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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와선별부 평서전기 하편 59

평서전기 하편

 

12권 제 59

 

 

군자(君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小人)은 동이불화(同而不和) 한다는데 우리가 이리 함께 저들의 행사에 간섭하려 하니 우리는 어느 쪽에 속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유림(儒林)이 아니라 무림(武林)에 속합니다. 인의(仁義)가 아니라 협의(俠義)를 따르며 논어(論語)가 아니라 논검(論劒)을 하고 군명(君命)을 존중하기보다 협명(俠名)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좇는 주인을 먼저 생각합니다.”

권평서가 마교 소교주의 질문에 답하며 한 말

- 이한서(李瀚瑞). 강호사설(江湖辭說) 중에서

 

 

 

 

 

 

문주인 무하노조외에 참여한 사람은 모두 여덟 명이었다. 무하독문의 모든 사람은 두 사람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약리당(藥理堂), 명리원(名利院), 내율원(內律院), 공례당(恭禮堂), 준공당(駿工堂), 창군단(昌軍團), 상독원(祥毒院)이라 이름하는 각 부서에 속해 있었다. 두 사람의 예외란 문주와 문파의 대사형을 의미한다.


약리당은 약재의 효능을 시험하고, 연구하는 한편 약재상과 약재시장을 관리하고 약초를 채집하고 재배하고 판매 및 유통하는 일까지 책임진다. 연구와 상업을 동시에 하는 부서이고, 사실상 무하독문의 재정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하는 곳이다.


명리원은 재물과 인원을 관리한다. 재정과 인사를 담당한다는 뜻이다. 약리당 처지에서는 버는 놈은 따로 있고 쓰는 사람은 따로 있는 꼴인데 아무튼, 문주의 뜻에 따라 벌어온 돈을 관리하고 사람을 고용하는 일을 책임진다. 제자를 들이는 일에도 어느 정도는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그밖에 행정적인 사무를 대부분 처리한다.


내율원은 문파의 살림을 맡은 동시에 다른 문파의 집법을 겸한다. 간단히 말하면 밥도 차리고, 사람 벌주는 일을 맡아 한다. 녹포노조의 성격은 유별난 곳이 있어서 다른 문파라면 문파 내의 업무를 이런 식으로 나눠놓지 않았겠지만, 그는 이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정했고, 그 나름대로는 아직은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아직은 문파의 주인은 노조가 살아있으니 그럴 수도 있지만 말이다.

공례당은 다른 문파로 치자면 지객당이다. 손님맞이와 외부 행사를 책임진다. 가장 할 일이 없을 것 같지만, 대외적인 정보수집의 업무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문파를 찾은 손님의 다과상이나 차리는 곳은 아니다. 외부 행사도 책임진다는 것은 문주가 직접 가야 할 행사가 아니면 공례당의 당주나 간부가 그곳을 찾아가야 한다는 뚯이니 무공이나 외모도 좋아야 하고, 또한 여러 격식에 능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자리다. 또한 외부행사는 다른 문파의 경조사 참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강호의 비무대회부터 상단이 개최하는 크고 작은 규모의 임시시장이 열린다면 거기에 얼마나 찬조를 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의 규모로 참석해서 어느 정도의 실질적인 혹은 무형의 이득을 얻어야 하는지를 책임지기도 한다. 청성이나 점창이라면 다르지만, 상설시장이 아닌 임시 약령시가 열린다면 그 일을 미리 탐지해야 한다. 약령시라면 약리당이 맡아 하겠지만, 가죽이나 모피 시장이 열린다면, 그것은 공례당의 일이 된다. 문파의 체면과 이익을 조정하면서 촉 땅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사를 주시해야 한다.


준공당은 암기를 제작하거나 여러 가지 물건을 만든다. 병기뿐 아니라 문파의 건물과 일상생활에 필요한 도자기와 유기며 산공(産工)의 일은 이들이 책임진다. 또한 문파가 기르는 동물도 돌보는데 독이나 약을 실험하는 동물을 기르고 조달하거나 그냥 식량으로 사용될 가축을 기르는 일도 포함된다. 물론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동물은 말이다. 파발과 여러 일에 사용되는 준마를 잘 관리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실제로 공례당과는 별개로 준공당은 자체의 파발과 전령을 따로 운영한다.


창군단은 무하독문에 속한 보통의 무사와 병사 그리고 외부에서 초빙한 무림인을 모아 놓은 곳이다. 많은 제자를 양성하지 않는 무하독문이 넓은 지역의 약재시장을 장악하려면 어느 정도의 무력이 필요한데 인원이 부족하니 일반 무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문파의 경비와 외부의 주요 시설이나 우호 세력에 대한 무력적인 보호와 지원을 담당한다.


마지막으로 상독원은 무하독문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름이 독문이니 독을 연구하고 독공을 수련하는 일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다. 상독원은 무하독문의 직계제자들이 독공을 익히고 수련하는 부서로 하는 일은 수련밖에 없고, 그렇게 실력을 높이는 일 외에는 다른 일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실력을 인정받으면, 위에 열거한 문파의 각 부서에서 일하게 된다. 자질이나 성격에 따라서 실력이 매우 높거나 낮으면 계속 상독원에 남는 일도 있었다. 재능이 좋으면 더 높은 경지에 도달시키기 위해서, 실력이 낮으면 외부 활동을 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331단으로 이루어진 이 일곱 부서의 책임자와 당적이 이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이었다. 당적은 입문 순서로는 대제자가 아니었으나, 자질이 제자 중에 가장 뛰어났다. 그래서 점창이나 청성 같은 대단한 자들이 모여든다는 소문을 공례당이 입수하자 문주가 파견시킬 사람으로 그를 보냈다.


가장 뛰어나긴 하지만, 압도적으로 뛰어날 정도는 아니었기에 제자 중에 후계자의 위치를 확보했다고 할 수는 없는 처지였다. 재능과 무공 및 독공의 실력으로 다른 사형제보다 나은 것은 사실이었으나, 다른 사형제 중 가장 뛰어난 자들과 비교하면 말했듯이 약간의 우위를 보이는 정도였다.


그리고 그 정도의 차이는 문주의 의사에 따라서 그리고 문파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들의 의사에 따라서 얼마든지 무시될 수 있는 정도의 우세함이었다.


만약 무하독문의 문주인 녹포노조가 아들이 있었다면 하다못해 조카라도 있었다면, 그리고 그 사람이 정말 손을 놓을 정도로 둔재가 아니라면, 다른 제자들은 그와 경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녹포노조는 독공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불임의 몸이 되고 말았다. 여자와 관계를 맺는 일은 정상적으로 할 수 있어도 그 관계에서 아이는 낳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젊어서 아직 독공이 원숙하기 전에 다행히 딸을 하나 보았다. 정식으로 결혼한 것은 아니고 그때는 녹포노조가 무공과 독공 그리고 문파의 일에 집중하였기 때문에 자신의 씨를 가진 여인이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다는 것을 몰랐고, 자신의 후손이 귀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다른 자식을 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도 자신이 바깥에서 낳은 딸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아이를 찾았는데 그 딸은 이미 평범한 남자와 결혼해서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혼전이라면 하나밖에 없는 딸을 평범한 남자와 결혼시키지 않았겠지만, 자식까지 낳고 사는 딸의 가정을 깨뜨릴 수는 없어서 결국 마음에 들지 않는 사위와 딸을 거두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 평범함이 못마땅한 이 사위는 그나마 딸만 낳았다. 그리고 불행히도 두 번째 딸을 낳는 도중에 노조의 딸이 사망했다. 둘째 외손녀도 산후 곧 죽어서 노조의 가족은 사위와 죽은 딸이 남긴 큰 외손녀만 남았다.


이후 노조는 딸도 없어진 마당에 마음에 들지 않는 사위는 내쫓고 손녀만 남겨두었다. 손녀를 봐서 사위의 목숨을 남겨두었지. 마음 같아서는 없애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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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허안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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