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물론 구천십지의 인재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점쟁이로 나서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안혜빈이 부드러운 음색으로 질문했다.

점을 보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누구이고 왜 왔는지를 알겠니?”


아니요. 그런데 제가 정말 점쟁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점쟁이는 아니지만, 사람의 내부까지 들여다보는 듯하더구나. 촉각과 후각, 청각을 다 이용하면, 사람의 몸속까지도 눈으로 보는 듯이 알 수 있는 것 아니니? 나는 네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사람의 마음속이 아니라 몸속까지 들여다보는 일에 시각은 오히려 방해되기 때문에 눈을 가리고 다니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다. 내 말을 이미 들었겠지만, 눈도 보일 테고, 아마도 보통 사람보다 잘 볼 것 같다. 아무리 어두운 밤에도 문제없을 정도로 보고, 어쩌면 보통 사람보다 훨씬 먼 곳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시력도 좋을 것 같은데...”


그게 오히려 문제가 될 것 같아서 가리고 다닙니다. 어디선가 눈을 오래 가리고 다니면 눈이 나빠진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사실이다. 보통 사람은 그렇지. 하지만 네 경우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아주 늙은 후에는 사람이라면 신체 능력이 저하되니 그럴지도 모른다만, 그리고 너 말고는 다른 사례가 없어서 확실한 수는 없다만, 하늘이 너희에게 내린 재주가 그렇게 쉽게 시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구천십지의 인재에 대해서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으니 이것은 그저 그렇지 않을까 하는 추측에 불과하다.”


구천십지의 인재가 무엇입니까? 추측하자면, 여기에 있는 이 친구들이 구천십지의 인재에 해당한다고 생각됩니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니까 말입니다.”


나도 어떻게 하는지는 모른다만, 소청이의 말로는 마음을 연다고 하더구나. 너도 한번 해보지 않겠니?”


마음을 열라고요? 흐음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 ! 뭔가가 느껴집니다. 이건... 이렇게 하는 건가? 으헉!”

그다음부터 장님과 귀머거리가 된 답답함을 느끼는 일은 철오사자와 안혜빈의 몫이 되었다. 섭소청의 능력을 중심으로 청년남녀들이 다른 사람이 들을 수 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점은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들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할 리가 없었다. 안혜빈과 철오사자도 지금 오가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그 대화의 내용이 들려서 함께 그 내용에 참여하고 있다면, 저런 표정 변화가 자연스럽게 보일 테지만, 그렇지 않으니 말없이 그저 표정만 대화

에 맞춰 적절하게 변하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는 일은 약간 기괴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서로 묻고 답하고, 중요한 이야기부터 태어난 마을의 시시한 이야기까지 온갖 이야기가 오고 가다가 마침내 구내아가 그 이야기를 마무리 짓자는 내용을 친구들에게 전달하고서야 어색하게 오랜 시간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철오사자와 안혜빈이 벗어날 수 있었다.


안혜빈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너는 조금 전에 이들을 친구라고 했었다. 처음 봤지만 말이지. 어떠니 이들이 이제는 진짜 너의 친구니?”


해광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친구들에게 네 눈을 보여주렴. 그리고 친구들의 얼굴도 보고, 비록 네가 눈으로 보지 않아도 사람의 윤곽을 살필 수 있다고 하여도, 실제로 보는 것과는 차이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내 주모께서는 그것을 설명하실 때 그나마 비슷한 것을 찾자면 사람이 돌로 된 조각상처럼 보인다고 하셨다. 색깔도 음영도 없는 단색의 조각 같은 것이라고, 그것만으로도 누구인지 알아보는 일도 공격을 하거나 막는 일도 가능하지만, 그래도 실제 눈으로 봐서 색이 덧입혀지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하셨지. 너는 그분과는 또 다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차이는 있을 것 같으니 한번 맨눈으로도 친구들을 보는 것이 어떻겠니?”


해광수는 그 청을 받아들여서 손을 올려 눈을 가린 안대를 풀었다. 그리고 이미 많은 대화를 나눠 오늘 처음 만났지만, 생 사귄 사람처럼 친해진 친구들의 얼굴을 처음으로 보았다.


평생 사귄 듯한 친구를 오늘 처음 만나는 일도 그들의 얼굴을 처음 보는 일도 보통 사람은 경험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런 특이한 일들이 이 청년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일 같았다.


하지만 그런 특이한 사람이라도 이 청년들도 사람이었다. 그 분명한 사례로 섭소청을 눈으로 처음 본 해광수도 그 미모에는 눈이 동그랗게 되었다는 점을 보면 그것을 잘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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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독자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허안 배상



덧글

  • 해밀 2020/12/14 15:55 # 삭제 답글

    잘 읽고있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 허안 2020/12/15 14:35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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