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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55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55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다관이라고 음식을 팔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이왕 이리된 김에 철오사자는 돈을 풀어서 음식을 내오게 하고, 필요하면 근처의 다른 유명한 식당에서 사 오게 하여, 음식을 차려놓게 하였다.


음식이 있고, 원래 선천적으로 이어진 사람들이니 청년 남녀는 금방 평생 사귄 친구처럼 때로는 육성으로 때로는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며 점점 더 친해졌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그 대화에 끼기 조금 어려운 철오사자와 안혜빈은 이어진 탁자에 있지만, 약간은 단절된 분위기로 대화를 나누었다. 철오사자가 말했다.

우리가 다음으로 찾아 나선 사람은 해광수 이 청년이었는데, 이 사람은 특이하게... 이런 어느 사이에 물들었습니다. 사실 특이한 것은 등영림 소저의 예지몽으로 사람을 척척 만나는 일인데 말입니다.”


, 아직 만나지 못했는데 명존교에서 구천십지의 마을을 찾아다니고, 그 마을의 청년 중에 특이한 사람이 있는지 탐문하고 다녀서 발견했으니 다행입니다.”

해광수의 경우에는 일단 그 마을에서 태어난 청년 남녀 중에 구천십지의 인재는 없다고 생각되자, 그 마을을 떠난 청년이 있는지 조사하였고, 그런 청년이 있다는 마을 사람들의 말에 따라 그 청년을 찾아 나서서 여기에 이른 경우였다. 해씨 성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나마 쉽게 찾았다는 것이 철오사자에게 보고를 올린 명존교의 사람의 평가였다.


그래서 뭘 하고 있나 했더니 조금 큰 마을의 대로변에 자리를 깔고 앉아 점을 봐 주고 먹고살고 있다고 했다. 조금은 생각하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일단 찾아가 보기로 했고, 그 결과 현재 상황이 된 것이다.

이제 이러면 열아홉을 모두 찾은 것이지요?”


명왕종을 따라간 청년이 더 많기는 하지만, 일단 그렇습니다. 우리가 가기 전에 열다섯을 이미 모아두셨지요?”


그게 오히려 해가 되었습니다. 그 아이들 가운데 몇은 그렇게 미리 그곳에 모여있지 않고, 섭소청이나 해광수, 이 청년처럼 나중에 찾았다면, 혹시 우리에게 올 가능성도 있을지 모르는데 말입니다.”


지나간 일은 후회해야 소용없습니다.”


, 앞으로나 잘 해야 하겠지. 그런 점에서 등소저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어떤 일은 잘못되기 전에 그 길로 가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렇게 말하던 철오사자가 갑자기 표정을 바꾸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안혜빈에게 전음을 날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안혜빈도 아래층이 소란스럽다는 사실을 느끼고, 경계는 했지만, 얼굴에는 웃음을 머금고, 뭐가 좋은지 자기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고 있는 청년들의 분위기를 지켜주려고 하였다.


안혜빈이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는데 아래층에서 사람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철오사자가 앞장서서 사람을 데려오고 있었는데 그들의 얼굴이 보이자 안혜빈은 약간 놀랐다. 명왕종과 명존교가 갈라지던 날, 딱 한 번 본 얼굴들이지만, 장차 중요한 사람이 될 것으로 생각해서 그 얼굴을 잊지 않기 위해 명확히 봐두었던 사람들이 이층으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떠들던 청년들도 일제히 대화를 멈추고 이제 막 계단에 상반신이 올라오면서 나타나고 있는 사람들을 주목하였다. 무공으로 기척을 알아차린 것이 아니란 점을 안혜빈은 직감하였고, 확실히 봐둔 얼굴이지만, 그것 때문에 더욱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봐둔 얼굴인데도 그런 확신이 필요한 이유는 나타난 사람들이 매우 의외의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등장한 사람들이 유귀붕과 명왕종을 따라갔던 청년 중의 몇이었기 때문이다. 철오사자가 이층으로 인도해 온 청년은 넷이었다. 남자 둘과 여자 둘이다. 그들의 이름도 들은 것 같았다. 얼굴과 달리 이름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간이라도 그들과 지냈던 구내아나 백건재는 그들을 잘 알고 있었다.

어서 와라.”


그러면서 그들의 이름을 차례로 부르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남자 둘은 기화동, 보연로라는 이름을 지녔고, 여자는 목주란과 보연한이라고 했다. 그 이름들을 들으면서 안혜빈도 보연로와 보연한은 남매라고 했던 점도 기억났고, 무공으로는 이 두 남매의 재능이 매우 탁월하다고 했던 말도 생각이 났다.


구내아와 백건재가 반갑게 자리를 권하며 오늘 처음 만난 섭소청과 해광수를 소개하고, 한 번 얼굴은 보기는 했지만, 아직 친할 기회는 없었던 등영림과 옥소홍도 기억나지?’ 하면서 말을 건네고 있는데 안혜빈으로서는 그전에 확인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 있었다.


만나게 돼서 무척 반갑다만, 그전에 우리가 여기 있는지는 어떻게 알았는지 알려주겠니? 혹시 유귀붕이 예지로 알려준 거니?”


그 질문에 대답한 사람은 목주란이란 이름을 지닌 처자였다. 목주란이 손을 내밀자 열어 놓은 창으로 까치 한 마리가 날아 들어와 팔등에 앉았다.


아니에요. 작아를 시켜 멀리서 따라다니게 했거든요.”


네 재주는 동물을 부리는 재주로구나. 그런데 그 새 이름이 작아인가보구나. 그 새로 우리를 감시했니?”


감시는 아니고요. 그냥 어디로 가는지 궁금했어요. 그날 우리가 헤어질 때 거기 남긴 했지만, 솔직히 저는 귀붕이하고는 좀 안 맞는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랬어요. 그래도 이쪽을 따라나서기도 그래서 머뭇머뭇하다가 그냥 남게 된 거죠. 그래서 혹시나 몰라서 작아를 시켜서 어디로 가나 따라가게 했어요. 그리고 오늘은 그쪽을 떠나서 이리로 온 거죠.”


기화동이란 청년이 나서서 말했다.

저도 비슷합니다. 딱 그 자리에서 결단하고 움직여야 했는데 주춤주춤하다가 그냥 남게 된 거죠. 저는 귀붕이란 안 맞는다기보다는 구내아가 우리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선천적인 안배든 뭐든 그래야 한다는 느낌이랄까 생각이 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구내아가 중심이고 유귀붕이가 책사랄까 군사랄까 그런 것을 해야 하는데 우리가 갈라져서 아쉬워요. 하지만 각자 자기 성격이 있으니 다시 합치기도 어렵겠죠. 하지만 무리를 이끄는 수장이냐 머리 좋은 책사냐를 생각하면, 책사 없는 군주가 군주 없는 책사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어요. 유귀붕이란 잘 안 맞는 것까지는 아닌데 구내아랑은 더 잘 맞을 것 같았고요. 그래서 거길 떠나기로 했어요.”


떠난다고 하니까 그냥 보내주더냐?”


솔직히 싫어하는 것 같긴 했는데 강제로 붙잡아 두기도 어렵다고 생각했을 거에요. 연로랑 연한이가 같이 나왔으니까요. 이 얘들은 그 사이에 무공이 엄청나게 강해졌어요. 우리 주변에 있던 무사로서는 붙잡을 수가 없을 정도로 강해졌거든요. 솔직히 얘네들이 떠난다고 하지 않았으면 우리도 못 나왔을 텐데 얘들 두 남매가 나간다고 하고, 우리도 거기 합세하니까 못 막은 거죠. 그거 막으려면 피해가 장난 아닐 테고, 그런 피해를 입고도 확실히 저지한다는 보장도 없었거든요. 그리고 마음 떠난 사람 붙잡아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같았고요.”


알겠다. 그럼 너희 두 남매도 비슷한 생각이냐?”


오빠인 보연로가 대답했다.

우리 생각은 약간 다릅니다. 우리도 구내아랑 유귀붕이 힘을 합쳤다면, 떠날 생각은 없었어요. 그건 지금이라도 혹시 합친다면 우리도 다른 애들이랑 같이 있고 싶어요. 그런데 이미 그러기는 틀렸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우리도 유귀붕을 모시고 살 생각은 없어요. 그렇다고 이쪽으로 오겠다는 것도 아니에요. 어차피 둘로 쪼개진 거, 셋으로 쪼개져도 상관없죠. 뭐 딱히 쪼개진다기보다는 우리 남매는 우리대로 얘네들하고 상관없이 살려고 일단 생각해요. 그래서 거길 나왔어요. 여기 온 이유는 아직 못 만난 다른 애들하고 그래도 얼굴은 한번 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왔어요.”


안혜빈은 그 말을 믿었다. 믿지 않을 이유도 없었고, 마음으로 대화하는 이들 사이에서 거짓말은 쉽게 간파된다. 구내아가 거짓말을 알고도 말해주지 않을 가능성도 없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하여도 어쩔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일단 안혜빈은 새로 온 청년들도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다시 한 탁자 옆으로 옮겨서 철오사자와 따로 자리를 마련하면서 새로 합석한 청년들과 기존의 청년들이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걸 지켜보면서 그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철오사자에게 전음을 날렸다.


전에 제가 섭소청의 고향과 태어난 곳 등등 관련된 장소를 조사해야 한다고 했던 일 기억하시죠?’


철오사자 역시 전음으로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알아보는 중입니다. 건 갑자기 왜?’


남편하고만 알아봐야 어차피 귀교도 알 일이니 말해드리죠. 이제까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섭소청이를 만났을 때까지만 하여도 그 이상하다는 생각이 깊어지기만 하고, 뭔지 몰랐는데 이제 뭐가 이상한지 알았습니다.’


뭐가 이상하다는 말씀입니까?’


구천십지의 인재는 구천십지, 열아홉 개의 지맥에서 태어난 열아홉 명의 청년 남녀에.’


네 그렇죠. ’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보연로와 보연한은 남매예요. 확실히 알아본 건 아니지만, 한마을에서 태어났겠죠. 섭소청은 어디서 났는지 의혹이 있다는 점은 이미 구내아가 말했고요. 섭소청도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닌데 보씨 남매가 한마을에서 태어났고, 구천십지의 지맥이 문자 그대로 열아홉 개라면, 숫자가 맞지 않습니다. 한 지맥에서 두 사람이 태어났다면,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19명만을 찾아냈죠. 거기다가 이미 섭소청의 사례도 이상합니다. 물론 아직도 뭐가 잘못됐는지 구체적인 것은 모르지만, 이제 뭔가 잘못된 것이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러한 전음을 듣자 철오사자 역시 한 방 맞은 표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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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감사드립니다.


 허안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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