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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58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58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후대에서는 사천으로 불리고,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아직도 촉이라는 삼국지 시대의 이름도 통용되는 땅을 관에서 부르는 명칭은 하나가 아니다. 관에서 여러 이름으로 불러서 그런 것이 아니고, 행정구역을 여럿으로 나누었기 때문이다. 중심이 되는 성도를 주장 삼아 전체를 성도부로(成都府路)라고 부르면 간단했겠지만, 그 북쪽으로 이주로(利州路)가 따로 분리된 행정구역이고, 동쪽으로는 재주로(梓州路)와 기주로(夔州路)가 따로 더 있다.


관에서야 넷으로 나누든 몇으로 나누든 일반 평민의 삶에서는 하나의 촉땅이라는 개념이 통한다. 혹 그 말이 과장되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무림의 관점으로는 그렇다.


상단이나 항회 혹은 표국과 같이 돈벌이를 겸하면서 무력을 지닌 집단이 아닌, 무력을 기반으로 한, 정확히 말하자면, 문파의 성격이 이익은 버려도 무공과 무인으로서의 정체성은 버릴 수 없는 강호 세력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런 세력이 이들 사로(四路)에서 가장 강한 무림 세력이. 강호의 싸움이 무공만으로 결판나는 것은 아니니 모든 것을 총동원하여 싸우는 총력전에서는 누가 이길지 모르나, 또한 강호의 싸움이란 것은 무력이 높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사천 무림이라 부르든 뭐라 부르든 이 지역에서 가장 강하다고 여겨지는 무림 세력은 청성, 점창이 가장 먼저 손에 꼽히고, 그다음으로 무하독문이 언급된다. 그리고 보통 여기까지 언급되면, 그러나 어둠에 숨은 마교의 힘은 가공스러우며, 마교의 고수들이 나설 경우 지금 언급한 세 문파가 과연 그 앞에 설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사람도 있다.


물론 누구도 이 세 문파의 사람 앞에서 대놓고 그런 소리를 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정도로 이들 문파는 강하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언급되는 청성과 점창의 무공이 가장 강할까? 그것은 그럴 수도 있다. 그렇지만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점창이나 청성의 무인이 가장 강할 것인가 하는 물음에는 객관적으로 그렇지 않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였다.


심지어 점창이나 청성에서도 무공은 자신들이 가장 뛰어나고, 가장 뛰어난 고수도 자기네 사람이지만, 진짜로 목숨 걸고 싸운다면 누가 이기느냐는 질문이라면 답이 다르다는 사실을 속으로는 인정하고 있었다.


문파의 체면을 생각해 겉으로는 부인하지만, 속으로는 인정하는 촉한무림의 최강자는 무하독문의 현문주인 무하노조이다. 주로 녹의(綠衣)를 입어서 녹포노조라고도 불리는 무하독문의 장문인이 일대일의 승부라면 청성이든 점창이든 최고수를 내보내도 당할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내부적인 판단이고, 강호의 사정을 아는 사람들의 공통된 판단이기도 하다.


무공은 청성이나 점창의 최고 고수가 혹시 녹포노조를 누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독공의 고수인 무하노조의 특징상 생사를 걸고 싸운다면, 승패의 저울추는 녹포노조 혹은 무하노조라고도 불리는 무하독문의 지금 주인 쪽으로 기울 것이라는 판단이 대부분이다.

일정 수준 이사의 성취를 지닌 독공의 고수가 내공과 무공마저 높다면, 무공의 고하를 겨루는 비무가 아닌 생사를 다투는 전투에서는 독공고수를 이길 수 없고, 그래서 녹포노조가 이끄는 무하독문은 이 땅의 무림의 일각을 이루는 세력으로 존중과 두려움을 받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사천에서 나오는 약재를 가장 많이 유통하는 시장의 지배자로서 경제적으로도 탄탄한 기반을 지니고 있어서 사회적인 기반도 약하지 않았다.


무하독문을 적으로 돌린다면, 사천의 약재시장에서 뭔가를 구할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렇게 무공과 독공 그리고 문파로서의 세력까지 고민거리가 없을 것 같은 무하독문이지만, 지금은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문주인 무하노조의 수제자 당적이 어느 촌구석에서 가져온 수혼수보(搜魂手譜)라는 북야왕의 무공 때문이었다.


청성과 점창이 그 요상한 지하에서 각기 보물을 챙겨 돌아갔으니 그 자리에 참여한 당적이 무공비급 그것도 북야왕의 무공비급을 내버려 두고 올 수 없었던 상황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분실하지 않고, 갖고 도망가지도 않고 무사히 문파까지 

가져온 것도 큰 공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뱉을 수도 없고, 삼킬 수도 없는 물건이었다. 그래서 무하노조는 녹포노조라는 별명을 얻게 한 녹색 옷을 입고, 그래도 


모자만은 붉은색 모자를 쓰고 지난 며칠 동안 지속한 고민을 오늘도 하고 있었다. 녹색모자는 중원에서는 부인이 불륜을 저지른 무능한 남자를 의미하기 때문에 아무리 좋아하는 색이지만, 차마 머리까지 녹색 모자를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점창이나 청성이야 자기들 문파의 실전된 무공이니 나중에 누가 찾아와서 뭘 요구하든지 수락할 수밖에 없고, 약속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수혼수보는 그 대단한 북야왕의 물건이지만, 익히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그런 것은 필요 없고, 귀하가 요구하는 조건에는 받을 수 없으니 도로 가져가라고 할 수 있었다.


긍정적으로 보면 무공비급을 검토하여 그 가치를 평가한 다음에 받을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는 셈이었다. 누가 되었든 뭔가 요구 조건을 말하려면 찾아오긴 할 테니 돌려주면 그만이다. 본파의 실전된 무공이라서 그 어떤 조건에도 되찾아야만 하는 청성이나 점창과는 처지가 다르다.


그래서 녹포노조는 그 수혼수보를 검토해 보았다. 그리고 고민에 빠졌다. 비록 이 무공이 대단하지만, 만약 누군가 나타나 너희들이 쥐고 있는 약재유통권을 통째로 내놓으라고 한다면 과연 이 비급과 교환할 것인가? 무하독문이 절반 혹은 대부분이 죽거나 다칠 전투에 참여하라고 한다면? 그것도 받을 정도로 가치가 있는가?


그런 고민을 하던 무하노조는 오늘은 결론을 내리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고민을 여러 사람에게 떠넘기기 위해 혹은 좋은 말로는 고민을 함께 나누기 위해 문파의 핵심 인물들을 모두 불러서 회의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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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되세요


허안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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