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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57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57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명왕종의 혼괴광난 사대장로 각자 의자에 앉고, 유귀붕이 그 앞에 단정히 선 채 있었다. 낮이지만 창문을 모두 닫고 촛불을 여럿 두어 조명으로 삼은 실내였다.


가장 무공의 재주가 뛰어난 보가 남매가 떠났다고 들었다. 그리고 다른 아이 둘은 아예 저쪽으로 갔다지?”


그렇습니다.”


네 덕이 부족한가 보구나.”


그렇습니다.”


그리 쉽게 말해선 안 될 것이다. 네가 미래를 본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것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사실은 너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즉 어떤 경우에는 네 재주로 네 목숨을 살릴 수 없을 것이란 말이다.”


이제는 같은 편인데 그런 살벌한 말씀은 안 하셔도 됩니다.”


네가 진정 우리와 같은 편이긴 한 것이냐?”


‘“물론입니다. 귀 교단이 먼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 한, 우리가 먼저 귀교단을 등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미 이탈자가 넷이나 나왔다.”


이제 남은 사람은 끝까지 함께 합니다. 그 점은 보장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함께 귀교단을 지원하겠습니다. 귀교단이 먼저 우리를 내치지 않는 한 말입니다.”


좋다. 믿겠다.”


믿어주신다니 감사합니다. 그런데 소지막의 가족은 구했습니까?”


네가 알 필요가 없는 일이지만, 방금까지 믿음을 이야기하고 있었으니 말해주도록 하마. 이미 구했다.”


그렇군요. 그러면 다른 질문도 있습니다.”


사대장로는 잠시 서로 전음으로 의견을 나누고 대답했다.


묻기를 허락한다.”


저희는 귀교단과 함께 갑니다. 그런데 귀교단은 정말 소지막과 함께 갑니까?”


거병이 실패할 경우 우리가 그에게 등을 돌릴 것이란 뜻이냐? 그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이미 그에게 약속하였다. 우리의 신앙을 건 약속이니 되돌릴 수 없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대비책이 있으면 좋지 않습니까?”


무슨 대비책? 만약 소지막의 거병이 실패한다면, 우리는 어둠 속으로 숨어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다음 때를 기다리면 된다. 맹세한 이, 그것이 최선이다.”


다른 길도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소지막과 손을 잡기 전이라면 모르지만, 손을 잡은 지금 다른 길은 있을 수가 없다. 그를 배신할 수 없으니, 최대한 성공하도록 돕고 만약 실패한다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다행히 이곳은 황도에서 멀고, 세상은 이곳의 거병이 없더라도 전란으로 빠져들어 갈 것 같으니 잘하면, 소위 역모에 가담하여 실패한 것 치고는 큰 피해가 없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점은 이미 너희하고도 합의를 본 일인데 이제 와서 다른 소리를 하는 것이냐?”


아닙니다. 다른 소리를 하는 길이 아니라 다른 길이 있다는 것입니다.”


소지막과 협력하거나 배신하거나 둘 중 하나고, 배신할 수 없으니 둘 중 하나조차 아니다. 무슨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이냐?”


소지막이 바라는 것은 역성혁명입니다. 그자의 능력과 천하의 정세를 보면 불가능한 것도 아닙니다. 이 촉한으로 한정 지으면 새 나라가 성립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실패한다고 해서 반드시 관군에게 쫓겨 다니며 추포라는 폭풍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니란 말입니다.”


어떻게 아닐 수가 있나?”


이미 장로님들도 말씀하신 대로 이제 난세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소지막이 망해도 두 번째 거병하지 못하란 법이 없습니다.”


두 번째 거병?”


세상이 비교적 안돈 되어 있고, 중앙의 힘이 살아있다면 한번 역모가 실패한 땅에서 짧은 기간에 두 번째는 불가능합니다. 일단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군대도 자금도 그럴 여유가 이 땅에 남아있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 경우에는 다릅니다. 이곳에 중앙에서 대규모의 토벌군을 보낼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고, 지금 황실이 북방의 군대와 싸우느라 정신이 없다면, 소지막 대감이 성공하면 좋고, 실패해도 다음 기회는 여전히 남게 됩니다. 이전에는 중앙에서 보낼 군대를 막아내어야 나라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중앙이나 중원의 다른 지역에서 인정하든 말든 내가 촉한을 차지한 군주라고 주장한들 간섭할 수 없으면 성공이라는 말입니다.”


네 말대로 토벌군을 보낼 정도의 여력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 여기서 내가 천자(天子)요 하고 주장한다고 해서 황제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우리같이 어느 정도 세력이 있다고 하여도 그건 마찬가지다. 군부도 강호도 아니 우리라도 소지막이 실패한 상황에서 그런 사람이 나온다면 앞다투어 목을 베어 조정에 보낼 것이다. 그리고 여기는 다시는 그런 일 없을 테니 신경쓰지 말고 북쪽 군대와 전쟁이나 잘하십시오. 그렇게 말하는 태도를 보일 것이다. 다시 말해 외부의 인정이나 외부의 간섭이 없더라도 최소 촉한 내부의 묵인은 얻어내야 한다. 하지만 그건 가능하지 않다. 그런 게 가능하다면, 아무나 칭제할 수 있지. 더구나 소지막이 한번 실패한 상황에서 곧이어 그렇게 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말이 됩니다. 효율성이 없는 곳에서는 정통성만 있다면 가능합니다.”


정통성?”


, 정통성이 있다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소지막은 역성혁명의 부담이 있지만, 지금 황실과 같은 국성(國姓)을 지닌 예를 들어 현 황실의 종친이나 선대 황제 중 한 사람의 혈통을 이은 사람이 있다면 어떻습니까?”


사대장로들이 모두 표정이 굳어졌고, 누군가 말했다.


그게 누구냐? 그런 사람이 있느냐?”


유귀붕이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는 이상했습니다.”


뭐가 말이냐?”


여러분들이 저와 친구들을 데려온 사정을 알았을 때 말입니다. 구천십지의 풍수가 작용하는 곳이 있다. 그 지맥을 이은 19곳의 산간 벽촌에19명의 인재가 선천적인 능력을 지니고 태어난다. 거기까지는 이해했습니다. 실제로 우리 각자가 능력도 있었고요. 그런데 와서 보니 보연로랑 보연한이는 남매더라고요. 이건 전에 구내아를 만났을 때도 지나가는 말인 척 한번 말한 적이 있는데 눈치채지 못하더군요. 지금은 알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 아이들이 남매인 것이 뭐가 어떻다는 말이냐?”


이런이런 아직 눈치를 못 채시다니 상당히 총명한 분들로 알았는데 말입니다. 쉽게 말씀드리죠. 숫자가 맞지 않습니다. 아홉 곳의 열 아홉 명의 인재. 구천십지의 절맥을 이은 인재가 더 있을 리가 없다. 다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늘의 섭리인데 다른 길이 있겠는가? 그런데 와서 보니 같은 절맥에서 두 사람이 나왔습니다. 그러면 그것만으로도 열아홉이라는 숫자는 무너집니다. 그러면 정말 19명뿐인가? 왜 이런 일이 생겼지? 그걸 생각했습니다. 그 답이 간단한 곳에 있습니다. 누군가 하늘의 성좌도의 기운을 나무에 심어서 구천십지의 각 장소에 그 기운이 서로 간섭하도록 했습니다. 이것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러면 그 사람이 태어나는 구천십지의 인재들의 성정에만 그 기운이 관여하도록 그쳤을까? 그 숫자조차 조절하지 않았을까?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더 집어넣을 수 있도록 하지는 않았을까? 그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집어넣는다면, 어떤 사람을 집어넣었을까? 어떤 혈통에게 구천십지의 절맥과 천문성좌의 기운을 빌어 만든 숲의 영향력이 닿도록 했을까? 어떤 부부를 언제 그 마을로 이주시켜서 살게 했을까? 그들이 아이를 잉태하는 시기까지 조절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란 말입니다.”


그 말을 다 듣고 나자 명왕종 사대장로의 안색이 변했다. 그것을 보고 유귀붕이 말했다.


정말 까맣게 모르셨나 보군. 신을 믿고 하늘을 믿는 분들이라 감히 천지의 섭리에 누가 간섭해서 이만한 조작을 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안 하셨나 봅니다. 한편으로는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사실이 그런 것을 말입니다.”


사대장로는 마음을 진정하고 그중 한 사람이 대표로 물었다.


그래서 아직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남아있겠구나.


구내아는 우리의 수장으로 섭리가 정한 사람이었습니다. 책사라는 사람은 온 세상을 제 맘대로 주무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군주가 아닙니다. 책사에게는 군주가 필요합니다. 군주 없는 모사꾼이란 말이 안 됩니다. 그래도 저는 구내아를 보냈습니다. 왜냐하면 하늘이 안배한 혹은 어떤 사람이 안배한 또 다른 군주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게 누구냐?”


우리와 같은 구천십지의 인재입니다. 아울러 혈통으로는 지금 황실의 태조의 피를 이은 분입니다. 아시다시피 현 황실의 혈통이 도중에 바뀌어 태조의 아우 쪽으로 이어진 사실은 아실 것입니다. 그러니 조건만 맞으면 이 땅에서 다시 정통의 깃발을 높이 드는 것이지요. 어떻습니까? 이만하면 소지막이 실패했을 때 충분한 대의명분을 가지고 세울만하지 않습니까? 물론 황제가 되지 않아도 귀교단에 협력하는 우리들의 수장이 될 것입니다. 어차피 구내아가 우리 수장이었어도 구내아를 황제로 세우려는 것은 아니었으니 사람만 구내아가 아니지, 나쁜 것이 없습니다. 그저 이 사람은 구내아보다 타고난 혈통이 좋아서 다른 가능성을 지녔다는 장점이 하나 더 있는 것입니다.”


소지막이 성공하면?”


소지막 대감의 곁에 정통 황실의 피를 이은 사람이 높은 지위에서 새 황실을 지지하는 좋은 모양새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 황실에도 시씨가문인가가 그렇게 하고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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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독자님들에게 감사합니다.



허안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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